4화. 생방송 치킨 토론이 열리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by 김영주 작가

“유사민 작가를 영입하는 데 성공하셨나요?”


jpbc <뉴스로>의 앵커는 거듭 물었다.


“유사민 작가가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확고하더라고요.”


“그럼 실패하신 건가요?”


“그렇다고 봐야죠. 예상은 하고 간 거니까 실망하진 않습니다. 저희 캠프에는 먹을 게 많으니까 언제든 편하게 놀러 오시라고 했습니다.”


“유사민 작가는 뭐라고 하시던가요?”


“가끔 자기하고 낚시하고 밥 먹자는 얘기 하시더라고요. 아, <신 자산어보>는 자신은 언제든 할 준비 되어 있으니까 제가 대선 떨어지거나 중도 사퇴라도 하게 되면 언제든 함께 하자고 했습니다. jpbc에서 해볼까요?”


“그렇군요. 박종원 후보는 아무래도 유사민 작가를 선대위의 총괄 위원장 정도의 자격으로 모시려고 했을 텐데요, 앞으로 또 어떤 분들을 모실 계획인가요?”


“사실 유사민 작가는 제가 평소에 존경하는 분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인연을 맺은 건 <생방송 100인분 토론>이라는 프로그램이었거든요. 오래 하지 못해서 아쉬운 프로그램이긴 한데요, 그 프로는 유사민 작가만 계셨던 건 아닙니다. 황규익 맛 칼럼니스트도 계셨죠.”


“아~ 황규익 맛 칼럼니스트도 책 많이 집필하셨으니까 작가라고 부르면 되겠죠. 황규익 작가도 영입할 계획인가요? 이정명 후보가 경기전통공사 사장으로 임명하려다가 논란이 된 전력이 있는 분인데요, 최근에는 치킨 발언으로 양계업 하시는 분들이 들끓고 있고요, 그래도 모실 건가요?”


바로 치고 들어오는 앵커였다.


“이래 봬도 식당 후보니까 황규익 작가님의 치킨론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황 작가님은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분입니다. 저는 그분처럼 그렇게 강한 소신이 있는 편이 아니었거든요. 근데 그분은 자기 생각을 언제나 확실하게, 당당하게 밝히시잖아요. 타협이 없잖아요. 대단하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게 도움이 되는 분들의 기준을 다른 데에 두지 않습니다. 음식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음식을 기본으로 놓고 먹고사는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든 개선해보고자 하는 생각이 있는 분들이면 누구라도 환영입니다.”


“그렇군요. 근데 황규익 작가는 우리나라 치킨이 맛이 없다는 발언을 하신 거잖아요. 치느님을 건드셨어요. 이게 정말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나올 게 나왔다.


“치느님이라… 그렇죠. 우리나라에서 치킨은 신의 영역이죠. 근데 사실 그러면 안 되죠. 어떤 음식이라도 신의 영역으로 갖다 놓는다는 건 사실 말이 안 됩니다. 치킨이 도대체 뭐라고요. 그냥 튀긴 닭요리입니다. 그리고 음식이 맛있다 맛없다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정답은 없습니다. 많은 경우가 취향이고 선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치킨에 대해서는 누구라도 맛있다 혹은 맛없다고 할 수 있는 거죠.”


앵커는 아직까지도 설득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래요? 저는 치킨이 너무 맛있는데…”


“그건 앵커께서 그렇게 맛을 느끼신 거죠. 충분히 존중하고요. 근데 저도 수많은 치킨을 맛봤지만 맛없는 치킨도 많이 먹었습니다. 이 문제는 황 작가님하고 양계업 하시는 분들이 진지하게 토론으로 풀어나가면 오히려 우리나라의 치킨업계에 대해 보다 풍부하게 업그레이드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어머, 그래요? 그럼 혹시 박종원 후보께서 그런 토론 자리 한 번 만들어보시는 건 어떠세요? 이슈 팍 될 거 같은데요?”


“오~~ 너무 좋은데요? 이렇게 훌륭한 아이디어 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이 시간부터 앵커님을 저희 캠프의 홍보대사로 임명합니다. 땅땅땅.”


“어머, 그러시면 저 해고돼요. 아니, 박종원 후보님 오시면 물어보고 싶은 얘기 정말 많았는데, 유사민 작가, 황규익 작가 얘기만 하다가 시간 다 갔네요. 시청자 여러분께서도 댓글로 질문 많이 주셨거든요. 아, 7287 분이 댓글로 주신 질문인데요, 이거 하나만 여쭤보고 정리하겠습니다.”


“네.”


“7287 님의 질문입니다. 박종원 후보님은 비리나 물의를 빚은 적은 없는 건가요?”


‘헉! 그야말로 훅 들어왔다.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박종원 후보는 예의 미소를 다시 한번 지었다.


있겠죠. 왜 없겠습니까. 식당을 하고 나서 건축 쪽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빚도 많이 져봤고요. 아마 있을 겁니다. 저도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대답이 됐을까요?”


“네, 충분합니다. 아쉽지만,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신 식당 후보 박종원, 박종원 후보를 가장 먼저 모시고 얘기 나눠봤습니다. 지금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온 민지당 이정명 후보,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 그리고 다른 후보님들 진짜 긴장하셔야 할 후보가 나타났구나,라고 느꼈다는 말씀드리면서,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빠른 시간 안에 다시 모셔도 되겠지요?”


“그럼요. 앵커님이 부르시면 언제든 오겠습니다.”


“네, jpbc 뉴스로 이 사람, 오늘은 불과 이틀 전에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식당의 국회의원 박종원 후보와 함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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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인 11월 24일 오전 6시.

서울 대산고등학교에서 실내 체육관에 뷔페 식단이 차려졌고, 등교하자마자 교장선생님의 특별 훈화가 있다는 말에 짜증을 감추지 못하며 들어온 400여 명의 학생들은 기절초풍했다.


아침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일찍 학교에 온 고2, 고1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내라는 메시지가 담긴 밥상이 푸짐하게 차려져 있었다.


박종원 캠프의 수뇌부인 한식, 양식, 일식, 중식위원회의 셰프들이 총출동하여 자신들의 음식 솜씨를 맘껏 뽐냈다.

사실 그들 간에는 어느 위원회의 음식들을 학생들이 더 많이 먹을지, 다 먹고 나서 즉석에서 투표를 진행하여 희비가 엇갈리는 예능 쇼를 연출했다.


<얘들아, 밥 먹자>는 학생들과 교사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소리로 성황리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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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서울호텔 연회장.

윤정열 후보가 영입 1순위로 찍어 놓은 김종안 전 국민의심 비상대책위원장의 출판기념회가 열리고 있었다.


박종원 후보는 갈 생각이 없었는데 캠프 참모들의 강권에 못 이겨 참석, 맨 뒷자리에 앉았다.

참모들은 여느 정치인들처럼 그러한 공간에도 가끔은 가야 한다는 논리였다.

국회의원이면 의원답게 여의도 문법을 어느 정도는 따라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박종원 후보는 천성이 억지 연출을 못했다.

평소에 책을 자주 읽지도 않았다.


그가 가장 탐독하는 책은 요리책이었다.

글보다도 사진이 많은 요리책이라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사서 읽었다.


그의 음식 관련 아이디어는 오로지 틈만 나면 읽어온 수많은 요리책들과 생각날 때마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한 메모들에서 나왔다.

수첩, A4, 냅킨 등 떠오르는 게 있을 때마다 메모를 했고, 펜은 있는데 쓸 수 있는 무언가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는 손등과 팔뚝에 썼다.

그래서 그의 왼쪽 팔에서 팔꿈치 아래 부분은 자신도 뭐라고 쓴 건지 해독이 힘든 메모들로 넘쳐났다.


말 나온 김에 박종원 후보의 메모에 관한 얘기 조금 더 나가본다.

그가 가장 아끼는 쓰레기통이 2개가 있는데, 한 개는 캠프 사무실에 있고, 다른 한 개는 집 거실에 있다.


하루 종일 그가 메모를 한 것들은 사무실에 있을 때는 사무실 쓰레기통에 넣고, 집에 있을 때 끄적거린 메모들은 거실 가운데에 있는 쓰레기통에 넣는다.

떠오른 아이디어, 생각, 발상, 씨앗들을 일단 쓰레기통에 차곡차곡 버리는 것이다.


그 후 언젠가 새로운 구상을 해야 하거나 생각이 발전하지 못하고 벽에 부딪칠 때면 쓰레기통에 손을 넣어 잡히는 메모들을 꺼낸다.

어느 순간 숙성이 되어 있을 수도 있고, 전혀 엮이지 않을 것 같았던 생각들이 합쳐져 제3의 아이디어로 발전하기도 한다.


한 예로 그의 히트 메뉴 중 하나인 ‘우삼겹’은 어느 날 쓰레기통에서 꺼낸 전혀 다른 시간에 쓰였던 2개의 메모인 ‘소’하고 ‘삼겹살’이 콜라보를 해서 탄생한 것이다.


앞에서는 각 당의 후보들이 카메라 세례를 받기 위해 축사를 하고 케이크 커팅을 하고 있을 때, 박종원 후보는 맨 뒤에 앉아 김종안 위원장이 직접 쓴 건지 의혹이 가는 책을 넘겨가며 메모 중이었다.


“오셨습니까, 박종원 후보님.”


고개를 들어 보니 민지당 이정명 후보다.


박종원 후보는 책을 덮고 일어나 반갑게 주먹을 내밀었다.

이정명 후보도 주먹을 내밀어 가볍게 인사를 했다.


“설마 이 모습 보고 내일 신문에 ‘박종원 후보와 이정명 후보, 주먹다짐하다’라고 기사 나진 않겠죠? 히히히.”


역시 유머가 있는 이정명 후보다. 국정감사장에서 들었던 웃음소리였다.


“에이, 내일 신문이 뭐예요. 몇 분 있다가 나이버 메인에 걸릴 수도 있겠죠.”


“맞아, 요즘 실시간이죠? 히히히.”


“근데 이 후보님은 왜 앞쪽으로 가지 않고 이쪽으로 오신 거예요?”


“앞쪽에 있었는데, 박 후보님이 보여서 득달 같이 달려왔습니다. 제가 수년에 걸쳐서 내고 있는 여론조사 숫자를 불과 이삼일 만에 저를 바짝 위협하시는 숫자로 보여주시니까 제가 비결 좀 여쭤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하. 과찬의 말씀입니다. 이정명 후보 하시는 거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좀 따라 해 볼까 하고요.”


셔터 소리가 파바박 들린다 했더니 어느새 십 수 명의 기자들이 두 사람을 에워싸고 있었다.

무대 쪽을 힐끗 보니 김종안 위원장과 윤정열 후보를 위시하여 네댓 명의 후보들 주위에는 기자처럼 보이는 이들이 없었다.


‘박 후보님, 이만 빠지시죠.’


역시 박종원 작가는 눈치 백 단이다.


“이 후보님, 오늘 정말 반가웠습니다. 또 뵙겠습니다.”


“네, 박 후보님도 파이팅하십시오.”


그렇게 두 후보는 갈라섰고, 주위에 있던 기자들은 어느 후보를 따라가야 하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동료 기자들의 얼굴만 쳐다보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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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7시. KBC 스튜디오.

<생방송 100인분 토론>이라는 익숙한 타이틀이 빛나고 있었다.

폐지가 되었던 프로그램이지만, 박종원 후보의 제안으로 긴급 편성되었다.


주제가 주제니만큼 방송사에서도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토론 주제는 이것이었다.


‘대한민국 치킨, 맛없다 vs. 맛있다’


대한민국의 치킨이 맛없다는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이 된 황규익 작가, ‘황규익에 분노한다! 전쟁을 선포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대한양계업연맹의 박치긴 회장, 그리고 토론의 장을 만든 식당 대표이자 대선후보인 박종원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진행은 개그맨 김기라가 맡았다.


청중 100명은 각각 치킨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이들과 이 세상에서 치킨이 제일 싫다는 사람, 현재 치킨을 만들어 팔고 있는 점주, 닭보다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및 오리고기가 낫다는 모임의 회원들이 정확한 비율로 구성되어 자리했다.


양쪽 셰프석에는 대한민국의 대형 치킨 프랜차이즈 bhd의 셰프와 토종닭으로 치맥이 아닌 닭맥을 만드는 한 점포의 셰프가 출전했다.


비장함이 감도는 스튜디오.

마침내, 로고송이 흘렀고, 치킨 대전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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