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출격! 박종원의 아내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출마

by 김영주 작가

2021년 11월 30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D-99


박종원 후보는 아무도 출근하지 않는 캠프 사무실에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박 작가님, 대통령 선거가 99일밖에 안 남았네요. 저 잘 시작한 거 맞겠죠?’


‘그럼요, 박 후보님. 지금 세상은 먹고사는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어요. 후보님은 그쪽을 파고들어야 해요.’


‘현재 다른 후보들은 어떤 상황이죠?’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 캠프는 김종안 비대위원장과 힘겨루기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진했어요.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문제로 2, 3주나 끌었다는 게 국민의심을 실책이에요. 특히 이준식 대표와의 소통에도 금이 꽤 세게 가고 있어요. 심상치 않아 보여요.’


‘민지당 이정명 후보 캠프는 좀 나아 보이던데요?’


‘맞아요. 민지당 이정명 캠프는 확 달라졌어요. 이정명 후보가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은 느낌에요. 또 강한 사람이 이정명 후보 바로 옆에 있다는 게 큰 힘이 되고 있어요.’


‘누구죠?’


‘김혜정 씨예요. 이정명 후보 부인이요. 그분이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한 발짝도 외부 노출을 하지 않고 있는 윤정열 후보하고 너무 대비되고 있거든요.’


‘제가 봐도 그렇게 보여요. 인상이 참 좋으시더라고요.’


‘그 점에선 박 후보님도 못지않잖아요.’


‘그런가요? 하하하.’


‘박 후보님, 오늘도 재미있게 달려보자고요.’


‘이렇게 박 작가님하고 아무도 모르게 대화할 수 있다는 게, 저한테 생긴 능력인가 보죠? 더 강력한 능력치 같은 건 없어요? 요즘에 웹툰 같은 거 보면 퀘스트라 그러나? 그런 게 막 뜨고 그러던데…’


‘박 후보님. 웹툰을 너무 많이 보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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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열 캠프와 이정명 캠프에서는 공교롭게도 거의 동시에 인재 영입 1호가 발표됐다.

윤정열 캠프에서는 이수장 교수를 영입, 선대위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대한민국에서 유명한 여성 범죄심리학자로 시사 방송 프로그램에도 단골로 출연했다.


문제는, 국민의심 이준식 대표는 평소에 호감을 가지지 않고 있었던 인물이라는 것.

그 점을 뻔히 아는 윤정열 후보겠지만 밀어붙였다.


이수장 교수 영입 소식을 들은 황규익 작가는 가만있지 않았다.

“국민의심이 꼰대 한 분을 영입했다. 잘 어울린다. 축하한다.”


이수장 교수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저에게도 30대 아들이 있어요. 그분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성장했는지 제가 옆에서 너무 잘 봤거든요.”라는 발언을 했는데, 황규익 작가는 이 발언에 대해 이수장 교수가 국민의심 이준식 대표를 30대 아들로 보는 꼰대 아니냐는 일갈인 것이다.


이정명 캠프에서 인재 영입 1호로 발표한 사람은 조동현 교수이다.

1982년생의 워킹맘인데 군사와 우주 분야 전문가이다.

놀라운 점은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2020년까지 육군 장교로 근무했는데 이라크 파병, 한미연합사 근무 등을 거쳤고, 미국 하버드대학교와 예일대학교에서 공부도 했다.

현재는 석영대학교에서 군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데, 이정명 캠프의 눈에 들었던 것이다.


박종원 후보는 휴대폰으로 기사들을 보며 감탄을 했다.


‘조동현 교수라는 분, 스펙 죽이는데요? 어떻게 이런 분을 발굴했을까요?’


‘제 후배 작가가 마침 그분 하고 방송을 같이 했더라고요. 맨날경제TV에서 12월 2일 오후에 그분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이 방영돼요.’


‘그래요? 내용이 뭔데요?’


‘항공우주산업에 대해 각계 전문가들하고 대담을 했더라고요. <뉴 스페이스 시대, 항공우주강국을 위하여>라는 제목이에요.’


‘오~ 꼭 한 번 봐야겠네요. 역시 박 작가는 모르는 게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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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박종원 캠프 빌딩 1층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랜만에 우삼겹과 대패삼겹살 냄새가 진동했다.

기자들이 방역 체크와 할인된 가격의 비용을 내고 아침부터 고기를 먹고 있었다.


이들은 이 시간에 이곳에 왜 온 걸까.

박종원 캠프의 인재영입 1호의 발표가 있는 날이었다.

오전 8시에 기자들에게 단체 문자가 전송됐고, 유튜브를 통해 공지가 됐다.


취재를 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올 수 있었다.

1층엔 이미 만석이 됐고(거리두기로 인해 평소에 비해 적은 인원을 들여보낼 수밖에 없기도 했고) 캠프 빌딩 외부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중계가 되고 있었다.

유튜브를 통해서도 전 세계로 중계가 준비 중이었다.


고기를 먹는 기자들은 전혀 정보를 입수한 바가 없기에 궁금해하다가도 이내 고기 맛에 빠져들어 기자회견장에 온 건지 맛집에 온 건지 착각을 하곤 했다.


“박종원 후보님 입장하십니다!”


박종원 후보가 2층 계단에서 미소 지으며 내려와 마이크 앞에 섰다.


“어이구, 진짜 많이 오셨네요.”


허겁지겁 먹던 기자들은 그제야 기자회견장에 왔음을 깨닫고 박종원 후보를 쳐다봤고 사진기자들은 카메라를 돌리기 시작했다.


“거두절미하겠습니다. 부족한 저를 도와 저의 대선가도를 맛있게 만들어주실 분들을 소개하겠습니다.”


“분들? 한 명이 아닌가 보네!”


기자들이 술렁거렸다. 키보드를 치는 소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어떤 기자인지는 모르겠지만, 30초도 되지 않아 속보가 떴다.


「단독! 박종원 캠프 인재 영입, 한 명이 아니다!」

「충격! 박종원 캠프 인재 영입, 복수 선언!」


“먼저, 황규익 작가를 소개합니다!”


결국, 황규익 작가가 박종원 후보가 내민 손을 잡았다.

황규익 작가가 2층에서 내려왔다. 기자들을 향해 꾸벅,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황규익입니다. 맛 칼럼니스트로 불리기도 하고 음식평론가이기도 하고, 책도 여러 권 썼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의 시작은 <농민신문사>에서 편집을 하고 교열을 했고 운이 좋아 기사를 쓰면서 지금까지 왔습니다. 오늘부터 박종원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데 제가 가진 모든 걸... 쏟아붓지는 않고요.”


웃음이 터졌다. 박종원 후보도 크게 웃었다.


“쉬엄쉬엄, 노는 것처럼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자들의 손이 올라갔다.


“역시 황규익 작가님이 오시니까 물어보고 싶은 게 많은가 보네요. 네, 굳이 제가 뭐라 하지 않겠습니다. 맘껏 물어보시죠.”


“황규익 작가님은 그동안 해 오신 걸 보면 박종원 후보와는 음식에 있어서 결이 꽤 다르지 않으신가요? 비판도 꽤 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황규익 작가와 박종원 후보는 서로 쳐다보며 미소 지었다.


“말씀하시죠.”


“아뇨, 먼저 하실 말씀 있으실 거 아네요.”


두 사람은 서로 먼저 얘기하라고 떠밀었다. 황규익 작가가 마이크 앞에 섰다.


“제가 박종원 후보가 음식 장사하고 음식으로 스타 방송인이 됐을 때 좀 깠죠. 왜? 제가 볼 땐 좀 아니다 싶었거든요. 근데, 음식으로 이렇게 대중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분이라는 점은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음식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고요. 그러면 결이 달라야 더 재미있는 거 아닐까요. 똑같으면 재미없잖아요. 근데 어느 날 정치를 하겠다고 하더니 이젠 대통령까지 하시겠다는데, 먹고사는 문제를 제대로 건드려보시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같이 고민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또 다른 기자가 일어났다.


“박종원 후보님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이번엔 박종원 후보가 나섰다.


“저는 황규익 작가님을 사실 오래전부터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술렁거리는 기자들의 키보드 소리가 빨라졌고 기사들이 쏟아졌다.


「충격! 박종원 후보, 황규익 작가를 존경한다!」

「경악! 박종원 후보 제정신인가? 막말 작가 황규익 씨를 흠모」


“제가 하지 못하는 말을 거침없이 하시는 분이잖아요. 물론 음식 만드는 솜씨는 저를 따라오지 못하지만요.”


“인정!”


황규익 작가가 엄지 척했다.


“둘이 먹는 얘기 시작하면 밤새우는 건 금방이더라고요. 그래서 삼고초려했습니다. 자, 계속 질의응답만 할 수 없을 거고요, 또 소개할 분이 있습니다. 준비되셨나요? 내려오시죠.”


기자들의 시선이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쿵, 쿵, 쿵. 내려오는 발이 있었다.


‘우와~’


기업 육뚜기의 회장 하명준이었다.


“하 회장님 다들 아시죠? 제 군대 선임이셨고. 전에 한 방송을 하면서 다짜고짜 전화해서 말도 안 되는 요구를 공개적으로 했는데 들어주셔서…”


박종원 후보가 방송인으로 잘 나갈 때 고정으로 출연하던 <맛으로 광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지역의 마을에 가서 그곳의 농수산물의 상황을 파악하고, 함께 간 연예인들이 박종원의 지도를 받아 농수산물을 활용하는 요리 대결을 벌이는 콘셉트였다.


한 번은 진도에 간 적이 있었는데 판로를 찾지 못한 그곳의 특산물이었던 김이 창고에 산을 이루고 있었다.

고민을 하던 박종원이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하명준 회장이었다.


“선배님, 저 박 중위입니다. 여기 품질이 기막힌 김이 천지에 널려 있네요. 이거 어떻게 회장님 회사에서 만드시는 제품에 들어가게 할 수 없을까요?”


당시 하 회장은 튀김을 개발 중이었다.


“박 중위, 마침 내가 튀김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탁 막혀있던 차거든. 좋은 아이디어 주면 당장 반영해볼게.”


“튀김이요?”


그때 박종원의 머리에 전구가 번쩍였다.


“김말이 어떠세요?”

“김말이?”


“일반적인 김말이 하면 안에 잡채 같은 거로 하잖아요. 전 김말이 먹을 때마다 김이 좀 아쉬웠거든요. 김두말이튀김 어떠세요?”

“김두말이?”


그렇게 해서 진도에 쌓여 있던 김들은 즉각 육뚜기로 공수됐고, 일주일 후 전국의 마트와 편의점에는 한정판 ‘김두말이튀김’이 깔렸다. 순식간에 매진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시너지를 톡톡히 낸 박종원과 하명준 회장의 컬래버레이션이 다시 재현된 것이다.

이번에도 기자들의 손이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하 회장님, 박종원 후보의 어떤 점이 정치에까지 참여하시게 한 겁니까?”


하명준 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박종원 후보는 늘 제게 믿음을 준 사람입니다. 정치를 한다 해도 믿음이 가는 친구라서 제게 손을 내밀었을 때 모른 척하기란 힘들었습니다.”

“어떤 직책을 맡기로 하신 겁니까?”


박종원 후보가 나섰다.


“제가 정치 신인이라 그런지 다른 당의 후보님 캠프처럼 선대위원장이니, 공동위원장이니 하는 개념이 우리 캠프에는 없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없을 건지는 모르겠는데, 저희는 제가 식당을 만들고 그게 커졌던 때처럼 좋은 식당을 만들어간다는 개념으로 운영을 하려고 합니다.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궁금하신 점들 계시겠지만, 저희 캠프에 함께 하기로 하신 분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박종원 캠프의 이른바 인재 영입 쇼는 황규익 작가와 육뚜기 하명준 회장의 합류로 첫 번째 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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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즈음. 이번엔 강남의 한 피자와 치킨 집에 사람들이 몰렸다.

‘로봇피자&닭맥’이라는 식당에 박종원 후보가 나타난 것이다.

이름 하여 ‘박종원 후보가 피자랑 치킨 쏜데이’다.


약속대로 12시에 박종원 후보가 문을 열었다.


“어떤 후보는 1시간을 늦고 40분만 얘기하고 자리 떴다면서요? 저는 천성이 그렇게는 스케줄을 잡지 않아요. 적어도 점심시간은 뽕을 뽑아야 하지 않겠어요?”


이 식당은 개업한 지 1년도 안 된 곳인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식당 이름에서 짐작하겠지만, 로봇이 피자를 만들었다. 치맥을 만들고 팔았는데 토종닭으로 치킨을 만들었다.


로봇이 피자를 만든다고?

정말 그랬다.

미국에 갔던 창업주는 로봇 팔이 치킨을 튀기는 모습을 보고 필이 꽂혔다.

식당의 미래를 본 것이다.


연구에 연구를 하여 피자 도우를 돌리고 토핑을 할 줄 아는 프로그래밍이 된 로봇을 개발했다.

피자 로봇이 힘든 노동이 요구되는 피자를 만들면 사람은 서비스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박종원 후보는 식당 사장에게 로봇 피자를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고 해 보기 시작했다.

로봇 팔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익숙한 손놀림으로 도우를 돌리기 시작하는데, 달인이 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금세 냈다.


“우와~ 이거 제대 론데요? 그럼 전 그냥 여러분한테 잘 갖다 드리면 되겠네요.”


그때였다.

밖에서 환호성 소리가 났다.

잠시 후 문이 열리더니 한 여성이 들어왔다.


“여보!”


박종원 후보의 아내 소무진이었다.


“여보, 웬일이에요?”

“저도 이제 슬슬 나서야 하지 않겠어요? 서빙하면 또 저잖아요.”


“그거야 그렇죠!”


박종원 후보의 입이 찢어졌다.


「박종원 후보의 아내, 소무진 등판!」

「아내의 대선 전쟁 본격화되나? 김혜정 vs. 소무진」


대선이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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