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박종원 아내의 충격 선언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출마
박종원의 아내 소무진은 쇼 호스트였다.
박종원의 나이 50이 되던 해에 40이 된 아내와 결혼했다. 일에 빠져 연애를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일이 바빠도 의지만 있다면 여성을 만날 수 있고 조금만 더 의지만 있다면 연애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연애 의지가 주변에 있는 남자들에 비해 박약했다.
아내 소무진도 비슷한 성향이었다.
20대에는 스튜어디스를 했다. 그런데 비행을 하면 할수록, 거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몸이 견디지 못했다.
무조건 땅에 발을 딛고 일하는 직업을 찾으리라 결심하고 이곳저곳을 알아보던 중 쇼 호스트를 구한다는 공고를 보게 된다.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지 몰랐지만 회사가 집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지원했고, 덜컥 1차 서류에 붙어버렸다.
2차는 실기 및 카메라 테스트였는데 그녀가 쇼 호스트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스튜어디스를 하며 저도 모르게 몸에 밴 서비스 마인드와 자세에 팔아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쇼 호스트였다.
거기에 한층 높은 톤이지만 묘하게 안정적인 그녀의 목소리는 듣는 이들의 귀에 착 감겼다.
2차 카메라 테스트를 겸한 실기 시험 날. 즉석에서 팔아야 할 제품이 랜덤으로 주어지는 방식이었는데 그녀에게는 세탁기가 배당됐다. 문제는 탈수 기능이 없는 세탁기라는 것. 30분간의 생각할 시간이 주어진 후 면접자들 앞에서 쇼를 펼쳐야 했다.
"이 세탁기는요, 그 어떤 묵은 때도 말끔하게 빼주는데요, 그래서 별명이 죽은 옷을 살리는 세탁기예요. 바로 그런 이유로 세탁소 사장님들이 제일 싫어하는 제품 1위고요. 근데 이렇게 기가 막힌 기술을 갖췄는데 왜 탈수 기능을 안 넣었냐. 탈수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냥 새
옷이 되어 나오니까요."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버리는 능력이 어필되어 합격했다. 그리고, 그녀는 DJ쇼핑의 간판 쇼 호스트로 30대를 구가한다.
딱 하나, 연애를 못한 것만 빼고.
먹는 걸 좋아하고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 일에 40대를 바친 한 남자와 어떤 제품이라도 그녀가 픽하면 완판이 되는 일에 30대를 바친 한 여자가 만난 것이다.
쪽박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식당을 전문가의 솔루션으로 살려내는 콘셉트의 프로그램 <해결! 맛이 보인다>에서 식당 전문가와 쇼 호스트로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는데, 4개월 후 결혼을 발표하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먼저 박종원 후보의 얘기다.
“저는 홈쇼핑 채널은 음식 관련된 걸 팔 때 말고는 제대로 본 적이 없어요. 이 사람은 주로 패션, 뷰티 분야에서 일했으니까 제가 알 턱이 없었죠. 근데 만나보니까 음식을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남 다른 거예요. 제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많이 배우거든요. 내가 배울 수 있는 여자랑 한 집에서 살 수 있다? 더 이상 미룬다는 건 죄를 짓는 거죠, 죄.”
소무진은 어떻게 말했을까.
“이 사람 얘기하는 건 다 저 듣기 좋으라고 하는 얘기고요, 회사에 무슨 비밀 기지 같기도 하고 실험실 같기도 한 곳이 있었어요. 지금은 꽤 넓은 공간인데 그때만 해도 아담한 심야식당 같은 느낌? 한 번은 뭐가 먹고 싶냐 그래서 아침은 일본, 점심은 베트남, 저녁은 홍콩에서 먹어보는 게 꿈이라고 했거든요. 거의 농담이었죠. 근데 다음 날 아침 주소를 문자로 보내온 거예요. 가보니까 그런 공간이었고, 그날 하루 세 끼를 일식, 베트남 요리, 홍콩 요리를 그곳에서 먹었어요. 그날 집으로 가면서 결심했죠.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 있어도 재미있었다면 나랑 잘 맞는다는 거 아닌가?”
그렇게 뒤늦은 시기에 만나 서로의 존재를 확인한 그들은 불과 4개월간의 연애를 거쳐 결혼을 해서 부부가 되었고, 두 딸의 엄마 아빠로서 살고 있다.
소무진은 아이를 연년생으로 낳고 육아에 전념하면서 자연스럽게 홈쇼핑 업계에서 물러났기에, 사람들은 박종원 대표가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국회의원이 되었을 때,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 나서기로 결심했을 때 소무진은 어떻게 반응했는지 궁금해했다.
그런 소무진이 수년 만에 전격적으로 로봇이 피자를 만들고 토종닭으로 치킨을 만드는 식당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여보, 웬일이에요?”
“저도 이제 슬슬 나서야 하지 않겠어요? 서빙하면 또 저잖아요.”
50이 가까워오지만 여전히 비주얼은 사기캐였다.
식당 밖에 있던 사람들은 전면 통유리 앞으로 몰려들었고,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은 환호를 질렀다.
소무진은 미소를 지으며 로봇이 막 구워낸 피자와 토종닭치킨과 맥주를 서빙하기 시작했다.
기자들은 사진을 찍기 바빴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소무진 씨, 박종원 후보가 대선 후보로 뛰고 계신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깜짝 놀랐죠.”
빠르게 말을 하고 구석자리에 있는 손님 앞으로 피자를 놓았다.
“그럼, 반대했다는 건가요?”
“그 말씀이 아니고요, 깜짝 놀랐다고 말씀드렸어요.”
“어떤 점이 제일 놀라웠습니까?”
“제가 남편을 잘 몰랐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럼, 정치인으로 변신한 박종원 후보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를 하고 있지 않다는 뜻으로 봐도 되나요?”
500cc 잔에 생맥주를 따르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다.
“제가 지금 이 잔에 맥주를 따르고 있잖아요. 근데 어떤 맥주 일지 마셔보기 전에는 몰라요. 그렇다고 제가 이 맥주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잖아요?‘
질문을 던진 기자는 머쓱해하며 옆에 있던 기자들을 쳐다봤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남편 박종원이 나섰다.
“이 사람이 반대했으면 제가 지금 여기서 이렇게 일하지도 못하겠죠. 자,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사항들에 대해선 다 말씀드릴 테니까, 이 공간에서만은 먹는 데 집중하고요, 끝나면 기자회견을 하겠습니다. 콜?”
기자들이 멈칫하며 서로 보다 일제히 손을 들었다.
“콜!!!”
원래는 점심시간 전후로 해서 2시간 정도 행사를 계획하고 왔지만, 예상외의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박종원이 피자와 치킨 쏜데이’ 프로그램은 4시간 만에 겨우 정리가 됐다.
식당 측에는 양해를 구하고, 식당(食黨)이라는 이름의 정당에 걸맞게 식당 안에서 박종원 소무진 부부 기자회견이 시작되었다.
“원래 오늘 제 일정에는 없는 건데요, 제가 원체 계획대로 살아온 사람이 아니니까요, 뭐 궁금한 거 물어보세요. 이 사람도 예전에는 방송에서 물건 좀 팔아보려고 안간힘을 쓰며 혼자서 말만 했으니까 아마 얘기를 좀 듣고 싶어 할 수도 있고요. 내 말 맞죠?”
박종원 후보는 아내의 눈을 보며 겸연쩍은 듯 웃었고 소무진도 웃음으로 화답했다.
“네, 저야 뭐 이제는 딸딸이 엄마로 사는 인생이 훨씬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요, 이 사람이 또 절 가만히 놔두질 않네요. 뭐 어떻게 되나 보려고요.”
“자, 그냥 자유롭게 얘기하시죠. 대신 제가 저녁에는 다른 일정이 있으니까요, 딱 1시간만 하겠습니다. 이만하면 나쁘지 않죠?”
복닥복닥 모여 앉은 기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손을 들었다. 누군가는 100미터 달리기의 출발선에 앉은 육상선수가 0.01초라도 빨리 스타트를 하기 위해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고 뛰쳐나갈 준비라도 하는 양, 키보드를 두드릴 준비로 손가락을 주무르고 있었다.
“아까 말씀으로 유추해보면 소무진 씨도 남편의 정치 활동에 찬성까지는 아니어도 반대는 안 하며 도울 수 있는 건 돕겠다는 자세인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대선 후보의 부인으로서 다른 당 후보들의 부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소무진이 입을 열었다.
“우선 현재 언론에 나오시는 후보의 부인 분들을 제가 개인적으로 아는 분은 없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인사하게 되겠죠. 같이 무언가를 해야 할 때도 있을 거고요. 잘은 모르지만 한 분씩 말씀드리면… 민지당 이정명 후보의 부인 김혜정 씨는 참 인상도 좋으시고 말씀도 잘하시잖아요. 정남 시장하셨을 땐가? 예능 프로에도 꽤 오래 나오셨는데 되게 웃겼고…”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 부인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분 이름이 뭐더라…”
“김건휘 씨입니다.”
“네, 김건휘 씨요. 근데 그분은 워낙 보이질 않아서요. 뭐라고 말씀드릴 게 없네요. 예전에 남편이 감찰청장 됐을 때 청와대 같이 들어갔던 거 하고, 되게 미인이더라고요. 또 뭐가 있었지?”
“주선일보입니다. 박종원 후보께서는 앞으로 아내 분하고 어떤 활동을 하실 계획입니까?”
“특별한 계획을 세운 건 없습니다. 앞으로 아내하고 상의해서…”
“쇼 호스트로 복귀를 계획입니다.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라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지 못해 죄송한데요, 한 채널 하고 얘기를 진행 중입니다.”
옆에 있던 박종원 후보가 놀라 소무진을 쳐다봤다.
“뭐? 쇼 호스트 복귀한다고요?”
기자들이 술렁댔다.
“남편 하고는 상의를 안 하신 건가요?”
“네, 아직 계약을 한 건 아니라서요. 이 바닥 아시잖아요. 구상하고 얘기 나오다 무산되는 프로그램들 많잖아요. 그래서 신중을 기하고 있어서 그래요.”
박종원 후보는 이내 표정을 가다듬고 미소를 지었다.
“기자 여러분, 들으셨죠? 제 아내 소무진 씨가 쇼 호스트 복귀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대통령 후보, 아내는 쇼 호스트. 뭔가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지 않습니까?”
「박종원 후보 아내 소무진, 쇼 호스트 복귀 예고」
「스타 쇼 호스트 소무진, 박종원 대선 가도에 어떤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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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일 수요일, 대선 D-98
대선이 이제 불과 100일도 안 남아서인지, 하루가 멀다 하고 여론조사들이 발표되었다.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들쭉날쭉 하긴 했지만, 특기할 사항은 전반적으로 오차범위 밖으로 앞서가던 윤정열 후보와 2위 이정명 후보와의 격차가 대폭 줄었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채널B의 의뢰로 조사한 서치앤서치의 결과는 이정명 후보가 근소하게나마 윤정열 후보를 앞섰다고 발표했다.
‘내년 3월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이정명 후보가 30.5%, 윤정열 후보가 29.6%를 기록했다.
식당 박종원 후보는 23.4%를 기록했고,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 3%, 정이당 심상순 후보 2.9%의 순이었다.
그동안 많은 조사에서 1위를 달리던 윤정열 후보는 사상 초유의 당 대표 파업이라는 사태가 일어나 난맥상을 오랜 시간 보이고 있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반면 이정명 후보는 민지당 선대위의 분위기를 주도하며 매주 주말에 버스를 타고 지역민을 만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준 결과라는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양 당의 선거 전문가들이 전혀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굳건하게 3위를 하고 있는 식당 박종원의 존재일 것이다.
'박 작가님, 3위로 만족하면 안 되겠죠?‘
‘그럼요, 박 후보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