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파도 파도 박종원 미담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출마
박종원 후보의 휴대폰에 처음 번호는 번호가 떴다.
"박종원 후보님, 요트 강사한테 김치를 해서 갖다 주셨다는 게 사실입니까?"
"네? 김치요? 무슨 강사요? 근데 실례지만 전화 주신 분은 누구십니까?"
"네? 아 네, 정중앙일보 구석애 기잡니다. 방금 한 요트 강사가 SNS에 올린 글이 여기저기 리트윗이 돼서요. 팩트 체크 차원에서 연락드렸습니다."
기자가 언급한 요트 강사의 글은 이랬다.
<3년 전쯤 내가 하는 요트 강의에 스타 프랜차이즈 사업가이자 방송인인 박종원 씨가 들으러 왔다. 방송으로 너무 익숙했던 사람이라서 정말 방송에 보이는 것처럼 좋은 사람일까, 화면 속 모습 하고는 차이가 있겠지 하는 일종의 편견이 작동하기도 했는데 직접 대하고 보니 너무 좋은 사람이었다. 사람 좋은 동네 형님 같았다. 8주간의 교육은 잘 끝났다. 사진도 찍고 아쉽게 작별을 했는데, 한 달 후쯤인가, 간호사로 일하는 누나에게 연락이 왔는데 혹시 박종원 대표에게 환자들이 먹을 만한 김치는 어떻게 만드는지 알아볼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박종원 대표가 나의 강의를 듣는 학생이라고 자랑했던 게 문제였다. 그저 강사와 수강생의 관계였기에 어찌할까 며칠을 고민하다가 누나에게 한 말도 있는 지라 시도라도 해보자고 결심, 장문을 문자를 보냈는데 박종원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그런 음식에 대한 건 자기한테도 새로운 도전이니까 회사 개발팀하고 상의해보겠다는. 그런데 내가 더 놀랐던 건,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때 개발팀 직원이라는 분이 김치 통 3개를 들고 왔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시도 끝에 일단 세 종류로 만들어봤으니 먹어보고 꼭 얘기를 해달라는 메모가 있었고 각각의 김치에 해당하는 레시피가 들어 있었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감동해서 눈물 흘려보긴 처음이었다.>는 스토리다.
얘기를 듣고 보니 박 후보는 정확하게 생각이 났다.
"아아, 그 김치요. 예예 그런 일이 있었죠."
3년 전쯤 여름 부근이었다. 당시 박종원 대표는 한강에서 요트를 배웠다.
한 피디로부터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며 제안을 받았는데 내용을 살펴보니 요트를 타고 세계의 바다를 돌며 요리를 하는, 일종의 생존 요리를 하는 것이 주요 콘셉트로 하는 기획이었다.
그는 강하게 흥미를 느꼈는데 자신이 요트를 직접 타보지 않으면 참여하더라도 수박 겉핥기가 되리라는 생각에 아예 요트 강의를 신청한 것이다.
처음 경험하는 요트의 세계는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전혀 새로운 세계였다. 무동력으로 가는 요트는 한 척을 구입해서 1년에 한 번 정도는 한두 달이라도 바다로 나가고 싶어 졌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아쉽게도 방송사의 이런저런 이유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그는 이미 방송하고는 전혀 상관없이 요트에 푹 빠졌고 두 달 과정의 요트 강의를 마쳤다.
그러고 나서 강사에게 그러한 문자가 왔고, 마침 필요한 작업이라 생각해서 했던 것뿐이었다. 대선에 나선 박 후보에 그렇게라도 해서 도움을 주고 싶었던 걸까.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다.
"근데 기자님,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요트 강사하고는 강의를 받기 전부터도 친분이 있었던 관계입니까?"
"아뇨. 전혀 아닌데요. “
“근데 당시에 가만히 있다가 왜 이제 와서 그런 글을 올린 걸까요? “
박종원 대표는 천성이 꾸미거나 돌려 말하거나 하지 못했다.
“그야 제가 대통령 후보가 되었으니까 저한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왜 그러면 안 되나요?”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만.”
“근데, 그분이 올렸다는 내용에 팩트가 잘못된 게 있습니다."
"네? 어떤 점이 그렇죠?"
"제가 평소에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닌데요, 누구한테 좋은 일 해준 건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는데요, 그때 그 강사님에게 보낸 김치는 3통이 아니라 4종류로 시도를 했습니다. 아마 4통 드렸을 겁니다. 뭐 그렇다고 대세에 지장이 있다는 건 아니고요. 하하."
10여 분 후, 단독의 이름을 단 기사가 떴다.
「단독! 요트 강사, 박종원 대표에게 4통 받았다!」
기사는 이렇게 시작했다. 최근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박종원 후보의 미담을 올린 글에 팩트가 틀렸다고 박종원 후보가 직접 말했다. “제가 드린 건 4 통이에요.” 기자의 확인 취재 결과, 모 요트 강사는 4통을 받아 1통은 지인에게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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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여사님. 실물로는 처음 뵙는데, 너무 아름다우십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영부인 김영숙 여사가 손사래를 쳤다.
“제가 초대한 게 아닙니다. 사랑의열무에서 회장님을 비롯해서 모든 직원들이 박종원 후보님을 꼭 초대해야 한다고 했다고 들었습니다. 후보님 덕분에 내년 대선이 다이내믹해졌습니다.”
“허허허. 맞습니다. 그동안 윤정열 후보님만 의식해서 재미없었는데, 박종원 후보님이 가세하셔서 저도 바짝 긴장하고 하고 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윤정열 후보님?”
어디를 가도 분위기를 띄우는 데는 선수인 민지당 이정명 후보가 크게 웃었다.
“윤정열 후보님은 지금 오고 계시답니다.”
“어, 벌써 뒤처지시면 안 되는데.”
“하하하”
“이정명 후보님 섭섭한데요. 정이당은 안 보이시나 봐요.”
심상순 후보도 가만있지 않았다.
“이번엔 저도 중도에 철수하는 일은 절대 안 일어날 겁니다.”
하도 철수한다고 놀림을 당해서인지 스스로를 놀림감으로 삼는 여유를 확보한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도 미소 지었다.
문대인 정부의 영부인과 다음 정부의 주인 자리를 노리는 대선후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사랑의 온도탑이 제막되는 서울시청 광장에 마련된 행사장이다.
2000년 12월에 처음 세워진 온도계가 있다. 사랑의 온도탑이다.
매년 연말이 오면 12월에서 다음 해 1월까지 두 달간 모금을 하는데, 목표액의 1%가 채워질 때마다 1도씩 빨간 눈금이 올라가게 프로그램이 되어 있다. 시청 광장에 커다랗게 세워지는데,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홍보 만점 효과의 온도계다.
매년 12월 1일에 시청광장이나 광화문 광장에서 사랑의 온도탑 제막 행사를 하고 방송으로 생중계를 했다.
영부인을 비롯하여 보건복지부 장관, 서울시장 등이 VIP로 참석을 하는데, 올해의 행사에는 대선 후보들도 초대가 됐다. 국민의심 윤정열, 민지당 이정명, 국민이당 안철순, 정이당 심상순 후보에 이번에는 식당 박종원 후보도 초대된 것이다.
“행사 시작 3분 전입니다.”
행사 진행 요원이 몽골텐트 밖에서 외쳤고, VIP들은 밖으로 나가 각각 이름이 부착되어 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럼 지금부터, KBC 특별 생방송 희망2022 나눕시다 사랑의 온도탑 제막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진행자의 매끄러운 진행으로 행사가 시작되었고, 후반부의 하이라이트 부분인 사랑의 온도탑에 불을 밝히는 퍼포먼스를 하기 위해 11명의 VIP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나란히 선 그들의 앞에는 각각 이름이 부착된 커다란 터치버튼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핸드 마이크가 영부인, 윤정열 후보와 이정명 후보, 서울시장에게만 놓여 있었다.
사전에 약속된 시나리오에 4명에게만 진행자가 질문을 던지면 나눔과 기부에 대한 좋은 얘기를 하는 것이었다. 영부인을 시작으로 각각에게 약 1분 정도의 말을 했다. 물론 나눔과 기부의 의미가 어떻고, 연말에 추위를 따뜻한 마음으로 녹이자 운운하는 말들이었다.
“자, 그럼 이제, 사랑의 온도탑의 불을 환하게 밝히기 위해!”
카메라가 진행자의 모습을 비출 때 진행요원들이 4개의 핸드 마이크를 수거해가는 순서였는데, 박종원 대표가 마이크를 낚아챘다.
“무엇이 필요할까요?”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모두가 멈칫했고, 진행자도 소리가 나온 곳을 바라봤다. 박종원 후보 가 마이크를 들고 씨익 웃고 있었다.
“바로 사랑이 필요한 거겠죠. 그러기 위해선 모든 사람이 잘 먹어야 합니다. 든든하게 챙겨 먹어야 합니다. 특히 추운 겨울에 잘 먹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 가까운 사람이 굶고 있으면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하는 게, 그게 나눔이 아닐까요.”
아직도 많은 이들이 당황해했다.
“이제 사랑의 온도탑 불 밝혀야죠?”
“네에~ 그렇습니다. 밥 든든히 먹었으니까, 사랑의 온도탑의 불을 환하게 밝히기 위해 카운트다운을 하겠습니다. 하나! 두울! 셋! 터치버튼을 눌러주세요!!!”
무대 위의 사람들은 터치버튼을 힘차게 눌렀고, 사랑의 온도탑의 빨간 줄이 힘차게 올라가 100도를 기록했고, 팡파르가 울려 퍼졌다. 이렇게 올 겨울은 사랑의 온도와 표심의 온도가 함께 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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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심 쪽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며칠 째 혼돈이 계속됐다.
이준식 당 대표가 당무를 거부하고 남도를 다니고 있었다. 잠적을 한 건가 답답해할 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곳은 부산. 부산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같은 당 국회의원 장자원 의원의 사무실에서 혼자놀이를 하는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비어 있는 장자원 의원 사무실에 왔다는 건데 어떤 의미였을까.
김종안 위원장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느냐를 놓고 윤정열 후보에게 ‘패싱’ 당하는 수준으로 결론이 나자 이 대표는 잠적을 했는데, 윤 후보는 측근 의원을 보내 이 대표 지역구의 당협 사무실에서 약 30분간 기다렸다.
문제는 그 사무실에는 이 대표가 없을 것이 자명할 터인데 일종의 제스처 차원에서 간 게 아닌가 라는 해석을 한 것이고, 이 대표는 자신도 받은 것을 그대로 돌려준다는 뜻에서 역시 그곳에 없을 것이 명약관화했던 장 의원의 비어있는 지역구 사무실에 들어가서 기다리면서 혼자 노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박종원 후보는 그 모습을 보며 혀를 끌끌 찼다. 몸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는 박종원 작가가 물었다.
'박 후보님, 이런 행태들 보면 무슨 생각이 드세요?'
'글쎄요. 유치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겠는데요. 사무실에 없을 걸 뻔히 알면서도 갔다는 건 '난 이렇게 당신을 찾아왔었다, 성의를 보인 거다 ‘,라고 하는 거잖아요. 그걸 당한 이 대표는 부산까지 가서 그대로 반사! 한 거고요.'
'그렇죠? 우리네 정치가 이 수준밖에 안 되네요. 박 후보님은 그렇지 않다는 걸 꾸준하게 보여주셔야겠어요.'
'근데 이준식 대표가 밖으로 돈 게 오늘로 3일 째죠? 이거 정말 화해하지 않겠다는 건지…'
'오늘 제주도 가서 공개적으로 기자들에게 입을 열고 jpbc 뉴스하고 인터뷰했더라고요. 후보님도 보셨죠?'
'예, 봤죠. 대선 후보가 되고 나니까 다른 당 움직임을 제일 먼저 보게 되네요. 제 길만 가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도대체 저 사람들은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한 건 어쩔 수 없네요.'
'그건 당연한 거예요. 또 알아야 우리도 나름 대처할 수 있고요.'
'이준식 대표 말이 세던데요? 기자가 당무를 거부한 거냐, 윤 후보 쪽에서 어떤 조치를 하면 이견을 해소하고 서울로 복귀할 거냐 물으니까 당무를 한 적이 없는데 뭔 거부냐, 논의를 한 적이 없는데 뭔 이견이냐, 하더라고요.'
'젊은 친구가 강단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30대에 당 대표가 됐겠지만요.'
‘저녁 뉴스에서 인터뷰하는 거 보니까 자기는 백기를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뭘 뜻하는 걸까요?’
‘윤정열 후보가 이렇게 나가다가는 당선이 힘들다고 판단한 거 아닐까요?’
‘글쎄요, 벌써 그런 생각을 할까요.’
박종원 후보가 골똘한 모습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
'역시 문제는 소통이에요. 같이 논의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이 중요한 거 같아요. 우리 캠프도 이 과정을 잘해나가야 할 거 같아요.'
소리 없는 전쟁 대선판이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