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박종원, 방송기자연맹 토론회 하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출마

by 김영주 작가

사상초유 당 대표의 가출로 시끄러웠던 국민의심의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됐다.


서울에서 대책을 마련 중이던 윤정열 후보가 전격적으로 이준식 후보가 있다는 울산광역시로 가서 만났다.


울산광역시의 한 언양 불고기 집에서 두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했고, 비공개 만남을 가진 후에 카메라 앞에 나와 ‘우리는 아무런 이견이 없습니다. 함께 정권교체를 위해 원 팀이 되기로 했습니다. 김종안 위원장을 선대위원장으로 모시기로 했습니다.’라고 정리할 수 있는 입장을 발표했다.


박종원 대표는 아직 정치 신인이라 그런지 이런 모습들이 혼란스러웠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의견을 나눈 적이 있어야 이견이 존재하는 거 아니냐, 날 홍보비 떼어먹으려고 하는 사람이라 했다, 파리 떼 운운’이라며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날이 시퍼런 각을 세웠던 사람들이 어쩜 이렇게 확 달라질 수 있는 건지 도대체 이해가지 않았다.


이럴 때 속 얘기 나눌 수 있는 대상은 자신의 몸 혹은 마음 어딘가에 들어 있는 박종원 작가다.


‘박 작가님, 정치라는 게 이런 건가 보네요. 이제 좀 알겠다 싶다가도 깜짝깜짝 놀라는 제가 아직도 온전한 정치인이 안 됐다는 얘기죠?’


‘그런 게 정치인이라면 잘못된 거죠. 그렇지 않은 정치인도 없지는 않고요. 이번 국민의심 사태를 두고서도 의견들이 갈리더라고요. 이준식 대표가 원하는 걸 얻었으니 완승한 거다, 는 쪽이 있고요, 아니다 윤정열 후보가 포용력을 보여준 거다, 는 의견이 있더라고요.’


‘잘 연출된 한 편의 쇼 아니었느냐는 얘기도 있던데요?’


‘홍준펴 전 후보는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쇼 할 수 있는 것도 능력이라고요. 아무튼 김종안 위원장을 영입하려 했던 건 처음부터 그런 거였으니까 좀 돌고 돌아 원래 자리로 온 거죠. 이제 민지당에서 어떻게 잘 대처해나가는지 봐야겠죠.’


‘그렇겠죠.’


“누구랑 그렇게 말씀을 나누시는 거예요?”


박종원 후보가 깜짝 놀라 보자 황규익 작가가 웃으며 서 있었다.


“황 작가님, 제가 누구랑 얘기를 하고 있었다고요?”


“예. 아무도 없는데 무슨 소리지 했어요. 뭐라 뭐라 얘기하시는 거 같기도 하고 표정도 막 변하고… 마치 모노드라마 연기하시는 거 같아서 깜짝 놀랐어요.”


박종원 후보는 이번엔 속으로만 말을 했다.


‘박 작가님, 앞으로 조심해야겠네요.’


‘네, 박 후보님도 저하고 얘기하실 때는 지금처럼 속마음으로만 하세요. 뭐 저라는 영혼 하고 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해봤자 믿을 사람 아무도 없겠지만요.’


“혼잣말하는 버릇이 있나 보죠?”


“아 예, 제가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할 땐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하고 대화를 한다는 가정을 놓고 해 보는 버릇이 있어요. 일종의 시뮬레이션 토크라고나 할까? 하하하”


“그거 참 괜찮은 방법이네요. 저도 해봐야겠어요.”


빠른 화제 전환이 필요했다.


“근데 무슨 일로..?”


“국민의심 하는 꼴이 웃겨서요. 사진 보셨어요? 두 사람이 술 마시고 불콰해져서 손잡고 좋아라 하는 거요.”


“예, 봤죠. 저도 참 이해가 안 가긴 하더라고요. 어제까진 평생 안 볼 것처럼 얘기했던 분들이…”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란 건 보통 맑은 정신으로 모여서 회의를 해서 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다음에 그런 결정을 축하하기 위해 술자리는 충분히 가질 수 있고요. 근데 술자리에서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로 술이 위한 상태에서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면서 함께 한다는 걸 우리는 ‘야합’이라고 부르거든요.”


“야합이요.”


“야합은 또 다른 야합을 불러오고 뒤의 야합이 앞의 야합을 뒤집고, 이를 본 또 다른 세력이 야합을 시도하려 하고요. 이 야합정치라는 게 한국 정치판에서 역사가 오래된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데요, 합리적 의사결정을 안 하고 야합하려고 하는 건 정당성이 부족해서 그렇습니다. 이번에 국민의심이 그걸 또 잘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역시 황규익 작가다운 일갈이었다.


주말 동안 두 거대 정당의 후보들은 모두 지방에서 시간을 보냈다.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와 이준식 대표는 울산에서의 극적 화해 후, 부산으로 자리를 옮겨 커플 티를 맞춰 입고 서면을 누볐다. 화해의 모습을 연출해서인지 적지 않은 시민들이 몰려들어 박수를 쳤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는 주말마다 버스를 타는 프로그램인 ‘매타버스’를 전북 지역에서 했다. 전주, 군산, 정읍 등을 누비며 시민을 만났고, ‘명심캠프’라는 이름의 라이브 토크도 했다.


일요일 오전. 박종원 후보는 캠프 사무실에서 황규익 작가와 아침을 하며 선거에 관한 심도 깊은 얘기를 나눴다.

그렇다고 두 사람만 은밀한 공간에서 나누는 비밀스러운 대화가 아닌, 1층 한쪽 테이블에서 나누는, 누구라도 앉아서 참견할 수 있는 대화였다.


“민지당에서는 김영휘 피디를 영입했더라고요. 아무래도 미디어 홍보 분야를 진두지휘하실 거 같던데요, 황 작가님도 김영휘 피디는 좀 아시죠?”


“그럼요. 아는 편이죠. 90년대는 ‘깜짝 카메라’, 2000년대는 ‘물음표’, 2010년대는 ‘나도 가수다’로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획을 그은 분이죠. 그분이 이정명 캠프에 들어갔다는 건 앞으로 어떤 기발한 작품들이 나올지 궁금하게 해요.”


“이정명 후보를 상대로 깜짝 카메라 같은 걸 할 수도 있겠네요.”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죠.”


‘김영휘 피디는 작가로서 나도 잘 아는 사람이다. 그는 한마디로 일 중독자다. 무언가를 만들기로 결심을 하고 시작하면, 집에 들어가는 걸 거의 본 적이 없다. 월화수목금금금 일했던 사람.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어떨지 모르지만, 사람 일하는 스타일이 어디 쉽게 바뀔까. 이정명 후보도 일중독자로 알려져 있는데, 두 사람의 일중독자가 만나면 어떤 것들이 튀어나올까 궁금하다.’


“민지당은 조동현 교수 이슈로 비판을 많이 받고 있던데, 황 작가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조동현 교수는 워킹맘으로 민지당에서 신선한 인재영입 카드로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그런데 유튜브 채널 사인코사인연구소에서 사생활 문제를 제기하여 도덕성에 공격을 가해, 결국 사퇴를 하게 했다. 하지만, 공직이라는 자리도 아닌데 굳이 사생활을 들추어내어 인격 살인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저는 유튜브 채널도 물론이고 조산일보나 TV조산도 더 문제라고 봐요. 어떻게 개인적인 문제, 그것도 10년도 지난 일에 있었던 일이더라고요. 예전에 채동익 감사원장이 혼외자 보도로 낙마했었는데요, 그 사람은 감사원장 자리에 있었기라도 했죠. 이번 일은 정말 안타깝더라고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보도를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 건지… 제가 알기로 국민의심 의원 중에 불륜 의혹이 불거졌던 분이 있거든요. 얼마 안 됐죠. 근데 그때는 보도가 안 됐잖아요.”


“박 후보님도 언론에서 언제 어떻게 치고 들어올지 모릅니다. 미리미리 대비하셔야 하고요. 혹시 과거 언제라도 비리 같은 게 작은 거라도 있었던 것 같으면 저하고 상의해주세요. 그래야 대비를 하죠.”


박종원 후보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저도 어제 마음이 착잡하고 굳게 먹어야겠다 생각해서 혹시 내가 모르는 비리가 있는 건 아닐까 싶어서, 검색을 해봤어요. ‘박종원 비리’로요. 근데 뭐가 나오는지 아세요?”


황규익 작가가 침을 꿀떡 했다.


“뭐, 뭐가 나오던가요?”


“박종원 비린내요.”


“네? 비린내요? 그럴 만도 하겠네요.”


두 사람은 간만에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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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일요일 오후 5시. 목동 방송회관.

방송기자연맹 초청 토론회가 KBC TV와 유튜브로 생중계되고 있었다.


식당 대선후보 박종원 후보가 초대되었다.


지난 12월 2일 처음 시작한 민지당 이정명 후보가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박종원 후보는 내심 긴장했다.

여론조사 추이에 의하면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가 그다음 초대될 예정이었지만, 선대위 일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확정을 하지 못하자 식당 박종원 후보를 예정보다 앞당겨 잡은 것이었다.


예정된 시간이 됐고 박종원 후보가 자리에 앉았고, 방송기자연맹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식당 박종원 후보 편이 시작됐다.


진행은 KBC의 홍삼훈 기자가 맡았고, TV조산, MBS, SBC, jpbc, 채널B의 기자들이 패널로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방송기자연맹이 주최하는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오늘은 식당의 박종원 후보 모셨습니다. 아마도 많은 시청자분들이 지금 이 방송에 많은 관심 가져주실 텐데요, 그만큼 궁금한 게 많아서겠죠.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한층 더 드라마틱하게 만드는데 벌써 큰 역할하고 계시죠. 박종원 후보님, 모두 말씀 간단히 부탁드릴까요.”


박종원 후보, 씨익 웃으며 마이크 앞에 입을 갖다 댔다.


“안녕하십니까. 식당 대선 후보 박종원입니다. 저 사람이 도대체 대통령 선거에 왜 나왔을까, 하는 얘기 많이 듣습니다. 우리 당 이름이 식당입니다. 정당의 당이긴 하지만 우리가 매일 찾는 그 식당이기도 합니다. 제가 평생을 몸 바쳐 온 일터이기도 하고요. 우리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곳이기도 합니다. 먹고산다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겠죠. 정확하게 얘기하면 기본이겠죠. 그런데 이 지극히 기본적인 것을 우리 국민 모든 사람이 누리고 있을까 생각해본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분 없을 겁니다. 어린이, 중학생들 고등학생들, 대학생들도 그렇죠, 어르신도 끼니 제대로 챙겨 드시지 못하는 분들 많습니다. 바로 이 문제만큼은 깔끔하게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 선거에 나왔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해 맛있는 정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맛있는 정치를 하겠다는 말이 훅 들어옵니다. 1987년 대한민국에서 국민의 손으로 대통령을 뽑을 수 있게 된 후 8번 정도 했나요, 대통령 선거를? 근데 맛있는 정치를 하겠다는 후보는 처음 들어봅니다. 아, 제가 잠깐 흔들렸네요. 역시 맛있는 거에 못 당합니다. 패널 여러분들이 날카로운 질문 해주시기 바랍니다. TV조산 기자부터 해주실까요?”


“TV조산 신동익입니다. 박종원 후보의 이력을 보면 정말 깜짝깜짝 놀라게 하시는데요, 식당이라는 이름의 정당 창당, 국회의원 당선, 그리고 대통령 출마까지. 혹시 대통령이 정말로 된다면 제일 먼저 무엇을 하실 계획입니까?


“정말 상상만 해도 즐거운데요, 제가 만약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면, 그 다음날 하루는 전국의 모든 식당에서 한 끼는 무료로 제공하겠습니다. 물론 식당 쪽에는 보전을 해드립니다. 한 끼 정도는 온 국민이 한 번 배불리 먹는 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온라인으로 연결되어 지켜보는 청중들은 박수를 치며 웃었다. 패널들은 웃으면서도 전혀 예상을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진행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네, 고구려 축제인가요. 동맹이요. 마치 그런 풍경이 펼쳐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역시 첫 대답부터 즐거움을 주시네요. 자, 다음은 어떤 기자가 해주시겠습니까?”


“MBS 왕중명 기자입니다.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기본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대통령은 먹고사는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자리인데요, 부동산 분야 질문하겠습니다. 개정된 임대차 3법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혹시 어떤 의견을 가지고 계신지요?


박종원 후보가 심각한 표정을 했다.


“맞습니다. 문대인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임기 마지막 연차 최고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외국에서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야 잘하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동산 쪽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하죠. 지금 임대차 3법 얘기하셨는데요, 그 부분은 조금 달리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노포라고 그러죠, 백 년 식당이 거의 없는데요, 기자님은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갑자기 질문을 받은 왕중명 기자는 당황해했다.


“네? 갑자기 질문을요? 진행자 님, 제가 대답해야 합니까?”


박종원 후보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이 토론회가 여러분은 질문하고 저는 대답만 하는 청문회는 절대 아니겠죠?”


진행자가 당황해하며 끼어들었다.


“그, 그렇죠. 후보가 대답만 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습니다. 왕중명 기자님, 백 년 식당에 대한 거니까 그냥 아시는 걸 말씀해주시면 될 것 같은데요?”


왕중명 기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네, 일본하고 비교하면 단적으로 드러난다고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오래된 식당, 대를 이어 물려주는 식당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없지는 않죠. 종로에 있나요, 해장국집 창진옥이나 연남앉아서갈비 같은 집이 있는데요, 임대료 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그렇습니다. 한 기업에서 우리나라는 왜 백년식당이 드문지 조사를 하다가 중도에 그만둔 적이 있습니다. 백년식당의 공통점은 맛도 아니고 손맛도, 가격도 아니었습니다. 아, 물론 이런 것들도 무척 중요하죠. 그런데 알고 보니 다 자가였습니다. 임대료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맛에, 서비스에 더욱 신경을 쓸 수 있겠죠. 임대료, 1년에서 2년으로 늘어났을 때도 비판 많았습니다. 오히려 근본적인 면에서 임대를 주시는 분들하고 임차를 하시는 분들 사이에 사회적 대타협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보고 싶습니다.”


일순, 숙연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진행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네, 박종원 후보가 부동산 쪽도 조예가 깊구나, 하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자, 다음 질문 이어 갈까요?”


“채널B 박중진 기자입니다. 박종원 후보는 현재 여론조사 3위에 랭크된 결과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늦게 뛰어들었지만 놀라운 순위입니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는 1위만 의미가 있는데요, 어느 후보가 가장 어려운 상대일까요?


“대통령 선거에 나오신 모든 후보님들이 다 어렵긴 하죠. 그렇지만 역시 민지당 이정명 후보와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가 가장 힘든 상대입니다. 이정명 후보는 스마트하시고 소탈하시고 말씀 너무 잘하시죠. 윤정열 후보는 최근에 당 대표하고 갈등도 잘 마무리하셨고, 김종안 위원장도 대장으로 모셔왔잖아요. 이제 본 실력을 보여주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두, 박종원 후보를 쳐다봤다.


“두 분하고 함께 토론을 꼭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가 끼어들었다.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삼각구도가 제일 재미있지 않나요?”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이렇게, 대선을 94일 남겨둔 2021년 12월 5일이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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