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혼외자 의혹 그리고 어벤저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출마

by 김영주 작가

방송기자연맹초청 대선후보 토론회는 무사히 끝났다.

생중계가 끝나자 패널로 활약했던 기자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박종원 후보 앞으로 우르르 모여들었다.


"박 후보님 솔직히 다시 봤습니다. 이렇게 잘하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맞는 얘기예요. 저희가 이 토론 준비하면서 밤샘 토론도 여러 차례 했거든요. 저희는 박종원 후보가 어디까지 답변할 수 있을까, 우리가 괜히 후보님 이미지에 흠집만 내는 거 아냐, 걱정했거든요."


박종원 후보는 손사래를 쳤다.


"아이구 아닙니다. 오늘 많이 배웠습니다. 안 그래도 앞으로 토론 많이 할 텐데 오늘 백신 쎄게 한 방 맞았습니다."


"2차까지 더 맞아야 확실할 텐데요. 한 방 더 놔드렸어야 했나요?"


으하하하!


대선 후보와 기자들이 크게 웃었다.

물론 토론이 물 흐르듯 진행되기만 한 건 아니었다. 박종원 후보를 가장 당황하게 만든 질문도 있었다.


"jpbc 오대공 기자입니다. 후보님은 음식 전문 방송인으로 큰 인기와 함께 커다란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판로를 찾지 못해 쌓여 있던 한 식재료를 보고 재벌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불과 몇 주 지나지 않아 후보님이 제안했던 제품이 전국의 마트와 편의점에 출시되었고 일주일도 안 돼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해 전 방영되었던 SBC의 예능 프로그램 <맛나면 굉장>에서 이른바 회장님 전화 찬스로 화제를 모았던 일을 말했다.


"하나의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많은 직원들이 연구개발을 하고 있고 특히 더 많은 중소기업이나 개인들은 아이디어가 있다 해도 기업에 제안하려면 거쳐야 하는 수많은 절차가 있습니다. 그런데 후보님은 그걸 전화 한 통화로 해내셨습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여러 번이요. 이거, 말이 상황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종원 후보는 생각에 잠겼다.


'박 작가님, 좀 아프긴 하네요. 이거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요?"


'유명인의 숙명이죠. 물론 그렇게 말씀하시면 큰 일 나고요. 그냥 평소 생각 말씀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박종원 후보가 천천히 마이크를 잡았다.


"먼저,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구나,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는 말씀부터 드립니다. 제가 어떻게 방송을 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알게 되는 분들이 생기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게 됩니다. 제가 방송에서 연락드렸던 분들은 다 그런 분들입니다."


박종원 후보는 다시 생각을 가다듬었다.


"그런데 시청자분들과 기자님이 보신 그 장면들은, 일단 방송입니다. 많은 스태프들하고 한 수많은 회의와 현장과 촬영과 편집을 거쳐 나온 장면입니다. 제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즉석에서 전화 한 통을 한 거고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된 건 아니라는 점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만큼 박종원 후보의 영향력이 크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고 선한 영향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알려준 토론이었다.

.

.

.


지이이이이잉.


박종원 후보의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렸다.


"박종원 후보님, 기사가 사실입니까?"


지이이이잉.


“박종원입니다.”


"박 후보님, 기사가 팩트입니까?"


사실입니까, 팩트입니까, 입장이 뭡니까…


휴대폰을 열고 포털을 봤다. 왜 휴대폰에 불이 났는지 알 수 있었다.

포털 뉴스 카테고리 첫 페이지를 가득 채우고 있는 기사들의 타이틀은 이랬다.


「박종원 후보, 혼외자 사실 드러나」

「식당 대선후보 박종원, 숨겨둔 아이 있었다?」

「진실게임, 박종원 후보의 은밀한 사생활」


그는 뉴스를 클릭해가며 정독했고, 가장 먼저 난 기사를 확인했다.


지이이이잉.


휴대폰은 더 이상 받는 게 의미가 없었다.

깨톡. 톡을 보니 황규익 작가의 메시지가 있었다.


<박 후보님, 빤한 공격입니다. 흔들리시면 안 됩니다.>


글의 힘이 이런 건가. 박종원 후보는 그 한 줄에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물론 이 상황, 이 공간에서 크게 당황해하지 않는 사람은 단 둘, 박종원 후보와 박종원 작가였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 저들의 공격은 좌고우면 하지 않네요. 그냥 푹 찔러대네요. 후보님,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이세요?'


'진실을 밝히는 게 좋을까요, 박 작가님?'


'제 생각에, 이렇게 된 이상 진실은 본질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건 태도입니다.'


박종원 작가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캠프 사무실 1층. 몰려온 기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박종원 후보가 2층에서 계단으로 내려왔다. 기자들이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내세우며 그를 에워쌌다.


"박 후보님, 기사에 난 내용, 사실입니까?"


"박종원 후보님, 진실이 뭡니까?"


“혼외자가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박종원 후보는 멈춰 섰다. 기자들을 찬찬히 쳐다봤다.

오히려 머쓱해 건 기자들이었다. 일순 조용해졌고, 그 많은 기자들이 숨을 죽이며 박종원 후보를 바라봤다.


“아마 조산일보죠. 이 기사를 제일 먼저 낸 신문이. 맞습니까?”

“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박 후보님.”


“그리고 여러분들이 속해 있는 신문사 혹은 방송사, 또는 인터넷 신문이든 프리랜서든 어떻든. 그 기사를 받아서 쓰신 게 맞겠지요?”


“네, 맞습니다. 근데 그런 게 지금 중요합니까? 입장이 어떻게 되시는지 말씀해주시는 게 먼저 아닐까요?”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혹시 여러분은 기사를 쓰실 때, 취재라는 걸 하십니까?”


아무 얘기하는 기자들이 없었다. 한 기자가 말했다.


“취재를 하냐니요. 그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렇습니까. 그럼 여기 계신 기자님들 중에서, 기사를 출고하기 전에 저에게 확인 연락을 하신 분 계십니까?”


누구 하나 말을 꺼내지 못했다.


“어쩌면 제가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겠지요. 저에게 직접 연락을 하지 못하신 분들이 계실 수도 있겠죠. 혹시 저희 캠프의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하신 분이 계십니까? 저는 아직까지는 제 캠프 직원들에게 이러이러한 취재 요청 연락이 왔다는 얘기를 듣지 못해서요. 여러분들은 연락을 했는데 저희 직원이 저에게 보고를 못했거나 아니면 여러분이 아예 연락을 안 하셨거나 두 가지 경우의 수일 텐데요. 어떻습니까?”


아무 얘기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대로 물러날 기자들이라면 대한민국의 기자가 아니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엄연히 단독을 터트린 기사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 기사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는 것은 기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하는데요?”


“혹시 지금 이 자리에 최초 기사를 쓰신 기자님 계십니까?”


기자들은 서로 쳐다보며 두리번거렸다. 저요, 하며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안 계신가 보네요. 맨 처음 쓰신 기자님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기자님도 마찬가지로 저에게 확인을 요청하는 연락은 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그 기자님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기자라면, 그 기자님에게 기사의 출처는 어디인지 여쭤보시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또 궁금한 점 있으십니까?”


눈치만 보던 기자들 중 한 기자가 손을 들었다.


“그래도, 보도된 기사에 대해선 무슨 입장이나 해명을 하실 계획은 없습니까? 많은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하십니까?”


“기자님이 궁금해서 그러신 건 아니고요?”


“박 후보님! 이래서는 답이 안 나옵니다!”


“죄송합니다. 취재의 기본을 지키지 않고 나온 기사의 내용에 대해선 지금으로선 저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시지요.”


이렇게 전개된 상황에 대해서 박종원 캠프 1층에 있었던 기자들은 이런 방식으로 후속 기사를 쏟아냈다.


「박종원 후보, 이렇다 할 반응 안 보여… 숨기는 거 있나?」

「혼외자 의혹 박종원 후보, 묵비권 행사하나?」

「언제까지 입 다물 수 있나… 사생활 논란 박종원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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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러분,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상황입니까? 이렇게 의혹으로 가득한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하겠다고 합니다. 그동안 TV에서 사람 좋은 모습만 연출했는데, 여러분, 더 이상 속아서는 안 됩니다!!!”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가 마침내 출범한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연단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동안 민지당 이정명 후보를 향해서만 날을 세워오던 기류에서 이제는 식당 박종원 후보에게도 들이댄 것이다.


물론 더 많은 공격은 이정명 후보와 현 문대인 정부를 향했다.


“문대인 대통령과 민지당 정부는 민주라는 이름 아래 민주를 파괴하고 자유라는 이름 아래 자유를 죽였습니다! 지금까지 어떤 민지당 후보보다 도덕적 결함이 많은 후보입니다. 포퓰리즘으로 점철된 정책적 고민은 깊이가 얕고 무엇보다 문대인 정부의 실정을 정면으로 비판할 용기조차 없는 나약한 후보입니다!”라며 융단 폭격을 했다.


박종원 후보와 황규익 작가는 캠프 2층 사무실에서 TV를 보며 때로는 웃고 때로는 심각한 표정 지었다.


“민주라는 이름, 자유라는 이름으로 파괴했다는 말이 참 인상적이네요. 전두황 씨가 군홧발로 시민들을 죽이고 만든 정당이 민주정의자유당이었잖아요. 민주, 정의, 자유를 다 끌어왔는데 그 시절에 민주하고 정의하고 자유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국민이 과연 몇 % 나 될까요. 참 우습죠.”


황규익 작가의 한탄이었다.


“황 작가님, 그런 점에서 식당은 이름 하나는 죽이는 정당 아닌가요?”


“맞습니다. 식당, 정말 잘 지었습니다. 그나저나 이제 민지당도 그렇고 국민의심도 그렇고 선대위가 갖춰졌네요. 우리 식당은 너무 심플한 거 아닌가요?”


“식당의 기존 위원회들이 든든하게 있지 않습니까. 전략을 짜고 홍보를 하고 대 국민 메시지를 만들 황 작가님 포함해서 몇 분만 함께 하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혹시 생각해두신 분들이 계신가요?”


박종원 후보가 시계를 바라봤다.


“몇 분 오실 때가 됐는데… 아, 올라오시네요.”


계단으로 올라오는 발소리들이 들려왔다. 황규익 작가가 놀라 일어섰다.


“아이고, 어서 오세요. 이렇게 또 만나네요.”


“안녕하세요. 황 작가님.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황 작가님, TV에서는 자주 뵀는데요.”


6명이었다. 박종원 후보가 그동안 정성을 들였던 면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빅 데이터에 관한 한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 송기령 대표, 건축과 공간에 관한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유현중 교수, 물리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김상육 교수, IT업계의 현자라 불리는 박태영 의장, 예능 프로그램으로 수많은 대박을 낸 나영식 피디, 그리고 팟캐스트의 왕자이자 유튜브와 지상파를 주름잡고 있는 시사 예능 방송인 최우기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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