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씁시다, 100조!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다 합쳐 7명. 박종원 후보와 함께 대통령 선거운동을 음으로 양으로 이끌어 갈 사람들이다.
정당 식당 아니랄까 봐 그곳 한편에는 중식당에 가면 놓여 있는 원형 턴테이블이 있었다.
7명은 약속이나 한 듯 그곳으로 가 둘러앉았다. 박종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전부 일곱 분이네요. 나중에 누군가가 이 현장을 7인회라고 이름 붙일지도 모르겠네요."
"어쩌면 논현동 영동시장팀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최우기였다.
"우리 이런 테이블에 앉았으니까 여기에 마이크 놓은 다음에 휙 돌려서 마이크가 앞에 서는 분이 발언을 먼저 하는 거 어때요? 재밌잖아요."
황규익 작가가 받았다.
"재밌겠네요. 해보죠."
최우기는 어디에서 구해온 건지 아니면 평소에 가지고 다니는지 노래방 마이크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린 후 돌아가는 기능이 있는 원형 판을 잡았다.
"자, 그럼 돌립니다. 아자!"
턴테이블이 빙그르르 돌았고 마이크가 과연 누구 앞에서 멈출지 모두가 숨 죽였다.
"이게 뭐라고 긴장되네요."
"그러게요."
돌던 원형 판이 서서히 멈췄고, 마이크가 선 곳은 송기령 사장 앞이었다.
"송기령입니다. 저는 20년 넘게 사람들이 이곳저곳에 남긴 흔적들을 그러모아 생각의 흐름도 보고 행동의 추세를 봅니다.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집중해서 보겠습니다."
박 후보가 받았다.
"빅데이터로 보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으면 정말 큰 힘이 되겠네요. 예를 들어 어떤 것들이 좀 보이나요?"
"다 아시다시피 요즘 배달로 음식을 주문하는 게 대세가 됐는데요, 배달료 이슈가 있습니다. 예전에 중식집에 배달로 많이 먹었잖아요, 그때는 분명히 음식 값 안에 배달료가 포함돼 있었거든요. 그랬던 배달료가 어느새 독립된 거죠. 그래서 이 부분 식당, 플랫폼, 라이더들의 입장에 따라 이슈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최우기가 다시 원판을 잡고 돌렸다. 이번에는 나영식 피디 앞에 마이크가 조신하게 멈춰 섰다.
"아무래도 제가 할 일은 영상을 통해 대중들의 마음으로 다가가게 하는 작업일 텐데요, 최대한 자연스럽게 후보님의 진면목이 보일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보려고 고민 중입니다."
물리학자 김상육 교수가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 쪽은 김영휘 피디가 몰래카메라 같은 걸 생각하는 거 같더라고요. 나 피디님도 워낙 아이디어가 좋으시니까 기대가 많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중에서 제가 제일 고민이에요. 전 양자물리학이나 알지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박 후보가 끼어들었다.
"무슨 말씀을요, 김 교수님. 과학이 얼마나 중요한데요. 부담 갖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합니다."
분위기 메이커는 역시 최우기였다.
"자, 인생 뭐 있습니까? 다시 돌아갑니다!"
다시 원판이 돌았고 마이크는 유현중 교수 앞에 멈췄다.
"공간을 어떻게 할지가 중요한데요, 대한민국에는 수십만의 식당이라는 다양한 공간들이 있습니다. 그러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우리 국민들이 즐겁게 이용할 수 있을지, 이 생각 저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박종원 후보의 선거에 도움이 될 방안을 자유롭게 얘기했다.
최우기가 한마디 했다.
"전 사실 이 캠프에 한 발 걸쳐놓을까 말까 고민 많이 했습니다. 왜냐, 이정명 캠프도 그렇고 윤정열 캠프 쪽에서도 콜 많이 왔거든요. 제정신 박힌 분들이라면 누구나 저 같은 천재를 탐내지 않겠습니까?“
하하하하. 역시 최우기였다.
“근데 왜 박종원 후보를 택했느냐! 1위와 2위를 다투고 있는 캠프가 아니라 3위를 선택했느냐! 역전하는 게 재밌잖아요. 처음부터 1위나 2위 팀에 가면 재미없겠더라고요. 또! 정당 이름이 식당이잖아요. 그냥 배부르잖아요. 자고로 먹는 게 남는 거고 최고의 인사말이 이거잖아요. 밥은 먹고 다니냐. 그래서 지상파 프로그램은 싹 정리했습니다. 그냥 콩빵 매볼쇼만 올인하기로 했어요."
아무 얘기 안 하던 박태영 의장이 입을 열었다.
"가만, 밥은 먹고 다니냐? 밥은 먹고 다니냐? 이거, 슬로건 하는 거 어떠세요? 뭔가 공감이 있으면서도 울림이 있는데요?"
박종원이 맞장구쳤다.
"밥은 먹고 다니냐. 이 정도는 반말로 해도 뭐라 그러는 분 없겠죠? 나 피디님은 프로그램 제목 지으면서 맨날 하는 고민일 텐데, 어떠세요?"
"훅 꽂히네요. 전 사실 슬로건 생각해둔 거 있느냐 물으시면 이거로 하려고 했거든요.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 근데 밥은 먹고 다니냐? 가 더 오네요."
다들 한 문장씩 되뇌어봤다.
밥은 먹고 다니냐.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
박종원 후보가 나섰다.
"자자, 자고로 모든 아이디어는 밤에는 죽였는데 아침에 눈 떴을 때 딱! 느낌으로 판가름되거든요. 오늘은 헤어지고 내일 아침에 단톡에 각자 느낌들 올립시다."
이렇게 해서 슬로건에 대한 최종 결정은 내일로 미루기로 하고 7인회는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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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심의 선대위가 야심 차게 출범했고, 민지당 선대위도 이정명 후보를 중심으로 나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을 때, 그동안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던 이른바 제3지대 후보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와 정이당 심상순 후보가 전격적으로 회동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주목을 끈 까닭은 이전까지의 정치 행보로 봤을 때 굳이 만나서 공통점을 찾아낼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데, 아마도 이렇게라도 만나야 조금이라도 언론의 관심을 끌 수 있으리라는 기대였다.
여의도의 한 식당. 먼저 온 안철순 후보가 막 도착한 심상순 후보를 맞이했다. 안철순 후보가 기자들에게 얘기했다.
"기자님들, 이제 가셔도 됩니다. 저희 두 사람은 무슨 두 손을 잡고 만세를 한다거나 단일화에 합의한다거나 하는 그런 이벤트 없을 겁니다. 그러니까 그냥 철수하셔도 됩니다."
기자들은 어안이 벙벙해서 심상순 후보를 바라봤다.
"네, 안철순 후보하고 오늘 만남은 편하게 두 사람만 얘기하자고 사전에 합의된 사안입니다. 나중에 밝힐 게 있으면 얘기하겠습니다."
두 사람은 식당 구석의 룸으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룸 앞에는 양 당의 보좌진들만 서 있었다. 기자들은 물러났다.
약 35분 후. 룸의 문이 열리고 상기된 표정의 안철순 후보와 심상순 후보가 나왔다.
두 사람은 식당을 나왔고 딱히 갈 곳을 정하지 못한 기자 대여섯 명이 화들짝 놀라 일어나 두 후보 앞으로 다가왔다.
"회동에선 어떤 얘기를 나눴습니까?"
"양 당이 합의한 사항이 있습니까?"
심상순 후보가 입을 열었다.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님과 저희 정이당은 앞으로도 제3지대의 공통점을 계속 모색해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거대 기득권 양당 체제의 종식을 위해 정부 여당 및 국민의심 의원들에게 제안하고자 합니다."
안철순 후보가 이어받았다.
"더 이상 기득권 적폐가 돼버린 양당 체제로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꾀할 수 없다는 것에 두 사람은 합의했습니다. 다당제만이 대안입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이번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 투표제를 제안합니다!"
결선 투표제.
선거에 임한 다수의 후보들 중 50%인 과반의 득표를 하는 후보가 나오지 않을 경우, 득표수 1위와 2위를 한 두 명의 후보만으로 다시 투표를 하여 최종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50%를 넘는 득표를 했던 당선자는 딱 한 명, 제18대 박근혜 대통령밖에 없었다. 고작 51%였다.
대부분은 40%대의 득표율로 대통령이 되었고, 제13대 노타우 대통령은 불과 36%대로 당선이 되었다.
그렇기에 언제나 ‘국민의 반도 납득하지 못하는 대통령’이라는 꼬리표를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결선 투표제는 대표성을 보다 확실히 한다는 점이 있다.
또한 1위와 2위를 한 양 후보는 3위, 4위 등의 후보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으니 연합정부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기능도 있다.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졌고,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민지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기 위해 치러진 경선이 결선 투표제로 진행됐다.
경선 주자 1위와 2위 간의 최종 득표율이 1% 내외여서 중도에 사퇴한 후보들이 획득한 표의 향방을 놓고 심각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국민이당과 정이당이 결선투표제를 제안한 건 현재의 지지율에서 4위와 5위를 하고 있기에 나오게 된 고육지책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빤히 알고 있는 국민의심 김종안 선대위원장은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에게 이렇게 말했다.
"안철순 후보는 진정 정권교체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라면 윤정열 후보로 단일화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합니다."
물론, 화가 잔뜩 난 안철순 후보는 지지 않았다.
"내 인생에 더 이상의 사퇴는 없습니다. 누가 정권교체의 적임자인지는 끝까지 가봐야 알지 않겠습니꽈!!!"
6위 정도를 하고 있는 새로운꿈결 김동인 후보는 인재영입 1호를 발표했는데, AI대변인이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신박한 운동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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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수가 매일 4천에서 5천 명을 넘나들고 사망자 수도 매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었다.
방역 패스 대상이 확대되었다.
특히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혼란이 가중되었다.
정당 식당의 전화벨이 불나기 시작했고, 식당 홈페이지의 당원 게시판이 불나 결국 다운되기까지 했다.
식당의 당 대표이자 대선 후보인 박종원이 나서야 했다.
박종원 후보 캠프 사옥 1층.
유튜브 생방 준비를 마쳤고, 전국에서 식당 및 자영업자들의 대표들이 모였다.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 접속자 수는 100만 명에 육박했다.
박종원 후보가 비장한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십니까, 라는 인사가 요즘엔 참 드리기 무섭더라고요. 그렇지만, 밥은 꼭 드시고 다니시죠? 아시다시피 코로나19로 인해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식당을 하시는 여러분, 자영업을 하시는 여러분의 고통이 가장 크시죠. 그래서 오늘 이 자리는 여러분이 느끼는 고통을 가감 없이 말씀해주시고, 저는 대통령 선거에 임하고 있는 후보로서 정부 여당은 물론이고 국민의심, 국민이당, 정이당 등 모든 분들에게 제안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해서 식당 캠프에 모인 자영업자들의 울분과 분노, 한탄이 시작됐다.
“장사가 잘 돼서 직원을 한 명 더 쓸 여력이 있는 가게라면 모를까 무슨 수로 방역 패스를 걸러내겠습니까?”
“방역 패스를 위반하면 운영자는 최소 150만 원에서 300만 원의 과태료를 내는데 이용자는 고작 10만 원의 과태료만 낸다는 게 말이 됩니까?”
“코로나19 시국에 모두가 책임감을 느끼고 방역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건 알겠는데 매번 자영자에게만 제재를 가하니 왜 우리만 다시 벼랑 끝으로 몰려야 합니까?”
그때였다.
사옥 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뛰쳐나갔고 박종원 대표도 나갔다.
한 남성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자영업자가 봉이냐…!!!”
꺄악~~~
“불 꺼!”
재빠르게 소화기를 가져온 식당 직원이 소화기를 뿌려 분신을 시도한 남자는 빠르게 불을 잡았다.
119가 왔다. 화상을 입은 남성은 앰뷸런스에 실렸고 황급히 출발했다.
박종원 후보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검게 그을린 보도블록을 응시했다.
한 1분 정도 지났을까.
박종원 후보는 다시 사옥으로 돌아와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더 이상의 토론은 의미 없는 것 같습니다. 정부 여당에 제안하겠습니다. 하루빨리 국회를 열어 예산을 논의하고 집행합시다. 100조를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손실 보상합시다. 얼마 전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50조를 손실보상을 위해 쓰겠다고 했습니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는 어제 국가재정을 쥐꼬리만큼 쓰고 있다며 질타했습니다. 올해 초과 세수만 40조 원이 넘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씁시다 100조. 기획재무부 홍남긴 장관이 말을 안 들으면 탄핵합시다. 씁시다, 100조.”
열화와 같은 환호와 박수가 눈물과 함께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