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화. 매볼쇼에 출연하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박종원 후보 캠프 사옥 앞에서 자영업자 분신 시도… 생명에 지장 없어」
「충격! 김포의 한 식당 사장, 스스로 몸에 불 붙여」
「예견됐던 참사 발생, 자영업자 손실보상 논의 급물살 타나」
강남성모병원 응급실 입구.
앞에서 멈춰 선 차 문이 열리자마자 후다닥 들어가는 남자가 있었다. 박종원 후보다.
재빠른 동작으로 발열 체크하고 게시되어 있는 연락처에 전화를 건 후 응급실 쪽으로 잰걸음 했다. 간호사가 다가왔다.
“저, 박상일 씨 계신 곳이 어디입니까?”
간호사가 박종원 후보를 알아본 표정을 지었고, 안 쪽을 가리켰다.
“저 쪽에 의사 두 분 서 계시는 거 보이시죠? 거깁니다.”
“감사합니다.”
빠른 걸음으로 가보니 박상일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고, 침대에는 상반신을 붕대로 감고 누워 있는 남자가 있었다. 서서 얘기 나누던 의사들이 박종원 후보를 보자 인사를 했다.
“박종원 후보님 아닙니까?”
박종원 후보는 의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네, 그렇습니다.”
“직접 오셨군요. 박종원 후보님.”
“그럼요, 당연히 와야죠. 선생님, 지금 상태가 좀 어떻습니까?”
“천만다행입니다. 어떤 분인 진 몰라도 박상일 씨가 불을 붙이고 수 초 만에 소화기를 뿌려서 불이 몸 전체로 크게 번지지 않았습니다. 몇 초만 늦었어도 목숨이 위태로울 뻔했습니다. 정말 운이 좋았습니다.”
그제야 박종원 후보는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누워 있는 박상일 씨를 바라봤다. 붕대 밖으로 조금 나와 있는 그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도대체 어떤 지경까지 삶이 바닥을 치면 자신의 몸에 기름을 붓고 불을 붙일 생각을 하는 걸까. 손을 잡는 것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그럼, 상태가 호전되면 꼭 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여기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박종원 후보는 의사 두 명에게 각각 명함을 건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응급실 앞. 박종원 후보가 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박종원 후보님, 분신을 시도하신 분은 상태가 좀 어떻습니까?”
“방금 응급실에서 그분의 상태를 확인했고, 담당 의사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몇 달 정도 치료하면 충분히 일상을 회복하실 수 있다고 합니다.”
“무슨 이유로 분신을 시도한 겁니까?”
“제가 그분의 상황에 대해 아직 직접 전해 들은 건 없습니다. 저희 당에서 파악하고 있으니까 조만간 좀 더 상세하게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저희 당에서 전국에서 올라오신 자영업자 분들, 소상공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대책을 마련해보자는 차원의 생방송을 하던 중에 바로 앞에서 일어난 참사거든요. 아마도 코로나19로 인해 영업에 타격이 왔을 테니까 그로 인한 극단적인 표현을 하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경제적으로 이미 충분히 고통받고 있었을 텐데요, 치료비도 상당히 부담이 되지 않을까요?”
“아직 그분의 가족을 만나 뵙지는 못했는데요, 어떤 일이 있어도 완쾌될 때까지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저희 식당에서 책임질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박종원 후보는 대기하던 차에 올랐다.
100조.
박종원 후보가 생방송 중에 얘기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에 대한 100조 손실보상 이슈는 일파만파 퍼져갔다.
자신이 집권하면 손실보상으로 50조 원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했던 윤정열 후보의 안에 대해 최근 선대위의 수장이 된 김종안 위원장은 한 발 더 나갔다.
“윤정열 후보가 50조 원 투입을 공약했는데 그것으로는 부족할 겁니다. 집권하면 100조 원대 투입을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비슷한 시간, 이정명 후보는 개산디지털단지에서 진행한 중소‧벤처기업 정책 10대 공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그 말씀이 진심이라면 환영합니다.”라고 화답했다.
민지당에서도 지금 당장 논의를 하자며 국민의심에게 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의 미팅을 제안했다.
박종원 후보의 식당 캠프에 왔던 자영업자들은 국회의사당 앞으로 자리를 옮겨 정부와 여당 및 정치인들을 향해 발언을 이어갔다.
‘쥐꼬리만 한 보상이 웬 말이냐’며 울분을 토해냈다.
이제 반응을 보여야 하는 차례는 정부가 되었다.
역대 최대 604조 원이라는 2022년 예산안이 통과한 게 불과 6일 전이었는데, 과연 손실보상을 위한 재원 마련을 하려는 움직임을 보일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이 모든 게 결국은 코로나19라는 세계가 처음으로 경험해보는 일찍이 없던 상황일진대, 대한민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021년 12월 8일 0시 기준으로 다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확진자 7,175명에 위중증자는 840명을 찍었다.
온 사회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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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8일 수요일, 정오. 대통령 선거 D-91.
국내 최대 팟캐스트 플랫폼 콩빵에서 직접 만드는 오리지널 콘텐츠이자 고품격 예능 콘텐츠,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재미로 풀어내는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있는 쇼, <정영준 최우기의 매볼쇼> 생방송에 박종원 후보가 출연했다.
요일마다 각기 다른 테마와 꼭지들로 구성하여 진행되는데 수요일은 ‘수요난상톡’이라는 이름의 정치 토크쇼였다.
매볼쇼는 매일 진짜 생방송을 하지만, 그동안 유일하게 ‘수요난상톡’만은 사전녹화로 해왔다.
처음에는 생방송으로 했는데 출연 정치인들이 하곤 하는 실언이나 막말을 편집해야 하는 상황이 늘 발생해서 할 수 없이 최소한의 편집을 위해 수요일만 생방 시간보다 한두 시간 일찍 녹화를 하는 것으로 정착됐다.
하지만, 박종원 후보가 어떤 사람인가.
생방송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생방송을 즐기는 스타일이기에 출연 섭외가 왔을 때 녹화라는 얘기를 듣고 생방송으로 할 수 없는가를 물었고 관철을 시켰다.
그리하여 오랜만에 ‘수요난상톡’을 날 것의 생방송으로 하게 되었다.
출연하는 패널은 이정명 캠프에서 일하는 현간택 변호사, 최진보 교수, 윤정열 캠프의 김방민 대면인과 최근 ‘이핵관’으로 급부상한 천보람 변호사였다. 그리고 박종원 후보가 함께 했다.
정오. 매볼쇼의 로고송이 흘렀다.
“정영준! 최우기의 매볼쇼! 오늘은 정치 얘기 난상으로 해보겠습니다. 수요난상~~ 톡.”
“오늘 수요난상톡에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사상 이런 후보가 있었나 싶은 분이죠. 정당 이름도 너무 친숙한 말인데 이게 정당 이름도 되겠구나 하게 정했어요. 식당의 당 대표이자 대선 후보입니다. 박종원 후보님 나오셨습니다!”
짝짝짝짝짝.
“어서 오세요, 박종원 후보님. 지금 들어오신 분이 벌써 만 명을 돌파했어요.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매볼쇼 정말 와보고 싶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식당 대선 후보 박종원입니다.”
“저희도 반갑습니다. 오늘 하고 싶은 얘기 팍팍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근데 이야~ 정영준 씨, 저희가 이렇게 시작한 지 3분도 안 됐는데 동접자가 만 명 돌파하고 벌써 2만 가까이 간 적이 있었나요?”
“그러게요. 제 기억엔 오늘이 최고 기록 같은데요?”
천보람 변호사가 물었다.
“혹시 제가 급부상해서 그런 걸까요?”
최우기가 웃으며 말했다.
“그런 자세! 쭉 가주세요!”
“네, 저희 동접 최고 기록이 6만 명인가 그렇죠. 오늘 정말 기대되는데요?”
“대단히 고맙습니다. 오늘 어디 갈 데까지 가볼까요. 자, 사실 저는 박종원 후보 캠프에 한 발 들여놓은 사람이니까 오늘은 중립을 지키는 척하면서, 티 안 나게 지원하겠습니다. 아무래도 김방민 대변인이나 천보람 변호사가 하실 말씀이 많겠죠?”
김방민이 나섰다.
“제가 정말 솔직하게, 프랭클리하게 말씀드리면요, 저희 캠프에서는 박종원 후보라는 카드는 계획에 없었어요. 사실 누가 있었겠어요. 다 마찬가지요. 그래서 사실 지금 부랴부랴 전략전술 마련하는 중이에요. 민지당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이정명 캠프의 현간택 변호사가 받았다.
“솔직히 저희도 놀라긴 했습니다. 출마 선언하신 것도 놀라웠는데 그러고 2일 됐나요, 3일이었나요. 여론조사에서 3위 하셨잖아요. 그전에는 이정명 후보를 연구하자는 움직임이 있었는데요, 요즘은 박종원 후보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오늘 많은 말씀 듣고 가겠습니다.”
그 틈을 놓칠 최우기가 아니었다.
“역시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있는 건가요? 대단히 고맙습니다. 자, 제가 그럼 이 질문 들어갑니다. 지금 양 정당에서 후덜덜 하고 있다는 기운이 감지되고 있는데요. 박종원 후보님, 민지당 이정명 후보하고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를 딱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박종원 후보는 생각에 잠겼다.
‘생각보다 빨리 훅 들어왔네요. 박 작가님, 뭐라고 대답하면 괜찮을까요? 두루뭉술하게 갈까요, 직진으로 갈까요?’
‘직진으로 가세요. 저하고 얘기했던 예상 질문이긴 하잖아요.’
‘그죠? 알겠습니다.’
정영준이 말했다.
“바로 나오시는 분인 줄 알았는데 신중하시네요. 아니면 조심스럽게 답해야 하는 건가요?”
박종원 후보가 받았다.
“아닙니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하고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를 한마디로 말하면 이거죠. 일꾼, 술꾼.”
모두가 놀라고 박장대소를 했다.
“네? 일꾼하고 술꾼이요? 누가 일꾼이고 누가 술꾼인지는 다 아시겠죠? 이야~~ 절묘한데요?그렇게 따지면 박 후보님은 먹꾼이겠네요.”
우하하하하.
“이야~ 이번 대선은 일꾼과 술꾼과 먹꾼의 대결이다? 오늘 썸네일 나왔는데요?”
천보람 변호가 끼어들었다.
“그러고 보니까 그동안 윤정열 후보가 주로 보여준 모습이 술자리였던 건 맞네요. 근데 며칠 전 울산 회동에서도 그렇고 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한 생산적인 술자리였다는 것도 맞는 거 아닐까요?”
박종원 후보가 말했다.
“제가 뭐라고 했나요. 제가 말한 일꾼 술꾼 먹꾼에는 무슨 가치 판단을 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그렇게 보였다는 얘기입니다. 저도 술 좋아합니다. 일도 좋아하고요.”
“역시 박종원 후보님 신박합니다. 여러분, 긴장들 하셔야겠습니다.”
“박종원 후보님이 양 쪽에 궁금한 건 없을까요?”
“많죠. 제가 어제 코로나19로 인해 극심한 타격을 보고 있는 전국의 소상공인 자영업자 분들에게 손실보상금으로 100조를 즉각 지급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한데요?”
현간택 변호사가 즉각 받았다.
“저희는 너무 좋습니다. 안 그래도 윤정열 후보께서 얼마 전에 50조로 손실보상을 하겠다는 공약을 하셨는데, 문제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이라는 단서가 있다는 거잖아요. 대통령 안 되면 그럼 없었던 게 된다는 건가요? 지금 당장 논의했으면 좋겠어요.”
김방민 대변인이 말했다.
“안 그래도 김종안 위원장께서 50조도 부족하다, 100조는 되어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셔서 어쩌면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 윤 후보님이 혜안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에이~~~
“네, 역시 김방민 답네요.”
한낮의 생방송 수요난상톡은 톡톡 튀며 유쾌상쾌통쾌하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