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유사민 작가 등판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by 김영주 작가

<매볼쇼> 출연의 여파는 상상을 초월했다.

예정된 시간을 넘겨 2시간 가까이 진행된 생방송은 동시 접속자 수가 10만 명을 돌파했고, 수요일 자정까지 집계된 동영상의 조회수가 무려 150만 명을 찍었다.


진행자인 정영준과 최우기가 워낙 탁월했지만, 박종원 후보의 유머와 솔직함에 함께 한 4명의 패널들도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어느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박종원 후보에 대한 검증은 뒷전으로 내쳐지고 음식과 식당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뤘다. 정책에 대한 얘기도 주로 음식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고기만 굽지 않고 술만 안 마셔서 그렇지, 마치 술자리에서 왁자지껄하게 웃고 떠드는 풍경 같았다.


평소 맛집에 관심이 많은 정양진이 물었다.


“박종원 후보님, 생각을 여쭤볼 게 있어요. 어제 집에 들어갔는데 와이프가 우울해 있는 거예요. 왜 그러냐, 무슨 일 있냐 물으니까 자기가 너무 좋아하고 자주 가던 칼국수 집이 동네에 있었는데 그게 없어졌다는 거예요.”


최우기가 반문했다.


“아니 식당 하나 없어졌다고 그렇게 우울해해요? 형수님이?”


“그러더라고. 나도 그 집 알거든. 가끔 같이 갔는데 가성비가 아주 좋거든. 근데 어제 점심을 먹으러 애들하고 그 집을 갔는데 없어졌대요. 무슨 어디로 이전을 했다고 뭐가 붙여져 있거나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사라졌대요. 그래서 하루 종일 우울해하더라고요.”


천보람 변호사가 물었다.


“그래서, 박종원 후보님한테 질문이 뭐예요?”


“맞아. 그동안 한 번도 안 해본 생각이 드는 거예요. 진짜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식당들이 있어요. 줄 서는 맛집, 대박집 이런 거도 있고. 그런 집들은 마음대로 폐업하지 못하게 하는 무슨… 법까지는 오버 같고, 제도나 규칙 같은 걸 만들면 어떨까요?”


박종원 후보가 미소 지었다.


“맛있는 집, 인기 있는 집 폐업 규제 강화 방안이네요. 오~ 신박한 생각이네요. 여러 가지 생각이 막 드네요. 창업은 마음껏 할 수 있지만 폐업은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맛있는 집의 기준은 어떻게 세울 수 있을까. 인기는 많은데 너무 힘들어서 식당 사장님이 때려치우고 싶을 땐? 국가가 개입을 한다면 어느 정도로? 정말 생각할 게 많네요. 저희 식당의 정책으로, 혹은 공약으로 가다듬어 보겠습니다.”


김방민 대변인도 질문했다.


“얼마 전에 이정명 후보가 식당 총량제 말씀하셨다가 저희가 공격을 퍼부으니까 그냥 그런 생각을 했었다고 말을 바꾸면서 박종원 후보님이 2018년에 국정감사장에 나오셨을 때 했던 발언까지 끌어와 갖다 붙였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과연 어떻게 대답할지 모두가 박종원 후보를 바라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식량 총량제를 생각만 해봤거나 시행을 하려 한다거나를 떠나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분이 그런 생각을 해봤다는 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제가 국정감사장에 나와서 했던 말씀은, 우리나라가 식당을 차리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겁니다. 제가 <식당골목>이라는 방송을 했던 것도 식당을 하는 걸 절대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전에 왜 그런 웃픈 얘기 있었잖아요. 문과 나와도 이과 나와도 결국은 치킨집. 많은 분들이 웃었지만 전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럼 치킨집 차리는 건 쉽다는 거야?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최우기가 받았다.


“네, 이렇게 또 치킨집을 쉴드 쳐주시고. 아무튼 먹는 얘기로 이렇게 고품격의 토크를 할 수 있는 방송, 우리 매볼쇼 밖에 없다는 생각 다시 한번 해봅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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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9일 목요일 아침. 제20대 대통령 선거 D-90.


박종원 후보의 휴대폰이 울렸다. 유사민 작가였다.


“유 작가님, 이렇게 이른 아침에 어쩐 일이십니까?”


“박 후보님한테는 말씀드려야 할 거 같아서요.”


“네? 무슨 말씀을요.”


“저 잠시 후에 MBS 라디오에 출연합니다. <김중배의 시선회피>에요. 뭐 ‘이정명 후보를 말한다’라는 타이틀이라네요.”


박종원 작가는 웃었다.


“에이~ 난 또 뭐라고. 알고 있어요. 어제부터 뉴스가 얼마나 많이 나왔는데요.”


“그래요? 그렇게 많이 났어요?”


“그럼요. 유 작가님이 드디어 몸을 일으켰는데 안 쓰면 언론이 아니죠. 벌벌벌 떠는 뉘앙스가 보이던데요? 근데요, 전 괜찮아요 작가님. 작가님이 이정명 후보 캠프로 들어가시는 건 아니잖아요.”


“그야 그렇죠.”


“그럼 된 거죠. 만약에 캠프까지 들어가시는 걸로 결정하셨으면 살짝 섭섭할 수도 있겠지만, 방송 나오셔서 하시고 싶은 말씀 하시는 거야 너무 좋죠. 저야말로 진짜 기다렸습니다.”


허허허, 웃는 유 작가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그럼 마음 편히 다녀오겠습니다.”


“네, 잘해주시고요. 이정명 후보에 대해 편하게 말씀해주시고요, 딱 하나, 유 작가님에게 도와달라고 말씀드렸던 자격으로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네? 뭔가요.”


“이정명 후보 얘기 맘껏 하시면서 살짝살짝 제 얘기도 해주시면 묻어갈까 합니다.”


“네? 하하하. 알겠습니다. 알겠어요. 안 그래도 지금 이정명 후보하고 윤정열 후보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는 분이신데 당연히 언급하지 않겠습니까.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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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 작가는 유튜브로 들어가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김중배의 시선회피>를 열었다.

유사민 작가가 김중배 진행자와 단 둘이 앉아 있었다.


첫 질문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바로 그 점을 던졌다.


“정치평론을 그만하시겠다고 하셨잖아요. 재개하시는 건가요?”


“뭐, 그렇다고 봐야죠.”


“아니, 왜 그런 결정을, 본격적으로 정치평론 무대에 다시 올라오신다는?”


“본격이라기보다는, 한 1년 반 쉬니까 이제 기운도 나고요. 뭐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주어지면 이제는 거절만 하지는 않겠다는 뜻으로 봐주시면 됩니다.”


“그렇군요. 자, 저희가 요즘 시리즈로 기획해서 게스트 분을 모시는 시간이거든요. 어제는 정이당 심상순 후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분이 나오셨고요, 오늘은 이정명 후보를 말할 수 있는 분으로 유사민 작가를 모셨습니다.”


유사민 작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주문을 드렸죠. 이정명 후보를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 3개를 부탁드렸죠. 자,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보고 있던 박종원 후보도 생각해봤다.


‘이정명 후보를 키워드로 설명한다면? 실행? 또 뭐가 있을까.’


유사민 작가가 말했다.


“생존자, 발전도상인, 과제중심형.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박종원 후보는 무릎을 쳤다.


‘캬아~ 역시 유사민 작가네요. 생존자, 발전도상인, 과제중심형. 신박한데요? 박 작가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정명 후보에 대해 함축적으로 잘 정리했네요. 생존자는 아무래도 가난했던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소년공으로 지냈고, 검정고시에 성남시장에 경기도지사를 거치면서 온갖 공격과 음해를 헤치면서 결국 비주류로서 민지당의 대선 후보가 됐잖아요. 생존자가 맞죠.’


‘정말 파란만장했죠. 발전도상인은 무슨 뜻으로 말한 걸까요?’


‘아마도 우리나라가 발전도상국이었잖아요. 경제 성장을 해서 지금 선진국 문턱에 있는 거고요. 발전하고 진화한다는 건데, 이정명 후보도 그렇게 발전하고 진화를 거듭해온 분이라는 표현이겠죠.’


박종원 후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과제중심형은 저도 대번에 알 거 같아요. 이정명 후보는 시장하실 때나 도지사 하실 때부터 실행력이 뛰어났고 실적도 많잖아요.’


‘그렇죠.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없죠. 박 후보님도 당연히 정치인 시절보다 식당 사장 시절이 훨씬 많은데, 실적을 내왔다는 점에서는 닮았다고 할 수 있죠.’


‘그건 그렇죠. 역시 박 작가님이 사람은 잘 봤어요.’


박 후보와 박 작가는 동시에 웃었다.

아마도 이 모습을 누군가가 봤다면 혼자 웃고 있는 박종원 후보만 보였으리라.

같은 시간 MBS 라디오의 스튜디오에서는 유사민 작가와 김중배 진행자가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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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9일 목요일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90일 남겨둔 날이다.

이날부터 후보들이 하면 안 되는 일들이 꽤 많아진다.


토론회 말고는 방송 출연을 할 수 없고, 광고나 출판기념회도 금지된다.

그렇기에 유튜브 채널에서 하는 수많은 방송이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을까 예상됐다.


또한 공직에서도 물러나야 하는데 국회의원직은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는 지금까지 예비 후보 20명이 등록했는데, 내년 2월 14일 후보 등록이 마감되면 바로 다음 날인 2월 15일부터 공식 선거 운동 기간이 시작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 토론회를 세 차례 주최할 예정인데, 현재로서는 초청 대상 후보에 5명이 포함됐다. 이정명, 윤정열, 박종원, 심상순, 안철순이다.


거의 매일 이정명 후보는 윤정열 후보에게 기탄없는 토론을 하자고 요구하는데 윤정열 후보는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심상순 후보와 안철순 후보는 차라리 윤정열 후보는 제외하고 우리끼리라도 토론하자고 맞대응하고 있는데, 묘한 건 누구도 박종원 후보에게 토론을 요청하진 않고 있었다.


앞으로 과연 어떤 방식으로 대선 후보들의 토론회가 펼쳐질지 각자가 선 자리에서 주판알을 두드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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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 박종원 캠프 사옥 1층이 오랜만에 활기를 찾았다.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저마다의 메뉴로 식사 중이었고, 한쪽 테이블에서는 나영식 피디와 두 명의 남자가 앉아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웃음을 터트리며 얘기하고 있었다.


“박종원 후보가 아무래도 먹는 쪽으로는 이미지가 대한민국 탑이니까 그걸 부각하는 쪽으로 해야 할까?”


“그건 기본으로 가면서 사람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는 걸 보여주는 걸 빠트리면 안 될 거 같고. 오 감독 생각은 어때?”


“오늘부터 지상파나 종편은 출연하면 안 되니까, BTL 쪽을 제대로 벌려야 할 거 같아. 이정명 캠프로 간 김영휘 피디도 생각지도 못할 히특함이 있어야겠고. 그쪽은 정 대표가 전문이기도 하고.”


나영식 피디와 함께 하는 홍보 전략 회의였다. 박종원 후보가 우삼겹을 가득 담은 접시를 들고 합석했다. 세 남자는 일어나 인사하려 했지만 박 후보가 손사래를 했다.


“나 피디님, 뭔 얘기를 그렇게 먹지도 않으면서 해요?”


“아 예. 얘기 좀 하고 먹으려고 했죠.”


박종원 후보가 처음 보는 두 남자를 부드럽게 바라봤다.


“소개해 주셔야죠?”


“저하고 같이 오랜 시간 합을 맞춰온 분들입니다. 홍보 전략 짜려고요. 인사도 드릴 겸 같이 왔어요.”


박종원 후보는 불판에 우삼겹을 척 올리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박종원이에요. 뭘 해도 좋으니까 맘껏 하시면 됩니다. 고기도 맘껏 드시고요.”


“안녕하세요. 작은 광고회사 운영하고 있는 정지무 대표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정지무 대표하고 많은 작업 한 오상일 감독입니다. 나 피디는 떴다고 연락이 좀 뜸했는데 간만에 연락했고요.”


하하하.


“네, 나영식 피디랑 맞춰 오신 분들이면 전적으로 믿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네 남자는 고기를 구우며, 쌈을 싸며 박종원 후보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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