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화. 밥은 먹고 다니냐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by 김영주 작가

대통령 선거를 89일에서 87일 남겨둔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

각 당의 후보들은 저마다의 선거 전략에 따라 저마다의 동선에 따라 치열한 운동을 펼쳤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는 대구와 경북, 이른바 TK로 부르는 지역을 광범위하게 돌았다.

유튜브에는 그가 가는 곳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물려 들어 환대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경주를 시작으로 대구, 칠곡, 안동, 문경, 영천, 포항, 김천, 예천 등을 3박 4일간의 일정으로 주말 ‘매타버스’를 진행했다.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는 강원도 지역을 찾아 강원도 선대위와 함께 하고 이곳저곳을 돌며 강원도 민심을 청취했다.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와 정이당 심상순 후보 등도 나름대로의 주말 운동을 했다.


어느덧 아침의 루틴이 된 박종원 후보와 박종원 작가와의 속마음 대화.

일요일 오전 두 사람(한 사람은 정확히 사람인지 아직 불분명하다)은 마음속 대화를 하며 선거운동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박 작가가 물었다.


‘박 후보님, 주말에 다른 당 후보들 움직이는 거 보면서 어떤 생각하셨어요?’


‘확실히 민지당하고 국민의심은 많이 다르게 움직이고 있어서 비교해보면서 저도 공부가 많이 되고 있어요.’


‘박 후보님은 두 후보를 면밀히 관찰하시면서 양쪽의 장점들만 쏙쏙 빼먹으려고 하는 거군요.“


박종원 후보가 속마음을 들켰다는 식으로 웃었다.


‘좀 티가 났나요? 뭐 다들 저보다는 정치 선배들이잖아요. 제가 배우는 게 맞죠. 물론 먹는 문제에 대해서는 그분들이 저한테 안 되지만요.’


박 작가가 물었다.


‘윤정열 후보는 정치하겠다고 들어온 게 몇 달 안 되는데요?’


‘그야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검찰이라는 공적인 영역에서 일하신 게 20여 년 되니까 선배로 쳐줘야죠. 또 그게 제 맘이 편해요. 박 작가님, 이번 주말 후보들 행보에서 짚어볼 게 뭐가 있을까요?’


‘이정명 후보가 대구에서 청년들하고 자리 가졌잖아요. 생각해볼 만한 이슈들이 나왔죠.’


10일 저녁. 대구광역시 동성로에 있는 한 카페에서 열린 2030 청년 ‘쓴소리 경청’ 간담회.


윤정열 후보도 그렇고 여타의 대선 후보들도 청년과 소통을 하겠다며 많이 가지곤 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자리였다. 그런데, 6명의 참석자 중 한 명에게서 꽤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청년의 말을 들어본다.


“지금 이렇게 ‘세팅’이 돼서 저희가 앉아 있는데, 솔직히 제가 이 기획을 보고 있는 시청자 입장이라면 얘 네들 다 미리 ‘작업’ 친 거 아닌가? 짜고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할 거 같아요.”


상당히 솔직한 마음의 소리였다. 이정명 후보는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지는 물었고 청년은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지금 ‘매타버스’다, ‘쓴소리 경청’이다, 이렇게 쓰여있는데 진짜 들어줄 거면 차라리 아까 동성로 걸으셨는데 그냥 그때 마이크를 길거리에 있는 청년들에게 주고 후보가 얘길 듣는다면 저는 지금 이 방식보다 좀 더 진정성이 느껴질 것 같아요.”


이정명 후보는 이렇게 반문했다.


“쇼라고 보지 않을까요?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그럼 이렇게 몇몇이 모여서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며 듣는 게 좋은지, 길거리에 나가서 마이크를 드리고 듣는 게 좋은지 지금 생중계를 보고 있는 7000여 명 시청자에게 물어볼까요.”라고 제안했고, 잠시 후 비등한 결과가 나온다고 전해 들었다.


결국, 이정명 후보는 “그거 한번 정말 생각해봅시다. 사실은 나도 해보고 싶었어요. 진지하게 논의해 봅시다.”라고 했다.


이야기를 전한 박 작가가 이어 말했다.


‘그 후에 이어진 매타버스에서 그 청년이 말한 아이디어를 실행했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청년의 솔직한 마음이 나왔고 이정명 후보는 잘 경청한 거죠.’


박 후보가 진지하게 받았다.


‘이정명 후보는 그래도 상당히 열려 있는 분 같아요. 사실 제가 제일 두려운 상대로 생각하고 있어요. 저도 제 스스로 굉장히 열려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사람은 어떨 때 보면 더 나가는 거 같더라고요.’


‘정치인과 대중이 소통하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같아요. 이정명 후보가 강제로 퇴장당하는 일도 있었잖아요.’


‘네? 강제로 퇴장을 당해요? 어디에서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요.’


지난 9일. 이정명 후보는 2030들이 많이 있다는 한 커뮤니티인 AM코리아에 접속, 정치 시사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청년들하고 소통을 하는 것이 목적이었으리라.


그런데 다음 날인 10일, 운영진으로부터 자신들의 규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강퇴를 당한 것. 이를 두고 논란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박 후보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했다.


‘아니, 이 후보가 싫을 수는 있는데 무슨 규정이 그럴까요? 그 커뮤니티도 소통을 하자는 곳 아닌가요? 그렇다고 강제로 퇴장을 시키는 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건 제 생각도 마찬가지예요. 이정명 후보가 그 커뮤니티에만 문을 두드린 건 아니거든요. 다른 청년 커뮤니티들에도 글을 올렸는데 그렇지 않았거든요. 박 후보님도 AM코리아에 글 한 번 올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래요, 도전해보지요. 저까지 강퇴를 하게 되면 그쪽 운영방침은 뭐 정치인 하고는 일체 소통을 안 하는 거라는 게 확실한 거네요. 그럼 윤정열 후보 쪽은 이런 이슈가 있진 않았나요?’


‘그쪽은 지난 주말에 강원도에서 대박 사건이 터졌습니다.’


‘대박 사건이요?’


사전에 준비되고 세팅이 되는 많은 행사들이 이제는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것임이 보다 확실하게 드러났던 일이 지난 주말 강원도를 돌았던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가 참여했던 공간에서 있었다.


11일 윤정열 후보는 강원도 18개 지역의 번영회장과 간담회를 하는 자리에 참석했다.

약 20분 정도 현장에 있었다고 보도에 나오는데, 문제는 윤정열 후보가 자리를 나간 후에 참석했던 번영회장들 중 일부가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성토한 영상이 올라온 것이다.


“이렇게 와서 사진만 찍고 갈 거면 뭐 하러 우린 부른 거야?”


“간담회를 한다고 해서 얘기를 듣고 물어보고 하러 왔는데 사진 찍으러 왔느냐! 장난하는 거냐!”


“우린 안 바쁜 줄 알아?”


논란이 일자 국민의심 선대위 대변인은 “번영회와 당 사이에 의제 조율은 됐다. 이번 일은 번영회 내부로의 항의이지, 우리에게 항의한 것은 아니다”라는 코멘트를 했다고 하지만, 해당 영상을 본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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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정오. 박종원 후보 캠프 사옥 1층. 선대위 회의가 열렸다.


황규익 작가, 하명준 회장, 송기령 대표, 유현중 교수, 김상육 교수, 박태영 의장, 최우기 방송인이 왔고 나영식 피디와 정지무 대표, 오상일 감독이 둘러앉았다. 한식위원장 구반길 셰프와 양식위원회 박찬이 셰프, 총괄 매니저 길중화 팀장도 함께 했다. 박종원 후보가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소중한 일요일 오후에 오십사 해서 죄송합니다. 이제 내일이면 대선이 86일 남습니다. 아시겠지만 이정명 후보나 윤정열 후보 쪽은 주말에도 광폭 행보를 벌이고 있죠. 이제 우리도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여러분의 지혜를 모아보고자 자리 마련했습니다.”


황규익 작가가 말했다.


“어찌 보면 늦었을 수도 있지만, 박 후보님이 워낙 주목도가 있는 분이니까 아이디어 잘 짜서 선거운동 시작하면 주목받을 수 있을 겁니다.”


박종원 후보가 이어받았다.


“어떤 분들은 우리 식당 선대위는 전문가 몇 분만 보이고 너무 몸집이 작은 거 아니냐 하시는데요,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한 분 한 분이 일당백 하시는 분들이니까요. 또 식당의 전국 백만 당원들 계시고, 저희 당을 응원해주시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많은 분들 계십니다. 심플하게 선택과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육뚜기 하명준 회장이 입을 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황 작가님하고 저만 들어왔을 때는 솔직히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오늘 여러분들 얼굴 직접 뵈니까 마음이 놓입니다. 저야 한평생 음식 만드는 기업만 운영해 왔으니까 음식 쪽 인프라는 걱정하지 마시고, 좋은 생각 나눠주시면 힘닿는 대로 서포트하겠습니다.”


최우기가 일어났다.


“자자, 또 재미없는 다른 당 최고위원회 회의처럼 되고 있네요. 이러면 안 됩니다. 진도 팍팍 나가겠습니다. 제 생각엔 저번에 슬로건 고민했던 거 확정 짓고요, 박 후보님이 이번 주에는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영상을 촬영하면 좋을지 정도만 얘기하면 어떨까 합니다.”


박종원 후보가 웃었다.


“역시 우리 회의는 최우기 씨가 진행해야 해. 자, 그럼 슬로건부터 결정할까요. 저번에 최종 2개 안이 나왔죠. 여러분 의견도 모았고 당원 의견도 모았습니다. 길 팀장, 결과 나왔습니까?”


길중화 팀장이 일어났다.


“네, 결과가 나왔는데요, ‘밥은 먹고 다니냐’하고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 2가지 중에서 ‘밥은 먹고 다니냐’, 가 6대 4의 비율로 많았습니다.”


짝짝짝.


“밥은 먹고 다니냐, 밥은 먹고 다니냐. 좋습니다. 그럼 우리 식당의 제20대 대통령 선거 슬로건은 ‘밥은 먹고 다니냐’로 결정하겠습니다!”


짝짝짝짝.


정지무 대표가 말했다.


“물론 법적으로 문제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밥은 먹고 다니냐’의 대사를 한 송강효 배우에게 우리 식당 대선 슬로건으로 써도 괜찮은지 허락을 구하고, 만난 김에 슬로건 영상에 직접 출연 가능하실지 타진해보겠습니다.”


빅데이터 전문 송기령 대표가 말했다.


“좋네요. 슬로건이 정해졌으니까 큰 산 하나 넘었습니다. 이정명 윤정열 박종원 안철순 심상순을 놓고 어떤 키워드들이 중심적으로 언급이 되는지 살펴봤는데요, 이정명 후보가 매타버스를 진행하면서 매주 주말 지역을 다니고 있는 것들이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통, 솔직이라는 단어가 많이 늘어났는데요, 급상승하고 있는 키워드가 이게 있더라고요.”


모두가 집중했다.


“‘똑똑’, ‘천재’. 스카이대학교 경제학부 강의실에서 강의하고 질의응답했던 영상이 폭발적인 반응입니다. 윤정열 후보는 ‘마이크’, ‘배달’이라는 단어가 눈에 보여 뭔가 봤더니 문화예술인과의 간담회에서 질문에 즉답을 하지 않고 이준식 대표에게 마이크를 건넨 행동이 빈축을 샀더라고요. 이렇게 대중들은 후보들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에 반응을 하고 있습니다. 박종원 후보도 어떤 키워드를 가지고 오게 할 것인가를 잘 봐야 할 겁니다.”


박종원 후보가 말했다.


“제 키워드야 먹방, 요리 이런 것들일 텐데요. 여기에 소통을 잘 버무려야겠네요. 길 팀장님, 이번 주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일정들은 어떤 게 있죠?”


“먼저 섭외 요청이 들어온 행사를 말씀드리면요, 13일 월요일 오후 2시 코엑스에서 배달의 만족이 주최하는 ‘치믈리에 자격시험’ 명예 시험감독이 있고요, 14일 화요일 유튜브 채널 출연 요청이 3건 있고요, 15일 수요일에는 관인토론회 참석 요청이 있습니다. 참, 내일 오전 7시 MBS 라디오 <김중배의 시선회피>에 여기 계신 분들 중 한 분이 나가시면 좋겠는데요, 얼마 전에 유사민 작가가 나오셨던 코너 아시죠? 이번엔 ‘박종원 후보를 말한다’입니다. 어느 분이 나가시겠습니까?”


다들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거나 누군가는 고개를 숙이거나 딴짓만 했다. 박종원 후보가 바라보며 웃었다.


“누가 나가시겠어요? 아니면 추천하실까요?”


최우기가 나섰다.


“자, 그럼, 옛날 사랑의 화살표 아시죠? 이 분이 나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분에게 사랑의 화살표를 손가락으로 해주시면 됩니다. 자, 내일 오전 라디오에는 이 분이 딱이다. 사랑의 화살표를 쏴주세요!!!”


모든 손가락이 한 사람을 가리켰다. 황규익 작가였다.


“아이고… 이미 맞아본 사람이 또 두들겨 맞으란 말씀이시네요. 알겠습니다.”


하하하.


이렇게, 식당 대선후보 박종원의 선대위 회의는 저녁을 넘겨 밤을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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