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화. 배달의만족 치믈리에 페스티벌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by 김영주 작가

월요일 오전 7시. 대선 D-86


MBS 라디오 스튜디오에 온에어 불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김중배의 시선회피 김중배입니다. 대선 후보들에 대해 좀 더 진솔하고 조금은 더 객관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입니다. 지난주에는 유사민 작가의 입으로 이정명 후보에 대해 들어봤는데요, 오늘은 박종원 후보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입니다. 정당 이름이 식당이죠, 식당 대선후보로 열심히 뛰고 있는 박종원 후보에 대해서는 어느 분의 입을 통하면 괜찮을지 저희 스태프들이 의견을 모았는데요, 압도적으로 이 분이 뽑혔습니다. 황규익 작가 나오셨습니다!"


"반갑습니다. 황규익입니다."


평소에 안면이 있는 탓인지 김중배 진행자는 보는 순간 웃음부터 났고 황규익 작가는 괜히 심통이 났다.


"아니 왜 처음부터 웃으시는 거예요? 저만 보면 재미있어 죽겠나 보죠?"


김중배 진행자는 억지로 웃음을 멈췄다.


"오늘은 또 어떤 말씀을 하셔서 악플을 받으실지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네요. 죄송합니다. 으흐흐."


"뭐 이해는 합니다만 그래도 오늘은 대선 후보에 대해 얘기하러 나온 거니까 조심조심하겠습니다… 만 잘 될까 모르겠네요. 하도 말을 앞을 자르고 뒤를 잘라 이어 붙이시잖아요."


"그건 맞습니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저희 경쟁 프로긴 한데, 김아준의 뉴스공장에서 이런 코너를 만들었더라고요. '실제로는 이렇게 말했다', 참으로 시의적절한 코너 같아서 얄밉더라고요."


황규익 작가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런 코너를 만들었어요? 그래서 내 코너 없앴구먼."


"자자, 마음 아픈 얘기는 이 정도로 하고요, 이제 대선 후보에 관한 얘기 나누시죠. 광고 잠깐 듣고 오겠습니다."


같은 시간 러닝머신을 달리던 박종원 후보는 웃음을 참기가 힘들었다.

황규익 작가의 능청이 그만이었던 것이다. 현장에 가 있지 않았지만 그림이 환하게 그려졌다.


'박 작가님, 황규익 작가가 오늘 저 도와주겠다고 출연하신 건 맞는 거겠죠?'


'그렇겠죠. 더 들어보자고요, 후보님'


다시 MBS 라디오 스튜디오.


"사실 제가 알기로 황규익 작가는 박종원 후보에 대해 고운 시선은 아니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해서 선대위에 합류하시게 된 거죠?"


"그야 하도 부탁하니까… 농담이고요, 정당 이름이 식당이잖아요. 저도 명색이 음식 콘텐츠로 밥 먹고 있는 사람인데, 진짜 깜짝 놀랐어요. 음식에 대해 정말 진심인 분이더라고요."


김중배 진행자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그래도 보기에 따라선 음식 가지고 장난하는 거 아니냐는 시선이 있지 않을까요?"


"1900년대 초인가 중반인가 확실하진 않은데요, 폴란드에 맥주애호가당이라는 게 있었어요. 근데 그 정당은 말 그대로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뭉쳐서 맥주를 좀 더 편하게 먹어보자는 뜻으로 한 거예요. 근데 박종원 후보가 만든 식당은 먹거리에 대한 구조적인 접근까지 하고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어떤 구조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건가요?"


"현재 캠프에서 일하시는 분들하고 다양한 공약을 준비 중인데요, 치킨을 예로 들면 제가 누누이 얘기했던 우리나라의 치킨은 맛이 없어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닭을 키우고 유통하고 판매하는 구조에 보다 근본적인 개혁을 준비 중입니다. 식당 산하에 새치킨위원회를 곧 발족할 예정이에요."


"새치킨위원회요? 그럼 그 위원회에서 우리나라 치킨에 관해 여러 담론들이 나오는 건가요?"


"김중배 앵커는 혹시 KFC가 뭔지 아세요?"


김중배 진행자는 누굴 놀리나 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지상파 라디오에서 브랜드 명을 직접 밝히긴 뭐하지만 물어보시니까 대답합니다. KFC,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이잖아요, 세계적인 미국 프랜차이즈죠. 사람 좋게 생긴 할아버지가 앞에 딱 지키고 있는 그거요."


황규익 작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이제 KFC는 ‘코리아 프라이드치킨’입니다. K-치킨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아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치킨 맛없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 생각은 아직 변함없고요, 그렇지만 세계가 대한민국 치킨을 높게 사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입니다. 저는 다만 훨씬 더 발전할 수 있다는 걸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 작업을 식당에서 박종원 후보라면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렇군요. 자, 그럼 박종원 후보에 대해 세 가지 키워드를 준비해 주십사 딱 30분 전에 저희 제작진이 주문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맞습니까?"


"네,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황규익 작가의 박종원 개론이 아침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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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A홀.

배달의만족에서 주최하는 '제1회 배만 치믈리에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다.

박종원 후보는 심사위원석에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2017년 ‘제1회 배만 치믈리에 자격시험’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된 후 코로나19로 열리지 못하다가 위드 코로나로 접어들어 다시 열렸는데, 페스티벌로 행사의 성격에 변화를 주고 무엇보다 명예위원으로 대선 후보가 참석한다는 소식에 기자들과 손님들이 줄을 길게 섰다.


거리두기 수칙에 따라 행사장 안에는 정해진 숫자만 입장이 가능했고, 주최 측에서는 부랴부랴 행사장 외벽에 대형 모니터를 설치, 실시간으로 관람을 할 수 있게 했고 유튜브 생방송도 시작했다.


2017년 잠실의 한 호텔에서 처음 치러진 ‘치믈리에 자격시험’은 진심 반 재미 반으로 개최된 행사였다.


와인 소믈리에는 누구나 아는 직업이고 심지어 워터 소믈리에, 쌀 소믈리에, 티 소믈리에도 있는데 치킨 소믈리에는 왜 없을까, 하는 의문에서 시작하여 기업 배달의만족이 ‘그렇다면 치킨 소믈리에’를 탄생시켜보자는 기치로 실시되었다.


전국에서 치킨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고 자부하는 남녀노소의 치킨 덕후들이 몰려왔고 시험은 1교시와 2교시로 나뉘어 열렸다.


1교시는 듣기 평가를 포함한 필기시험 30문제, 2교시는 프라이드 / 가루 / 양념 / 핫 양념의 영역별 실기시험 12문제가 출제됐다.


예를 들어 이러한 문제들이 나왔다.


미술영역. 아래 치킨에서 멕시카나 ‘땡초치킨’을 고르시오.

보기로 4종류의 치킨 사진이 제시된다.


프랜차이즈 영역의 문제도 출제됐다.

다음 보기 중 페리카나의 치킨 메뉴가 아닌 것은?

1) 매운 후라이드 2) 핫칠리치킨 3) 조청치킨 4) 치즈뿌리오 5) 갈릭플러스치킨.


외국어 영역도 있었다.

다음 중 bhc의 약자로 맞는 것을 고르시오.

1) Bye Hello Chicken 2) Best Healthy Chicken 3) Better Happier Choice 4) Buy Heavy Chicken 5) Big Hit Chicken


합격의 기준은 필기시험 30문제 중 20문제 이상, 실기시험 12문제 중 8문제 이상 맞혀야 합격이며, 두 과목 모두 통과 시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


제1회 배만 치믈리에 자격시험에는 678명이 응시해서 119명이 통과했다.


이번에 열린 치믈리에 페스티벌은 그동안 배출된 치믈리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치킨에 대한 토크와 시청자 퀴즈 및 왕중왕 선발대회 등을 했다.


비록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득 메운 인파가 없이 진행되었지만, 치킨에 대한 애정이 듬뿍 드러난 행사였다.


페스티벌이 마무리에 접어들었을 때, 잠시 쉬었던 사회자가 무대로 올라왔다.


“네, 치킨을 사랑하는 치믈리에와 치킨 가족 여러분, 이제 서서히 페스티벌을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는데요, 전 오늘 행사를 진행하고 지켜보면서 두 가지 점에서 놀랐습니다. 여러분의 치킨에 대한 사랑이 하늘을 찌른다는 점에 다시 한번 놀랐고요. 그리고! 이분이 지금 이 시간에도 자리를 지키고 계시다는 점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2시에 시작된 페스티벌이 이제 7시를 향하고 있는데, 저는 지금까지 대통령 선거 운동을 하는 후보가 한 공간에서 5시간이나 있었다는 얘기 듣지 못했습니다.”


박수가 나왔다.

사회자가 박종원 후보를 쳐다봤다. 박종원 후보는 어쩔 줄 몰라하며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


"주최 측으로부터 제가 전달받은 사항이 있습니다. 오늘 박종원 후보께서는 일체의 인사말을 안 하시기로 하셨다고요. 왜냐, 오늘 주인공은 여러분이니까. 근데 도저히 이대로 끝내기는 사회자인 제가 안 되겠어요. 여러분, 음식에 올인하고 계시는 분이 대통령 후보로 나섰는데, 그리고 이 자리에 같이 호흡하고 계시는데, 몇 말씀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박종원 후보는 두 손을 올려 아니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사회자는 외면하며 말을 이어갔다.


"네, 박종원 후보님이 두 손을 불끈 쥐셨습니다. 이 자리로 모시겠습니다!"


우와~~~


박종원 후보 주변에 있던 심사위원들과 배달의만족 김봉준 대표도 등을 떠밀었다.

박 후보는 결국 무대 위로 올라갔다. 다시 박수가 나왔다.


"여러분 즐기시는데 제가 굳이 말씀 보탤 거 없다 생각해서 안 나서려고 했는데 결국 나왔네요."


다시 박수.


"치믈리에 자격시험이 있다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와 보고 싶긴 했습니다. 안 부르시더라고요. “


박종원 후보가 김봉준 대표를 힐끗 쳐다봤다.


“말로만 듣던 치믈리에 분들 만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여러분이 나누시는 대화도 잘 들었습니다. 자신의 인생 치킨은 뭔지, 치킨을 시키는 노하우는 무엇인지, 치킨과 궁합이 맞는 음식과 음료는 무엇인지, 치킨 브랜드마다 염지와 튀김옷은 어떻게 다른지, 양념의 트렌드는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치킨이 더 맛있어지려면 어떠해야 하는지… 저도 많은 걸 배우고 갑니다. 우리 식당의 정책과 공약에 꼭 반영하겠습니다. 그럼, 즐기실 분들 더 즐기시고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종원 후보는 꾸벅 인사하고 무대에서 내려왔다. 뜨거운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박종원! 대통령! 식당 대통령!” 연호가 이어졌고, 박 후보는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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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론사회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 32%, 민지당 이정명 후보 30.6%로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이 나왔고 식당 박종원 후보는 27.5%로 바짝 추격했다.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 2.6%, 정이당 심상순 후보는 2.4%를 기록했다.


언론의 보도는 선두권을 일찌감치 형성한 윤정열 후보와 이정명 후보의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향방과 함께 강력한 캐스팅 보트를 쥐게 된 박종원 후보의 방향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다.


지금까지는 식당 박종원 후보를 재미 위주로 바라봤다면 이제는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대선 후보로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식당 박종원 후보, 대선의 키 잡게 되나」

「윤정열‧이정명 양강 구도 흔들리나」

「식당 박종원 후보를 주목하는 민지당과 국민의심」


그렇게 대선의 구도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고, 화요일 새벽, 윤정열 후보에 타격이 되는 기사가 터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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