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즉석 전화연결! 박 후보의 아내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by 김영주 작가

12월 14일 화요일 새벽, 뉴스 전문 방송사 ytm에서 단독 보도를 냈다.

윤정열 후보의 부인 김건휘 여사가 과거 한 대학교에 교수 지원서를 제출했는데 경력과 수상 내용에 허위 과장이 있다는 것이다.


그날 정오. 윤정열 후보는 관인토론회에 초대됐는데, 새벽 보도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후보님, 아내 되시는 분의 보도는 보셨습니까?"


"당연히 봤죠."


"물론 후보님과 결혼을 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긴 합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정열은 코를 살짝 만졌다.


"에, 저도 와이프한테 이런저런 걸 물어봤고 확인을 해봤는데요, 에, 부분적으로는 기억에 착오가 있는 거 같더라고요, 에."


"그렇다면 잘못된 거라고 인정하시는 겁니까?"


"에, 부분적으로는 잘못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에,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떤 이유로 문제가 없다고 보시는 겁니까?"


윤정열 후보는 기자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알아보니까 재직증명서는 확실히 발급받은 거더라고요, 에, 다만 재직 날짜가 혼선이 좀 있는 거죠. 수상 경력도 기여 정도는 보기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해당 회사 다녔을 때 수상한 거니까, 에, 그런 점에서 전체적으로 볼 때 문제 삼을 건 없지 않으냐, 는 겁니다."


윤정열 후보의 부인 관련 보도는 이 날 계속 나왔다.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던 건 한 언론사의 카메라가 부인 김건휘 여사 앞에 갑자기 나타나 질문을 던졌는데 황급히 얼굴을 가리고 허리를 푹 숙인 후 빠른 걸음으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었다.


민지당에서는 해당 영상이 보도되자 '무슨 죄를 저질렀나, 왜 카메라를 피하나?'라며 공세를 가했고 여타의 정당들도 마찬가지였다.


비슷한 시간, 박종원 후보는 전직 국회의원 정봉조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정국구>에 출연하고 있었다.

정봉조 의원은 오랜만에 건수를 물었는지 기분이 크게 업 되어 있었다. 늘 업 되어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박종원 후보님은 아내 되시는 분에 대한 검증은 하셨습니까?"


박종원 후보는 눈을 크게 뜨며 정봉조를 봤다.


"네? 제가 뭐라고 와이프를 검증해요? 결혼은 제 인생에 없다고 살던 사람을 구제해 준 것만으로도 제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하고 생각했는데요."


그렇다고 물러날 정봉조가 아니었다.


"이런 말 있지 않습니까,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사실 지금 윤정열 후보가 진땀을 빼고 있는 게 바로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고 보니까 두 분은 비슷하네요. 늦은 나이에 결혼하셨고 미인이시고."


"네, 뭐. 히히"


"오늘 새벽부터 나오는 윤정열 후보 부인에 관한 보도는 보셨죠?"


"아 예. 제가 예전에는 음식 쪽 보도만 챙겨봤는데 정치를 하고 나니까 또 보게 되네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종원은 자세를 고쳐 앉았다.


"오늘 새벽에 나온 보도는 사실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경력이나 수상 경력도 사실이 아닌 걸 쓰면 안 되는 거잖아요. 보도가 맞다면 문제가 있는 거죠."


"박종원 후보의 부인은 거의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셀럽인데요, 혹시라도 후보님이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될 사안은 전혀 없을까요?"


"글쎄요. 아마 거의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요? 그럼 지금 전화 연결 어떠세요? 제가 여쭤볼게요."


"갑자기요? 지금요?"


“왜 뭐 꿀리는 거 있으세요?”


“꿀리긴요, 그런 건 없지만, 지금 갑자기 전화를 한다는 게 좀…”


“그럼 안 하시는 거로 할까요?”


‘박 작가님,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죠? 예능인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요’


‘뭐 어때요. 쿨 하게 전화해 보세요.’


박종원 후보가 휴대폰을 꺼냈다. 정봉조 의원은 반색했다.


“오! 박종원 후보님이 전화를 합니다!”


박종원이 전화를 걸었고 신호가 가는 소리가 들렸다. 휴대전화를 세로로 해서 보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화상전화였다.


“네, 화상전화로 하시네요. 소무진 씨가 남편의 전화를 받으실까요?”


신호 소리는 이어졌고, 박종원 후보는 어색한 미소를 유지했다. 정봉조 의원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그를 지켜봤다.


뚝. ‘고객은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은 크게 웃었다.


“지금 바쁜가 보네요. 좀 있다 또 해보죠. 뭐 워낙 바빠서요.”


“네, 그렇군요. 아쉽습니다. 좀 더 말씀 나누시다가 다시 한번 시도해보는 걸로…”


지이이이잉.


진동벨이 울렸다.


“아, 바로 왔네요. 여보세요? 여보, 바빠요? 지금…”


정봉주 의원이 두 손을 좌우로 저었다. 방송 중이라는 얘기를 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여보! 얘기하느라 전화 못 받았어요. 웬일로 화상전화를 했어요? 어? 지금 방송 중인가 봐요.”


역시 방송인다운 눈치였다. 정봉조 의원은 바로 치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소무진 씨. 저 정봉조라고 합니다. 아 이제 여사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휴대폰 화면으로 크게 소무진이 보였다.


“어머, 정봉조 의원님, 안녕하세요? 정 의원님 방송 출연 중인가 보네요. 저희 박종원 후보님 잘 좀 부탁할게요.”


“아 예, 저를 아신다니 감사하면서도 놀랍습니다. 역시 제가 뜨긴 떴나 보네요. 하하하. 남편께서 대통령 후보로 열심히 뛰고 계신데요, 바로 옆에서 지켜보시는 심정은 좀 어떠세요?”


화면 속 소무진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안쓰럽긴 하지만요, 그래도 열심히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박종원 후보는 쑥스러운 표정 짓고 있었다.


“소무진 여사님은 대한민국 최고의 쇼호스트로서 박종원 후보라는 상품, 어떻게 파시겠습니까?”


소무진은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말을 했다.


“네, 국민 여러분, 후보 박종원이라는 제품은요, 놀랍게도 쓰면 쓸수록 기능이 탑재됩니다. 쑥쑥 자라납니다. 여러분이 해주실 건 딱 두 가지만 주시면 됩니다. 믿음 그리고 사랑. 이 두 가지 소스만 팍팍 넣어주시면 여러분에게 만족을 제공할 겁니다. 호호, 이 정도면 됐나요?”


정봉조 의원은 놀란 표정 했다.


“역시 소무진 님이시네요. 자, 그럼, 여기까지 하고요, 선거 전에 여기에 꼭 좀 나오셔서 얘기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네, 꼭 나가겠습니다. 그럼, 또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전화가 끊어졌다.


“아참, 원래 소무진 여사께 즉석 연결을 한 게 뭐가 좀 있나 캐내 보려고 한 건데 깜빡했네요. 으하하하. 말렸네요 말렸어.”


"사실 저한테만 비밀이라면서 얘기한 건 있습니다."


"네? 그게 뭔가요?"


"아… 이거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아닙니다. 이참에 털고 가셔야 합니다. 아니면 저한테 일단 얘기해주시고 제가 보도를 하는 게 좋을지 말지를 저희 유튜브방송위원회에서 논의해보겠습니다."


"정 의원님은 그런 위원회도 운영하십니까? 대단하신데요."


"뻥입니다."


으하하하!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아내 소무진 씨의 비밀은…"


정봉조가 귀 기울였다.


"쌍수했답니다."


으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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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그런 얘길 뭐 하려 해욧!"


"아니 그게 아니라… 정봉조 의원이 하도 말을 유들유들하게…"


"제가 다 지켜봤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얘길 해요? 먼저 얘기하셨잖아요!"


"그걸 또… 끝까지 봤어요? 안 바빠요?"


"제가 다 봐야 내조를 제대로 하죠!"


그날 밤, 박종원 후보는 아내와 함께 술 한 잔 했다.


'박 작가님, 오늘 술은 유난히 쓰네요.'


'그렇게라도 저는 마셔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너무 부럽습니다, 박 후보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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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5일 수요일. D-84


전날 보도의 여파는 컸다.

윤정열 후보 관련 지금까지 있었던 보도들에 비해 김건휘 여사의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한 보도 양이 대폭 늘어났다.


거의 모든 아침 방송들은 이 사안을 앞 다투어 크게 다뤘다. 하지만 오전에 보도된 윤정열 후보의 반응이 다시 한번 기름을 부었다. 기자들이 물었다.


"어제 보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겸임교수를 뽑는데 허위 이력을 제출한 것에 대한 논란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정열 후보는 기자들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여러분들 아마 가까운 사람 중에 대학 관계자 있으면 시간강사 어떻게 채용하는지 한번 물어봐요. 무슨 교수 채용하는데 시간강사라고 하는 거는 전공 이런 거 봐서 공개채용하는 것이 아니에요. 어디 석사과정에 있다, 박사과정에 있다 하면 얘기를 하는 거야. 그래서 공채가 아닙니다. 시간강사는. 겸임교수라는 건 시간강사예요. 그리고 무슨 채용비리 이러는데 이런 자료를 보고 뽑는 게 아닙니다. “


마치 공개 채용이 아니라면 이력을 속이거나 과장해도 큰 문제없다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은 일파만파 커졌다.


다만, 카메라를 황급하게 피했던 김건휘 여사의 전 날 반응은 이날은 달라진 모습을 보였고, 이렇게 코멘트를 했다.


"국민께 심려 끼쳐드렸습니다. 국민에게 사과를 할 의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윤정열 후보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 태도는 적절합니다.”


하지만 이력을 속이거나 과장했던 건은 한두 번이 아니라 계속 나오고 있어서인지, 사태가 진정되기는 아직 쉽지 않아 보였다. 대통령을 뽑는 선거이지만 어느덧 대중들에게는 대통령의 부인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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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박종원 후보 캠프 사옥.

선대위 위원들이 함께 하는 다음 날 예정인 박종원 후보에 대한 관인토론회 점검 모임이었다. 먼저 이정명 후보와 윤정열 후보가 했던 관인토론회에 대한 모니터를 했다.


함께 본 박종원 후보가 말문을 열었다.


“이정명 후보하고 윤정열 후보가 스타일이 완전 다르네요. 이정명 후보는 논리적이고 거침이 없고요, 윤정열 후보는 다소 감정적이고요. 두 분 다 말씀이 긴 건 마찬가지고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보셨어요? 저는 내일 어떻게 임하면 될까요?”


빅데이터 전문가 송기령 대표가 말했다.


“두 차례 관인토론회 후에 검색어로 많이 뜬 건 ‘논리’나 ‘신뢰’ 보다 ‘믿음’, ‘안정’ 같은 거더라고요. ‘표정’이라는 키워드도 중요하고요. 많은 분들은 대통령 후보에게 말빨을 바라기보다는 믿고 싶어 하더라고요. 그런 점을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할 거 같아요. 그런 점에서 박 후보님은 어드밴티지가 있어요. 문제는 예상하지 못한 공격이 들어올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이죠.”


황규익 작가가 말했다.


“공격에 대한 대처는 저도 워낙 감정이 앞서서 뭐라 조언하는 건 말도 안 되고요, 그냥 저는 공격을 받거나 악플이 달리면 ‘그래, 이게 다 유명세다’ 하면서 버텨요. 박 후보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박종원 후보가 말했다.


“제가 전혀 모르는 분야, 공부가 덜 된 분야에 대해 질문이 들어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유현중 교수가 대답했다.


“제 경우는 건축이나 공간 같은 것만 알잖아요. 근데 잘 모르는 분야를 물어보면 두 가지로 대처합니다. 그쪽은 잘 모른다, 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하고요, 건축의 시선으로 모든 걸 보는 게 또 한 가지 방법입니다. 박 후보님 같은 경우는 음식의 시선으로 보면 얘기하실 수 있는 게 늘어날 거예요.”


“그렇죠. 저야 거의 음식으로만 세상을 바라봐왔죠. 자영업자의 시선이기도 하고요. 그나저나 내일 정부에서 발표가 있을 거라네요. 일상을 다시 멈추고 강력한 거리두기를 다시 한다고요. 영업시간 제한도 포함되는 것 같네요. 자영업자가 다시 피해를 고스란히 받게 될 텐데, 이 부분에 대한 질문도 집중될 것 같네요.”


거리두기를 강화하는 것으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인지,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고민하는 밤이 시작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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