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
후보들의 가족에 관한 검증 요구가 빗발쳤고, 가족의 문제들로 인해 후보들은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또한 후보들에게 토론을 보다 많이 하자는 제안 혹은 의견 및 운동들이 터져 나왔다.
다음 날 있을 박종원 후보의 관인토론회 준비에 한창이던 수요일 저녁. 캠프 사무실 앞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자영업자는 봉이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자영업 코로나 피해지원 100조 추경 즉각 추진하라!” “추진하라! 추진하라! 추진하라!”
박종원 후보가 창문을 열었다. 사옥 앞 광장 정도는 아닌 마당에서 자영업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하고 있었다. 박 후보는 재빠르게 내려갔고, 사옥 앞으로 나왔다.
10여 명의 사람들이 거리두기를 한 채 구호를 외쳤고, 건장한 체구의 한 남성이 앞으로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박종원 후보님.”
박종원 후보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고생이 많습니다.”
“한국자영업자총연맹 이상원 사무총장이라고 합니다. 식당 박종원 후보님은 그 어떤 후보들보다 저희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선 후보들을 함께 모신 자리에서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하고 싶어서 그 말씀을 드리러 왔습니다.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원 사무총장이 내미는 서류봉투에는 ‘전국의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대선후보 초청 토론 제안’이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쓰여 있었다. 박 후보는 서류 봉투를 조심스럽게 받았다.
“당연히 가서 의견 듣고 나눠야죠. 언제 어디로 가면 됩니까?”
“내일 자세한 내용으로 기자회견 할 예정입니다. 그때 밝히겠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내일 보도를 보면 되겠네요. 그럼 힘내십시오.”
두 사람은 힘차게 주먹다짐을 했다. 아, 싸운다는 의미의 주먹다짐이 아닌 현 시국의 인사 방식인 주먹다짐을 말하는 거다.
미리 연락을 받고 현장에 온 기자들이 두 사람이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을 촬영했다.
박종원 후보는 다시 사무실로 올라왔고, 선대위원들이 제안서를 같이 봤고, 황규익 작가가 말했다.
“딱 3명, 민지당, 국민의심, 식당 후보에게만 토론을 제안한 거네요. 역시 이제는 확실한 3강 대접을 받으시네요."
송기령 대표가 말했다.
“후보님이야 당연히 토론에 응하시겠다고 말씀하셨을 거고요, 민지당하고 국민의심도 나온다고 하던가요?”
“두 당에 제안서는 접수했는데, 아직 공식적인 반응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내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서 토론을 제안하면서 장소와 시간도 공개하겠다고 합니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는 그분 스타일로 봐서 토론에 응하지 않을 것 같지 않는데,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가 응할지는 모르겠네요.”
“박 후보님이 3강 구도를 형성하지 않고 이정명 후보하고 2강만 됐어도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더 컸을 텐데요, 3강이 되니까 혹여 두 후보만 토론에 나오는 그림이 되면 자기에게 불리한 이미지가 형성될 테니까 무조건 배척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거 안 그래도 대선 후보 토론이 없어서 심심했는데 재미있게 됐는데요?”
박종원 후보가 심각한 표정 했다.
“그렇겠죠. 얼마 전에 MBS 보도 보니까 현재 공식 토론 횟수가 3번만 되어 있는 규정에 대한 불만들이 많더라고요. 저야 뭐 언제 어떤 자리에서도 거리낄 게 없어서 좋죠.”
“자, 관인토론회 마저 얘기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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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6일 목요일. D-83
오전 7시 TBC 라디오 스튜디오. <김아준의 뉴스공장>이 방송 중이었다. 바로 전 날 박종원 후보 캠프에 토론 제안서를 전달하러 왔던 한국자영업자총연맹 이상원 사무총장이 출연했다.
김아준 진행자가 물었다.
“그러니까 전국의 20여 개 되는 자영업자 단체가 모여서 시위를 하고 각 당에 제안서를 전달하셨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어제 민지당, 국민의심, 식당 앞에서 저희의 절박한 요구사항을 말씀드리고 함께 모여서 토론을 하자는 제안서를 각각 전달했습니다.”
“각 당에서 제대로 접수는 했나요? 어떤 분들이 받으시던가요?”
“세 당이 다 달랐는데요, 민지당하고 국민의심은 후보들은 자리에 없었습니다. 식당만 유일하게 박종원 후보가 직접 나와서 제안서를 받았습니다.”
김아준 진행자가 크게 웃었다.
“크크크크, 식당 박종원 후보가 제일 시간 많다는 거 아닐까요?”
“뭐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저희로서는 대선 후보가 직접 나오셨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그럼 민지당하고 국민의심에서는 누가 나오셨죠?”
“민지당에서는 사무총장이 나오셔서 받으셨고요, 국민의심은 안내하는 분이 놓고 가면 접수되는 거라고 하셔서 놓고 나왔습니다.”
“그렇군요. 세 당의 접수 행태가 미묘하게 다른 것도 재미있네요. 근데 제가 궁금한 건, 이왕 대선 후보들에게 토론을 하자고 제안하시는 거라면 다른 당 후보들도 있잖아요. 왜 굳이 딱 세 당의 후보들에게만 제안을 하신 거죠? 다른 당 후보들은 우리는 무시하느냐, 기분 나빠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상원 사무총장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물론 그러실 수도 있지만, 지금 대통령 선거에 임하시는 분들이 제가 아는 것만 해도 10명이 넘어가지 않습니까. 다 모시고 얘기하면 집중하기가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를 고려해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많다 싶은 세 분을 초대하는 걸로 결정한 겁니다.”
“그렇군요. 하긴 지지율로 기준을 삼아서 토론을 하는 게 현실이긴 합니다.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손실보상에 대한 얘기가 50조도 나오고 100조까지 나왔는데요, 토론에서 어떤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겁니까? 왜 굳이 토론인 거죠?”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50조를 지원하겠다고 했습니다. 같은 당의 총괄위원장이신가요, 김종안 위원장은 100조를 얘기했습니다. 이정명 후보는 그럴 거면 당선되고 나서 하지 말고 지금 당장 하자고 얘기하고 있고요. 문제는 돈 얘기만 하지 언제 어떻게 손실보상을 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한 자리에 모여서 저희 자영업자들의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얘기하고, 대선 후보들은 도대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원을 하실 건지 듣고자 하는 겁니다.”
“그렇죠. 요 며칠 50조다 100조다 말은 참 많이 오고 갔습니다. 이정명 후보는 지금 당장 하고 즉 선지원하고 후 정산하자는 얘기까지 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그 방식은 저희가 올해 초부터 계속 얘기한 내용입니다. 당선되면 하겠다 하지 말고 먼저 하시고 당선된 후에 정산하시면 됩니다.”
“토론은 마구잡이로 하면 안 될 건데요, 어떤 이슈를 다루게 되죠?”
“크게 세 가지입니다. 부채탕감 정책, 손실보상의 사각지대와 대상 범위, 골목상권의 경제 활성화 대책입니다.”
“다 중요한 이슈이네요. 자, 관건은 토론이 성사가 되어야 할 텐데요, 현재 제안하신 건 민지당, 국민의심, 식당의 세 후보가 한 자리에 모여서 토론하자는 거잖아요, 혹시 참여를 못하는 후보가 생기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세 분이 다 모이면 가장 좋고요, 두 분만 오셔도, 한 분만 모셔도 토론은 할 거고요, 최악의 순간 아무도 오지 않으셔도 저희는 토론합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에게 저희의 생각을 말씀드리는 거라고 봅니다.”
“혹시 어느 당 후보가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이실 거 같죠?”
“식당 박종원 후보는 어제 저하고 만났을 때도 적극 공감 표시를 하셨고요, 민지당하고 국민의심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군요. 자, 그럼 언제 어디에서 토론을 하게 되는 거죠?”
“오늘 오후에 기자회견을 열어서 공지할 예정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대선 후보들 간에 토론이 전혀 없어서 많은 국민들이 답답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아무쪼록 토론이 잘 성사되길 기대합니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한국자영업자총연맹 이상원 사무총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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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자영업자단체에서 제기한 토론이 아니더라도 대선 후보들의 토론이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진행된 적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의 선거법에는 선거운동 기간에 3회만 의무적으로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얘기는 2020년 2월 15일에서 3월 8일 사이에만 가능하다는 건데 대선을 83일 남겨둔 현재는 토론이 열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각 방송사나 미디어에서는 아이디어를 모아 대선 후보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아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겠지만, 문제는 후보가 거절을 해도 문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토론을 자주 하는 것이 혹여라도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후보라면 법적으로 정해진 토론만 하고 싶어 한다.
결국 대통령 후보들의 생각과 표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기회는 최소한에 머무르게 되고, 한 표를 행사해야 하는 유권자들의 피해가 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래서인지, 현행 선거법을 당장 개정하자는 의견이 민지당에서 나왔다.
각 정당의 대선 후보자가 선출된 이후부터 선거운동 전까지 3회 이상 방송토론을 의무화하고 선거운동 기간 중에는 현행의 3회 이상과 합해 총 6회는 선관위에서 주관하여 토론회를 실시하자는 내용이다.
2022년 3월 9일에 치러질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당장 적용하려면 1월 예정된 임시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합의해서 처리하면 가능하다는 의견인데,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대선후보들이 좀 더 많은 토론을 원하고 있다.
지난 12월 11일에서 12일 동안 조사한 결과를 보면,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후보등록 이전이라도 토론회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65.6%에 달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후보등록 이후 토론회를 실시하면 된다’는 30.3%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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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식당 대선후보 박종원 후보 초청 관인토론회가 시작됐다.
“안녕하십니까. 언론인들의 모임 관인클럽 총장 동하일보 이기형입니다. 오늘 식당 박종원 후보를 모시고 기탄없는 토론 나누겠습니다. 먼저 질의해주실 회원들을 소개합니다. 관인클럽 총장 동하일보 이기형, 정중앙일보 장세안 논설위원, SBC 홍자영 선임 기자, ytm 이장수 선임 대기자, 정향신문 구하영 정치에디터, 한민족신문 이주향 이슈부문위원입니다.”
각 기자들이 가볍게 목례했다.
“그럼 박종원 후보의 모두 말씀 듣겠습니다.”
박종원 후보가 씨익 웃었다.
“안녕하십니까. 식당 대선 후보 박종원입니다. 저는 지금 한 가지 대국민 선언을 하고자 합니다.”
기자들이 놀란 표정으로 박종원 후보를 바라봤다. 이기형 총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박 후보님, 갑자기요?”
“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니, 그건 아니지만, 모두 발언에서 선언하신다고 하시니까 조금 의외여서요. 네, 어떤 선언이죠?”
박 후보가 다시 빙그레 웃으며 마이크를 잡았다.
“국민 여러분, 저라는 사람은 먹는 거 무지 좋아한다는 거 많이 아실 겁니다. 또 술도 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거 아실 겁니다. 올해 넷플럭스에 <박스피릿>이라는 술 마시고 얘기하는 프로그램도 했을 정도니까요.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선언하고자 합니다.”
기자들은 물론, 스튜디오 안의 모든 사람들이 주목했다.
“저 박종원은 내년 3월 9일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그날까지, 이 시간부터 금주를 선언합니다!”
모든 기자들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