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박종원 후보, 관인토론회 하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박종원 후보의 대국민 금주선언. 기자들은 순간 어떻게 표정을 지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고, 조금은 빨리 정신줄을 잡은 진행자 이기형 총장이 마이크를 가까이했다.
“아니 금주를 하시겠다고요? 그게 이 자리에서 대국민선언까지 해야 할 정도로 대단한 겁니까?”
박 후보는 정색하며 말했다.
“술 좋아하는 사람은 술 안 마시는 거 쉽지 않습니다. 딱 끊는 거 쉽지 않습니다. 어제 마신 술로 머리 아파하면서 아침에 일어나면서 오늘은 절대 안 마셔, 다짐해도 저녁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하면 어디 마실 건수 없는지 두리번거리시잖아요. 아마 여기 계신 몇몇 기자님들도 만만치 않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몇몇 기자가 시선을 외면했다.
“하지만, 지금 나라가 중차대한 상황이고, 대통령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으로서 언제나 말짱한 정신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술 마시는 모습을 주로 보여주는 후보도 있지 않습니까? 얼굴이 불콰해져서 어깨동무하면서 웃고… 아무리 내용이 좋고 이상 없다 해도 국민 보시기에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저도 술 좋아하고 술에 약한 편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부로 83일간의 금주를 시행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모두 말씀은 끝입니까?”
박종원 후보가 다시 정색하며 마이크를 잡았다.
“제가 출마 선언을 했을 때만 해도 저 사람은 왜 나왔지? 대선이 장난이야? 하는 시선들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거, 많은 분들이 아실 겁니다."
기자들이 공감한다는 표정을 했다. 박 후보는 말을 이어갔다.
"오늘 아침, 정부에서 다시 강화된 거리두기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그만큼 위중한 상황입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분들은 대선 후보들에게 한 자리에 모여 토론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함께 머리 맞대자고 했습니다. 이제 모두가 모여 머리를 맞대어합니다. 저도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겠고요, 이정명, 윤정열 후보도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도 아무쪼록 코로나19 비상 상황을 하루빨리 벗어나고 다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지혜를 모으는 자리이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네, 박종원 후보의 대국민선언과 모두 말씀이었습니다. 자, 그럼 첫 번째 질의 시작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어느 분부터 하시겠습니까?”
"정중앙일보 장세안 기자입니다. 박종원 후보는 정치 경력으로 보면 신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여론조사는 대부분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양강 구도가 아니라 3강 구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박종원 후보가 물었다.
"기자님은 이해가 가십니까, 안 가십니까?"
기자가 당황해하는 표정을 했다.
"후보님, 질문은 제가 했습니다. 크흠. 제 생각은… 반반입니다."
"프라이드 양념 반반 좋죠. 사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3위가 나왔을 때 저도 놀랐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의외의 인물이 나온 데에 대한 반짝 효과인가 생각도 했습니다. 근데 이제는 저도 인정을 하면서 왜 저에게 이런 지지를 보내주실지 생각해봤습니다."
이기형 총장이 가세했다.
"이유가 뭘까요?"
"먼저 현 문대인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지난 서울부산시장 선거에서도 여당이 진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하고 마찬가지로 정치 신인인 윤정열 후보에게 많은 분들이 눈을 돌리셨고요. 이정명 후보는 불굴의 힘으로 여기까지 생존해 오셨고요. 근데 두 분만 보기에는 좀 부족하다는 거죠. 그럴 때 제가 운 좋게 그 틈을 비집고 나왔는데 잘 봐주신 것 같습니다. 짜장면하고 짬뽕밖에 없던 집에서 둘 다 썩 마음에 들지 않던 차에 제가 볶음밥으로 짠, 하고 등장한 거죠."
"그렇군요. 쉽게 이해가 갑니다. 자, 다음은 어떤 분이 질의하시겠습니까?"
한민족신문 이주향 기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박종원 후보는 외식업 프랜차이즈 대표로서, 방송인으로서는 너무 좋습니다. 능력도 출중하십니다. 그런데, 과연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도 너무 좋고 출중한 분일까, 라는 물음을 던지면? 얼마나 많은 국민이 동의하실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종원 후보는 1초 정도 멈추었고 이내 마이크를 잡았다.
“저희 선대위 위원으로 모신 분들 중에 박태영 의장이라는 분이 쓴 <어쩌다 선진국>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이제는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거죠. 지금까지는 우리 앞에 따라가고 배워야 할 국가들이 있었다면, 어느새 우리 앞에 가던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더라는 겁니다. 그런데 하루 빠르게 따라잡다 보니까 미처 돌아보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그런 문제들만 잘 가다듬으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될 수 있습니다. 무슨 말씀을 하고 싶은 거냐, 문제가 무엇인지는 이미 다 나와 있다는 겁니다. 실행이 남은 거죠. 그러려면 여러 사람들과 조율하는 능력, 실행하는 능력이 필요할 텐데요, 그런 건 제가 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BC 홍자영 기자가 이어받았다.
“그렇다면, 예를 들어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누구나 얘기하는 지역균형발전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우리나라 면적의 10%에 불과한 수도권에 우리 인구의 절반이 넘게 살고 있습니다. 기자님도 일단 이런 상황이 문제라는 건 동감하십니까?”
“동감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답은 나와 있죠. 지역균형발전을 해야 합니다. 어떻게? 기자님은 지금 수도권에 살고 계시죠? 왜 수도권에 사시는 거죠?”
“그야 제가 일하고 싶은 직장이 수도권에 있어서 그렇죠.”
“맞습니다. 그렇게 일하고 싶은 직장을 전국 곳곳에 만들면 됩니다. 물론 대통령 임기 내에 가능한 건 아닙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전국 각 도에 현재의 수도권과 비슷한 급의 권역을 만들어 나가면 10년 후, 20년 후면 꽤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이런 것들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를 그렇게 해야 합니다. 각 지방정부에 강력한 권한과 예산을 주는 분권화를 추진해야 합니다.”
기자들은 어느새 박종원 후보의 이야기에 질문할 타이밍을 놓치고 빠져들고 있었다.
“2006년도 즈음인가, 전국 각 도의 소주 회사 사장님들이 한 자리에 모였던 적이 있었습니다. 소주는 각 도 별로 다르게 만들고 있다는 거 아시죠? 그렇다면 그 자리에서 어떤 소주를 마셨을까요? 아, 지역마다 다른 소주가 있다는 건 다 아시죠? 경상남도는 뭐죠?”
기자들은 연이은 박 후보의 질문에 서로 쳐다보느라 바빴다.
“경남 부산은 C1 하고 대선이고요, 강원도는 산처럼, 처음처럼 이고요, 서울 경기는 참이슬입니다. 전남은 뭐죠? 잎새주 하고 천년애입니다. 이렇게 각 도 별로 소주들이 자웅을 겨루고 있죠. 마찬가지로 기업도, 대학도 등 도 별로 강력하게 균형 있게 배치해나가면 지역균형발전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겁니다.”
ytm 이장수 기자가 마이크를 들었다.
“근데 각 도 별 사장님들이 모여서 어떤 소주를 마셨는지 답을 안 하셨는데요. 궁금해서요.”
으하하하.
박종원 후보가 빙그레 웃으며 마이크를 잡았다.
“자신들이 만드는 소주를 각자 들고 주전자에 다 부어서 마셨다고 합니다. 이렇게 각 지역이 균형발전을 해나간다면 보다 창의적인 대한민국이 될 겁니다.”
진행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네, 기자님들, 좀 더 진정성 있고 폭발력 있는 질문 부탁드리겠습니다.”
패널로 나온 기자들이 머쓱해하는 가운데, ytm 이장수 기자가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박종원 후보님은 자신은 소통에는 강점이 있다고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하지만 역대의 모든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요, 특별히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은 있습니까?”
박종원 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보통 식당에서 음식을 드시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에 서시면 식당 사장님이 이런저런 말씀을 하시는 경우가 있을 텐데요, 어떤 질문이 제일 의미 없다고 보십니까?”
더 이상 박 후보의 질문에 불편해하는 기자들은 보이지 않았다. 한 기자가 대답했다.
“손님, 맛있게 드셨습니까?라고 물어보시면 제일 부담스럽죠. 맛없게 먹었어도 어떻게 솔직하게 얘기합니다.”
“잘 알고 계시네요. 맞습니다. 음식을 드시고 나가시는 손님에게 그렇게 질문을 던지면 소통을 잘 못하시는 사장님이십니다.”
“그럼 박종원 후보는 어떤 질문을 던지시죠?”
“제가 여러 가지 브랜드와 새로운 메뉴로 식당을 열었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당연히 우리가 드린 음식을 어떻게 드셨을까 하는 건데요, 저는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않았습니다. 나가시는 손님들을 슬금슬금 따라가서 살짝 들었습니다.”
“네? 왜요?”
“그분들이 우리 음식을 드시고 나가시면서 제일 처음 하는 얘기가 중요합니다. 이런 얘기들을 나누면 좋았다는 거죠. 괜찮았어? 얼마 나왔어? 우와 대박인데~ 근데 맛이 별로였으면 얘기를 아예 안 하시거나 솔직하게 맛없었다, 다신 오지 말자는 얘기가 나옵니다. 이렇게 국민들이 진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티 내지 말고 조심해서 청취하면 되는데요,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기자들은 어느새 박종원 후보와 격의 없는 토론회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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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거리두기 강화 방침이 발표됐다.
정부는 12월 18일부터 전국의 사적 모임의 허용 인원을 4인으로 했고, 식당이나 카페 등의 영업시간도 오후 9시로 제한했다.
가파르게 치솟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코로나19의 확산세를 꺾기 위해 지금까지 해온 단계적 일상 회복은 다시 중단하기로 했다.
전국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즉각 반발했고, 다음 날인 12월 17일 오전 9시 30분, 정부는 ‘방역 강화 조치 시행에 따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관련 합동브리핑’을 했는데, 내용은 이렇다.
먼저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방역지원금을 지원한다.
매출 감소만 확인되면 매출 규모나 방역조치 수준과 무관하게 100만 원이 지급된다.
약 320만 명이 대상이다.
또 방역 패스 적용 확대에 따른 방역물품 비용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10만 원의 현금 지원을 병행한다.
약 115만 곳의 소상공인들이 지원 대상이다.
하지만, 자영업자 단체는 ‘100만 원을 누구 코에 붙이냐’며 생색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시 강화된 거리두기가 시행되기 전 마지막 불금인 17일 밤, 전국의 많은 거리에는 많은 이들이 식당과 카페 및 술집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사상 최대의 코로나19 위기에 선 대한민국, 정부와 각 당의 대선 후보들은 어떤 지혜를 마련할 수 있을지 불면의 밤을 지새우며 주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