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즉석 5자 토론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이른바, 골든 크로스가 가시화됐다.
적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민지당 이정명 후보가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를 앞섰다.
한국여론사회연구소의 조사 결과는 이정명 32.5, 윤정열 30.3, 박종원 28.1을 기록했다. 3강 구도는 유지됐지만 1위와 2위가 자리를 바꿨다.
박종원 후보는 3위를 굳건하게 지켰고 나머지 후보들은 안타깝지만 여전히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2021년 12월 20일 월요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D-79
오전 8시. 박종원 후보는 집 거실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고 있었다.
박종원 작가를 호출하려는 순간, 그의 앞에 노트북 모니터 화면이 나타났다.
'어? 이게 뭐지? 혹시 박종원 작가님이세요?'
모니터에 한글 프로그램이 나타났고 마치 원고가 쓰여지는 것처럼 글자들이 빠르게 타이핑되었다.
'네, 접니다. 그래도 명색이 전직 방송작가니까요, 연구 좀 해봤죠. 이런 능력을 쓸 수 있더라고요. 이제 저는 어지간하면 글로 말하겠습니다.'
박 후보는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우와~ 되게 빠르네요. 원래 이렇게 타이핑 잘 치셨어요?'
'타이핑이요? 하하하. 그런 아재 감성을 팍팍 드러내시다니. 뭐 저도 감출 순 없네요. 방송작가 하려면 타이핑 빨라야 해요.‘
‘그래요. 재미있겠네요. 이러니까 뭔가 판타지처럼 보이는데요?’
모니터에서는 글자들이 계속 나타나 문장을 이루었다. 마치 TV 프로그램의 말 자막을 보는 것 같았다.
‘박 후보님, 오늘 나온 여론조사 어떻게 보셨어요?'
‘애플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네요.’
‘네? 애플이요?’
‘사과요.’
‘ㅋㅋㅋㅋ 아재 개그가 아침부터 폭발하시네요. 그렇죠. 사과, 참 중요하죠. 대개의 선거들이 그렇지만 대통령 선거처럼 진영과 진영이 죽느냐 사느냐의 전쟁에서는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관건은 논란이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를 하느냐, 죠.’
‘백 퍼센트, 천 퍼센트 동감합니다. 문제가 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막상 문제가 됐을 때 수습할 줄 아는 게 진짜 능력이에요. 그런 점에서 윤정열 후보는 이정명 후보에 비해 사과하는 자세나 태도에 문제가 있어요.’
‘맞아요, 박 후보님. 똑같이 가족에게서 논란거리가 나왔잖아요. 이정명 후보는 아들, 윤정열 후보는 부인. 물론 국민이 아들보다는 부인의 문제가 후보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느끼는 점도 있겠지만, 이정명 후보는 논란이 불거지고 4시간 만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과했어요. 그에 비해 윤정열 후보는 사과를 놓고 너무 왔다 갔다 했죠.’
‘어제 결국 사과를 했는데도, 오늘 아침에 기자들이 물어보니까 또 뉘앙스가 다르게 말을 했잖아요.’
바로 어제, 19일 오전에 있었던 윤정열 후보의 대응을 말하는 거다.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는 윤봉길 의사 순국 89주기 추모식이 있었는데, 자리가 자리이니만큼 유력 대선 후보들이 오랜만에 한 공간에서 조우했다.
이정명, 윤정열, 박종원 후보에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 정이당 심상순 후보까지 맨 앞줄에 나란히 했다.
기자들은 보기 드문 광경을 놓칠 수 없었고, 추모식이 끝나면 대선 후보 5명을 한 공간에 몰아넣기 위해 이심전심으로 소통했다.
추모식이 끝났고, 기자들은 5인의 후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전에 우르르 몰려들었다. 후보들은 쉴 새 없이 터져대는 카메라 후레시에 각양각색의 표정을 지었다.
기자단의 임시 단장으로 임명을 받은 듯한 기자가 대표로 나서며 질문을 했다.
“저희 기자들이 좀 전에 합의를 했습니다. 대통령 후보들이 이렇게 다섯 분이나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일이 좀처럼 없지 않습니까? 저희에게 시간 좀 꼭 좀 내주시면 어떻겠습니까?”
윤정열 후보가 물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에 여기 5명이 같이 얘기하자는 건가요? 그런 방식은 사전에…”
안철순 후보가 들이댔다.
“전 너무 좋다고 생각합니다. 심 후보님도 좋지 않습니까?”
“그럼요, 이런 자리가 어디 흔하겠습니까. 어떤 후보는 토론을 피하려고만 하잖아요.”
심상순 후보는 말을 하면서 슬쩍 윤정열 후보를 흘겼다. 이정명 후보가 미소 지었다.
“저도 상관없습니다. 재미있겠네요. 여기서 바로 나란히 앉으면 될까요? 윤 후보님도 같이 하시는 게 좋겠죠?”
윤정열 후보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박종원 후보님도 바쁘시지 않죠?”
“그럼요. 일정이 있어도 미뤄야죠.”
결국, 5명의 대선 후보가 나란히 의자에 앉았고 기자들이 타원형으로 대선 후보들을 에워쌌다. 즉석 대선 후보 토론회가 열린 셈이다.
“윤정열 후보님, 부인되시는 분의 학력 경력 논란에 대해 사과를 확실하게 하신 겁니까?”
윤정열 후보가 살짝 불만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에, 역시 여기 계신 후보님들 중에서 저에게 유독 화살이 겨누어지네요. 에, 그건 뭐 논란을 떠나 국민 여러분께 사과를 드린 겁니다. 에, 뭐 민지당 주장이 사실과 다른 가짜도 많지 않습니까?”
이정명 후보가 받았다.
“저희 당 어떤 주장이 가짜입니까?”
윤정열 후보가 말했다.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이 자리에서까지 일일이 대꾸할 가치는 없습니다.”
“사과한 거 아니네, 아니네.”
심상순 후보가 혀를 차며 계속 말했다.
“이정명 후보도 아들 단속 좀 잘하세요. 불법 도박이 웬 말입니까. 어디 그래서야 국민들이 대통령을 하라고 믿고 맡길 수 있겠습니까?”
기자들이 깔아준 멍석에 5인의 대선 후보들의 토론에 서서히 불이 붙고 있었다.
박종원 후보도 가만있지 않았다.
“제 아이들은 절대 도박 안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안철순 후보가 물었다.
“박종원 후보님 자녀가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데요?”
“첫째가 초등학교 들어갔습니다.”
으하하하. 5인의 대선 후보들과 기자들이 한바탕 웃었다.
“역시 박종원 후보님이 제일 재미있으시네요. 저희한테 표 좀 나눠주시면 안 될까요? 저희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안 되니까 죽겠습니다.”
심상순 후보가 말했다. 안철순 후보도 거들었다.
“그러니까 심 후보님은 저하고 잘 뭉쳐야 합니다. 여러분, 제가 제안하겠습니다. 이정명 후보님하고 윤정열 후보님은 두 분 다 가족 때문에 얼마나 국력을 낭비하고 있습니까. 더 이상 대통령 선거가 이래서는 안 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후보들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을 할 수 있는 후보합동검증위원회 설치를 제안합니다.”
기자가 물었다.
“윤정열 후보와 이정명 후보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정열 후보가 말했다.
“에, 좋으신 생각이긴 합니다만, 에, 선거 과정 자체가 국민들의 검증 과정 아니겠습니까. 저야말로 문대인 정부에서 살아 있는 권력과 싸우면서 혹독한 검증을 계속 받아오지 않았습니까?”
이정명 후보가 말했다.
“현행 선거법으로는 선관위가 주최하는 공식 토론을 3번밖에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 후보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책 토론을 하고 서로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과정으로 검증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국회에서 하루빨리 선거법을 개정해서 대선 후보 토론을 선거운동 기간 전에도 수차례 공식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떻습니까?”
안철순 후보와 심상순 후보, 박종원 후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윤정열 후보는 시계를 쳐다보며 기자들에게 말했다.
“에, 저는 약속된 일정이 있어서요, 에, 이만 일어나야겠습니다.”
안철순 후보도 일어났다.
“저도 사실 빨리 이곳에서 철수해야 합니다. 오늘부터 1차 민심 청취 지역 일정이 있어서 대구경북 지역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기자들이 물었다.
“후보님들에게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22일 자영업자들이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정명 후보가 말했다.
“100만 원을 일괄 지급하는 건 정말 턱없이 부족하죠. 그분들은 현재의 방역체계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요, 만나서 심도 깊은 토론을 하려고 합니다.”
박종원 후보도 거들었다.
“저도 이정명 후보님 말씀에 동감입니다. 저희 식당이야말로 자영업자분들을 각별하게 생각하는 당인데요, 같이 지혜를 모아보겠습니다.”
윤정열 후보가 떠나고, 안철순 후보가 떠나면서 즉석 5자 토론은 급 정리가 되었다.
.
.
.
사과에 대한 대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곱씹게 만드는 장면들이었다.
박 작가는 여전히 모니터를 펼친 채로 박 후보와 토론 중이었다. 박 후보가 진지 모드의 표정을 지었다.
‘박 작가님, 저한테도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이 안 온다는 법 없잖아요. 그죠?’
‘당연하죠. 늘 대비해야 합니다. 어떤 문제가 오더라도, 어떤 논란의 대상이 되더라도 잘 판단하셔야 합니다. 중요한 건 스탠스를 정하시면 지체 없이 표현해야 합니다. 무조건 사과를 해야 한다가 아니라, 사과하겠다고 정했으면 즉각, 진심을 담아 사과하시고, 사과하지 못한다, 정면 돌파하겠다고 정한다면 또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이번에 윤정열 후보 지지율을 많이 까먹은 것도 애매모호하게 해서 그런 거겠죠?’
‘딩동댕~입니다.’
.
.
.
오후 2시. 박종원 후보의 캠프 1층에 기자들이 몰려왔다. 기자회견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1층과 외부 마당에도 기자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3위 후보의 위상을 보여줬다.
2층 계단에서 박종원 후보가 내려와 스탠드 마이크 앞에 섰다.
옆에는 황규익 작가가 함께 했다. 박종원 작가가 마이크를 잡았다.
“식당 대선 후보 박종원입니다. 다시 시작된 거리두기 강화로 정해진 인원만 모실 수밖에 없어서 죄송합니다. 저희는 언제나 그렇듯이 늘 유튜브 생방송을 함께 하니까 참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기자들은 박종원 후보의 입만 바라봤고, 키보드를 두드릴 준비를 했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해 구체적인 활동을 하겠습니다. 평일과 주말로 나누어 평일에는 여기 1층 한쪽에 심야식당을 만들었습니다. 원래는 밤에 오픈하여 새벽 2, 3시까지 영업하면서 소통하는 공간으로 준비하려 했지만, 거리두기 수칙에 맞춰 다시 일상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매일 저녁 6시에 오픈하여 밤 9시까지는 누구든 오실 수 있게 하겠습니다. 제가 준비하는 음식을 함께 하면서 소통하겠습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전국을 다니겠습니다. 방송인 최우기 씨, 그리고 여기 황규익 작가님과 함께 전국의 시군구읍면리를 다니며 생방송 토크를 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기자들이 손을 들었다.
“심야식당은 그냥 누구나 오면 되는 겁니까? 자리는 충분합니까?”
“자리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주방을 중심으로 디귿자 형태의 바로 둘러싸인 형태입니다. 드라마 심야식당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선 무작위로 공개를 하고요, 혹시 너무 한 번에 많은 분들이 몰리시면 추첨을 하겠습니다. 모든 현장이 생중계됩니다. 영상으로 보시면서 댓글을 다셔도 됩니다.”
"박 후보님은 공약은 언제 발표하십니까?"
박종원 후보가 씨익 웃었다.
"식당 1호 공약은요..."
모든 기자가 침을 꿀꺽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