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지상파 연말 시상식 유감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by 김영주 작가

“저희 식당의 첫 번째 공약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배달비 국가책임제’입니다.”


타다다다닥!


키보드를 두드리는 기자들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몇몇 기자들이 손을 치켜들었다.


“배달비 국가책임제가 뭡니까?”


“혹시 배달음식 말씀하시는 겁니까?”


박종원 후보가 말했다.


“그렇습니다. 아시다시피 음식 배달은 이제 거의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시스템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더욱더 많은 시민들이 배달을 이용합니다. 그렇지만, 배달을 하는 이른바 라이더들은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기 위해 위험한 질주를 하고 있습니다.”


키보드를 치는 기자들이 공감의 표정을 지었다.


“조금이라도 손에 돈을 쥐기 위해 몇 건의 음식을 한 번에 배달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가 볼 때는 음식의 질이 저하되는 사태가 초래되고 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는 것이죠. 문제는 배달비인데요…"


그런 문제 때문인가. 배달 플랫폼 기업인 배달의만족이 배달 시장을 빠르게 먹어 들어갔을 때 역시 대규모 플랫폼 기업인 쿠핑에서는 쿠킹먹츠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단건 배달로 승부수를 걸었다.


'저희는 음식을 한 번에 한 집만 배달합니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배달의 퀄리티를 높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배달비였다.


그동안 여러 건의 배달을 몰아서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낮은 배달비였기에 단건 배달은 생각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 문제를 과감하게 투자를 늘려 치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배달 물량이 많은 소수의 지역에서만 가능한 시스템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낮은 배달료는 라이더에게도 소비자에게도 기업에게도 족쇄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식당 박종원 후보가 배달비를 국가가 부담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국가가 의료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는 건강보험처럼, 사람의 가장 기본이 되는 먹을거리를 책임지겠다는 겁니다. 배달비를 국가가 부담하는 것을 통해 라이더는 안전하게 신선한 음식을 배달할 수 있고, 소비자는 방금 조리된 음식을 받고, 플랫폼 기업은 정적 수준의 이윤 경쟁을 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이것이 배달비 국가책임제입니다."


타다다다다닥!


기자들은 서로 속보를 내보내려 키보드를 두드리고 송고를 했다. 동시에 손을 들었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합니까?"


박종원 후보는 씨익 웃었다.


"기존에 낭비되는 재원들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그러한 재원들과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을 통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 후보의 제1호 공약치 고는 살짝 작은 영역 아닙니까?"


"먹는 영역인데 국민의 생활과 따로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기자님은 평소에 배달 음식을 드시지 않는지도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배달 노동자들도 어엿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기자는 시선을 외면하고 키보드를 두드렸다.


수년 전만 해도 ‘배달’을 직업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창업도 쉬운 편이어서 오토바이 탈 수 있는 청년만 있으면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배달의 현장은 한마디로 마구잡이였다. 여러 건을 배달하느라 음식들은 흘리고 섞이기 일쑤였다. 이른바 ‘묶음 배달’이었다.


그러던 배달 시장이 몇몇 스타트업들이 나서면서 정리가 되기 시작했고, 배달 전문 플랫폼들이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낮은 배달 수수료로 인해 라이더들의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들었는데, ‘단건 배달’이 등장하면서 배달업계에 파란이 일었다.


다만, 여전히 배달을 둘러싼 시스템은 여전히 난맥상이었고, 이 시점에서 식당 대선후보 박종원이 해결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식당 박종원 후보 제1호 공약은 '배달비 국가책임제」

「음식 배달을 국가가 책임진다?」

「박종원 후보, 라이더들이 환영할 정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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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8시.

SBC 방송사 스튜디오. ‘2021 SBC 연예대상 시상식’이 열리는 스튜디오가 시끌시끌해졌다. 박종원 후보가 들어온 곳이다.


스튜디오 안에 있던 거의 모든 연예인들과 스태프들이 앞 다투어 박 후보에게 가서 인사를 했다.


"대표님, 아니 후보님이죠.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 오셨네요. 감사합니다."


개그맨이자 진행을 맡은 신동협이 가장 먼저 달려가 인사했다.


"어 동협이, 잘 있었어? 그럼 당연히 와야지. 상을 줄런가 모르겠지만 축하도 해야 하고."


족구 선수 출신 개그맨 강소동도 인파를 헤치고 기어이 앞으로 나왔다.


"행님요, 오셨습니꺼. 뭐할라꼬 이까지 오셨어예? 억수로 반갑습니데이!"


"아이고 소동이 목소리 큰 건 여전하구먼. 내가 그만둔 프로들 다 접수했다고."


"하이고 지가 그럴라고 그런 건 절대 아니고예~"


박 후보가 활짝 웃었다.


"알아 알아 알아!"


방송사의 간부들도 박종원 후보에게 눈도장을 찍느라 정신없었다. 어느새 무대 위로 올라간 신동협과 여자 진행자 가수 아이요가 생방송 시상식의 시작을 알렸다.


"그럼 지금부터, 2021 SBC 연예대상 시상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참석한 연예인들이 박수를 쳤고, 박종원 후보에게는 더욱 많은 카메라 후레시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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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같은 시각 박종원 후보 캠프 사옥 1층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예고했던 ‘박종원의 심야식당’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더반푸드의 실험실 랩을 보다 대중적인 분위기로 만들었다. 모든 장르의 음식을 조리할 수 있는 주방 시설이 오밀조밀하게 세팅이 되고, 디귿자로 손님들이 앉아 식사를 할 수 있는 바를 둘렀다.


원래의 규모라면 각 면에 5명씩 총 15명이 앉을 수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일상 회복 전까지는 7~8명만 앉을 수 있게 의자를 배치했다.


또한 거치 스타일의 카메라를 배치하여 유튜브로 생중계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물론, 자신의 얼굴이 고스란히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블러 처리도 할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박종원 후보가 직접 해주는 음식을 함께 나누며 소통할 수 있는 작은 무대가 마련되고 있었다.


이런 작업 선대위원인 황규익 작가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심야식당이 차곡차곡 완성이 되어가는 모습을 왔다 갔다 하며 지켜보았다.

“지금 이게 면도 여기서 직접 뽑을 수 있게 되는 건가요?”


작업을 지휘하던 매니저가 황규익 작가에게 목례를 했다.


“네, 냉면이나 메밀을 직접 뽑을 수 있게 세팅했습니다. 근데 박 후보님이 면을 직접 뽑아서 만드시는 건 본 적이 없어서 얼마나 사용하실지는 모르겠네요.”


“그렇죠. 저도 본 적은 없네요. 혹시 제빵도 가능한 거죠?”


“그럼요, 이쪽에 오븐이 있습니다.”


황규익 작가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이곳저곳 둘러봤다.


“역시 보면 볼수록 재미있는 분이셔. 나도 여기 껴달라고 해야겠어요. 하하하.”


내일 저녁, 박종원의 심야식당의 오픈을 향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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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2021 SBC 연예대상, 이제 영예의 대상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올 한 해 SBC에서 방영되어 대한민국을 가장 즐겁게 해 주신 분에게 돌아가는 상입니다. 시상에, 이야, 이 분이 직접 나오셔서 대상을 시상하실 줄은 몰랐네요. 이 분은 바로 지난해 이 자리에서 대상을 수상하셨고, 현재는 무려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 후보입니다. 식당의 박종원 후보를 모시겠습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무대의 LED가 양쪽으로 열리고 박종원 후보가 활짝 미소 지으며 걸어 나왔다. MC 신동협과 아이요가 무대 중앙으로 나오며 반갑게 맞이했다.


“자, 바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저도 같은 프로그램에서 웃고 울고 놀라고 장난쳤던 분인데요, 이런 분이 될 줄 알았으면 그때 좀 더 잘할 걸, 하면서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는 말씀 전합니다. 박종원 후보님, 혹시 대통령이 되시면 저는 입각입니까?”


으하하하하.


박종원 후보가 말했다.


“신동협 씨가 입각이냐고요? 착각입니다.”


으하하하


“아이구 여전히 유머가 차고 넘치십니다. 아유요 씨도 하고 싶은 말이 많으실 텐데요.”


아이요가 눈웃음치며 마이크를 잡았다.


“박종원 후보님은 평소에 아빠처럼 잘해주셨는데요, 대통령이 되시면 저를 청와대로 초대하실 수 있을지 궁금한데요?”


박종원 후보는 난감한 표정을 했다.


“그야 아이요 씨가 청와대로 오시면 많은 분들이 좋아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자, 그럼, 박종원 후보님에게 2021 SBC 연예대상 대상의 발표를 부탁드릴까요? 결과는 나왔죠?”


무대 아래에서 정장을 한 직원이 올라와 박 후보에게 봉투를 전달했다. 박 후보는 봉투를 받아 슬쩍 엿봤다.


“제가 살짝 보니까, 저는 확실히 아니네요. 안심입니다. 역시 SBC는 정치적 중립을 확실하게 지키는군요.”


하하하하.


신동협이 분위기를 돋웠다.


“자, 박종원 후보님, 대상을 발표해주시기 바랍니다.”


박종원 후보가 마이크 앞에 가까이 섰다.


“네, 2021 SBC 연예대상 대상을 발표하겠습니다. 2021 SBC 연예대상! 대상!!!”


긴박한 음악이 울렸다. 박종원 후보는 다시 한번 말했다.


“2021 SBC 연예대상 대상!!!”


모두가 숨을 죽이고 박 후보의 입을 바라봤다.


“미운너네새끼 팀, 미너새 팀입니다! 축하합니다!!!”


이렇게 해서 2021 SBC 연예대상 시상식이 끝났고, 방송사 밖으로 나오는 박종원 후보에게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박종원 후보님, 스타 방송인으로서 연예대상에 시상자로 참석하신 감회가 남다를 텐데요, 어떠신지요?”


박종원 후보는 자못 심각한 표정을 했다.


“사실 제가 올해도 방송인으로 지내고 있었다면 축제의 현장에 참여하는 사람으로서 즐겁다는 생각을 주로 했을 겁니다. 근데 대통령 후보가 되고, 좀 더 구조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니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편으로는 축제에 약간의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 될 수도 있어서 여러분이 묻지 않으셨으면 안 하려고 했는데 뭐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자들이 마이크를 더욱 가까이 댔다.


“방송에서 상이라는 건 공정해야 하고 치열해야 합니다. 동시에 한 해 동안 수고하신 방송인들에게는 축제가 되어야 하죠. 그런 점에서 수십 년간 반복해온 각 방송사 별로 거의 비슷하게 상을 주는 관행, 이제는 과감하게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자들이 물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되어야 한다는 겁니까?”


“대표적인 지상파 세 곳에서 똑같이 연기자, 가수, 예능인 시상식을 하지 않습니까? 시청자 입장에서는 연말에 9번을 보는 겁니다. 이걸 세 방송사가 협의를 해서 딱 세 번만 하는 겁니다. 드라마, 가요, 예능을 각각 맡는 거죠. 그렇게 되면 얼마나 대단한 작품들로 대단하신 분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경쟁할 수 있겠습니까. 매 년 돌아가면서 장르를 맡으면 되겠고요.”


“정말 그렇게 되면 3배 이상의 고퀄 시상식이 될 것 같은데요, 왜 안 되고 있는 걸까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광고 문제가 있고요, 자료를 공유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쉽지 않다는 거겠죠. 하지만, 각 방송사에서 의지만 있다면, 시청자에 대한 좀 더 강력한 서비스 마인드만 있다면,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 한 방송사의 연말 시상식장에서 개그맨 김기라가 언급했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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