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영업제한에 반대한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중앙회 대 회의실.
토론석의 가운데 ‘국민의심 후보 윤정열’라고 쓰여 있는 이름표가 놓여 있었지만, 자리는 비어 있었다.
왼쪽으로는 ‘민지당 후보 이정명’의 이름표 뒤로 이정명 후보가 앉아 있었고, 오른편에는 ‘식당 후보 박종원’의 이름표와 함께 박종원 후보가 자리하고 있었다.
소상공인자영업자피해단체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
약속된 시간인 오후 2시가 넘어가고 있었지만 윤정열 후보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이정명 후보는 자료들을 넘겨보며 생각을 가다듬는 듯했고, 박종원 후보는 주최 측에서 제공한 자료들을 보며 이따금 휴대폰을 검색하는 모양이었다.
비어 있는 윤정열 자리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있는 두 명의 대통령 후보. 이정명 후보가 시계를 보고 옆에 있는 박종원 후보를 힐끗 봤다.
“박종원 후보님, 시간이 꽤 흘렀네요. 아무래도 윤정열 후보는 안 오실 것 같죠?”
“그러게요. 저하고 이 후보님 간에 거리두기를 하라는 뜻 같은데요?”
이정명 후보는 박종원 후보의 말에 자리가 자리인지라 크게 웃지 못하고 미소만 지었다.
잠시 후, 벽에 걸린 시계가 2시 30분을 가리켰고, 주최 측 사람들로 보이는 이들이 구석에서 논의를 하더니 사회자 단상 쪽으로 한 사람이 섰다.
“아아, 죄송합니다. 예정된 토론회 시작 시간이 너무 지체됐는데요, 자리 정리만 간단히 한 후에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말이 끝나자 양복 차림의 한 여성이 토론석으로 들어와 윤정열 후보의 이름표를 가져가려 손을 뻗었는데,
“그거 그냥 놔두면 안 되겠습니까?”
이정명 후보였다.
“소상공인,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어렵게 초청했는데 응하지 않는 것도 의사 표현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박종원 후보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네, 그런 것 같네요. 저희는 이 자리에 나와 있는 걸로 의사 표현을 하는 거고요. 저도 그대로 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그대로 둡시다!”
꽤 큰 볼륨을 한 소리가 객석 쪽에서 들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초대에 응하지 않은 후보도 있다는 걸 국민들이 그대로 보셔야 합니다.”
이름표를 빼러 왔던 여성은 머쓱해하며 한 곳을 보더니 그대로 물러갔다. 진행 코멘트를 했던 남성이 다시 사회자 석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네, 시간이 많이 지체됐습니다.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그럼 지금부터 소상공인자영업자피해단체 초청 대선후보 토론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코로나19로 시작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피해 소실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 날부터 다시 강화된 방역 시스템에 대한 대선 후보들과의 질문과 대답, 토론이 시작됐다.
애초 단체에서 초청장을 보낸 민지당, 국민의심, 식당의 대선후보 중 민지당 이정명 후보와 식당 박종원 후보만 참석한 채 소상공인, 자영업자들과의 토론이 유튜브를 통해 전국 및 세계에 중계되었다.
그동안 실시해온 ‘위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강화된 방역 조치로 거리두기는 4단계에 준하는 것으로 2021년 12월 21일 0시부터 전국에 시행되었다.
사적 모임은 4명을 넘을 수 없으며, 식당이나 카페는 밤 9시까지 영업이 제한되었다.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한 사람은 4명 중에 한 사람이라도 있으면 입장할 수 없었다.
코로나19 시대에 어쩌면 가장 힘든 지대에 있을 것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과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사람들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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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업제한에 반대합니다. 24시간 영업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달랐다.
2020년 2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후 처음으로 정부의 방역 방침에 공식적으로 저항한 첫 번째 사례자가 등장했다.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더리멤버라운지라는 이름의 카페.
본점인 용인 점포 외에도 인천송도점, 송도유원지점, 강남점, 김포고촌역점 및 일산점을 지점으로 운영하고 있었는데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에 반기를 든 것이다.
본점 및 각 지점의 출입문에는 이러한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었다.
【24시간 정상 영업합니다. 정부의 이번 거리두기 지침을 전면 거부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1년간 누적 적자가 10억 원을 넘었지만 그 어떤 손실보상금도 받지 못했습니다. 과태료보다 직원 월급을 주는 게 더 급합니다.】
이 카페의 방침에 동의한다는 표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해당 카페는 오후부터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저녁 무렵부터는 거리두기 좌석을 제외하고 꽉 들어찼다.
과연 예고한 대로 밤 9시가 되어도 문을 닫지 않고 기어이 24시간 영업을 할 것인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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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 ‘박종원의 심야식당’이 정식으로 오픈했다.
박종원 캠프 사옥 앞마당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미리 신청을 한 사람들 중에 추첨을 통해 선정된 7명이 들어가 바에 자리 잡았다.
주방에서는 앞치마를 두른 박종원 후보가 음식을 만들기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어서 오세요. 오늘 몇 분 오시는 거죠? 일곱 분? 네, 편하게 앉으세요. 서로 얘기도 나누시고요. 추첨을 통해 뽑히셨다고 얘기 들었는데요, 운 좋은 거 맞죠? 어떻게 오실 생각을 하신 거예요? 여기는 모녀 같아 보이는데요?”
“네, 맞아요. 저희 엄마하고 같이 왔어요.”
“아이고 잘 오셨습니다.”
한마디로 공개된 식당 스튜디오라고 할 수 있었다.
외부의 통유리를 통해 마치 보이는 라디오처럼 외부에서 볼 수 있게 되어 있고, 사옥 벽면에 부착된 대형 LED 모니터에서도 심야식당의 상황이 고스란히 중계되고 있었다.
마당 안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 거리를 지나가는 이들도 가다 멈춰 서서 모니터를 보거나 구미가 당기면 마당으로 들어가 심야식당 스튜디오 앞으로 다가갔다.
“네? 라면이요? 진짜 라면을 주문하신 거 맞아요?”
모녀의 어머니가 말했다.
“네, 라면이긴 한데요, 우리 애가 작년에 만들어준 건데요, 대게를 넣었어요. 그게 얼마나 맛있었는지 제가 좀 힘들거나 할 때면 생각나더라고요. 근데 대게라면이 가능하실까요?”
박종원은 미소를 지었다.
“제가 누굽니까. 이 심야식당의 모토가 제철 식재료는 최대한 준비한다, 거든요. 따님이 해주신 대게라면을 그대로 재현하긴 힘들겠지만, 꽂게 한 마리 넣고 된장 살살 풀어서 최선을 다해 만들겠습니다.”
요리 준비에 들어간 박종원 후보가 꽃게를 꺼내며 말했다.
“근데요, 제가 요리를 하면서 말씀 나누는 것도 좋지만 어떤 때는 집중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보조해주실 이야기 손님 한 분 더 모실게요. 작가님, 오세요~”
주방 뒤쪽에서 황규익 작가가 들어왔다. 손님들은 반갑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박수를 쳤다. 황규익 작가는 벽에 걸려 있던 앞치마를 꺼내 배에 두르며 얘기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제가 그래도 명색이 맛 칼럼니스트니까 박종원 후보님이 이곳에 입장하는 걸 특별히 허락해주셨습니다. 어찌나 들어오고 싶었는데, 소원 풀었습니다.”
“황 작가님은 제가 음식 만드는 동안 다른 음식 주문받으셔도 되고요, 얘기 손님 해주시면 돼요.”
황규익 작가가 수첩을 꺼내 들었다.
“지금 보니까 게라면 준비 들어갔고요. 자, 그럼 또 주문받겠습니다. 뭐든지 말씀하시면 됩니다. 박종원의 심야식당에는 없는 거 빼곤 다 있으니까요, 드시고 싶은 음식 뭐든지 주문하시면 됩니다.”
오른편 가장자리에 앉아 있던 트레이닝복 차림의 한 청년이 입을 열었다.
“전 취준생인데요, 3년째 공무원 준비 중입니다. 그냥 이거면 안 돼, 하게 주문하고 싶은 건 없고요, 뭔가 먹고 힘이 나는 요리면 좋겠습니다. 박종원 후보님이 알아서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요리에 열중하던 박종원이 말했다.
“세상 힘든 주문이 알아서, 아무거나 입니다.”
가운데 앉아 있던 중년의 남자가 손을 들었다.
“저도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 박 후보님하고 황규익 작가님이 저를 보고 딱 해주고 싶은 음식이면 됩니다.”
바에 앉은 손님들이 각자의 바람과 취향을 담은 주문을 했고, 박종원의 심야식당은 오픈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흠뻑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그때, 황규익 작가의 휴대폰이 울렸다. 주방 뒤쪽으로 가서 전화를 받았고, 다시 돌아왔다.
“박 후보님, 왜 오늘 24시간 영업하겠다고 선언한 카페 있잖아요. 영업제한 조치에 따를 수 없다고. 거기 좀 가보시면 안 되겠냐고 요청이 왔네요.”
“누구신데요?”
“강남구청장입니다. 그 카페가 본점은 용인인데 본점 사장님이 지점들을 돌면서 독려를 하고 있나 봐요. 9시쯤에 강남지점을 온다고 하는데, 구청장님이 설득이 잘 안 되나 봐요. 후보님이 오시면 그분들이 설득이 될 것 같다고, 간곡히 부탁하시네요.”
조리를 하면서 박종원 후보가 황규익 작가에게 물었다.
“여기에서 그 지점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황규익 작가가 휴대폰을 검색하며 말했다.
“차만 잘 빠지면 10분에서 15분 정도면 가능할 것 같네요.”
박종원 후보가 손님들을 보며 말했다.
“밤 9시에 영업을 마치려면 최소 8시 30분 정도에는 거기 도착해야겠네요. 그러려면 여기에서 넉넉잡고 8시에는 나가야 하겠고요. 그럼 오늘 심야식당은 2시간 하는 거네. 어떠세요, 8시까지만 해도 이해해주시겠습니까?”
손님들이 이구동성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여기서 2시간이나 계시면 충분합니다.”
“그쪽 일이 더 중요하죠. 가셔서 잘 설득해주세요. 그 카페 사장님 심정이야 이해하지만 그래도 다 같이 지켜야 되잖아요. 저희 걱정 마시고 다녀오세요.”
박종원 후보는 씨익 웃었다.
“고맙습니다. 그럼, 주문한 음식 첫 번째 거부터 대령하겠습니다.”
꽃게 한 마리가 들어간 라면이 먹음직스러웠고 구수한 된장 냄새가 심야식당 스튜디오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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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저녁 8시 56분. 강남의 고층빌딩 1층의 한 카페.
카페 안에 비치되어 있는 대형 커피머신 앞에서 박형순 강남구청장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1분 정도 흘렀을까. 커피머신 옆의 문이 열렸다. 40대로 보이는 건장한 남성과 박종원 후보가 웃음 지으며 밖으로 나왔다.
기자들이 일시에 두 사람 앞으로 몰렸고 박형순 강남구청장은 두 사람을 간절하게 쳐다봤다. 박종원 후보가 남성을 바라봤고 남성이 입을 열었다.
“잠시 후 9시에 영업을 종료합니다.”
박수 소리. 박종원 후보가 자제해달라는 동작을 했고, 소리가 멈췄다.
“이게 무슨 박수를 치실 일입니까. 우리 카페 운영하시는 사장님이 결단을 내려주셨습니다. 너무 분하고 원통한 마음 많지만 이성적으로, 소통으로 풀어가기로 하셨습니다. 그렇죠, 사장님?”
“불과 30분 전까지만 해도 오늘 24시 영업을 하려고 했습니다만, 박종원 후보님과 얘기해보니까 제 방식만 고집하는 걸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을 거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방역 방침은 따르기로 했습니다. 박 후보님이 꼭 해결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박 후보가 이었다.
“네, 자영업 하시는 분들의 고통을 압니다. 힘드시겠지만, 조금만 더 같이 힘내서 지혜를 모아서…”
쿵!!!!!
꺄아아아아악~
카페 통유리 너머의 도로 한복판에 사람이 엎드려 있었고 피가 흥건했다. 경악의 표정을 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