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자영업자에게 열변을 토하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사람이 떨어졌다.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한다면, 한 자영업자가 빌딩 15층에서 몸을 던졌다.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강남에서 식당을 운영해오던 한 남성이 더 이상의 고통을 감내할 수 없어 죽음으로라도 표현을 하기로 결심 후 투신했다.
죽은 자는 말을 할 수 없기에 정확하게 밝혀지진 못했지만, 건물 1층의 카페에 박종원 후보가 온다는 소식을 동생과의 통화에서 알게 됐고, 그 후에 더 이상 연락이 안 됐고, 아마도 모종의 결심 후에 몸을 던진 게 아닌가 하는 경찰의 발표가 있었다.
박종원 후보는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충격에 현장을 수습하는 것을 겨우 도운 후에 캠프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적지 않은 기자들의 질문 세례가 있었지만, 어떤 공개적인 발언도 의미 없다는 판단에 거절하고 그곳을 떠났다.
박종원 후보 캠프 사옥 3층 사무실.
박 후보는 커피를 내리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손을 앞으로 내밀어 검지를 펼치자 노트북이 나타났고, 검지로 누르자 모니터가 펼쳐지고 한글 창이 열렸다.
- …
‘박 작가님, 정말 심각하네요. 그런 참혹한 광경은 처음 봤어요. 지난번 분신하신 분도 끔찍했지만 이건 또 다르네요.’
모니터에 글씨가 나타났다.
- 그렇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소상공인 자영업 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겠더라고요.
‘이럴수록 정치권에서도 신속하게 대처해야 하는데 말들만 현란하게 주고받고 있으니까 저도 그중 한 사람으로서 괴롭네요.’
- 아마 지금의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고 해결을 향해 나가느냐에 따라서 이번 대통령 선거가 결판날 겁니다, 후보님.
12월 18일부터 강화된 거리두기가 다시 적용되면서 지난 11월 1일 시작된 단계적 일상 회복, 이른바 ‘위드 코로나’ 방침이 중단됐다.
47일 동안 온 사회가 함께 시행해 온 실험의 결과는 실패라고 규정해도 뭐라 할 사람은 없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 등에서는 너무도 익숙했던 확진자 숫자들이 대한민국에서도 현실화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극히 일부 의료 전문가 외에는 없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5,000 6,000 급기야는 7,000이라는 숫자도 확인한 것이다.
‘이러다가 우리나라도 혹시 10,000명이 넘어갈 수도 있다는 거야?’라는 생각에, 다시 거리두기를 강화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많은 국민은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만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조치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후로 손님들의 인원을 제한해서 받아야 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해야 했기에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정부에서 적절한 보상을 해준 것도 아니었다.
지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조건들이 붙었고 결국 그들의 손에 쥐어진 것은 쥐꼬리에 불과한 정도의 액수였다.
막대한 지원금을 퍼부으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살리고자 했던 미국, 일본 등의 국가들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는 다른 나라가 하는 것 정도의 금액을 지원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부처에서는 나라 빚이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
야당들도 그런 점에서는 정부의 입장과 함께였다.
‘그런데, 윤정열 후보는 50조, 100조를 손실보상하는데 쓰자고 하잖아요. 문제는 자신이 집권을 하면 그렇게 하겠다는 거지만요.’
- 지금도 못하는데 집권을 하면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런 점에서는 이정명 후보가 옳은 말씀을 하는 것 같은데, 정부가 따라오지 못하니까 답답하겠죠.’
- 정말 거대한 딜레마입니다.
그 카페처럼 24시간 영업을 강행한다는 반발은 없었지만, 이곳저곳에서 나름의 저항이 전개됐다.
강남구의 한 식당 문 앞에는 이런 내용의 방역 패스를 불복하겠다는 영업 방침 안내문이 붙었다.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이용수칙 변경 안내. 기존의 ‘인원 제한 없이 입장 가능’에서 ‘반드시 1인만 입장’으로 변경합니다. 예) 4인 입장 불가, 1인 입장 가능. 일명 ‘끼워주기’ 절대 불가. 1인 입장 가능 시엔 일행이 있을 수가 없음. “저희 네 명인데요!” 하셔도 혼자서 오신 각각의 네 분으로 간주합니다. 이곳에 오시는 모든 손님들은 ‘여러’ 분이 아니라 ‘홀로 서기’ 하시는 분입니다.】
말하자면, 기존에는 일행 중 백신 미 접종자 1명이 함께 앉아 식사하는 게 가능했지만, 이제는 안 되니까 여러 사람이 올 경우 각각을 1명의 손님으로 받겠다는 일종의 꼼수인 것이다.
저항의 방식은 또 있었다. 방역 패스 확인 절차를 하지 않고 손님들을 받는 곳도 있었다.
또한 오후 9시 이후에는 식당이나 카페 공간을 무료로 이용하게 하거나 해당 시간대의 영업이익을 기부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는 의견들이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다.
화요일 오후.
서울 광화문시민열린광장에는 전국에서 모인 자영업자들의 외침이 울려 퍼졌다.
“방역 패스 철폐하라!”
“영업제한 철폐하라!”
“소상공인 지원금 대폭 확대하라!”
“손실보상법 시행령을 개정하라!”
집회 역시 방역지침에 따라야 하기에 백신 접종 완료자에 한해 최대 299명만 모일 수 있게 돼서 경찰들의 통제로 299명만 집회석 안에 모였지만, 울분에 찬 외침들의 함성과 구호는 추운 날씨도 녹일 정도였다.
정치권에서도 당연히 그들을 외면할 수 없었으니 각 당에서는 중요 인사를 집회 현장에 보내 발언을 하게 했다.
국민의심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후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으로 합류한 원희륭이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2년 동안 자영업자 손실보상금을 계속 요구했는데도, 전 국민을 상대로 재난지원금만 뿌린 게 지금의 정부입니다!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야당의 정치인으로서는 응당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렇다면 왜 지금 당장 50조, 100조를 지원하자는 논의에는 소극적인지 알 수 없다.
정이당 류호장 의원도 마이크를 잡았다.
“일괄 100만 원 지급한답니다. 턱없이 모자라는 손실보상은 의미가 없습니다. 여러분들은 다 죽게 생긴 마당에 포스트 코로나라는 구호도 어이가 없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민지당의 중진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분들의 희생이 있어서 우리나라가 이 자리에 왔습니다!”
우우우우우~
집회 참석자들은 야유를 보냈다. 중진 의원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당에서 여러분의 입장을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물러나라!”
“안 속는다!”
결국 중진 의원은 마이크를 놓고 어색하게 인사한 후 내려왔다. 원희륭 본부장과 류호장 의원은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박종원 후보는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지금이라도 정치권이 한 자리에 모여 지혜를 모아야 하고, 대선 후보들도 한 자리에 모여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토론을 하면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 텐데, 그게 정답으로 향해 가는 길일 텐데, 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건지, 박종원 후보는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도 마이크 잡고 할 수 있는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여러분 힘드신 거 압니다. 저도 식당 하시는 분들하고 함께 먹고살아왔는데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해결을 도출해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어합니다. 더 이상 고통을 참을 수 없어서 이 자리까지 나오셨다는 건 알지만, 조금 전처럼 야유 하고 하는 그런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우우우~
야유가 민지당 의원에게 한 것만큼 크진 않았지만,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식당 박종원이라는 사람을 자영업자들은 너무도 잘 알기에 머뭇거리는 것이리라.
박종원 후보는 계속 말했다.
“여러분, 까놓고 한 번 물어봅시다. 일상으로 회복하자고, 위드 코로나 하자고 가장 강하게 요구했던 분들이 누굽니까? 여러분들 아닙니까? 당시 정부가 일상 회복 얘기했을 때 의료진들은 아직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근데 여러분들은 환영한다, 빨리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했습니다. 근데 지금의 이 현실은 뭡니까?”
모두가 쳐다만 보고 있었다.
“제가 이 말씀드리는 게 누가 옳고 누가 틀리고를 따지자는 게 아닙니다. 여기 기자님들도 방금 제가 한 말 앞뒤 자르고 기사 쓰지 마시기 바랍니다.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팬데믹은 우리나라에게만 닥친 게 아닙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은 지금도 하루에 5만, 6만 명입니다. 서로 얼굴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겁니다. 50조, 100조를 당선되면 하겠다고요? 여러분, 솔직히 믿기세요?”
박종원 후보는 원희륭 본부장 쪽을 쳐다봤고, 집회 참석자들도 그쪽을 보았다.
원희륭 본부장은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누가 봐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당선되면 하고, 당선 안 되면 그럼 안 할 겁니까?”
원희륭 본부장은 류호장 의원과 심각하게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연출했다.
박종원 후보는 계속 얘기했다.
“여러분이 정치권에 얘기해야 할 건 제가 생각할 땐 이런 겁니다. 도대체 이 긴 고통 어떻게 해야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인지 얘기를 하자고요. 마침 대통령 선거를 해야 하니까 대통령 되겠다고 나온 사람들 빨리 한 자리에 모여서 국민들 질문받고 어떻게 해결할지 대안을 내놓으시라고요!”
박수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저, 식당 대선 후보 박종원입니다. 모든 대선 후보님들에게 간절히 요청합니다. 정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빨리 한 자리에 모입시다. 국민들 앞에서 이 팬데믹으로 인한 고통,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빨리 끝낼 수 있을지 토론합시다.”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도 걸음을 멈췄다. 열변을 토하는 박종원 후보를 쳐다봤다.
“정답이 빨리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최소한 여기 계신 소상공인 자영업자분들이 납득할 수 있게 합시다. 고개 끄덕일 수 있게 합시다. 왜 식당에 딱 4명까지만 한 테이블에서 먹어야 하는 건지, 왜 영업을 밤 9시까지만 해야 하는 건지, 왜 10시는 안 되는지, 혹은 24시간 하면 왜 문제가 되는 건지, 왜 위반하면 이용객은 10만 원 과태료이고 점주는 150만 원인지, 왜 종교시설에는 수백, 수천 명이 모여도 되는지, 이해는 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박수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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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화요일에도 수요일에도 숨 가쁘게 돌아갔다.
국민의심은 윤정열 후보의 부인 리스크가 지지율에 막대한 타격을 가했으며 급기야는 이준식 국민의심 당 대표가 선대위에서 모든 업무를 보지 않겠다며 전격 사퇴했다.
윤정열 후보는 굳이 잡지 않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의 아들 리스크도 만만치 않았다.
대정동 부동산 의혹 관련 수사를 검찰에서 받던 실무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특검 이슈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그렇게,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78일에서 77일을 남겨두는 날로 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