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박종원, 열린동감TV 출연하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이정명 후보가 윤정열 후보에게 내민 주먹을 힐끗 본 윤 후보는 손바닥을 펼쳤다.
"보, 제가 이겼습니다."
일순 주변에 있던 후보들과 사람들은 얼음이 됐다. 약간 떨어져 있던 몇몇의 기자들도 뜨악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주먹을 내밀고 있는 이정명 후보와 보자기를 내밀고 있는 윤정열 후보.
그때였다.
몸을 날려 두 후보가 있는 쪽으로 날아가다시피 다가간 사람이 있었다.
“가위!”
이정명 후보와 윤정열 후보는 흠칫하며 한 발 물러섰고, 가위 바위 보가 치열하게 맞서는 형국이 됐다.
가위를 던진 주인공은 박종원 후보였다.
파박파박파박파박파박.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이대며 몰려왔고 박종원 후보는 가위를 브이자를 바꾸며 포즈를 취했다.
이정명 후보는 주먹을 거두고 자리로 돌아갔고 머쓱해진 윤정열 후보도 보를 접고 터벅터벅 걸어 이정명 후보 옆 자리에 앉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앞만 보고 앉아 있는 5명의 후보들.
오랜만에 유력 대선 후보들이 한 공간에 모였고 기자들은 질문 공세를 퍼붓고 싶은 맘 굴뚝같았지만, 이내 행사가 시작된다는 사회자의 멘트가 들리는 바람에 기자들이 할 수 있는 건 카메라 촬영밖에 없었다.
이정명 윤정열 박종원 안철순 심상순 후보는 모두 카메라를 의식하면서도 미묘하게 각기 다른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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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9시.
집요한 탐사보도로 강력한 팬덤을 형성한 유튜브 채널의 열린동감TV에 박종원 후보가 출연했다.
섭외 연락이 온 건 전 날 저녁이었다.
텔레텔레텔레텔레~~~
박종원 후보의 휴대폰에 모르는 번호가 떴다.
“네, 박종원입니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십니까, 박종원 후보님. 저는 유튜브 언론 열린동감TV 라는 곳의 강징구 기자입니다. 박 후보님을 저희 채널에 모시고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혹시 저희 방송 들어보셨는지요.”
박종원 후보는 열린동감TV를 많이는 아니고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마주 보고 앉아 자신들이 취재해온 내용들을 얘기하며 방송을 했는데,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내용들이 놀라웠다.
무엇보다 윤정열 후보의 비리 의혹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기억이 생생했다.
‘저 사람들 저러다 잡혀 가는 거 아냐? 심장이 두 개야?’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박종원 후보는 자기에게 섭외 요청이 들어온 게 믿기지 않았다.
“아니 열린동감TV는 살짝 아는데요, 제가 그 채널에 나가서 어떤 얘기를 할 수 있을까요. 워낙 센 내용만 다루시는 데 아닌가요?”
강징구 기자는 역시 집요했다.
“무슨 말씀을요, 후보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신 후보인데 저희가 당연히 모실 수 있고 모셔야죠. 아마 저희가 탐사보도 방송하는 걸 좀 보신 것 같은데요, 요일 별로 몇 가지 코너가 있습니다. 내일 밤이 강징구의 인사이트라고요, 제가 진행하는 시간인데요, 저하고 후보님하고 단 둘이 주고받으면서 이런저런 얘기하는 콘셉트입니다.”
“강징구의 인사이트요. 그럼 저하고는 어떤 얘기를 나누고 싶으신 거죠?”
강징구 기자는 느리지만 명확하게 말을 이었다.
“당연히 대선에 출마하셨으니까 그에 대한 얘기는 들어보고요, 특히 언론에 대해 말씀을 나누고 싶은데요, 후보님은 음식 쪽 전문가 아니겠습니까. 제가 볼 땐 잘은 모르겠지만 음식 관련해서 미디어의 보도 행태도 얘기할 게 꽤 있다고 보거든요. 어떻습니까.”
“음식과 미디어라, 좋은 주제 같습니다. 그럼 내일 밤 9시에 생방송이라고요?”
그렇게 해서 다음 날 밤 9시,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강남 뒷골목 한 빌딩의 지하에 소박하게 꾸려진 스튜디오에 강징구 기자와 박종원 후보가 마주 앉았다.
“열동, 열린동감TV 수요일 밤은 강징구의 인사이트입니다. 오늘은 여러분이 매우 좋아하고 관심 있어 하는 분이죠, 식당의 대선후보 박종원 후보를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박종원 후보가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제가 열린동감TV에 출연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오늘 강징구 기자님과 함께 최선을 다해 얘기 나누겠습니다.”
“박종원 후보님은 대선에 출마를 선언했을 때 많은 분들이 깜짝 놀랐는데요, 저도 솔직히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요, 근데 오늘로 대선이 불과 63일밖에 안 남았습니다. 어떠십니까? 출마하기 잘했다는 생각 하십니까?”
박종원 후보는 씨익 하고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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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간, 보도전문채널 ytm에는 민지당 이정명 후보 캠프에서 메시지를 담당하고 있는 정찰 카피라이터가 출연 중이었다.
최근 새로운 캐치프레이즈와 슬로건을 발표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았다.
진행자가 물었다.
“정찰 카피라이터, 줄여서 정카피라고 부르죠, 이정명 후보의 슬로건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원래 있지 않았습니까? 이정명은 합니다, 였죠? 그 슬로건에 문제가 발생한 겁니까?”
정카피가 웃으며 대단했다.
“이정명은 합니다, 라는 슬로건은 정말 좋은 슬로건입니다. 이정명 후보의 유능함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꽤 오랜 기간 해왔죠. 다만, 2%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어떤 점에서 그렇죠?”
“이정명 후보가 유능하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뭐? 하는 의문을 줄 수 있다는 겁니다. 유능함만으로는 시민들이 투표장까지 가게 하는 데는 약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진행자는 흥미진진해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유능함만으로는 안 된다, 그럼 어떤 점이 추가되어야 하는 거죠?”
“바로 효능감입니다. 유능한 이정명 후보가 되면 나한테 좋은 게 뭐지? 이 부분을 풀어줘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슬로건이 나온 거군요. 나를 위해, 이정명.”
“그렇습니다. 캐치프레이즈는 앞으로, 제대로이고 슬로건이 나를 위해, 이정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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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은 그야말로 오해와 무지, 선정성이 극에 달했던 대표적인 식품 파동이었죠. 만약 언론이라도 시시비비를 제대로 파고들었으면 현재 우리나라의 라면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을 수도 있어요.”
강징구 기자가 이야기를 받았다.
“그렇죠. 당시 그 어떤 라면 제조회사도 삼향라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무참히 패배했는데요, 단 한 회사, 농삼이 거꾸러뜨렸죠. 삼향라면이 사용하는 튀김기계가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요. 8년 후에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이미 늦었었죠. 또 어떤 게 있었죠?”
박종원 후보가 받았다.
“플라스틱 만두 사건도 있었죠. 그것도 나중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진실이 밝혀졌지만, 이미 만두회사 대표는 목숨을 버린 후였죠. 역시 미디어에 문제가 많았던 사건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토크가 깊어가면서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음식과 미디어가 이렇게 깊은 관련이 있는지 지켜보는 사람들의 댓글이 쏟아졌다.
- 박종원 후보, 찐 후보네요
- 역시 식당 후보답습니다
- 와우~ 음식에 이렇게 깊은 이야기가!
- 플라스틱 만두 너무 열 받아요
- 우리가 언론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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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6일 목요일 아침 서울 여의도역.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안녕하십니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전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올라온 시민들은 놀라 보니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가 폴더 인사를 하며 새해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윤정열입니다!"
조금이라도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바로 전 날 김종안 총괄선대위원장과 작별 인사를 고하고 오늘 이준식 대표와 한판 승부를 벌이지 않을까 하는 후보임을 모르지 않았다.
그동안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여본 경험이 과연 있을까 싶은 사람인데 역시 지지율 하락이 무서웠는지 뒤늦은 새해 인사를 하였다.
"힘내세요" "기운 차리세요" 하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그의 인사에 이렇다 할 리액션을 보이지 않고 가는 길을 재촉했다.
그러던 그에게 다가선 사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