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화. 영화 <킹메이커> 시사회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지나가는 시민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던 윤정열 후보는 흠칫하며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박종원 후보가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깜짝 놀란 윤정열 후보는 이내 표정을 수습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아아 누구신가 했습니다. 에, 근데 박종원 후보님이야 말로 여긴 어쩐 일로…”
“여의도에 제 가맹점들이 있거든요. 시간 날 때마다 들러보는데 오늘은 여의도 지역 차례거든요. 저쪽에서 신호대기에 걸렸는데 어디서 우렁찬 인사 소리가 들려서 이게 뭔 소린가 싶어 와 보니까 윤 후보님이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저쪽에 차 대고 왔습니다.”
박종원 후보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 세단 한 대가 비상등을 켜고 갓길에 서 있었다.
“근데 운전기사는 왜 나와서 기다리지 않죠?”
“운전기사요? 제가 운전하는데요?”
윤정열 후보는 깜짝 놀라는 표정 지었지만, 두 사람의 모습에 시민들이 조금씩 모여들자 미소를 지었다.
“아 그렇군요. 부럽습니다. 전 운전을 못해서.”
"그럴 수도 있죠. 그나저나 어제 뉴스로 봤습니다. 이준식 대표님하고 다시 잘해보기로 하셨다는 거. 잘하셨습니다.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으니까 서로 파이팅 하시죠."
"에, 쉽지 않더라고요. 검찰에 있을 땐 제 말 한마디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는데, 에, 정치인이 돼보니까 제 맘 같지 않습니다."
"그래도 아침 일찍 이렇게 출근 인사하시는 거 보니까 정치인 다 되셨는데요?"
"하하하, 그렇게 보이십니까? 전철도 몇 년 만에 타봤는지 모르겠습니다."
"전철을 타고 오신 거예요? 이야~ 뉴스 많이 나겠는데요? 아무튼, 그럼 수고하시고요. 파이팅!"
"네네."
박종원 후보는 뛰어서 자신의 차에 올랐다. 차창을 내린 후 엄지를 윤정열 후보에게 척하고 출발했다.
윤정열 후보는 그 모습을 보고 알 듯 말 듯 한 표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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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9일 일요일 아침.
박종원 후보는 박종원 작가를 불러내 커피 타임을 가졌다. 늘 그렇지만 커피를 맛보는 건 오로지 박 후보뿐이었다.
주말 동안까지 전개된 제반 상황들을 체크해봤다.
'작가님은 이번 주 어떤 게 제일 눈에 띄었어요?
- 아무래도 안철순 후보의 약진이 아닐까요. 이 추세면 윤정열 후보 쪽에서 단일화를 무시할 수 없을 거라고요.
그랬다. 불과 3주 정도 전에만 해도 열세에 있던 이정명 후보가 윤정열 후보를 역전한 게 가장 큰 이슈였다.
언론에서는 골든크로스가 이루어졌다고 했고 이정명 후보만 겸손 모드 차원에서 데드크로스라고 표현했다.
거기에 국민의심 내홍 사태가 걷잡을 수 없어지면서 이정명 후보가 10% p 차이로 우위를 점하는 조사가 생겨날 정도였는데 지난주부터 안철순 후보의 지지율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더니, 지난 7일 발표된 여론조사 전문기관 갈럽은 이런 수치였다.
이정명 30, 윤정열 23, 박종원 22 안철순 후보가 무려 15로 치고 올라온 것이다.
안타깝지만 심상순 후보는 3으로 그 존재감을 더욱 잃었다.
이정명 후보가 볼 때 윤정열 후보가 실기를 하여 대폭 내려앉은 과실이 자신들 쪽으로 온 것보다는 안철순 후보 쪽으로 더 많이 갔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지율이 5% p가 안 됐을 때도 "저에게 단일화는 없습니다, 이번에는 절대 철수하지 않습니다, 저는 완주하려고 나왔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던 것이 객기가 아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안철순 후보가 말뿐인 사람은 아니었네요.
- 아마 윤정열 후보 쪽이 워낙 신뢰를 잃어서 그럴 거예요. 세상에 후보하고 안 맞는다고 파업을 두 번이나 한 당 대표는 저도 처음 봤어요. 이번에 간신히 다시 손잡는 모습을 보여줘서 그렇지 안 그랬다면 이번 선거 하나마나할 뻔했어요.
'그렇죠? 저도 깜짝 놀랐어요. 우리야 워낙 슬림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분란이 있을 수도 없지만.'
- 안철순 후보가 치고 올라오면서 이번 대선 점점 흥미진진해지네요. 후보님은 어떠세요? 민지당에서 계속 손 내밀지 않나요?
'그러게요, 민지당 송 대표님이 계속 식사하자고 하시네요. 저야 뭐 언제든 오시라고 했죠.'
- 오늘 찾아오실 거 같은 데요 왠지? '이따 심야식당에 오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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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후 1시.
강남의 한 극장 앞에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곧 개봉을 앞둔 영화 <킹메이커> 시사회가 있을 예정이었다. 고 김대정 대통령의 선거 책사의 스토리를 다룬 내용이라서인지 대선 후보들이 총출동했다.
포토존이 마련됐고 대선 후보들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도착한 후보는 민지당 이정명이었다.
기자들의 카메라가 터졌다. 이정명 후보가 포토존 앞에 섰고 포즈를 취했다.
"영화 킹메이커, 왜 보러 오신 겁니까?"
"존경하는 고 김대정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 나선 이야기라 그러니까 꼭 보고 싶었습니다. 일단 보고 나서 감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강력한 경쟁자가 오셨네요. 후보님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그럼 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정명 후보가 빠지고 들어온 사람은 식당 박종원 후보였다.
"감사합니다. 킹메이커라는 영화가 언제 개봉하나 기다렸는데 드디어 했군요.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2시간 후에는 조금이라도 성장한 후보가 되어 나오겠습니다."
이번에 들어온 사람은 안철순 후보였다.
"킹메이커 보고 어떻게 하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지 철저하게 분석하겠습니다."
시사회 시작 시간이 되어 모두가 들어갔다.
잠시 후, 빠른 걸음으로 들어온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윤정열 후보였다.
"왜 아무도 없지?"
역시 늦게 온 듯한 기자가 윤 후보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늦으셨네요, 윤 후보님. 킹메이커 보러 가셔야죠?"
“아, 일단 저쪽 가서 얘기할까요?”
윤정열은 포토존 쪽에 가서 포즈를 취했고 기자가 그의 앞에서 사진을 촬영했다. 윤정열 후보가 기자를 쳐다봤다.
“저한테 질문은 안 하나요?”
기자가 흠칫하며 카메라를 내렸다.
“전 사진기자라서요.”
“그럼, 제가 그냥 얘기하겠습니다. 이 킹메이커라는 영화는, 에, 대통령을 만드는 이야기죠, 킹메이커 하면 얼마 전에 저하고 결별하신 김종안 위원장이 대표적인데, 에, 저한테 일찌감치 별의 순간이 왔다고 하셨죠. 이 정도 하겠습니다. 자, 다음 일정 뭐지?”
윤 후보는 비서로 보이는 남자를 봤고, 그와 대화를 나누더니 극장 밖으로 나갔다.
오후 3시. 극장의 문이 열렸고 관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포토존 앞에는 의자 4개가 놓여 있었다.
잠시 후, 이정명 박종원 안철순 후보가 차례대로 나왔다. 정장 차림의 한 남성이 후보들을 포토존 앞의 자리로 안내했다.
“어? 윤정열 후보님 어디 가셨지? 정 대리님, 윤정열 후보님 빨리 모시고 오세요.”
“아까 급한 일정이 있다고 해서 가셨습니다.”
“네? 아 이거 참, 그럼 의자 하나 치우세요. 세 분이 하는 거로 할게요.”
기자들이 모여들었고 포토존 앞에는 이정명, 박종원, 안철순 후보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정장의 남성이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십니까. 영화 킹메이커 제작사 대표입니다. 오늘 세 분의 대선 후보들을 모시고 시사회를 하게 돼서 무척 기쁩니다. 무척 바쁘신 관계로 영화를 보신 소감만 간단히 듣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어느 후보부터 부탁드릴까요?”
세 후보는 서로를 보며 머뭇거렸다. 안철순 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영화 킹메이커 너무너무 잘 봤습니다. 역시 아무리 어려운 고난이 있다 해도 될 사람은 된다는 교훈을 깊이 얻게 한 영화입니다. 특히 고 김대정 대통령이 처음에는 크게 지지율을 얻지 못했는데 난관을 극복해가면서 지지율을 높여가는 이야기가 감명 깊었습니다. 마치 저에게 무슨 계시를 주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상입니다.”
이정명 후보와 박종원 후보는 서로를 쳐다봤다.
“먼저 하시지요.”
“아닙니다. 먼저 하시지요.”
제작사 대표가 개입했다.
“그럼 제가 퀴즈를 드리겠습니다. 맞히는 분이 먼저 말씀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두 후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철순 후보가 손을 들었다.
“저도 퀴즈에 참여하면 안 되겠습니까? 저는 그냥 참여만 하는 거로.”
“아 예 그러시죠. 그럼 문제에 대한 답을 아시겠다고 하시는 후보님은 본인의 성을 외쳐주시면 되겠습니다. 이정명 후보님은 이! 박종원 후보님은 박! 안철순 후보님은 안! 이러시면 됩니다. 자, 문제 나갑니다. 킹메이커에서 메이커 역할을 하신 배우가 출연했던 영화가 재작년 아카데미…”
“안!”
“네, 안철순 후보님 벌써요?”
“기생충!”
“아닙니다. 문제를 끝까지 들으시기 바랍니다. 재작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이었죠. 그렇다면 기생충의 감독…”
“안!”
“또 안철순 후보가 손 드셨네요? 혹시 취소하실 생각 없으신가요?”
“없습니다.”
“네, 정답은요?”
“너무 쉽습니다. 봉준호 감독 아닙니까.”
제작사 대표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했다.
“아닙니다! 그러니까 문제를 끝까지 들으셔야 하는데요.”
박종원 후보가 손을 들었다.
“근데 같은 사람이 계속 답을 얘기하는 건 룰이 좀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이정명 후보가 공감을 표시했다.
“그렇습니다. 공정과 정의에 어긋난다고 봅니다.”
제작사 대표가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사전에 룰에 대한 설명을 드린 건 아니니까요, 정상 참작 차원에서 안철순 후보님은 이제 또 제일 먼저 손드시고 틀리시면 기회는 없는 거고 하겠습니다. 동의하십니까?”
“동의합니다.”
“자, 문제 계속 나갑니다. 기생충의 감독인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은…”
“안!”
이번에도 안철순 후보가 손을 들었고 이정명 후보와 박종원 후보는 놀란 표정을 했다.
“어김없이 이번에도 안철순 후보가 가장 먼저 손을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꼭 정답을 말씀하셔야 할 텐데요, 자, 정답은 뭐죠?”
“플란다스의 개 아닙니까.”
“땡!”
“이제 정답을 말할 수 있는 기회는 이정명 후보, 박종원 후보에게만 있습니다. 문제 계속 드립니다. 데뷔작은 플란다스의 개였죠.“
안철순 후보는 아깝다는 표정을 강하게 지었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안철순 후보는 정답을 안다며 답답한 표정 했고, 이정명 후보와 박종원 후보를 봤다. 제작사 대표가 두 후보를 쳐다봤다.
”영화 플란다스의 개의 여주인공, 모르시겠습니까?“
두 후보는 서로 보며 모른다는 표정을 했다.
”네, 두 분 다 모르시는군요. 정답은 배두나 배우였습니다. 자, 그럼 두 분이 가위바위보로 결정하시겠습니다. 가위바위보!“
이정명 후보가 가위를, 박종원 후보가 보를 냈다.
”네, 이정명 후보가 먼저 말씀하시겠습니다.“
이정명 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네, 이정명입니다. 근데 생각해보니까 지금 이 자리에서 먼저 말하고 그다음 말하는 게 이렇게까지 대결을 할 정도였나 싶긴 하네요. 아무튼, 영화 킹메이커,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우리 현대사의 명암을 아주 잘 그려냈더라고요. 무엇보다 선거 과정에서 지켜야 할 것들, 해서는 안 되는 것들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이제야 개봉을 하게 돼서 만드신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꼭 대박 영화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작사 대표가 박수를 쳤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정명 후보님. 자, 그럼 끝으로 박종원 후보님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종원 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네, 이정명 후보께서 말씀해주신 감상평 일단 똑같이 느꼈다는 점 말씀드리고요, 저도 대통령 선거 운동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동안 해온 과정을 돌아봤고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겠다는 점에 대해 곱씹어볼 수 있게 한 영화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영화를 만드셨는지 제작진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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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6시.
박종원의 심야식당이 시작되었다.
칼질을 하던 박종원은 정면을 응시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네, 오늘 심야식당은 미리 공지를 했습니다. 오늘만큼은 제가 만들고 싶은 음식 하면서 이런저런 말씀 나누고 싶다고요. 여러분은 댓글 보내주시면 됩니다. 왜냐, 요즘 먹을 거 가지고 장난치는 분들이 있는 거 같아서요. 그래서 제가 기분이 별로 안 좋거든요. 그래서 먹을 거 가지고 장난치는 게 왜 안 좋은지 말씀드리고 싶어서 준비했습니다. 먼저 재료를 말씀드립니다. 멸치, 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