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화. 이러다 다 죽어~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by 김영주 작가

어느 틈에 들어온 황규익 작가를 보며 박종원 후보는 또박또박 재료를 말했다.


“오늘 만들 음식의 재료는요, 달걀, 파, 멸치, 콩…을 중심으로 해서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음식 두 가지 만들어보겠습니다.”


화면에 달걀, 파, 멸치 하고 콩이 잡혔다.


“자, 먼저 만들어볼 음식은요, 달걀말이입니다. 이 달걀말이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데요, 쉬운 거 같으면서도 잘 안 된다는 분들이 꽤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집에서 쉽게 만드실 수 있는 달걀말이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준비해 놓은 재료들을 보여주며 달걀말이의 재료들을 얘기했다.


“달걀말이니까 달걀은 당연히 들어가야겠죠? 여기에 대파나 쪽파가 빠지면 섭섭하죠. 노란색의 달걀하고 파란색의 파하고 색깔적인 면에서 조화를 위해 빨간색 당근을 넣어주면 굿입니다. 자, 이번에 만들 요리에 대해서는 황 작가님이 말씀해주실까요?”


황 작가가 이어받았다.


“제가 소개할 음식은 박종원 표 콩비지 찌개입니다. 여기에는 멸치 하고 콩이 메인으로 들어갑니다. 멸치는 육수를 내는 데 쓰고요, 콩은 콩비지니까 핵심 재료죠. 원래는 생콩을 불리고 갈아서 하면 더 고소하겠지만, 요즘 어디 집에서 그렇게 하실 분 얼마나 되겠습니다. 두부 사면 받을 수 있는 비지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박종원이 만드는 달걀말이와 황규익 작가가 만드는 콩비지찌개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진행됐다.


그랬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짐작하셨겠지만, 주말을 달군 달걀, 파, 멸치, 콩에 대한 이야기다.


신선세계 그룹 정용준 부회장이 자신의 SNS에 멸치와 콩을 올리며 ‘멸공’을 얘기한 것이 발단이었다.


거기에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가 동네 대형마트에 들러 장보기를 하는 모습을 촬영하여 SNS에 올려 국민들에게 친근감을 주려고 했다.


하지만, 올라온 사진과 해시태그가 멸치, 콩, 달걀, 파 등이 있어서 해시태그 놀이를 했다는 비판이 폭주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국민의심의 유력 현직 및 전직 의원들 몇 명도 마트에서 구매를 하거나 에스앤에스에 비슷한 투로 올리며 화답을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박종원 후보는 먹는 거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줄 생각에 일요일 저녁 심야식당을 그렇게 구성한 것이다.


“여러분, 달걀하고 파는 이렇게 맛있는 달걀말이를 만들 수 있고요, 멸치 하고 콩으로는 구수한 콩비지찌개를 만들어 따끈한 밥하고 먹으면 환상적인 한 끼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박종원의 심야식당의 동시 접속자 수가 10만 명이 넘었고 댓글이 읽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빠르게 올라갔다.


- 그래, 먹는 거 갖고 장난치지 마라!

- 육수 내려고 조림용 멸치 사냐?

- 달걀을 농락하지 마라! 등의 댓글들이 달렸다.


그런데, 멸치와 콩의 여파가 일파만파 퍼져 갔다.


신선세계 그룹에서 운영하는 매장에 대한 불매운동이 시작됐고, 하루 만에 8% p 주가가 하락했다.


국민의심에서도 사태가 심상치 않아 보이자 단순히 먹으려고 식재료를 구매한 걸 가지고 왜 그렇게 민감하게 구느냐는 논리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태의 파장이 어느 정도까지 흘러갈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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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주관하는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 토론회 일정이 발표됐다.


총 3회에 걸쳐 토론을 하는데 후보로 등록하는 모든 대선 후보들이 참여할 수 없게 몇 가지 기준을 마련했다.


첫째, 국회에 5석 이상 의석을 가진 정당의 추천 후보자. 둘째, 직전에 치러진 대선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지방의원 선거에서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의 추천 후보자. 셋째, 언론기관이 1월 16일부터 2월 14일까지 실시해 공표한 여론조사에서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인 후보자가 참석 대상이다.


식당 박종원 후보는 세 번째 조건인 여론조사 평균 지지율 5% 이상을 충족하는 수밖에 없다.


토론회 일정은 2월 21일 경제 분야 토론을 시작으로 2월 25일 정치 분야, 3월 2일 사회 분야 토론회가 각각 열린다.


의석수와 현재의 여론조사 추이로 볼 때, 토론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은 민지당 이정명, 국민의심 윤정열, 식당 박종원, 국민이당 안철순, 정이당 심상순 후보들이다.


5명의 후보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토론을 할 경우 각자 어떤 매력을 국민들에게 뽐낼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다만, 최근까지는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가 토론에 소극적이었는데, 선대위 내홍을 겪으면서,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가 급부상하면서 토론에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마치 대한민국과 중동이 축구를 할 경우, 중동이 먼저 골을 넣어 앞서갈 경우, 그다음 전술은 무조건 침대 축구로 가는 것과 흡사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선취점을 넣거나 이기게 될 경우에는 침대 축구를 하려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민지당 이정명 후보가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했던 공식 선거운동 기간 전에 하는 대선 후보 토론도 몇 회가 될지 장담할 순 없지만, 개최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박 작가님, 아무래도 조만간 대선 후보 토론회가 어떤 형식으로든 열릴 거 같죠?’


- 네, 그럴 거 같네요, 후보님. 후보님이야 토론 걱정하진 않지만 그래도 준비 잘해야겠죠.


‘지난번에 3.5프로TV에 각각 나온 영상을 보면 각 후보들의 특성이 꽤 잘 드러나 있어요. 어떻게 보세요?’


- 이정명 후보가 아무래도 토론에서는 가장 발군이죠. 어떤 주제를 들이대도 거침이 없습니다. 정책적인 대안들도 어렵지 않게 나오고요. 현재 여론조사 1위를 하고 있으니까 아마 일단은 수비적인 자세로 시작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정명 후보가 선 수비 후 공격이라… 쉽게 떠오르진 않지만 일단 간을 본다는 면에서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다음 경계해야 하는 후보는 누구일까요?


- 윤정열 후보라고 봅니다.


’윤정열 후보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토론 기피하셨잖아요. 대본이 없으면 논점도 없고요. 근데 조심해야 한다고요?


-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국민들이 볼 때는 유리한 운동장에 서 있다고 봐야 합니다. 정치인이 아니었다는 건 온 국민이 다 알잖아요. 그래서 지난 국민의심 경선에서도 홍준펴 후보가 얕봤다가 큰코다쳤죠. 이정명 후보가 본선에 올라오면 가장 두려워했다는 유승만 후보도 홍 후보랑 같이 휩쓸려 떠내려갔죠. 이게 무서운 겁니다.


‘음…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그럼 윤정열 후보에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 윤정열 후보는 이야기를 할 때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스타일입니다. 가만히 듣다 보면 질문을 던진 사람이 자신이 한 질문이 뭐였는지 까먹어요. 그때 윤정열 후보가 말을 끝내면 어? 어? 하면서 별 대응을 못하는 패턴이죠. 그러니까 윤정열 후보에게는 말을 길게 하게 하지 말고 끊어쳐야 합니다. 그리고, 왜? 그래서 어떻게 하신다는 거죠?라고 되물어야 합니다.


’그렇군요. 요즘 치고 올라오는 안철순 후보님도 경계 대상 아닌가요?


- 안철순 후보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말이 다 옳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는 분이라 전제의 논리를 무너뜨리면 됩니다. 또 안 후보는 박 후보님이야 라이벌로 여기고 있지 않지만 이정명 후보와 윤정열 후보 두 사람을 늘 공격해야 하는 운명이라서 정신없을 겁니다. 그럴 때 박 후보님은 기다리고 계시다가 떨어지는 허술한 논리 주워 드시면 됩니다. 감성적인 측면을 건드려도 좋고요.


‘그렇군요. 저도 면밀하게 준비해나가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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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밤 9시.

대학로의 한 극장 앞.


택시가 섰고 부랴부랴 내려 달려오는 사람이 있었다. 박종원 후보다.


“안 늦었지? 분명히 연극 끝나고 분장 지우고 정리하고 하면 9시 좀 넘어 나오신다고 했으니까. 헉헉.”


손에 들고 있던 꽃다발의 꽃 몇 개가 떨어졌지만, 화려한 꽃다발의 자태는 그대로였다.


그때,


“이야~ 종원이~ 진짜 왔네~”


“어이구 나오셨어요, 오 선배님.”


박종원 후보가 사람 좋은 웃음 지으며 다가가 살짝 포옹을 한 사람, 오양수 배우다.


“선배님, 급하게 오느라 일단 상징적인 거만 들고 왔습니다. 일단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 축하드립니다. 조만간 저희 식당으로 오시면 근사하게 모실게요.”


“에이, 자네 바쁜 거 세상이 다 아는데 이렇게 시간 쪼개 온 게 어디야? 그냥 오라고 하지 그랬어?”


“에이, 선배님한테 연극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어요. 정말 죄송하지만 연극은 못 봤어요. 프로이트 선생으로 나오신다면서요?”


“그래도 공부할 건 하고 왔구먼. 하하하!”


“어머, 선생님, 박종원 후보님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옆에 있던 연극 스태프 중 한 명이 놀란 표정 했다.


“어, 종원이 안 지 오래됐지. 내가 어려울 때 얼마나 밥을 많이 해줬는데.”


“아이고 무슨 말씀을요. 제가요, 힘들 때가 있었는데요, 선배님 연극을 우연히 보고 팬이 돼서 따라다녔거든요. 근데 이제 세계적인 스타가 되셔서 더 이상 따라다니기 힘들게 됐어요.

그래서 오늘 이렇게 왔습니다.”


으하하하.


“선배님이 예전에 제가 식당 쫄딱 망했을 때 이런 얘기 하셨거든요. 그래도 찾아왔던 손님들 있었잖아. 그 사람들 맛있게 먹고 갔으면 완전히 망한 건 아니야. 또 일어설 수 있어. 그 사람들도 기다리고 있을 걸? 이렇게 말씀해주셔서 얼마나 힘이 났는데요.”


오양수 배우가 말했다.


“그다음에 했던 말은 기억 안 나는 거야?”


박종원 후보가 의아해하는 표정을 했다.


“가만, 뭐라고 하신 건 같은데… 뭐라고 하셨더라?”


“좌절하면 안 돼. 이러다 다 죽어~~~~ 라고 했잖아”


“하하하, 맞아요 맞아요. 이러다 다 죽어~~~~ 그 말 한마디가 도끼로 제 머리를 빡! 쳤어 요. 이러다 다 죽어~~~”


대학로의 극장 앞에서 이루어진 대선 후보 박종원과 78세의 나이에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오른 연극배우 오양수의 즉석 토크에 어느새 지나가던 시민들이 동그랗게 에워싸며 한 편의 게릴라 데이트가 되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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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0일 월요일 아침. D-58.

박종원 후보 캠프 사옥 1층.


우삼겹으로 아침을 하려고 내려온 박종원 후보의 눈에 낯익어 보이는 두 사람이 눈에 띄었다. 조심스레 다가가니 눈치를 챈 두 사람이 깜짝 놀라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박종원 후보님. 아침부터 여기에서 식사하시나 보네요.”


박종원 후보가 씨익 웃었다.


“그럼요. 아침에 특별한 일정만 없으면 늘 여기에서 대화도 하면서 식사합니다. 잘 오셨어요. 같이 식사해도 되겠죠? 안 그래도 만나보고 싶었어요.”


“그럼요, 앉으시죠. 저희가 영광이죠.”


박종원 후보가 만나보고 했다는 사람은 민지당의 메시지를 총괄하고 있는 정찰 카피라이터였다.


정카피가 옆에 있는 친구를 보며 입을 열려하는데 박종원 후보가 먼저 열었다.


“이분도 잘 알죠. 두 번째 뵙네요. 정이당 유병천 카피라이터님.”


“네, 또 뵙습니다. 박 후보님.”


대한민국 대선의 방향을 고민하는 두 남자와 박종원 후보의 조찬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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