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짬뽕 전문점 탄생 스토리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치이이이이.
박종원 후보가 우삼겹을 올렸다.
딱 석 점.
정찰 카피라이터 정 카피와 윤병천 카피라이터 윤 카피는 지금 이제 뭐 하자는 건가 하는 눈빛으로 불판 위의 고기 석 점과 박종원 후보를 번갈아 쳐다봤다.
박 후보는 두 사람이 보내는 눈빛들의 의미를 익히 알고 있다는 듯 얘기했다.
“이건 일반적인 삼겹살이 아니라 우삼겹이라서요, 금방 익거든요. 5초만 있다가 바로 드시면 됩니다. 이렇게 치이이이이. 착. 쩝쩝쩝. 자, 이제 제가 시범 보였으니까, 각자 먹을 것들만 올려서 드시면 됩니다. 고기 많이 올리면 타잖아요. 어때요, 편하고 좋지 않습니까?”
정 카피가 우삼겹 한 점을 집어 불판 위 자신의 영역에 놓았다. 윤 카피도 자신의 고기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 쩝쩝쩝.
“맛있습니다. 후보님.”
“감사합니다.”
각자 한 점씩 놓고 치이이이이. 쩝쩝쩝.
문득, 박 후보는 두 사람이 무슨 이유로 만났는지, 게다가 만남의 장소를 왜 굳이 이곳으로 했는지가 궁금해졌다.
궁금한 건 속에 그냥 놔두지 못하는 성격의 박종원 후보다.
“근데 이 아침부터 두 분이 여기엔 무슨 일로 오신 거죠?”
치이이이이. 정 카피가 말했다.
“박 후보님 한 번 뵙고 싶어서 장소는 여기로 했고요, 윤 카피하고는 저나 이 친구나 각각 캠프 들어간 다음부터는 못 봤거든요. 생각해보니까 오늘 안 보면 3월 9일까지는 못 볼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어젯밤에 급 연락했죠.”
윤 카피가 고기를 올렸다. 치이이이이.
“정 선배는 저를 라이벌로 생각하셔서요, 늘 저를 염탐하곤 합니다. 하하하. 오늘 보자고 한 거도 아마 정이당 슬로건 무슨 꿍꿍인지 물어보려고 부른 걸 거예요.”
정 카피가 고기를 씹으며 말했다.
“맞아 맞아. 나야 뭐 큰 숙제는 하나 했으니까. 한결 마음 편하지 뭐. 그래도 계속 일이 생기긴 하지만.”
박 후보가 우삼겹 한 점을 정 카피 쪽으로 보냈다.
“그나저나 ‘앞으로 제대로’ ‘나를 위해 이정명’, 도대체 어떻게 만든 거예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죽이는 카피를 생각해내실 수 있는 거예요? 궁금해 죽겠어요.”
정 카피가 우삼겹을 올렸다. 치이이이이.
“박 후보님, 여기 1층 매장은 후보님이 만드신 프랜차이즈 메뉴가 거의 다 있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네, 어느 정도는요. 뭐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정 카피가 윤 카피에게 눈을 찡긋했다.
“혹시 대만반점 메뉴인 짬뽕도 됩니까?”
윤 카피도 거들었다.
“전 짜장면이요.”
박종원 후보는 웃으며 벨을 눌렀다.
홀 서빙 직원이 다가왔다.
“부르셨습니까?”
“여기 짬뽕 2개, 짜장면 2개 부탁해요.”
직원이 고개를 숙인 후 갔다.
“아니 왜 4개나 시키시는 거예요? 여기 저희 세 사람 말고 누가 또 있어요?”
- 박 후보님, 설마 제 얘기를 하시려는 건가요?
“제가 짜장 짬뽕 다 먹으려고요.”
잠시 후. 짜장면 2개와 짬뽕 2개가 나왔다.
“이야~ 여기에 다 있다고 하더니 팩트였네 팩트였어.”
윤 카피가 메뉴판을 보다가 짜장면을 끌어당겨 비비기 시작했다.
”정 선배, 우리 앞으로 미팅은 여기서 고정하는 거로 합시다. 여기 있는 메뉴들 하나씩 다 먹어봐야겠어요.“
”그거 좋은 생각이네, 윤 카피. 후보님, 제가 작업한 슬로건 얘기는 좀만 있다 하시고요, 제가 정말 궁금한 게 있습니다. 이런 짬뽕 같은 건 어떻게 만들게 되신 거예요? 대만반점 오픈했을 때요, 가보고 깜짝 놀랐어요. 본사에서 소스를 받아서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주방장이 없다고요.“
박 후보가 놀란 표정을 했다.
”아니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제 대학 선배가 그거 가맹점을 했거든요. 그래서 아는 거죠.“
윤 카피가 말했다.
”원래 중식집 하면 오랜 경력의 고수 같은 주방장이 딱 있어야 하고, 사장님이 주방장을 겸하지 않으면 주방장 눈치 볼 수밖에 없잖아. 그걸 깬 게 바로 대만반점이라고 생각해.“
박종원 후보가 감탄의 표정을 했다.
”이야~ 역시 두 분이 왜 정 카피, 윤 카피 하는지 알겠네요. 제가 오랜 시간 고민해서 터득한 걸 바로 아시네요.“
”무슨요, 저희는 말만 하는 사람들이고요, 그런 걸 생각해내고 더 중요한 건 실현을 했다는 거죠.“
박종원 후보는 신이 나기 시작했다.
”제가 워낙 먹는 걸 좋아하잖아요. 음식을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데 전 언젠가부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레시피라는 게 있잖아요. 어느 날 문득 왜 여기서 만들라는 재료들만 가지고 해야 하는 거지? 이게 무슨 성경이라도 되는 거야? 다른 식재료로 바꿔서 하면 그런 맛이 안 나? 하는 생각을 한 거죠.“
정 카피가 물었다.
”기존의 틀을 깬다는 발상이네요. 예를 들어서 어떤 음식이 있죠?“
”예를 들어 돈가스 소스를 볼게요. 보통은 밀가루를 버터에다 볶아서 옆에 놔두고, 셀러리 하고 당근으로 육수를 만들어서 케첩이랑 같이 볶거든요. 요리사 백이면 백 이렇게 만들어요. 근데 난 그렇지 않은 거죠. 밀가루를 볶아야 하는데 밀가루가 없으면 전분 물로 걸쭉하게 만들면 안 돼? 둘 중 뭐가 더 효율적이지? 그다음에, 고소한 맛이 나는 동물성 지방이 필요한데 버터나 마가린이 없으면? 돼지지방이나 식용유를 써볼까? 그다음에 케첩을 넣은 다음에 단맛을 내려면 설탕을 넣으면 되잖아. 우스터소스가 없으면? 간장하고 식초를 적당한 비율로 섞어볼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 거죠.”
정 카피와 윤 카피는 짬뽕과 짜장면을 먹을 생각도 하지… 못한 게 아니라 빠른 속도로 다 집어넣으며 귀를 기울였다.
“자유로운 생각이 만들어낸 결과물의 혜택을 소비자가 받게 하자! 이런 생각에서 만든 게 프랜차이즈 중 하나가 대만반점이었어요. 짬뽕도 주방장이 없어도 요리를 할 수 있게 하자! 짜장면도 그렇게 운영할 수 있게 하자!”
그렇다.
일반적으로 중식집을 창업한다고 할 때 짬뽕을 예로 들어보자. 짬뽕이라는 메뉴는 원리원칙대로 조리를 한다면 돼지 뼈나 닭발로 육수를 내야 한다.
거기에 여러 다양한 재료를 넣어서 끓여가면서 간을 맞춰나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그때그때 제대로 간을 맞추는 게 중요한데 그러려면 오랜 경력과 노하우를 가진 주방장이 있어야 한다.
이 얘기는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주방장의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 음식이 영향을 받는다는 거다.
식당 창업을 얘기할 때 사장이 주방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기본인데, 그렇지 않을 경우 주방장의 눈치를 보게 되고 주방장에게 휘둘리면서도 높은 급여를 어쩔 수 없이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식집에서 매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메뉴는 짜장, 짬뽕, 볶음밥 정도이고 요리라고 해봐야 탕수육이나 양장피 혹은 깐풍기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오로지 이 메뉴들만 만들 수 있는 주방장을 모셔온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한 달에 비록 한두 번 주문이 들어온다 해도 메뉴판에 적혀 있는 수십 여 가지의 요리들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하는 주방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종원 후보, 아니 당시 대표는 짬뽕이나 짜장면만 만들어 파는 식당을 구상한 것이다.
방식은 이랬다. 소스를 그때그때 만들고 간을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마치 양념장처럼 매뉴얼에 의해 미리 만들어놓고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이제 남은 건 짬뽕이나 짜장면을 만들기 위해 알아야 하는 건 볶는 기술인데, 이 부분은 3~4일만 배우면 누구나 익힐 수 있는 영역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 식당은 사장님이 볶아내는 기술만 배우게 되면, 본사에서 일괄적으로 제공되는 짜장 소스, 짬뽕 소스를 이용해 메뉴를 능히 만들어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중식 요리가 먹고 싶은 사람은 기존의 중식 레스토랑에 가면 되고, 이 집은 짜장면이나 짬뽕만 먹고 싶은 사람들을 주 타깃으로 한 것이다.
이 시점에서 궁금한 건 이거다.
그렇게 시스템에 의해 아마추어 주방장인 점장이 만들어내는 짜장면 혹은 짬뽕의 맛은 어떨까.
정 카피의 말로 대신한다.
“근데 맛이 있더라고요. 여느 중식집에서 먹어본 짜장이나 짬뽕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아요. 근데 가격마저 착해. 이러니 당해낼 수가 있을까요?”
“그게 가능했던 게요, 고가의 주방장을 고용하지 않아도 되니까 인건비가 줄죠. 그러면 좋은 식재료를 쓸 수 있고요, 가격은 저렴하게 책정해도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나온 거죠.”
“그런 거였군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후보님.”
정 카피와 윤 카피가 작게 박수를 쳤다.
“내친김에 하나 더 여쭤볼게요. 저도 은퇴하면 식당이나 카페 차리는 게 꿈인데요, 그럼 저는 지금부터 뭘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그래요? 그럼 저랑 같이 해요.”
“정말이요? 에이, 그러면 안 되죠. 제가 기본부터 착착착 준비해야죠.”
“이거 하나만 말씀드릴게요. 잘 되는 식당, 쪽박 나는 식당에서 다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자기 식당 할 때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겨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인내하는 거예요. 인내.”
“그쪽 있는 우삼겹 좀 인내요.”
윤 카피의 느닷없는 드립에 박종원 후보와 정 카피는 고개를 숙였다.
“아, 민지당 슬로건 얘기 들으려 했는데 다음 일정 있어서 일어나야겠네요. 두 카피님들, 언제든 오세요.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정 카피와 윤 카피는 인사를 한 후, 남아 있는 우삼겹을
불판에 올리기 시작했다.
.
.
.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자, 정당법 개정안에 찬성하시는 의원님들은 찬성표, 반대하시는 분들은 반대, 기권 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당법 개정안이 압도적인 표 차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요 내용은 정당 가입이 가능한 연령이 만 18세에서 만 16세로 낮춰졌다는 것. 이는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 피선거권의 연령을 만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12월 31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당의 가입 연령도 낮춰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후속조치로 이뤄진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정당 가입이 가능해졌다는 얘기다.
보다 자유로운 정치 의사 표현이 가능해진 나라가 되었다. 물론, 교사의 정당 가입은 여전히 금지되어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