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화. 박 후보, 심상순 후보에게 전화한 까닭은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선출할 수 있게 된 1987년 이후 거의 모든 선거에서 뜨겁게 달아올랐던 단골 이슈가,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두 달도 남기지 않은 현재, 마찬가지로 부상했다.
모두가 외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열심히 주판알을 굴리고 있는 이슈, 바로 단일화 문제다.
현재까지 나타난 여론조사 결과를 대략적으로 보면 각 후보들의 구도는 이렇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와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가 25~30% p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일희일비로 붙고 있고, 식당 박종원 후보는 20% p,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가 15% p로 치고 올라왔다.
안타깝지만 정이당 심상순 후보는 3~4% p로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이정명 후보는 3위에서 단 한 번도 벗어난 적 없는 박종원 후보를 의식하고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단일화에 대한 이렇다 할 요청은 일체 오지 않고 있다.
그에 비해 몸이 달아오르기 시작한 쪽은 윤정열 후보 쪽인데, 그동안 고려해야 할 대상으로 전혀 여기지 않았던 안철순 후보가 어느 틈에 15를 넘어 20을 향해 치고 올라오면서 겉으로는 표정 관리 중이지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 상황이 된 것이다.
박종원 후보는 앞으로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를 단일화 이슈에 대해 염두를 두지 않을 수 없었다.
박종원 작가의 생각이 궁금했다. 노트북 화면이 나타났다.
- 박 후보님, 단일화에 대한 입장이 슬슬 고민되시는 거죠?
‘아무래도 그렇죠. 윤정열 후보 하고 안철순 후보가 단일화를 하게 되면 대선판이 크게 요동칠 거고, 그렇게 되면 이정명 후보 쪽에서도 저한테 강력한 제안을 해오겠죠. 만약 이정명 후보 하고 제가 있고, 윤정열 후보하고 안철순 후보 중 단일화로 올라오는 후보, 이렇게 3명이 최종 붙게 되면 아무래도 표가 갈릴 테니까 이정명 후보로서는 안심할 수 없겠죠.’
- 혹시 윤정열 후보나 안철순 후보 쪽에서 박 후보님 보자고 하는 연락은 없었나요?
‘네, 아직은 없네요.’
- 제가 볼 땐 모든 유력 후보들은 박종원 후보님에 대한 입장을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워낙 이질적인 존재라서 저들도 헷갈리는 거죠. 다만 안철순 후보야 서울시장 선거 때도 출마한 적 있고, 대선도 이번이 두 번째 나오는 거니까 일단 먼저 대응해야 하는 쪽이라고 정한 거겠죠. 안철순 후보를 이정명 쪽이 당기느냐 윤정열 쪽이 당기느냐를 볼 때 우선 윤정열 쪽에서 더 강하게 당기고 있다고 봐야죠. 안철순 후보 쪽도 민지당에 대한 비판은 워낙 강하게 하고 있고요.
안철순 후보가 정치 참여 선언을 한 후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뛰어든 건 2012년 12월에 치른 제18대 대선이었다.
박근해 후보와 문대인 후보, 안철순 후보가 본선 무대에 올랐는데, 당시에 안철순 후보는 민주 진영 쪽 후보였기에 민주 진영에서는 문대인 후보와 안철순 후보의 단일화가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두 후보는 단일화 협상에 들어갔지만,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싼 심한 갈등을 끝내는 극복하지 못했다.
단일화 협상은 결국 결렬됐고 안철순 후보는 후보 사퇴를 선택한다.
대통령 선거는 박근해 후보와 문대인 후보의 양자 대결로 치러졌지만 모두가 알고 있듯이 박근해 후보가 당선된다.
아름다운 단일화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단일화에 의한 시너지 효과는 전혀 발휘할 수 없었던 대선이었다.
안철순 후보가 단일화 열차에 다시 올라타게 된 선거는 지난해 4월 7일 있었던 서울시장 보궐선거였다.
국민의심 오새훈 후보와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는 민지당 박영순 후보에 이기기 위해 단일화 협상에 들어갔다.
당시에는 안철순 후보의 지지율이 상당히 높았기에 오새훈 후보도 적극적으로 단일화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었고 팽팽한 협상 끝에 결국 단일화 여론조사를 했고, 단일 후보로 오새훈 후보가 선택됐다.
민심에서는 안철순 후보가 높았는데, 결론은 오새훈 후보로의 단일화였다.
국민의심이라는 거대한 정당의 조직된 힘에 작은 정당 국민이당이 맞서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두 번째로 대통령 선거에 뛰어든 안철순 후보는 마치 그의 숙명이라도 되는 양, 3번째 단일화 열차가 선거 플랫폼에 진입하여 대기하게 되었으니! 그는 과연 열차에 올라타느냐 아니면 이번에는 올라타지 않고 자차로 끝까지 가느냐를 결정해야만 하는 순간에 언젠가는 직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안철순 후보는 단일화에 3번째 임하게 됐네요. 삼수생이 시험을 보는 거라 할 수 있는데요, 이번에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 자의든 타의든 안 후보는 단일화 전문가가 됐어요. 물론 이렇게 된 이유도 최근에 지지율이 급등하고 있어서 그렇겠지요. 지금이야 ‘이번엔 절대 철수하지 않겠습니다! 완주할 겁니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글쎄요, 지지율이 15% p 아래로 떨어지지만 않으면 국민의심이 절대로 가만 놔두지 않을 겁니다.
’그렇겠죠. 그런 상황이 올 경우 안철순 후보의 선택이 궁금해지네요.‘
- 근데, 이정명 후보는 왜 박 후보님에게 아무런 얘기도 안 하는 걸까요? 혹시 후보님이 막판에 사퇴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설마요. 머지않아 신호가 오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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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일 수요일 오후 2시.
경기도 고양시에 덕양구에 위치한 퓨전 주점 <보고시펏소>.
프랜차이즈 식당을 운영하는 CEO 7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헤쳐 나가는 경험들을 나누기로 한 것이다.
무엇보다 식당 대선후보 박종원 후보에게 초청장을 보냈는데 흔쾌히 참석을 했다.
전국 60만 식당 사장님들과 종사자들이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위해 유튜브 생중계도 완벽하게 준비됐다.
무슨 토크쇼라거나 대담 방식을 지양하고, 가볍게 음주와 안주를 먹으며 수다 떠는 형태로 진행하기로 했다.
편의상 참석자들이 얘기한 것을 그대로 적어볼까 한다.
박종원 (카메라 쪽 보고) “지금 방송 시작된 거예요?”
익명의 누군가가 대답 “네, 나가고 있습니다.”
박종원 (자세 고쳐 앉으며) “아, 반갑습니다. 식당 대선후보로 뛰고 있는 박종원입니다. 여러분이 하고 계신 일을 저도 하고 있으니까 편하게 동료라고 생각하시고 편하게 얘기하죠. 이야~ 여기 분위기 좋은데요? 어느 분이 사장님이시죠?”
장희성 (주방 안에서 안주 가지고 오며) “네, 접니다. 장희성이라고 합니다.“
박종원 ”반갑습니다. 편하게 자기소개하시면 좋겠습니다. 미팅 왔으면 일단 돌아가면서 소개하는 것처럼.“
방경식 ”안녕하세요, <족발이시장> 대표 방경식이라고 합니다. 여러분 만나서 반갑고요, 오늘 많이 듣겠습니다.
장성익 “저는 <굳찌치킨> 운영하는 장성익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김슬교 ”반갑습니다. 저는 <교대삼층집>이라는 고깃집을 운영 중입니다.
김성운 “저는 <꼬지내께>를 운영하는 김성운입니다. 다들 힘드실 텐데 기운 내보시죠.
박상영 ”저는 <크라운맥주> 박상영 대표입니다. 같이 고민해봅시다.
박종헌 “안녕하세요, <빅스타파스타> 사장 박종헌입니다.”
일동 (박수)
박종원 “이야~ 다 들어본 브랜드네요. 솔직히 여기 이 집만 처음 들어보고 나머지는 다 잘 나가는 데잖아요. 그죠?”
방경식(족발이시장) “운이 좋아서 가맹점들이 꽤 되긴 합니다. 그래도 박종원 선배님에 비하면 새발의 피죠.”
일동 (웃음)
박종원 “저도 무지 힘들긴 한데, 그래도 저는 제 생활의 순위를 바꿔서 정치가 1순위잖아요. 근데 여러분은 이 엄혹한 외식 시장에서 강하게 버텨내고 있네요. 존경스럽습니다. 자, 아무래도 이 자리에 저를 초청하셨으니까 뭐든 물어보시고, 서로 의견도 나누죠. 근데 코로나19 팬데믹이 벌써 3년 차에 접어들었어요. 예상하셨어요? 어떻게 버티고 계세요?”
일동 (고개를 절레절레)
김성운(꼬지내께) “다 힘드시겠지만 그중 가장 피해 많이 입은 쪽은 주점업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브랜드가 동남아시아에 진출해서 작년에 매장 18곳을 인테리어 공사 들어갔는데 결국 절반이 멈췄습니다. 그래도 버텨야죠.”
김슬교(교대삼층집) “저희는 배달은 하지 않고 홀만 운영해 와서 피해가 말도 못 합니다. 저도 이 장사 17년 동안 하고 있는데 이런 건 처음 겪습니다. 다 같이 허리 졸라매고 조금만 더 버티자고 하고 있는 중입니다.
박종원 ”치킨 쪽은 경쟁이 어마무시하잖아요. 좀 어떠세요?“
장성익(굳찌치킨) ”저희는 고급화 마케팅으로 그나마 버티고 있습니다. 해외 명품 브랜드에서 저희한테 내용증명을 보내오는 바람에 오히려 광고가 됐습니다.“
박종헌(빅스타파스타) “그나마 저희는 배달 중심으로 운영하는 브랜드라서요, 코로나19가 오히려 매출을 높였습니다. 문제는 배달 전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서 계속 정신 바짝 차려야겠죠.”
박종원 “이야... 그래도 대단하십니다. 잘들 버티고 계시네요. 존경스럽습니다. 이 집 사장님은 좀 어떠세요?
장희성(보고시펏소) ”저희는 여기가 본점이고요, 작년에 처음으로 직영점 하나 냈습니다. 여기하고 콘셉트는 다르게 했고요. 제가 가장 후발 주자니까 오늘 여러 선배님들 얘기 경청하겠습니다. 술 하고 안주는 걱정하지 마시고 맘껏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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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당 심상순 후보가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선대위가 내홍을 겪거나 당 대표가 뛰쳐나가거나 하는 파국적인 상황이 일어나서가 아니다.
자신의 지지율이 좀체 오르지 않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냉철하고 객관적이고 엄중하게 보고 있으니, 모든 걸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겠다는 것이다.
“현 선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 시간 이후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갔다”고 정이당 선대위는 발표했다.
박종원 후보가 심상순 후보에게 전화를 했다.
“심 후보님, 방금 기사 봤습니다. 모든 일정을 중단하셨다는 게 맞습니까?”
다소 기운이 빠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구 전화까지 주시고, 고맙습니다. 박 후보님. 네, 저희 선대위가 발표했습니다. 저도 냉철하고 제로 세팅하고 어디서 어디까지 잘못됐는지 지금 짚어보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러셨군요. 하긴, 그렇게 열심히 뛰고 계시는데 지지율이 안 나오니까 답답하시겠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박 후보님, 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왜 저는 열심히 뛰고 있는데, 제가 얘기하는 정책은 옳은데, 이정명 후보나 윤정열 후보보다 한참 쳐지는 걸까요?”
박종원 후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심 후보님, 아시겠지만 저는 정치 초보자니까 그냥 느낀 대로 한 말씀만 드릴까요?”
심상순 후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요. 꼭 좀 얘기해 주세요. 뭐죠? 제가 뭘 잘못한 거죠? 전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박종원 후보는 침을 꿀꺽했다.
“제가 볼 때 심 후보님의 지지율이 안 나오는 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