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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작가 May 06. 2022

40화. 대선후보 토론, 몇 명이 해야 하나?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현재의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 숙고에 들어가겠다, 는 말을 남기고 정이당의 대표하고도 연락이 끊긴 정이당 대선후보 심상순.


  그녀가 유일하게 전화를 받은 사람은 다름 아닌 식당 박종원 후보였다.


  그녀의 휴대폰 진동이 울리고 박종원이라는 이름이 찍힌 걸 보는 것과 동시에, 박 후보의 조언이 듣고 싶어졌다.


  어쩌면, 정이당의 사람들과 민지당이나 국민의심 혹은 국민이당의 사람들도 하나같이 자신이 서 있는 진영의 입장에 선 정치인들이었고, 유일하게 박종원 후보가 때 묻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봤기 때문이리라.


  게다가 상사도 아니고 부하도 아닌, 동일한 선상에서 경쟁자로 뛰고 있는 대선 후보였다.


  그렇기에 박종원이라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 어떤 시선과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솔직히 그동안 심 후보가 가져왔던 박 후보에 대한 이미지는, 워낙 국민적 인지도가 높은 방송인이었기에 반영이 된 높은 지지율이었지, 실제 대통령 선거가 가까이 오면 올수록 박 후보에 대한 지지는 실제 표로 이어지기는 힘들다고 봤다.


  현실 정치인으로 국민들이 온전히 믿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렇지만, 막상 자신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이르고 5% p에도 미치지 못하는, 그야말로 수렁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지경이 되자, 박 후보도 다시 보이게 된 것이다.


  그런 점들이 그 누구의 연락도 받지 않던 그녀가 박종원 후보의 전화만은 받게 했다.


  그리고, 과연 그 사람은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줄지가 너무도 궁금했다.


  그가 말을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심 후보님이 보실 때 제가 했던 식당들은 다 성공한 거 같죠?” 생각지 못한 식당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그럼요. 박 후보님이 시작한 식당 브랜드가 뭐 수십 개잖아요. 제가 잘 알아요. 거의 가봤고요. 다 성공하시지 않았나요?”


  “많은 분들이 그렇게 알고 계시는데요, 저 실패한 브랜드 꽤 많습니다. 혹시 제철식당이라고 아세요?”


  “제철식당이요? 그게 뭔데요?”


  박 후보는 옛날 생각이 나는지 회환에 젖는 표정이 되었다.


  “제육하고 영철이를 합한 거예요. 영철이는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남자 이름이잖아요. 그만큼 많은 남자들이 와서 먹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만든 식당이 제육식당이었죠.”


  “그런 게 있었군요.”


  “보물찌개는 들어보셨어요?”


  “보물찌개요? 그거도 식당 이름인가요?”


  “그럼요, 얼마나 야심 차게 론칭했던 건데요. 국보, 보물 있잖아요. 대한민국에서 제일가는 찌개 전문점을 만들려고 했죠.”


  “근데 안 됐군요. 저도 전혀 들어보지 못한 걸 보니.”


  “제가 창피해서 더는 말씀 못 드리겠고요. 좌우지간 실패한 브랜드 엄청 많습니다, 저도. 사람들 눈에는 잘 된 것만 보이니까 저한테  무슨 미다스의 손이니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심상순 후보가 말했다.


  “그렇군요. 전혀 몰랐어요. 방송에서 보면 워낙 식당들 안 되는 이유를 콕콕 집어내시니까 그렇게 안 보였죠. 근데 실패한 이유가 있었겠네요.”


  “역시 심 후보님은 날카로우시네요. 그렇죠. 분석해봤죠. 성공한 이유와 실패한 이유를요.”


  맞장구는 없었지만, 진지하게 듣고 있는 심 후보의 표정이 보였다.


  박 후보는 계속 말했다.


  “솔직히 성공한 브랜드, 대박 친 브랜드는 잘은 모르겠어요. 운이 좋았다고 할 수밖에요. 근데 실패했던 브랜드는 왜 그런가 찬찬히 따져보니까, 공통점들이 보이더라고요. 너무 앞서 나갔더라고요. 딱 반발만 앞서 나가야 하는데 욕심이 과해서 너무 앞서갔더라고요. 그리고 더 중요한 게 있었어요.”


  심 후보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제가 너무 오만했더라고요. 제육볶음은 내가 제일 잘 만드니까, 대한민국에서 찌개 하면 나니까. 다른 제육볶음 집하고 찌개 집들은 상대가 안 되잖아? 했다는 거였어요.”


  “오만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고 나서 뭘 어떻게 하셨죠?”


  “저보다 잘 되는 식당은 깔끔하게 인정했어요. 저 집은 왜 잘 되는가를 분석했고요, 흉내 내고 따라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저도 잘 되더라고요. 손님들이 많이 가는 집은 이유가 있더라고요.”


  “그렇군요. 박 후보님 말씀 듣고 나니까 제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는 알 것 같아요. 그럼 혹시, 이왕 조언해주시는 거, 대선 후보로서, 정치인으로서 해주실 말씀은 없으실까요?”


  박 후보는 잠시 생각을 한 후 말을 꺼냈다.


  “무슨 말씀이신지 충분히 이해해요. 지금의 낮은 지지율을 가진 대선 후보로서 뭘 어찌하면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지지할 수 있을지 제 생각을 알려달라는 거죠?”


  “정확해요.”


  이 문제는 국민들이 정이당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것과 직결되어 있다.


  박 후보는 마침 바로 어제, 박 작가와 이에 대해 얘기한 적 있다.


  '박 작가님, 정이당은 왜 이렇게 지지율이 안 나오는 걸까요? 정이당 심상순 후보 하시는 거 보면 거의 옳은 얘긴데 왜 국민들의 지지는 미미한 걸까요?'


  - 냉철하게 보면 대한민국 역사에서 정이당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진보정당이 언제 지지를 제대로 받은 적 있었나요? 박 후보님은 지금까지 정이당을 지지하셨던 적이 있나요?


  박 후보는 겸연쩍게 웃었다.


  '생각해보니까 저도 정이당이나 진보정당 쪽을 지지해 본 적은 없네요. 싫어하는 건 아닌데, 좀 짠해 보이긴 하는데, 투표하러 들어가서 표를 던진 적은 없네요.‘


  - 그 이유가 뭘까요?


  '글쎄요.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뭐랄까, 정이 안 갔다? 늘 날이 서 있는 사람들? 소수? 힘겹게 민주 진영이 대통령이 됐는데 좀 도와주면 안 되나? 하는 생각?' 그런 생각들이 혼재했던 거 같아요.‘


  - 그렇죠. 힘을 합쳐서 같이 가야 할 텐데, 같은 식구끼리 티격태격하는 느낌이죠?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이게 아마 정이당이 안고 있는 현실일 겁니다. 근데 좀 더 아프게 말한다면, 공부도 좀 게을러 보이고요. 3.5프로 tv에 나온 이정명, 윤정열, 박 후보님하고 심상순 후보 영상을 비교해보면 제가 무슨 얘기 하는 건지 아실 수 있을 거예요.


  '박 작가님이 볼 때 정이당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 날을 세우는 건 좋고 필요한 데 그날이 국민의심을 향해야겠죠. 민지당을 향해 세우지 말고 누가 더 국민의심을 향해 더 날을 세우고 제대로 공격하는지 대결을 하는 걸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고 봅니다.


  박종원 후보는 심상순 후보에게 말했다.


  "심 후보님, 정이당은 민주 진영입니까? 민지당 하고 국민의심 중에 누가 더 주적입니까?"


  "그야 당연히 국민의심이 주적이죠. 근데 민지당도…"


  박 후보가 말을 끊었다.


  "그러시다면 한 방향만 보셔야 합니다. 국민의심에 대한 공격을 어떻게 하면 민지당 보다 더 잘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아, 물론 제 생각입니다."


  심 후보는 말이 없었다.


  "심 후보님? 심 후보님?"


  “저희 당이 민지당 2중대가 돼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2중대로 시작해서 더 열심히 하면 1중대가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심 후보는 말이 없었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박 후보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심사숙고하겠습니다. 이만 끊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박종원 후보는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모니터가 나타났다.


  - 말씀 잘하셨어요, 박 후보님.


  ‘그렇죠? 어떻게 결론을 내릴지 모르겠지만 숙고하신다고 하니까 기다려봐야겠죠.’


  - 어제 숨진 채로 발견된 변호사 있잖아요. 그 사안에 대해 정이당이 내놓은 입장을 보면 정말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정이당이 국민의심과 비슷한 칼로 민지당을 찌른 거거든요. 이래선 정이당의 미래는 없어요.

.

.

.


  1월 13일 오후.

  안 그래도 소수정당으로 힘들어하는 정이당을 더욱 힘들게 하는 일이 생겼다.


  민지당과 국민의심은 설이 오기 전에 양자 간의 토론을 하기로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양 당의 토론 관련 실무자가 회의 후 발표한 내용은 이렇다.


  1. 설 연휴 전 양자 TV토론을 시작하기로 한다.

  2. 방식은 지상파 방송사에 지상파 합동 초청 토론을 주관해줄 것을 요청하여 진행한다.

  3. 국정 전반에 대한 모든 현안을 토론한다.

  4. 이외에도 합의하지 못한 추가 사항에 대한 협상을 조속히 개최한다.


  그동안 토론을 기피해왔던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토론을 하기로 했고, 놀라운 건 이정명 후보와의 양자토론이라는 것이다.


  당장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가 발끈했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니 적대적 공생관계로 돌아가서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것인가?”라며 이정명 후보와 윤정열 후보가 마치 안철순 후보의 상승을 막기 위해 손을 잡았다는 해석을 했다.


  비호감 양강 구도가 무너지면서 새로운 활력이 돋기 시작했는데 양당 후보들이 지들끼리만 토론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이당이 제안한 건 4자 토론이었다. 이정명, 윤정열, 박종원에 안철순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숙고 중인 심상순 후보가 직접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정이당에서도 즉각 반응을 보였다. 두 사람만의 토론이 뭔 말이냐, 이정명, 윤정열, 박종원, 안철순, 심상순으로 구성된 5자 토론을 해야 한다며 강력 이의를 제기했다.


  물론 토론을 주최하는 방송사 측에도 제대로 결정해달라는 압박을 가했다.


  2명이 토론을 하면 3등이 서운해 하고, 3명이 토론한다고 하면 4등이 서운해한다. 4명이 토론한다면 5등을 하고 있는 자가 섭섭해하는 것이 당연할 터이다.


  그런데, 양당의 합의에 정작 가장 먼저 이의를 제기해야 하는 측이 있었다.


  바로 식당 박종원 후보다.


  지금까지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3위를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나온 합의문 4번이 바로 그 대목이었다.


  ‘합의하지 못한 추가 사항’이 바로 박종원 후보와 3자 토론 개최 여부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는 3자 토론을 주장했고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는 양자 토론을 주장해 결국 합의는 미뤄둔 것이다.


  기자들이 박종원 후보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3자 토론을 주장하십니까?”


  “양자 토론에 대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박종원 후보가 말했다.


  “제 생각은 토론을 기획하고 주관하는 방송사의 결정에 맡긴다는 겁니다. 저도 명색이 방송인데 기획에 감 나라 배 나라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민지당하고 국민의심만 양자토론을 하게 돼도 문제 삼지 않으실 겁니까?”


  “그렇습니다. 저는 열심히 모니터 하겠습니다. 다만, 저는 제 유튜브 채널 하고 스튜디오가 있지 않습니까. 박종원의 심야식당이라는 걸 요즘 하고 있는데요, 제가 음식을 만들면서 대선 후보들을 초청해서 토크를 자주 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 지금 제안하지요. 날짜와 시간은 추후 공지하겠고요, 박종원의 대선후보와 함께 하는 심야식당 토론을 제안하겠습니다. 대상은 민지당 이정명, 국민의심 윤정열, 국민이당 안철순, 정이당 심상순, 꿈꾸는물결 김동인 후보까지입니다. 왜 이 분들하고만 하냐고요? 제 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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