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화. 박종원의 대선후보 심야식당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1월 15일 토요일 오후. 부산대학교 강당.
박종원의 톡투유가 진행 중이었다. 진행은 최우기.
“네, 팟캐스트의 황태자에서 유튜브의 대세죠, 최우깁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저를 보려고 이렇게 부산 분들이 다 모였나 보네요.”
일동 야유.
“대단히 죄송합니다. 자, 그럼, 박종원의 톡투유, 주인공을 모셔야죠.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이런 정당은 없었다. 이름부터 맛있는 정당이죠, 식당의 대통령 후보 박종원 님을 모시겠습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고, 청중들은 한 마음으로 박종원 후보의 등장을 기다였다.
그런데, 박 후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몇 초의 시간이 흐르면서 청중들은 두리번거리며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꺄아악~~~ 뒤쪽에서 난 소리에 모두들 고개를 돌려보니 어느새 박 후보가 2층 높이 정도 되는 곳에 있는 뒷문을 열고 들어와 씨익 웃고 있었다.
꺄아악~~~~
우아아아아~~~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박 후보가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성이 터졌고, 박 후보는 맨 위쪽의 객석에서부터 시작하여 청중들과 인사하며, 주먹을 터치하며 한 계단 한 계단 1층 단상을 향해 내려왔다.
최우기가 박 후보를 반갑게 맞이했고, 두 사람이 나란히 단상에 섰다.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박 후보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최우기가 그만하라는 제스처를 임팩트 있게 했고, 청중들은 최우기의 말을 잘 들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자, 박종원 후보님의 인사말... 같은 거 다 집어치우고요, 모두 발언을 하겠습니다. 여기서 모두 발언은 여기 있는 모두가 발언하는 시간입니다.”
최우기의 재치에 웃음과 박수가 터졌다.
“자, 후보님, 먼저 한 말씀해주시고요, 그러면 여러분들 입장하실 때 스케치북하고 매직 다 받으셨죠? 거기에 박 후보님에게 하고 싶은 말, 물어보고 싶은 말 맘껏 적으셔서 위로 들어주시면 되겠습니다. 벌써 많이들 쓰신 거 같은데요, 스케치북 한번 들어보실까요?”
600석 규모의 강당에 거리두기로 앉은 300명 청중들이 일제히 스케치북을 들어 올렸다.
한마디로 장관이었다. 박종원 후보도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야~ 스케치북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네요. 오늘 박종원의 스케치북인가요?”
최우기도 스케치북을 둘러보며 웃음 지었다.
“네, 저한테도 궁금한 게 많으시네요. 저한테는 그냥 따로 문자 주시면 됩니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좋습니다. 스케치북 내려주세요.”
스케치북이 일제히 내려갔다.
박종원 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네, 모두 발언 간단히 하겠습니다. 부산광역시에 왔습니다. 좋습니데이~~~~ 감사합니다!”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아니 그렇다고 이렇게 조금만 하시면 어떡해요. 대단히 고맙습니다. 자, 바로 박종원의 톡투유 들어갑니다. 스케치북 들어주시면 됩니다.”
청중들은 스케치북을 들었고 서로 자기 스케치북을 주목해달라는 몸짓을 했다.
”자, 박 후보님이 보시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박 후보는 수많은 스케치북을 보며 적혀 있는 내용들을 보다가 한 곳에 시선이 멎었다.
”저기 중간 왼쪽에 있는 분, ‘컴플레인’이라고 쓰셨는데요, 제가 워낙 컴플레인에 트라우마가 있거든요. 무슨 얘긴지 들어보고 싶네요. 자, 마이크 가져다주시면 되겠습니다.“
객석 곳곳에서 매의 눈으로 대기하던 학생들 중 한 명이 마이크를 재빠르게 전달했다.
3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세요, 박종원 후보님. 광안리에 사는 주부입니다. 제가 컴플레인이라고 적은 건요, 석 달 전인가 후보님 회사에서 하는 짜장면 전문식당을 갔는데요, 어떤 분이 점원에게 마구 화를 내시더라고요. 먹던 짜장면 속에서 누군가 먹다 남은 단무지가 나왔다고요.“
박종원 후보는 아는 얘기인 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얘기의 전말은 이렇다.
30대 주부 셋이 손님으로 들어와 짜장면 셋과 탕수육을 시켜 이야기꽃을 피우며 먹고 있다가 일어난 사건이었다.
잘 먹던 한 손님이 짜장면 속에서 잘린 단무지가 나왔다며 고래고래 화를 냈고, 점원과 점장이 어쩔 줄 몰라하며 사죄를 표했다.
거듭 죄송하다고 했고 짜장면을 다시 만들어 가지고 나왔고 서비스도 나왔다.
그런데, 잠시 후 점장이 나와 항의했던 손님에게 cctv 화면을 보여주었고, 손님은 표정이 일그러지며 자신이 사과를 했다.
일단 사과를 하고 서비스를 다한 후에, 점장은 cctv를 돌려봤는데 손님이 단무지 일부를 먹고 자신의 짜장면에 넣은 후 수다를 떠느라 깜빡 자신의 행동을 잊었던 것이었다.
”근데 저는 일단 진정성 있게 사과를 하고 사태를 수습했던 과정이 참 보기 좋더라고요. 컴플레인에 대처하는 좋은 자세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연자의 말이 끝났고 청중의 공감 어린 박수가 나왔다.
박종원 후보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했다.
”아니 그 현장에 계셨던 분이군요. 잘 보셨습니다. 제가 가장 예민하게 생각하는 게 고객의 컴플레인이거든요. 그래서 그 게시판을 언제나 일 순위로 신경 썼습니다. 요즘이야 그렇지 못하지만요. “
최우기가 객석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했다.
”자, 이번에는 또 어떤 분의 얘기를 들어볼까요... 어? 대통령 되지 마세요? 이야 이 얘기 땅기는데요? 무슨 얘기죠? 이분한테 마이크 좀 부탁드릴게요.“
한 학생이 빠른 걸음으로 와서 마이크를 전달했다.
20대 여성이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세요, 박종원 후보님. 여기 부산대 1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최우기가 학생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근데 선거에 나오신 분한테 대통령이 되지 말라는 건 살짝 실례되는 말 아닌가요?“
박종원 후보가 가까이 다가왔다.
”너무 그러지 마세요. 네, 편하게 말씀하세요.“
”네, 박 후보님이 대통령이 되시면 방송에도 거의 나오지 못하실 거고, 식당 메뉴도 개발하지 못하실 테니까 저는 무척 슬플 거 같아서요.“
”아아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음식 많이 만들어달라는 얘기네요. 박 후보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 후보가 진지모드로 들어갔다.
”흠... 정말 제 마음을 잘 알고 계시네요. 저도 대통령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고 지금 한창 달리고는 있는데, 솔직히 매일 고민합니다. 내가 과연 선택을 잘한 걸까, 내가 잘할 수 있는 건가, 내가 나중에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가.“
모두가 숨을 죽이며 박 후보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저는 음식을 정말 좋아하고 요리하는 걸 진짜 좋아합니다. 근데, 저 혼자만 잘 먹고 잘 사는 게 괴롭습니다. 우리 국민 모두가 잘 먹고 잘 살게 하고 싶습니다. 이 목표를 이루고 싶습니다. 제가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꼭 이룰 거고요, 혹여 대통령이 되지 못해도 저는 다시 음식의 자리로 돌아올 거고요, 더 큰 박종원이 되어 있을 거라는 것, 약속드립니다.“
기립박수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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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6일 오후 5시. D-52.
박종원의 심야식당 스튜디오.
박 후보는 일전에 기자들 앞에서 공언한 것을 바로 실천하기로 했다.
바로 대선후보들과 함께 하는 음식이 있는 수다 토론이다.
전날 부산에서 톡투유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박 후보는 경쟁 중인 후보들에게 모두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이정명 후보님. 네 박종원입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내일 저녁에 저희 스튜디오에서 제가 만든 음식 맛보면서 오실 수 있는 후보님들하고 수다 토크하면 어떨까 해서요. 대선후보 TV토론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예 저희 스튜디오에서 편하게 모여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 시간 가지면 어떨까 해서요.“
”네, 안 후보님. 설 전에 지상파 채널에서는 토론에 참여하지 못하실 수 있으니까 까짓거 우리끼리 해보는 거지요. 그럼요, 이정명 후보님, 윤정열 후보님도 다 연락드리고 있습니다. 네, 꼭 오시면 고맙겠습니다.“
”심 후보님 좀 쉬고 계세요? 아니, 그냥 얼굴 보면서 치열하게든 부담 없이든 얘기하다 보면 또 활로가 보이지 않겠어요?“
”김동인 후보님, 혼자 뛰시느라 힘드시죠? 제가 자리 마련해 볼까 하는데요...“
”네, 윤 후보님, 박종원입니다. 내일 저희 많은 후보님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네? 내일 저녁이면 캠프에서 TV 시청해야 한다고요? 아, 부인 건 말씀이군요. 뭐 편하게 생각하시고 오시는 것도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기 바랍니다. 댁에서 저희 스튜디오도 멀지 않으니까요. 네네.“
이렇게 대부분의 후보들에게는 연락을 했으니 이제는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
황규익 작가가 들어왔다.
”이제 시간이 거의 다 되어 오네요. 음식은 어떤 걸 준비하시려고요?“
”오늘 오시든 못 오시든 일단 드시고 싶은 메뉴를 문자로 알려달라고는 했는데요, 이렇게 왔네요.“
박 후보가 휴대폰을 황 작가에게 보여줬다.
황 작가가 안경을 이마 위로 올리고 문자를 읽어 나갔다.
”된장찌개 부탁합니다. 혹시 차돌이 들어가 주면 더 좋고요. 이정명 후보네요. 그다음에... 오~ 윤정열 후보도 일단 메뉴는 보내왔네요. 토마토 스파게티. 일곱 자네요. 그리고... 안철순 후보는 어떤 음식이든 상관없다, 단일한 느낌만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주문이고, 심상순 후보는 고사리가 들어간 음식이면 된다고요. 높이 올라가고 싶다는 표현이네요. 그리고 김동인 후보는...“
그때 입구의 문이 열렸다.
모니터에 잡힌 구두.
스튜디오의 문이 열리고 들어온 사람은 김동인 후보였다.
”어이구 김동인 후보님, 어서 오세요. 제일 먼저 오셨습니다.“
박 후보와 주먹 인사를 한 김동인 후보는 반갑게 웃었다.
”아무래도 제가 시간이 제일 많지 않을까요? 하하하. 좋은 자리 마련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하.“
황 작가의 안내로 김동인 후보가 자리에 앉았다.
이어서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같이 들어왔다.
이정명 후보와 안철순 후보였다.
스튜디오 안에 있는 다섯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반갑게 인사했다.
이렇게 해서 이정명 후보, 안철순 후보, 김동인 후보가 바 자리에 앉았고, 황규익 작가는 주방과 바 주변을 분주하게 다니며 세팅을 했고 박 후보는 주방 이곳저곳을 다니며 음식을 만드느라 바빴다.
”지금 이거 유튜브로 나가고 있는 거죠?“
김동인 후보가 여기저기 놓여 있는 모니터들을 둘러봤다.
”네, 이렇게 대단하신 분들이 모이는 자리인데 국민들이 보셔야죠.“
”너무 좋아서 그렇습니다. 지상파 토론에 저는 끼어주지도 않잖아요. 하하하."
김동인 후보의 말에 안철순 후보가 웃었다.
”김 후보님이 그렇게 억울하실 정도면 지금 4강 후보인 저는 얼마나 억울하겠습니까? 아니 박종원 후보님은 방송사에 항의 안 하십니까? 어떻게 3등인 박 후보님하고 4등인 저를 빼고 두 분만 토론을 하실 수 있죠? 이정명 후보님,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정명 후보는 물을 마시다가 쏟을 뻔했다.
”안 후보님, 벌써 훅 들어오시네요. 저야 뭐 방송사에서 합의해주는 형식에 따르려고요. 저는 애초에 박 후보님, 안 후보님도 다 같이 하자는 입장입니다.“
”근데, 오늘 윤정열 후보는 안 오십니까? 오시면 좀 따지려고 했는데.“
그때, 스튜디오의 문이 열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