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박종원 스튜디오에 윤정열 등장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어이구~ 날개 다시 펴시기로 하셨나 보네요?”
문을 열고 활짝 웃고 있는 사람은 정이당 심상순 후보였다.
스튜디오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자동으로 일어나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어서 오세요, 심 후보님. 잘 계셨죠. 마음고생 많이 하셨죠?”
“덕분에 이런저런 생각 많이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근데 저는 어느 자리에 앉으면 될까요?”
시청자가 주방을 바라본다고 할 때 왼쪽에 이정명 후보, 가운데 김동인 후보, 오른쪽에 안철순 후보가 앉아 있었다.
황규익 작가가 장난기가 발동했다,
“심 후보님이 마음에 드시는 쪽에 앉으시면 됩니다.”
“그래요? 어디... 이거 유튜브로 생중계되고 있잖아요. 그러면 잘 앉아야 할 텐데... 자리가 곧 메시지인데요... 제가 만약 이정명 후보님 옆에 앉으면 민지당 2중대 할 거냐 하실 테고.”
일동 파안대소.
“김동인 후보 옆에 앉으면 조금이라도 위안받으려고 하는 거냐 하실 거고, 안철순 후보 옆에 앉으면 제3지대인지 4지대인지 지들끼리 구축할 거냐 하실 테니까 정말 고민되네요.”
고민하는 심 후보를 보며 박종원 후보가 제안했다.
“심 후보님 저는 왜 빠뜨리세요. 제 옆에 오시면 주방 일해야 할 거 같으셔서 그런가요?”
일동 웃음.
심 후보는 반색을 하며 마음을 굳혔다.
“그거 잘 됐네요. 우리 집에서는 아이 아빠가 주로 일하시거든요. 간만에 음식 솜씨 좀 발휘해야겠는데요?”
심상순 후보가 주방 안으로 빠르게 들어왔고 황규익 작가는 마치 준비라도 하고 있었다는 듯이 앞치마를 건넸다.
이렇게 해서 대선후보와 함께 하는 박종원의 심야식당은 이정명, 안철순, 심상순, 김동인 후보와 함께 시작됐다.
"윤정열 후보는 이번에도 안 오실까요?"
박종원 후보가 휴대폰을 봤다.
"글쎄요, 메뉴도 보내주신 거 보니까 오실 생각이 있으신 건 같은데 이따 MBS 프로그램 때문에 지금 정신이 있으실까 모르겠네요."
“그러게요, 저도 그 방송 보려고 지금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랬다.
잠시 후 오후 8시 20분에 방영 예정인 MBS <스트라이크>라는 시사 탐사 프로그램을 온 나라가 주목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이런저런 의혹과 논란의 대상이 되어 온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의 배우자 김건휘 씨가 유튜브 시사 채널의 한 기자와 무려 53회에 걸친 7시간여에 해당하는 분량의 통화를 했다는 것이었다.
문제의 그 생생한 녹취물이 방송에 나올 예정이었다.
국민의심에서 법원에 제기한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에 따라 일부 내용은 방송할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어떤 내용의 목소리가 지상파 채널에서 나오게 될지 많은 사람들이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었다.
"두 시간 정도 있으면 방송하네요. 잘 됐네요. 같이 보면서 얘기하시죠."
"자, 첫 번째 음식 나왔습니다. 며칠 동안 마음고생 가장 심하게 하신 심상순 후보님이 주문하신 겁니다. 정이 듬뿍 들어간 메뉴입니다."
박종원 후보가 음식을 바 위에 올렸고 황규익 작가가 서빙을 했다.
"이야~ 고맙습니다. 어쩜 이렇게 제 마음을 잘 아신 거예요. 그럼 저도 자리에 앉아서 잘 먹겠습니다."
심 후보는 주방에서 나와 정확히 이정명 후보와 김동인 후보 사이에 앉았고 다른 후보들도 맛있다는 표정으로 먹기 시작했다.
안철순 후보가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박 후보님은 대통령 하시기 너무 아까우세요. 이렇게 음식을 잘하시는데 힘들게 대선에는 왜 나오셨어요?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박종원 후보는 다음 요리를 준비하며 안 후보 쪽을 보며 미소 지었다.
"하하, 제가 볼 땐 안 후보님은 의사나 기업을 운영하시는 게 너무 잘 어울리시는데요. 대통령 하시기엔 정말 아까운데요?"
안철순 후보는 흠칫하더니 진지한 표정 지으며 젓가락을 들었다.
“밥 먹자."
그 말에 다른 후보들이 일제히 안 후보를 쳐다봤다. 지금 뭔 시추에이션이냐는.
"하하하. 왜 이런 개그 프로 모르세요? 밥 묵자, 하는. 하하하."
이정명 후보가 안 후보를 봤다.
"그러자."
일동 파안대소.
그때, 박종원 후보가 주방에서 커다란 접시를 바 위로 올렸다.
"자, 두 번째 주문 음식 나왔습니다."
후보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어 놓인 음식을 바라봤다.
황규익 작가가 작은 접시와 젓가락을 들고 뜨려는 순간 박 후보가 가볍게 제지했다.
“에이~ 그냥 드시면 재미없죠. 자, 퀴즈 나갑니다. 제가 두 번째로 만든 이 음식은 어떤 후보님이 주문한 음식일까요? 여기 계신 분들 중에 당연히 한 분은 자신이 주문한 음식이라는 걸 아실 테니까 연기 좀 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김동인 후보가 심상순 후보를 보며 말했다.
“심 후보님 음식은 나왔으니까 빼면 되겠네요.”
“제가 주문을 두 개 보냈습니다. 박 후보님이 다 만들어주신다고 하셨어요.”
“심 후보님, 연기 잘하시네요. 제가 볼 때 이 음식은 해물 하고 찐 떡이 있으니까... 해물떡찜 같은데요, 이거 저거 섞여 있으니까 순수한 건 아니네요. 아아~ 이정명 후보님이 주문하신 거죠?”
이정명 후보가 환하게 웃었다.
“땡!!!”
“어? 그럼 누구죠? 혹시... 김동인 후보님인가요?”
안철순 후보가 김동인 후보가 응시하자 그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박 후보가 접시를 들었다.
“네~ 해물떡찜은 김동인 후보님이 주문하신 음식입니다. 근데 저도 김 후보님이 왜 이 음식을 주문하신 건지 말씀은 못 들었는데요, 김 후보님,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을까요?”
김동인 후보가 입을 열었다.
“제가 어릴 때 무척 가난했는데요, 일 년에 딱 한 번 해물이 가득 들어간 음식을 먹은 적이 있는데 잊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전 어느 정도 먹고살게 됐을 때, 좋은 일이 있다거나 힘을 내야 한다거나 할 때면 해물이 듬뿍 들어간 음식을 먹습니다. 그래서 어제 박 후보님에게 주문할 때 해물이 많이 들어가면 어떤 요리든 상관없다고 했는데 이렇게 맛깔스러운 요리 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자, 제가 나눠드리겠습니다. 같이 드시죠.”
황규익 작가가 신속하게 해물떡찜을 각 후보들에게 서빙했다.
후보들은 단박에 해물떡찜에 빠지기 시작했고, 황 작가의 진행 욕심이 발동했다.
”자, 식사하시면서 제가 진행인 듯 진행 같지 않은 진행 해보겠습니다. 심 후보님은 며칠 동안 칩거하고 오신 것처럼 대통령 선거운동 정말 힘드시죠. 뭐가 제일 힘든지, 다른 후보에게는 궁금한 건 없는지 허심탄회하게 말씀해보시면 어떨까요? 제가 먼저 질문드려볼까요? 우리 김동인 후보님은 요즘 어떤 게 제일 힘드시죠?“
”뭐 다들 짐작은 하시겠지만 혼자서 뛰고 있다는 게 가장 힘듭니다. 아시다시피 언론매체에서도 저는 거의 노출되지 않고요. 지지율도 형편없죠. 그야말로 바닥이죠. 이번에 크게 위축되셨던 심 후보님이 며칠이나 숙고해야 할 정도면 저는 그냥 지금 그만둔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겠죠.“
황 작가가 훅 들어갔다.
”오늘은 아무래도 제가 악역을 맡아야 보다 솔직하고 더욱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지상파나 종편에서 이런 그림 어떻게 만들어내겠습니까. 그러니까 저한테 너무 뭐라 하시기 없기입니다. 김동인 후보님 고민 잘 들었습니다. 근데, 대선에는 왜 나오신 겁니까?“
황 작가의 센 질문에 모두의 시선이 김동인 후보에게 쏠렸다.
”꿈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한평생 공무원으로, 관료로 살아왔는데요, 어느 순간 이렇게 해보면 나라가 좀 더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총리까지 했으니까 그 정도면 해볼 수 있는 데까지 간 거 아니냐,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부총리라 해도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러니 다음 단계는 대통령이죠.“
모든 후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혹시 다른 후보에게 물어보고 싶거나 궁금한 건 없으실까요?“
”아무래도 동병상련이랄까요, 마찬가지로 외로운 길을 가고 계시는 심상순 후보님은 어떤 심경이실지 궁금하네요. 며칠 동안 무슨 생각하신 거예요?“
심상순 후보가 의자를 살짝 당겼다.
”전 이번에 제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쭉 돌아봤어요. 전 지금까지 제가 걸어온 길에 대해 단 한 번도 의문을 가진 적이 없었어요. 근데 이번에, 그걸 바꿔봤어요. 혹시, 내가 잘못한 게 있지 않았을까? 아니 잘못한 정도가 아니라 어느 지점부터인가 길을 잘못 들어선 거 아닌가?“
일동, 숙연해졌다.
”그 지점으로 돌아가 봤고, 그곳에서 헤매다가 다시 정신 차리고 나왔습니다.“
오늘의 악역 황규익 작가가 얄밉게 직진했다.
”심 후보님, 세간에 후보 사퇴하시는 거 아니냐 하는 추측들도 있었는데요, 확실하게 밝혀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황 작가님 속마음을 그렇게 드러내셔도 되시겠어요? 끝까지 갑니다. 여기 안철순 후보님이 굳건하게 직진하고 계시는데 제가 감히 어떻게 정지하겠습니까. 제가 갈 수 있는 길을 가겠습니다.“
”왜 저만 갖고 그러십니까?“
안철순 후보가 볼멘소리하자 다들 소리 내지 않고 키득거렸다.
”안철순 후보님, 15%를 넘어서 어디까지 가실 예정입니까? 항간에서는 안일화, 안일화 한다면서요?“
”하하하, 벌써 그렇게 파다하게 소문이 났습니까? 지금 윤정열 후보님이 마침 안 오셔서 하는 말씀이 전혀 아닙니다. 앞으로 언제가 될 줄은 알 수 없지만, 만에 하나 단일화에 대한 요청이 있다면,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간절한 요청이 있다면, 그건 바로 안일화, 저 안철순으로 단일화될 수밖에 없을…“
”도대체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는 겁니까!!!“
꽝!!!!!
모두가 화들짝 놀라 소리가 난 곳을 바라보니, 스튜디오 문이 떨어져라 열리며 윤정열 후보가 성큼 들어왔다.
”안철순 후보님, 에? 안일화요? 너무 안일하신 거 아닙니까?“
모두가 용수철처럼 튀어 일어났다.
놀라움과 의아함과 반가움이 교차한 표정들이었다.
박종원 후보가 앞으로 다가갔다.
”아니, 윤정열 후보님, 못 오실 줄 알았는데, 잘 오셨습니다.“
”아니, 뭐 내가 못 올 데 왔습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좀 있다 MBS <스트라이크>에서 사모님 관련 방송을 하지 않습니까?“
윤정열 후보는 심상순 후보와 김동인 후보 사이에 앉으며 다리를 쫙 벌렸다.
”안 그래도 제 아내가 뭐라 말했는지 저도 좀 보려고 합니다. 같이 봅시다.“
”네, 좋습니다.“
박종원 후보는 주방으로 들어가 조리도구를 챙겼다.
”그럼 윤정열 후보가 주문한 음식 얼른 만들어보겠습니다.“
박종원 후보는 요리 만들기에 들어가고, 윤정열 후보의 등장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저마다 생각하는 사이, 오후 8시 20분이 되었고, 모니터에서는 MBS <스트라이크>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