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화. 허경제 후보, 칼을 뽑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드디어, MBS 시사탐사 프로그램 <스트라이크>가 시작됐다.
박종원의 심야식당 스튜디오에 들어와 있는 5명의 대선 후보들과 황규익 작가는 하나 같이 모니터에 집중을 함과 동시에, 같은 마음으로 스튜디오 안의 딱 한 사람의 분위기를 살폈다.
윤정열 후보다.
아나운서 :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예고해드린 대로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의 부인 김건휘 씨의 목소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장인서 기자, 어떻게 김건휘 씨의 녹취파일을 입수하게 된 거죠?
장인서 기자 : 지난달이었습니다. 유튜브 시사 채널 ‘서울의 목소리’의 한 기자가 김건휘 씨와 꽤 오랜 시간 통화를 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만나서 저희가 먼저 방송을 하는 것에 대해 합의했고 파일을 받았습니다.
아나운서 : 그렇군요. 그래도 흔쾌히 저희 프로그램에서 먼저 방송을 하는 걸 동의했네요, 어떤 이유로 저희에게 먼저 주신다고 하시던가요?
장인서 기자 : 언젠가 윤정열 후보가 이런 말씀을 하셨죠. 에, 유튜브 나부랭이 말고 공중파에서 하는 보도를 믿어야죠? 아마도 그래서 그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심야식당의 다른 후보들이 일제히 윤정열 후보를 쳐다봤다. 윤정열 후보는 따가운 시선을 느꼈는지 모니터에 더욱 집중하며 다리를 살짝 오므렸다.
안철순 후보가 참지 않았다.
"아니 윤 후보님, 왜 언론을 그렇게 차별하시는 겁니까? 언론관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윤 후보가 안 후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에, 그럼 제 말이 틀렸나요? 유튜브랑 공중파를 동일 선상에 놓을 순 없지 않습니까. 후보님들은 같은 시간에 공중파랑 유튜브에서 섭외가 오면 어디를 가겠어요?"
황규익 작가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자, 정확한 표현은 지상파죠. 즉석 여론조사 들어갑니다. 난 지상파 간다 지! 하면서 손 들어주시고요, 난 유튜브 간다 유! 하고 손 들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자, 하나, 둘, 셋!"
지! 유! 지!
2명 대 1명으로 지를 외친 후보가 더 많았다. 윤 후보가 웃었다.
"거 봐요, 그럼 그렇지!"
"지상파를 간다는 거지 유튜브를 차별한다는 건 아닙니다."
안철순 후보가 손을 저었다.
"다들 좀 조용히 하십시오, 도대체가 집중을 할 수가 없습니다."
모니터에서는 마침내 서울의 목소리 기자와 김건휘 씨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의목소리 이명서 기자입니다.
- 네.
"기자라는 걸 밝히고 시작했구먼."
"그러게 말이야, 의도적으로 속이고 접근했다는 건 아무리 봐도 팩트가 아니네요."
안 후보는 약간 의견을 달리 했다.
"그래도 기자가 취재원에게 누님 누님 하는 건 문제 있는 거 아닌가요?“
이정명 후보가 안 후보를 봤다.
"그렇다고 취재원이 기자에게 동생 동생 하는 거도 마찬가지죠."
- 나 좀 도와줘요.
- 제가 거기 가면 무슨 일을 할 수 있는데요?
- 동생 잘하는 거 해야지, 정보업.
- 제가 그쪽에 가면 얼마 주실 수 있는데요?
- 잘하면 논의해서 1억 정도 줄 수도 있지.
"헐~~! 1억을 준다고? 윤 후보님, 저래도 되는 건가요? 저거 선거법에 저촉되는 거 아닌가요?"
"에이~ 제 아내가 평소에 과장이 좀 많아요. 말로는 무슨 말을 못 하겠습니까?"
모니터에서는 계속 두 사람의 목소리가 나왔다.
- 난 술 싫어해. 영적인 사람이라고. 책 읽고 도사들과 삶이란 무엇인가, 하는 얘기 하는 거 좋아하거든요.
"아니 도사들을 만나요?"
"말이 그렇다는 거죠, 요즘 같은 시대에 영상도 있고 아까 책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책으로 만나는 거도 만나는 거고요. 제 와이프는 그런 책 읽는 걸 좋아하더라고요."
그 밖에도 방송에서는 그동안 김건휘 씨에 대해 가졌던 궁금증에 대해 녹음이 된 목소리들이 나왔지만, 예상보다 <스트라이크>에서 김건휘 씨 얘기를 다룬 분량은 적었다.
20여 분 정도 전개되었을 때 벌써 마무리 단계로 향하는 느낌이었다.
"어? 벌써 끝나는 거예요?"
"그러게요, 7시간이 넘는 분량이라는데 20분 정도 방송하려고 이런 건가요?"
김동인 후보가 휴대폰을 보며 놀랍다는 표정을 했다.
"유튜브 동시 접속자가 20만을 넘었는데요, 이런 숫자는 전 처음 보는데요?"
"20만이요? 그럼 TV로 보는 분들은 얼마나 되신다는 거예요? 내일 시청률 얼마 나올지 짐작이 안 되는데요? 스트라이크가 보통 시청률이 얼마나 나오죠?"
황규익 작가가 휴대폰을 열었다.
"음.. 몇 주 추이를 보면 1에서 2% 정도 나왔네요. 이거 혹시 내일 10%는 넘어가지 않을까요?"
"10%가 넘는다고요? 대~~~ 박! 정말 그렇게 나오면 대박이겠죠. 요즘 지상파 프로그램 그렇게 안 나오잖아요."
잠시 후 방송이 끝났고, 모니터 화면은 다시 심야식당을 비췄다.
모든 후보들은 다시 자세를 고쳐 잡았고, 딱 한 사람, 윤정열 후보를 쳐다봤다. 모두가 묻고 싶어 하는 이 상황에서 황규익 작가가 다시 나설 수밖에 없었다.
"윤 후보님, 방송 어떻게 보셨어요?"
"제가 대통령 선거에 이끌려 나오면서 매일 새벽에 집에서 나가고 밤늦게 들어가서 아내하고 얘기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에, 그래서 저도 이따 들어가면 자세한 얘기 좀 해야겠네요."
심 후보가 윤 후보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아내 되시는 분이 참 쎈 분이네요. 그런 얘기 좀 듣는 편이시죠?"
윤 후보가 기침을 했다.
"네, 뭐, 제가 좀 여린 편이고요, 부부는 닮거나 반대이거나 하잖아요. 전 뭐 대체로 잘 맞는 편입니다."
황규익 작가가 이정명 후보를 봤다.
"이정명 후보님은 어떻게 보셨어요?"
이정명 후보가 살짝 미소 지었다.
“국민의심에서는 오늘 방송에 대해 가처분 신청도 했고, 무엇보다 대통령 후보 부인의 사적 대화라고 하는 게 주된 논리인데요, 근데 방금 들어보셔서 아시겠지만, 이런 대화들을 사적인 얘기라고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사적인 대화는 아니네요. 전 기자하고 저런 대화는 절대 안 하죠.”
윤정열 후보가 자기에게만 화살이 쏟아지는 걸 느꼈는지 표정이 굳어져 갔다.
“저는요, 아내가 평소에 기자들이 워낙 많이 연락이 오니까 언제까지 무시할 순 없고, 그러다가 누님 누님 하는 동생 같은 기자를 알게 되니까 이런저런 대화를 하면서 스트레스라도 푼 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내한테 미안해지네요.”
박종원 후보가 바 위로 접시를 올렸다.
“뭐 어쨌든 방송은 나갔으니까요, 이거 따뜻하게 드시면서 속 좀 푸세요. 어묵탕입니다.”
황 작가가 익숙한 솜씨로 후보들에게 서빙했다. 후보들은 숟가락으로 국물을 들었다.
“어어어~ 좋네요. 안 그래도 살짝 쌀쌀했는데 좋습니다.”
“어묵을 메인으로 하는 아이템을 고민하고 있다고 하네요. 프랜차이즈 새 브랜드 만들어본다고. 대선 끝나고 저도 만약에 낙선하면 아이디어 좀 주세요, 후보님들.”
안철순 후보가 어묵 국물을 후루룩 들이켰다.
“벌써 그렇게 약한 마음 가지시면 어떡합니까? 그러려면 중도 사퇴하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안 후보님 3위 후보를 그냥 제쳐 버리시려고 수 쓰시는 거죠?”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아무튼, 오늘 방송으로 윤정열 후보는 저하고 단일화를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마음 조금이라도 가지고 계시다면 이 시간 이후로 포기하시면 됩니다.”
윤정열 후보가 일어났다.
“그런 같잖은 소리는 그만하시고요, 뭐 오늘 그래도 박종원 후보님 덕분에 여러분들하고 속에 있는 얘기도 해서 좋았습니다. 이정명 후보님하고 토론도 준비해야 하니까 저는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그럼, 전 여기서 이만…”
그때였다.
스튜디오 문이 벌컥 열렸다.
“당신들끼리만 토론하며 되겠소!!!!! 그건 역사에 중죄를 짓는 것이오!!!!”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후보들은 깜짝 놀라 돌아봤다.
그곳에는 장군복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국가혁신당 허경제 후보였다.
박종원 후보가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허경제 후보님 아닙니까? 아니 전에도 그러시더니 오늘도 예고도 없이 그냥 쳐들어오셨네요.”
허경제 후보가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뽑아 들었다.
“초청하지 않으니까 자꾸 이렇게 찾아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허 후보가 칼을 휘두르려는 동작을 취했다.
어어어어~ 위험합니다!
“사나이 대장부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잘라야 하는데, 무 있습니까?”
황규익 작가가 재빠르게 무를 가져와 내밀었다.
“무 여기 있습니다.”
에잇!
허경제 후보는 칼을 휘둘러 무를 잘랐다.
무는 정확히 반으로 갈라졌다. 박종원 후보는 손을 뻗어 굴러가는 무를 잡았다.
“마침 무를 자르려고 했는데 수고하셨습니다. 뭐 어쨌든 오셨으니까 자리에 앉으시죠, 저녁 안 하셨으면 식사도 하시고요. 다들 허경제 후보님이야 뭐 다들 아시죠?”
다섯 명의 후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김동인 후보의 얼굴이 유독 어두웠다.
“그럼요, 인지도 면에서야 허 후보님이 대단하죠. 아마 저보다도 인지도는 높지 않을까 합니다.”
황규익 작가가 나섰다.
“자, 서서 계시지 마시고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으시죠.”
허경제 후보는 성큼성큼 들어와 이정명 후보 옆에 앉았다.
“저는 1등 만을 상대합니다.”
“그러세요? 하하하.”
이정명 후보는 환하게 웃었다.
“대통령 선거에 이번이 몇 번째 나오시는 거죠?”
“세 번째 도전합니다. 이번엔 느낌이 참 좋습니다. 허허허.”
박종원 후보가 박수를 딱딱 쳤다.
“이거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들이 거의 다 모였습니다. 이제 대선이 50일 정도밖에 안 남았습니다. 다 같이 페어플레이 합시다!”
누군가는 파이팅을 했고, 어떤 이는 대꾸를 안 했고 혹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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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 화요일. D-50.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딱 50일 남겨 놓은 이날.
민지당 이정명 후보와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 간의 첫 양자 TV토론이 잡혔다.
먼저 보도가 된 건 1월 27일이었는데, 국민의심에서 1월 31일로 연기를 신청했다는 또 다른 보도가 나왔다.
알고 보면 민지당에서는 설 연휴 전에 하자는 거고 국민의심에서는 설날 전 날에 하자는 거였다.
그리고, 국민의심 선거대책위원회 여성본부 고문을 맡아온 이수장 범죄심리학 교수가 사퇴했다.
일요일 저녁 방영된 <스트라이크>에 나온 김건휘 씨의 발언이 이유였다.
국민의심 선대본부에 무속인이 고문이라는 직함으로 큰 힘을 휘두르고 있다는 보도가 났고, 국민의심은 해명을 하면서도 관련 조직을 아예 해체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또한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금 500만 원에 대한 선 지급 신청을 하루 앞둔 날이기도 했다.
그렇게, 대선 시계는 재깍재깍 움직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