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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작가 May 10. 2022

44화. 박종원 후보, 유퀴즈 출연!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1월 19일 수요일.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49일 앞으로 다가온 날.


  모닝커피를 내리며 박종원 후보는 오랜만에 박종원 작가를 불렀다.


  박 후보 앞쪽에 노트북이 나타나고 모니터가 펼쳐졌다. 박 작가도 반가웠는지 한글자막이 먼저 나타났다.


  - 오랜만입니다. 박 후보님. 저 없어도 재미 좋으신가 보네요.


  박종원 후보는 미소 지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카아~~~ 좋다. 박 작가님은 밖에서 사실 때 커피 좋아하셨어요?’


  모니터에 김이 솔솔 나는 커피 잔이 나타났다.


  - 그럼요, 얼마나 좋아했는데요. 하루에 최소 10잔은 마셨습니다.


  박 후보는 커피를 마시려다 살짝 뿜었다.


  ‘헐~~~! 하루에 10잔이요?’


  - 그럼요. 10잔이 어때서요.


  ‘아니 그렇게 많이 마시면 밤에 잠이 와요?’


  - 글쎄요. 저는 누우면 5분 안에 잠들었던 스타일 이어서요.


  ‘이야~ 그건 정말 부럽다. 그런 사람이 진짜 있군요.’


  - 우리가 이런 소소한 대화도 할 줄 아네요. 그래도 대선 안 뛸 수 없겠죠. 요즘 어떠셨어요? 혹시 이정명 후보랑 윤정열 후보 양자 토론이 잡혀서 빡치거나 하시진 않았고요?


  ‘빡치거나 하진 않았는데, 대한민국 정치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하죠. 이 양당 구조라는 게 세긴 하구나. 그래도 뭐 어쩌겠어요. 저는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거 해나가야죠.’


  - 여론조사에서 3위 하는 박 후보님도 가만히 있는데, 4등 5등 하는 안철순 후보하고 심상순 후보는 엄청 발끈하던데요?


  ‘충분히 그럴 수 있죠. 이해해요.’


  그랬다. 1월 27일에 하느냐, 31일에 하느냐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민지당과 국민의심은 결국 두 개의 안으로 방송사에 제안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1안은 31일 오후 7시에서 10시 사이로, 2안은 30일 같은 시간대이다.


  양 후보만 참여하는 첫 TV토론이 굳어져갔고, 결국 안철순 후보는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대통령 후보 초청토론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피신청인은 지상파 방송 3사다.


  박종원 후보는 지난 일요일 저녁 심야식당에서 있었던 장면들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TV토론을 놓고 그 자리에 있었던 후보들 간에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 자리에는 허경제 후보까지 있었던, 정말 보기 드문 그림이 펼쳐졌었다.


  포문은 심상순 후보가 열었다.


  “아니 이정명 후보님, 윤정열 후보님, 제가 며칠 자리 비었다고 해서 어떻게 두 분만 TV토론을 하신다는 거예요? 이게 정의고 공정이란 말인가요?”


  안철순 후보도 기다렸다는 듯이 반색했다.


  “얘기 잘 꺼내셨습니다, 심 후보님. 사실 섭섭한 거로 따지면 심 후보님보다 저 아니겠습니까? 여기 박종원 후보님이야 크게 절박해 보이시지 않고요. 정말 두 분 그럴 수 있는 겁니까?”


  이정명 후보와 윤정열 후보는 서로 쳐다보며 웃었다.


  “방송사가 그런 방식으로 제안을 해서 지금 실무 차원에서 논의 중인 건데요, 저는 이미 입장을 말씀드렸습니다. 윤정열 후보하고 둘이서 해도 되고, 박 후보님, 안 후보님, 심 후보님도 다 같이 해도 된다고요.”


  안철순 후보가 윤정열 후보에게 시선을 돌렸다.


  “윤정열 후보의 입장은 뭡니까?”


  “저도 이게 제 생각이 아니라 방송사 측에 온전히 맡긴 겁니다. 따지려면 방송사 쪽에 하세요.”


  윤 후보는 의자에서 일어났고 허경제 후보도 바로 일어났다.


  “근데 듣자 듣자 하니까 기막힌데요, 저는 왜 빼는 겁니까?”


  모든 후보들이 놀라는 표정으로 허 후보를 쳐다봤다.


  “저도 엄연한 대선 후보입니다. 심상순 후보님보다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온 적도 있습니다.”


  심상순 후보가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 저도 낄 자격 충분히 있지 않습니까?”


  황규익 작가가 나섰다.


  “자자, 다들 진정하시고요. 선관위에서 정한 대선후보 TV토론은 딱 세 번 하잖아요. 그리고 거기에 참여할 수 있는 후보가 되기 위해 지켜야 하는 몇 가지 조건들이 있고요. 그거야 딱 정해져 있는 거니까 해당되는 후보님들만 들어가는 거고, 근데 지금 추진되는 토론은 방송사에서 준비하는 거니까 아무래도 후보님들이 각각 방송사 쪽 하고 협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안철순 후보도 일어났다.


  “저도 방송사하고 얘기는 할 겁니다. 근데 제가 분한 건 여기 두 후보님들이 우리 두 사람만 하는 건 안 된다, 하고 방송사에 얘기는 해주실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심 후보님 생각도 그렇죠?”


  “동감입니다. 방송사는 방송사고, 우리 후보들끼리 똘똘 뭉쳐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허 후보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맞습니다. 우리 후보들끼리 뭉쳐야 합니다!”


  허 후보가 손을 펴서 앞으로 쭉 내밀었고, 다른 후보들은 선뜻 내밀지 못하고 보고 있었다.

머쓱해진 허 후보는 손을 거둬들였다.


  박종원 후보가 주방에서 일어났다.


  “아마 방송사에서도 고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좀 더 지켜보죠.”


  윤정열 후보가 입구 쪽으로 향했다.


  “그럼 전 먼저 가겠습니다. 벌써 가려고 했는데 허 후보가 오셔서 늦었네요.”


  윤 후보가 밖으로 나갔고, 다른 후보들도 옷을 입기 시작했다.


  그렇게 가장 많은 대선 후보들이 한 공간에 모여 식사와 토크를 한 박종원의 심야식당이 끝이 났다.

.

.

.


  그날 오후 2시. tvM의 인기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볼록> 녹화 스튜디오.


  개그맨 유자석과 조세홍이 먼저 도착했다.


  “세홍아, 넌 박종원 후보랑 같이 방송해본 적 있니?”


  “박 선배님이 메인으로 하는 프로에 게스트로 나간 적은 있어요. 같이 쭉 한 적은 없어. 형은?”


  “나도 오늘 게스트가 박종원 후보라 그래서 생각을 해봤는데 깜짝 놀랐잖아.”


  “아니 왜?”


  “매년 연말 시상식장에서만 뵌 거야. 같은 프로그램을 할 법도 한데 한 번도 안 만났더라고. 근데 세홍이 넌 박 선배라고 쉽게 부르네. 난 박 후보님이라고 나오는데. 너 되게 권력지향적이다?”


  “뭔 소리야 형~”


  “게스트 들어오십니다. 카메라 돌았습니다. 하이... 큐!”


  박종원 후보가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오며 환하게 웃었다.


  유자석과 조세홍이 동시에 일어나서 맞이했다. 유자석이 주먹을 내밀었고 박 후보도 주먹을 터치했다.


  “어서 오세요 박종원 선배, 아니 후보님.”


  “에이 편하게 부르세요. 방송으로는 내가 한참 후배잖아요.”


  “그런가요? 하하하”


  조세호도 주먹으로 인사했다.


  “박 후보님, 반갑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어? 평소에 보던 세홍 씨답지 않은데요?”


  하하하.


  박종원 후보는 두 사람의 안내로 세팅되어 있는 의자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유자석 - 정말 반갑습니다. 엄연히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신 후보니까 박종원 후보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박종원 - 저도 반갑습니다. 진작 만나고 싶었는데 신의 위치에 계시다 보니까 힘들더라고요.


  일동 웃음.


  조세홍 - 오랜만입니다. 후보님, 전에 동네 식당에 제가 게스트로 나가서 죽어가던 프로그램을 살렸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유퀴즈 오신 걸 환영합니다.


  박종원 - 같은 장면에 대해 전혀 다르게 기억하는 것도 참 자주 있는 거 같아요. 제 기억으로는 잘 나가던 프로그램을 세홍 씨가 나오셔서 폭망 하게 했는데...


  일동 웃음.  


  유자석 - 역시 팩트 체크는 확실하게 하시는군요. 아무래도 대선이 이제 50일도 안 남았는데요, 왜 출마하신 거냐 같은 질문은 수도 없이 받으셨을 테니까 저희는 그런 식상한 질문을 안 드립니다. 그냥 바로, 대통령이 되실 거 같습니까? 이런 질문드립니다.


  박종원 - 바로 훅 들어오시는군요. 대통령, 됩니다.


  일동 깜짝.


  조세홍 - 네? 박종원 대통령이 되는 겁니까?


  유자석 - 그렇게 확신을 하신다고요?


  박종원 - 그럼, 대통령은 안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합니까?


  유자석 - 하하하. 생각해보니까 정말 그럴 거 같네요. 이야~ 정말 센스 있는 답변입니다. 어떤 후보님은 공약을 놓고 당선 안 되면 공약 안 지키는 겁니까?라는 질문에 공약이 원래 그런 거 아닙니까?라고 담대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조세홍 씨, 우리도 그런 자세는 꼭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담대하게.


  조세홍 - 네, 오늘 정말 박 후보님하고 얘기 나누면 많이 배울 거 같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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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슷한 시각. 여타의 대선 후보들도 각자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는 중견기업과의 간담회에 참여했다. 중견기업들을 관리하는 단체의 회장이 작심하고 기업 하기 어려움에 대한 직설을 쏟아냈고, 이정명 후보는 예의 논리와 감성으로 그의 울분을 감싸 안았다.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는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공약을 발표했다. 예전과 확실히 달라진 점은 말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이당 심상순 후보는 최태운 대기업 회장과 만남을 가졌다. 아무래도 자신에 대한 기업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의식을 한 행보로 해석됐다.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는 의사 출신답게 대전광역시로 가서 대전을 과학 수도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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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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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유퀴즈 스튜디오 현장.


  유자석 - 아니 박다방이 그렇게 오래전에 만드신 거예요? 근데 식당만 하시다가 어떻게 커피를 팔 생각을 하신 거예요?


  박종원 - 예정에 없었죠. 논현동 영동시장에 제 가게가 한 개가 두 개 되고 세 개 되고 잘 되고 있었어요. 근데 저희 가게 찾아온 손님들이 대는 차가 바로 옆집에 피해를 주는 일이 자꾸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고민이었는데 마침 옆집 가게가 옮긴다면서 내놓은 거예요. 그래서 일단 인수했어요.


  조세홍 - 우와~ 엠비에이!


  유자석 - 으이구, 들으려면 좀 제대로 들으세요. 엠앤에이겠죠. 그럼 대책도 없이 옆집을 일단 사셨다는 거네요. 주차 민원 줄이려고.


  박종원 - 그렇죠. 근데 빈 공간으로 둘 순 없잖아요. 그래서 뭘 할까를 생각하다가 그래, 우리 가게들 오신 손님들이 쉴 곳을 만들자. 커피 원가 안 따지고 싸고 많게 팔자 생각했죠. 그렇게 해서 시작된 거예요.


  유자석 - 아아 그렇게 시작이 된 거군요. 처음부터 박다방은 아니었죠? 그때 막 인터넷에 회자됐었는데.


  박종원 - 아시는구나. 원조벅스라고 지었어요.


  유자석 - 맞다, 원조벅스! 조각 얼음이 가득 찬 냉커피가 죽였잖아요. 뒷골까지 시원해지는!


  박종원 - 그 메뉴도 사실 제가 마시고 싶어서 만든 거예요. 저는 손님에게 무언가를 팔 때는데요, 늘 내가 손님 입장에서 뭐가 불편한가, 부족한가를 계속 생각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여름 냉커피는 각 얼음이 아니라 조각 얼음 꽉 채운 게 짱이니까!


  유자석 - 짱이죠!


  조세홍 - 캬아~ 냉커피 죽이죠~


  유자석 - 여러분은 지금 식당천재 박종원이 대통령으로 가는 그 생생한 과정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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