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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작가 May 12. 2022

46화. 3호 공약, 식권거래소 개장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1월 23일 일요일 오전 10시. 박종원 후보의 캠프 사옥 1층.


  수십여 명의 기자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양 기자, 박종원 후보 공약 발표 기자회견이 오늘로 세 번째지?”


  “어, 세 번째야. 1호가 배달비국가책임제, 2호가 기본식당이었지. 아무래도 식당이다 보니까 계속 먹는 쪽으로만 발표하네. 오늘 3호 공약도 그러려나?”


  옆에 있던 다른 기자가 끼어들었다.


  “아직 자료 받으신 거 없으시죠?”


  “네, 기자회견이 끝나면 홈페이지에 게재된다고 하네요.”


  “박종원 후보는 그런 면에서는 완전 오픈 마인드야. 누구나 들어와서 다운 받을 수 있잖아.”


  “여기 캠프도 별도의 기자실도 안 만들었어. 혹시 여기도 법조 기자단처럼 그런 게 있나요?”


  뒤에 있던 기자가 들어왔다.


  “그런 얘기 전혀 들은 거 없는데, 무슨 기자단이 있대요?”


  “아뇨, 저도 있다는 얘기 못 들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식당 박종원 후보 캠프에서 선대위원 맡고 있는 작가 황규익입니다.”


  황규익 작가가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있었다. 얘기 나누던 기자들도 몸을 돌려 황규익 작가에게 집중했다.


  “예고해드렸다시피, 오늘 이 자리는 식당의 대통령 후보 박종원이 세 번째로 공약을 발표합니다. 잘 들어주시고 좋은 보도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식당천재 식당 대통령 후보 박종원 후보를 모시겠습니다!”


  2층 계단에서 박종원 후보가 내려왔다.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이 어느 틈에 들어왔는지 우레와 같은 박수를 쳤고 기자들이 놀라 고개를 돌렸다.


  박종원 후보가 앞으로 나왔고 기자들과 시민들에게 머리 숙여 인사했다. 박 후보가 마이크를 잡고 섰고 정면 벽면에는 대형 모니터가 나타났다.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유튜브로 시청하고 계시는 분들에게도 인사드립니다. 자, 저희 식당의 제20대 대통령 선거 공약을 발표하겠습니다. 오늘이 공식 발표하는 건 세 번째인데요, 너무 먹는 쪽으로만 신경 쓰는 거 아니냐 하는 의견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기자들의 키보드 치는 소리가 사옥 1층을 가득 채웠다.


  “그런데 우리 삶에서 먹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겠죠. 또 제가 가장 잘 알고 잘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합니다. 물론 제가 무슨 음식부 장관 하겠다는 게 아니고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섰으니까 국가 운영 전반에 관한 공약들도 여러 전문가분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또 앞으로 많이 개최될 토론이나 간담회 자리를 통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겁니다. 다만, 먹는 문제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기자들은 박종원 후보에게 집중했다.


  “그럼 식당의 세 번째 공약, 3호 공약을 발표하겠습니다!”


  박 후보가 포인터 버튼을 누르자 대형 모니터에 5글자가 나타났다.


  식 권 거 래 소


  기자들은 ‘식권거래소? 저게 뭐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박종원 후보는 미소를 지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빠른 시일 안에 식권거래소를 개장하겠습니다. 얼핏 들어서는 뭐지? 하실 수 있겠지만, 어려운 거 아닙니다. 증권거래소는 잘 아시잖아요. 그걸 식당으로 대입하면 됩니다.”


  기자들은 아하~ 하는 표정들을 마치 합창하듯 동시에 했다.


  “다시 말해 식권거래소는 누구나 자유롭게 식당의 식권을 거래하는 시스템입니다. 기업이 주식을 발행하고 시민들이 주식을 거래하는 것으로 투자를 통한 개인과 기업의 건강한 동업이라는 관계로 기업의 부와 국가의 부가 늘어난 것처럼, 식권거래소를 통해 대한민국의 음식 분야도 획기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들의 키보드 소리가 더욱 커졌다. 박종원 후보가 포인터를 눌렀다. 모니터에는 식권거래소의 시스템 구조도가 나타났다.


  "식권거래소에는 엄격한 심사를 통해 이른바 상장이 되는 여러 종목의 식당들이 있고 식당들은 식권을 발행합니다. 국민들은 식권을 매수‧매도할 수 있고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식당은 자본을 늘려 보다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하고 국민은 다양한 식당들에 투자를 할 수 있고 거래를 통한 수익까지 기대하게 됩니다."


  기자들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황규익 작가가 마이크를 잡았다.


  "네, 식당 박종원 후보의 3호 공약은 식당거래소입니다. 저도 박종원 후보에게 이 발상을 처음 들은 때는 대략 2년 전이었는데요, 그때 무릎을 쳤습니다. 하지만 여러 사정 상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그 꿈을 펼쳐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것 같습니다. 그럼 질문받겠습니다. 질문의 난도가 높은 건 박종원 후보님이 대답하시고, 좀 쉽다 싶은 건 제가 하겠습니다."


  일동 웃음. 한 기자가 손을 들었다.


  "식권거래소는 듣기만 해도 정말 신박한 아이디어 같은데요, 혹시 박 후보님 당선이 안 되면 추진이 안 되는 겁니까?"


  박종원 후보는 미소를 지으며 마이크를 들었다.


  "첫 질문부터 제가 안 된다는 걸 전제하는 몹시 기분 나쁜 유형의 질문이네요.'


  일동 웃음.


  "기분이 매우 안 좋으니까 황규익 작가님이 하시는 걸로... 하면서 마이크를 넘기면, 혹시 윤정열 후보 따라 하는 거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동 웃음.


  "제가 만에 하나 십만에 하나 대통령이 안 되면, 대통령이 되시는 분이 이 공약에 대해 긍정적이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드릴 수 있습니다. 물론 저에게 주도적으로 만들어보라는 제안을 주신다면 저 역시 긍정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식권거래소 제도는 세계 어디에서도 시도하고 있지 않은,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기자가 손을 들었다.


  “증권거래소도 처음 생겼을 때는 몇 개 안 되는 기업들만으로 시작했는데요, 식권거래소도 마찬가지인 겁니까?”


  박 후보가 계속 대답을 했다.


  “몇 개의 식당들이 상장되어 출범할 것인지는 저도 아직 가늠할 수 없습니다. 다만, 상장심사위원회에서 면밀한 심사를 거쳐서 통과한 식당들에게는 식권거래소에 들어오게 할 계획입니다. 초기에는 작게 시작하더라도 시간이 가면 현재의 코스피나 코스닥처럼 수백, 수천의 식당들이 상장되는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또 다른 기자가 손을 들었다.


  “식권거래소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박종원 후보가 황규익 작가를 쳐다봤다. 황 작가가 마이크를 잡았다.


  “난이도가 있는 질문에 저를 내모시네요. 제가 생각하는 식권거래소에 대해 잠깐 말씀드리겠습니다. 예전에 민지당 이정명 후보가 식당총량제를 꺼냈다가 국민의심으로부터 집중적인 포화를 당했던 일 기억하실 겁니다.”


  기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박종원 후보의 2018년 국정감사장에서의 발언을 소환했던 일도 생생하게 기억하실 거고요.”


  그랬다. 그날은 박종원 작가가 박종원 당시 더반푸드 대표의 몸속으로 빙의가 된 사건이 있었던 날이기도 하다.


  당시 박종원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식당을 창업하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얘기를 했다. 만만한 게 식당이냐, 좀 더 강력한 제도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왜냐하면 식당을 만들고 유지해간다는 건 CEO가 기업을 운영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더 세심하게 운영해야 하는데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황규익 작가는 그 대목을 꺼낸 것이다.


  “당시 박종원 대표의 발언이나 대통령 후보 이정명의 발언은 식당의 창업 및 운영에 대해 우리 사회가 너무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 하는 비판이었습니다. 사람이 먹는 것과 관련되는 너무도 중요한 사업체인데 국가가 혹은 민간 차원에서라도 무슨 시스템으로 보호를 하고 있지 못하다는 거였죠. 그렇다고 해서 제가 무슨 대단한 개선책이 있었던 건 아니었고 막연히 그러한 의견에 공감만 표시하고 현실에 울분만 터뜨리고 있는 수준이었는데, 약 2년 전 어느 날 우연히 술자리를 하게 된 박종원 후보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식권거래소 아이디어를 꺼낸 겁니다. 저는 제 머리를 누가 도끼로 내려찍은 줄 알았습니다.”


  일동 웃음.


  “상상을 해봅시다. 식권거래소가 있고 거기에는 종목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식 종목, 양식 종목, 일식, 베이커리 종목도 있겠죠. 대한민국의 특성상 어쩌면 치킨 종목은 따로 구분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동 웃음.


  “아, 중식 쪽에서 빠뜨렸다고 화내겠네요. 주류 종목도 있겠고요. 퓨전 종목도 있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식권거래소 상장심사위원회를 통과해야 상장이 됩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가격으로 식권을 발행하면 시민들이 식권을 구매합니다. 식당에서는 큰 자본이 유입될 것이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그러면 그 식당은 더욱 발전할 것이고, 좋은 메뉴가 개발 공시되면 주가, 아니 식가가 오를 겁니다. 그리고 식권거래소가 생기면 관련 일자리들이 대거 창출될 겁니다. 이거 일거양득인 구상 아니겠습니까?”


  기자들의 키보드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거의 실시간으로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식당 박종원 후보, 3호 공약은 식권거래소」

  「박종원 후보, “식권거래소 만들겠다”」

  「박종원 후보 공약 발표, ‘식권거래소’ 개장, 시장 반응 후끈」

  「식권거래소? 박종원 후보의 신박한 아이디어」

  「식권거래소, 과연 증권거래소 가능할까?」


  ‘식권거래소’라는 키워드가 포탈을 장식했다.


  커뮤니티에도 ‘식권거래소? 대박!’ ‘박종원 후보가 이런 생각을 해왔는지는 정말 몰랐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이디어, 식권거래소’

  ‘빨리 개장되는 걸 보고 싶다. 식권을 빨리 매수하고 싶다’

  ‘신박해보이긴 하지만 님 쫌 장난스러운 듯’ 등의 댓글들이 달렸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박종원 후보 캠프 3층. 황규익 작가가 스마트폰을 보면서 함박 미소를 지었다.


  “박 후보님, 이거 반응이 폭발인데요? 크게 두 가지 유형이에요.”


  “어떻게요?”


  “한 유형은 이정명 후보의 탈모인을 사로잡은 공약을 뛰어넘는 공약이다, 는 거고요 또 한 유형은 당선 안 되더라도 식권거래소 개장되는 건 꼭 보고 싶다면서 다른 후보들에게도 압박을 가하고 있네요. 물론 이정명 후보하고 윤정열 후보 쪽이죠.”


  박 후보는 파안대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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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선거를 불과 45일 남겨둔 주말 동안 여야의 대선 후보들과 각 정치 진영도 바쁜 하루를 보냈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는 경기도 지역에서 메가버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시민들과 접촉을 했다.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는 ‘부모 육아 재택근무 보장’ 공약을 내놨다.


  한편 다수의 시사 유튜버들은 윤정열 후보의 부인 김건휘 씨의 녹취물을 집중 방송했다. 수십만 명의 동시 접속자로 폭발적 관심을 나타냈다.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는 미국에서 귀국한 딸을 공항으로 나가 마중했다.


  그리고, 대선 후보들은 박종원 후보의 식권거래소에 대해 반응을 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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