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공약 2호, 국‧내‧식‧당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저희 식당의 2번째 공약을 발표하겠습니다. 바로 이겁니다!"
박종원 후보 옆에 있는 대형 모니터에 커다란 4글자가 나타났다.
국‧내‧식‧당.
기자들은 '국내식당?' 하며 고개를 갸웃거렸고 그러면서도 손가락은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박종원 후보는 기자들의 리액션에 씨익 웃으며 마이크를 가까이 댔다.
"한 번에 확 와닿진 않죠? 하지만 말씀드리면 10초면 바로 이해가실 겁니다. 여러분, 회사 내에 있어서 주로 직원들이 이용하는 식당을 뭐라고 하죠?"
기자 몇 명이 크게 말했다.
"구내식당 말입니까?"
"그렇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가 운영하기도 하고 주로 큰 빌딩 안에 있죠. 바로 구내식당입니다.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은 식당이죠. 그럼 국내식당은 뭐겠습니까?“
박종원 후보는 잠시 말을 끊고 기자들을 둘러봤다.
기자 한 명이 말했다.
"구내식당이 회사가 운영하는 식당이니까 국내식당은 나라 국짜, 국가에서 운영하는 식당을 의미하는 건가요?"
박종원 후보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빙고! 그렇습니다. 국가가 운영하는 식당, 국내식당입니다.“
기자들이 앞 다퉈 말했다.
”후보님, 좀 더 설명해주십시오!“
박 후보는 다시 한번 기자들을 둘러봤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은 뭐겠습니까. 의식주일 텐데요 아무래도 먹는 게 가장 중요하겠죠. 먹는 것에 관한 한, 최소한 돈이 없어서 굶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게 하겠다는 생각으로 나온 식당입니다. 국내식당은 대한민국 곳곳에 설치하여 운영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기자회견이 끝나는 대로 저희 식당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럼 궁금하신 점 말씀해주시면 주고받고 하면 더 좋겠습니다."
많은 기자들이 손을 들었다.
"조산일보 조형식 기자입니다. 국내식당은 그럼 누가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 겁니까?"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분들이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청소년과 청년들은 무료 이용이 가능합니다. 성장기에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처럼 안타까운 일이 없죠. 그래서 1020들은 언제든 무료로 이용이 가능한 식당입니다."
기자들은 한 손은 들고 다른 한 손은 키보드를 눌러댔다.
"전국에 몇 곳이 운영되는 겁니까?"
"최대한 많은 곳에 운영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16개 시군에 기본적으로 설치가 되고, 빅 데이터를 통해 음식 쪽이 가장 취약한 지역부터 설치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제 전공 분야인 식당 프랜차이즈가 공공성을 띤다고 생각하시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겠죠."
'배달비 국가책임제'에 이어 박종원 후보가 두 번째로 발표한 공약 '국내식당'.
회사 하면 생각나는 구내식당의 개념을 국가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개념이다.
몇 천원이 없어 한 끼를 굶는 가장,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으로 매 끼를 때우는 대학생, 부모가 없어 아침은 고사하고 하루에 한 끼도 먹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소식은 아직도 대한민국의 그늘진 모습이다.
적지 않은 대학생이 제대로 된 끼니를 챙기지 못하고 있다.
삶의 질이라는 게 뭐 대단한 게 아닐 터, 먹는 걱정을 덜 수 있다면 그게 가장 기본일 것이다.
이 점을 박종원 후보는 포착, 가장 기본인 먹을거리 걱정 하나라도 제대로 덜어주면 그것이 제대로 된 나라가 아닌가, 라는 생각인 것이다.
"정중앙일보 김다형 기자입니다. 국내식당, 따지고 보면 민지당 이정명 후보가 줄기차게 외치는 기본 시리즈에 들어간다고 해도 될 거 같은데요, 이를 테면 기본식당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박종원 후보가 기자를 부드럽게 쳐다봤다.
"근데요?"
예상치 못한 박 후보의 반문에 기자는 머뭇거렸다.
"국내식당을 기본식당이라고 부른다면 어떤 점이 궁금하신 거죠?"
기자는 말문이 막혔지만 겨우 입을 열었다.
"이정명 후보의 기본소득이나 기본주택 같은 공약은 재원 면에서도 그렇고 포퓰리즘 아니냐는 비판을 국민들이 하고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국내식당도 기본식당이라고 볼 수 있다면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해서요."
기자는 간신히 질문을 마쳤고, 다른 기자들은 박종원 후보를 바라봤다.
"국내식당을 기본식당이라 부르셔도 저는 상관없습니다. 만약 이정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신다면 제 공약 국내식당을 가져다가 기본식당으로 하고 싶으시다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원하신다면 운영에 관한 모든 논의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 중에 굶는 사람이 없게만 할 수 있다면 국내식당이면 어떻고 기본식당이면 어떻습니까?"
"재원은 어떻게 조달하실 계획입니까?"
"네, 재원에 대한 설명은 저보다 훨씬 전문가이신 육뚜기 하명준 회장께서 해주시겠습니다." 하명준 회장이 오랜만에 캠프를 찾았고 마이크를 잡았다.
"국내식당은 크게 2가지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신규 지점으로 운영하는 식당과 기존 식당으로 운영하는 식당입니다. 작년도 그렇고 부동산은 늘 뜨거운 이슈니까 비유로 말씀드리면 부동산 공급 방식은 두 가지가 있지 않습니까. 신축으로 지어 공급하는 것과 기존 주택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국내식당은 신규로 식당을 창업해서 운영하는 분과 기존에 식당을 운영하는 분이 역할을 맡는 경우가 있다.
1020세대는 무료로 식당을 이용할 수 있고 3040이나 5060 세대는 고급스러운 음식을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하게 되는데, 결국 어른들이 아이들을 먹이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가 일정 부분을 지원하는 것으로 어른 세대도 큰 부담은 지지 않는다.
음식을 매개로 세대 간 통합을 이뤄내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박종원 후보가 국내식당에서 신경을 쓰는 부분 중 하나는 음식의 퀄리티다.
기존 구내식당의 이미지인 싸긴 한데 맛은 그냥저냥이라는 걸 국내식당에서는 허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5성급 호텔까지는 아니어도 맛집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수준의 음식을 제공할 계획이다.
손을 드는 기자들이 줄어들지 않았다.
"뜻은 좋은데 너무 박종원 후보의 색깔과 직결되는 공약 아닌가요? 대통령 후보가 내세우는 공약 치고는 좀 작은 거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거 같은데요?"
하명준 회장이 말하려는 순간 박종원 후보가 손을 들며 고개를 숙였다.
"회장님, 이 질문은 제가 답하겠습니다. 일단, 먹는 문제를 가지고 작다고 하시는 게 저로서는 선뜻 이해가 안 갑니다만, 공약의 이름이 국내식당이라서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도 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분야의 공약을 말씀드리겠지만, 한 가지만 덧붙이면 국내식당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경제 분야 공약이기도 하다는 점 말씀드리겠습니다."
박종원 후보의 제2 공약 발표에 기사들이 쏟아졌다.
「박종원 후보의 제2공약은 ‘국내식당’」
「“1명도 굶는 국민 없게”… 공약 ‘국내식당’」
「1020세대 환호, 박종원 공약 ‘국내식당’」
「자영업자 많다면서 내놓은 공약 ‘국내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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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수요일 오전 11시.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 캠프 사옥 앞.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기자들도 몰려왔다.
지나가던 사람들도 깜짝 놀라 사옥 앞으로 다가왔다.
유명한 배우들이 현수막을 펼쳐 들었기 때문이다.
- 연기가 우습냐, 연기자를 우습게 보지 마라! -
- 배우를 농락하는 국민의심은 자폭하라 -
- 대본만 준다고 연기가 되냐! -
- 배우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
지금은 바야흐로 K드라마와 영화의 시대.
대한민국의 드라마와 영화들을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초특급 배우가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99여 명이 한 공간에 모였다.
연예부 기자들까지 소식을 듣고 몰려왔다.
정치부 기자들과 함께 카메라 후레시를 터트렸고 지나가던 시민들도 환호를 지르며 몰려들었다.
경찰들은 방역지침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일렬로 서서 시민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물론 그 와중에 고개를 최대한 뒤로 돌리며 배우들의 모습을 보기 바빴다.
영화 <외부자들>로 유명하고 최근에는 <오징어게임>에 카메오로 나온 이병현 배우가 앞으로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추위에 이렇게 흔쾌히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왜냐하면 저도 그렇고 우리 모두가 울분에 찼기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배우들은 연기와 배우들을 낮게 보는 국민의심 김종안 위원장과 윤정열 후보에게 우리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이렇게 모였습니다. 대본을 쥐어줄 테니 후보는 연기만 하면 된다! 후보는 배우 역할만 잘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선거에 이길 수 있고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공개적으로. 그렇다면 그건 우리 국민들에게 진심을 보여준 겁니까, 연기를 한 겁니까? 연기라는 건 저희도 하면 할수록 심오하고 어려운 작업입니다. 결코 하루아침에 진정한 연기는 완성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민의심 선대위는 국민들을 속이려 한 것이란 말입니까!!!”
박수가 나왔다.
“여러분, 우리의 생각을 크게 얘기합시다. 우리는 절대 연기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줍시다. 연기는 연기답게! 배우는 배우다!”
“배우다! 배우다! 배우다!”
시민들도 함께 화답하며 박수로 응답했다.
하지만, 국민의심에서는 답이 없었다.
그 시간 윤정열 후보는 기자회견을 하러 단상 앞으로 나왔다.
이틀 전 김종안 위원장이 선대위 해체를 선언하고 윤 후보의 일정이 중단된 후 숙고를 거친 윤정열 후보가 선대위 쇄신안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기자들 앞에 선 윤 후보가 좌우를 둘러본 후 마이크를 잡았다.
“국민 여러분, 오늘 이 시간부로 국민의심 선대위를 해체합니다. 선거대책본부 형태로 조직을 개편하겠습니다. 그리고 김종안 위원장님은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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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중소기업인 신년회 행사장.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이 초청됐는데 민지당 이정명 후보, 식당 박종원 후보,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와 정이당 심상순 후보가 10분 전에 도착해서 인사를 나눈 후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가 칼을 뽑아들었더라고요.”
이정명 후보가 말했다.
“뭐 칼만 뽑아 들면 뭐하겠습니까. 곧 저한테 따라 잡힐 텐데요.”
안철순 후보가 입이 귀에 걸렸다.
“안 후보님은 요즘 제일 행복해 보이세요.”
심상순 후보가 말했다.
“저도 그래서 어제 공약 발표했잖아요.”
박종원 후보가 던졌고 이정명 후보가 바로 받았다.
“맞아, 박 후보님, 너무 좋던데요? 혹시 제가 되면 빌려가도 되겠죠?”
“그럼요, 어제 기자들한테도 얘기했습니다.”
“두 분 합당하시는 거 아니에요?”
“어, 저기 오네요!”
후보들이 고개를 돌리니 윤정열 후보가 들어오고 있었다.
“얼굴이 환하시네요, 윤 후보님”
이정명 후보가 다가가 주먹을 내밀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