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화. 배우들이 열 받았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1월 3일 하루 동안 숨 가쁘게 전개된 국민의심의 상황은 해가 지고 눈발이 날리기도 해서 다들 출출했는지 박종원 후보 캠프에 한 명 두 명 선대위원들이 모여들었다.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 역사에서 이런 일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워낙 예측할 수 없고 상상을 뛰어넘는 상황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서인지 각자의 머리에 생긴 물음표들을 조금이라도 느낌표로 바꿔볼 수 있을까 얘기해보고 싶었던 것이리라.
물론 그냥 빈손으로 캠프 사옥을 찾을 위원들이 아니었다.
황규익 작가는 자신이 아끼던 증류식 소주 ‘수요’ 한 병을 들고 왔고 나영식 피디는 박종원 후보와 함께 촬영을 갔었던 경남 지역 양조장에서 사 왔던 막걸리 한 병을 가지고 왔다.
박종원 후보는 자신이 집에서 직접 담그고 있는 막걸리 한 되를 가져왔고, 이런 문화를 미처 몰라 그냥 온 정지무 대표와 오상일 감독은 박종원 후보의 부탁으로 1층에서 우삼겹 등의 생고기와 쌈 채소를 가득 들고 왔다.
식사와 간단한 술자리를 할 수 있게 마련되어 있는 곳에 자리 잡아 앉은 위원들은 고기를 먹으며 술 한 잔씩 하며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영식 피디가 말했다.
“저는 정치 쪽은 사실 잘 모릅니다. 여기 참여한 것도 박종원 후보님 압박으로 들어왔고요, 근데 오늘 아침부터 국민의심 쪽에서 전개된 상황은 진짜 죽이던데요? 제가 만든 프로그램들보다 훨씬 재미있던데요? 아직도 안 끝난 거잖아요.”
오상일 감독이 쌈을 털며 말했다.
“저도 명색이 스토리텔링으로 먹고사는 사람인데 오늘 뉴스로 나온 스토리텔링은 그렇게 만들라고 해도 못 만들겠던데요? 그렇지 않아요, 정 대표님?”
광고계에서 잔뼈가 굵은 정지무 대표도 웃었다.
“맞아요. 저도 오늘 정신없이 봤는데요, 최고의 장면은 오전에 윤정열 후보가 증권거래소에서 축사하는데 ‘윤정열 후보 향후 일정 중단’이라는 속보 자막이 뜬 거죠. 그거 보고 죽는 줄 알았어요.”
황규익 작가도 보탰다.
“제가 꼽은 오늘 최고의 장면은 김종안 위원장도 사퇴한다는 속보가 나오고 얼마 있다 나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했던 스토리예요.”
막걸리를 따라 한 잔 마신 박종원 후보가 우삼겹을 입에 넣었다.
“저도 식당업 하기 전에 목조주택 사업을 잠깐 한 적 있었거든요. 그때 사업이 좀 된다 싶으니까 회사 안에서 계파가 생기고 파가 갈리고 결국 서로 다투더라고요. 아주 쌩 난리가 났던 적이 있거든요. 왜? 제가 나간다고 하니까 제 자리 갖고 그런 거죠. 그때 생각이 났어요. 이게 국민의심 속사정까지 디테일하게 알 순 없지만 이준식 대표하고 김종안 위원장이 한 편이고 윤정열 후보 측이 한 편인 거잖아요. 어떤 의원은 마치 삼국지에서 암투 벌이는 것 같다고 하셨던데요.”
여기서 잠시, 1월 3일 월요일 하루 동안 국민의심 선대위에서 일어난 일들을 정리해본다.
오전 10시에서 10시 35분 사이에 일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는데, 페미니스트 영입으로 화제가 되었던 신지영이 사퇴를 하고, 선대위의 6개 본부장이 전원 사퇴한다는 보도가 뜬다.
여기에 정지무 대표가 최고의 장면으로 선정한 윤정열 후보 축사 중 일정 중단 속보 자막 사태가 발생한다.
오후가 되면서 국민의심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사퇴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김종안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앞으로 자신은 총괄위원장이 아닌 비서실장 노릇을 하겠다, 윤정열 후보는 연기만 잘하라’는 말을 해버린다.
김한결 준비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김종안 위원장을 포함해서 일괄 사의를 표명했고, 국민의심 의원 전원이 일괄 당직 사퇴했다는 보도가 뜬다.
이어서 후보만 빼고 다 바꾸겠다는 방침이 언론에 뜬다.
그런데, 사의를 표명했다는 김종안 위원장의 보도는 자신은 그런 적 없다는 보도로 번복이 된다.
윤정열 후보는 화요일 일정을 취소하고 선대위 쇄신에 대해 논의하겠다, 현재의 사태는 오롯이 저의 탓이다, 심기일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으로 저녁에 접어든다.
그리고 주지하다시피 박종원 후보 캠프에 선대위원들이 모여든 것이다.
“그나저나 어떻게 해서 국민의심이 이 지경이 된 걸까요?”
박종원 후보가 물었다. 자신과 같은 대선후보라는 처지와 직결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더욱 감정이입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황규익 작가가 말했다.
“확실한 건 윤정열 후보의 지지율이 급락해서 그런 거겠죠.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윤정열 후보가 이정명 후보를 너끈하게 이겼잖아요. 그때만 해도 정권교체는 확실하다느니, 일찍 샴페인을 터트리지는 말자며 표정 관리하고 있었잖아요. 근데 윤정열 후보가 실언을 계속했고 결정적인 건 부인의 사과였죠.”
부인에 대한 이력과 경력에 대한 의혹이 쌓여갔고 결국 직접 카메라 앞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사과의 내용과 애티튜드였다.
국민에 대한 솔직한 감성이 묻어나는 사과가 아니라 남편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는 비중이 컸다. 그런 점들이 조롱의 대상이 되었고 지지율의 저하에 영향을 크게 미쳤다.
“당 대표인 이준식 대표가 선대위를 박차고 나간 상황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오상일 감독의 얘기다.
“선대위가 아무리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선거의 주인공은 뭐니 뭐니 해도 후보잖아요. 당 대표라면 후보가 돋보이게 하는 쪽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협의가 안 된다고 소통이 안 된다는 이유로 두 번이나 파업을 했어요. 이게 문제라고 봅니다.”
국민의심 이준식 당 대표와 윤정열 후보는 처음부터 매끄럽지 않았다.
윤정열 후보가 당에 들어오지 못하고 외곽에서 힘을 불리다가 결국 국민의심 입당을 결심하는데, 의도했는지 우연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교롭게도 이준식 당 대표가 지역 행사 참여로 당을 비웠을 때 들어왔다.
이른바 윤정열 후보는 당에 들어올 때부터 당 대표 패싱 논란을 가져온 것이다.
시작부터 마치 단추를 잘못 끼운 것 같은 두 사람이었기에 결국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 싶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오늘처럼 당의 후보가 외부에서 버젓이 행사에 참여를 하고 있고, 방송으로 생중계도 되고 있는데, 김종안 위원장은 왜 선대위를 쇄신한다, 윤정열 후보의 오늘 일정은 전면 중단한다는 걸 발표했을까요?”
정지무 대표가 의문을 구했다.
“기자들이 물었잖아요. 윤정열 후보하고 얘기가 된 거냐고요. 근데 뭐라 그랬나요. 내가 총괄위원장인데 뭘 얘기하느냐, 다 알게 되지 않느냐, 고 했단 말이에요. 이건 후보에게는 모욕적인 게 아닐까요?”
황규익 작가가 받았다.
“그건 맞죠. 위원장은 작정하고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린 겁니다. 스스로도 말했잖아요. 더 이상 기다리다가는 다 죽는다, 누구라도 질러야 된다고요. 그걸 자신이 했다는 거죠. 근데 왜 그렇게 한 걸까요?”
김종안 위원장은 이준식 당 대표와 윤정열 후보가 삼고초려를 해서 모셔온 이른바 킹 메이커다.
킹 메이커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킹을 만들어야 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혹여라도 킹으로 만들어야 하는 대상자가 이리 보고 저리 봐도 킹이 될 만한 재목이 안 된다는 생각이 자꾸만 짙어갈 때는 어찌해야 하는가.
킹을 바꿀 수만 있다면 고민 해결이 될 수 있겠지만, 교체하는 카드는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킹이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해야 한다. 킹이 지금 당장은 자신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그동안 해온 과정을 잘 알 테니 언젠가는 깨닫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질러버렸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근데, 킹 메이커가 아무리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도 그렇게 모욕을 주는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이래서는 선을 넘었다고밖에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근데 김종안 위원장은 그 선을 오늘 몇 번을 넘었어요. 폭탄 발언 같은 것도 나왔잖아요. 뭔지 아시죠?”
모두가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영식 피디가 성대모사를 했다.
“나를 총괄위원장이라고 보지 마시라. 기꺼이 비서실장 역할을 하겠어. 그러니 우리가 시키는 대로 후보는 연기만 잘하면 된다.”
으하하하.
사실 웃을 일이 아니었지만, 웃음이 나왔다.
“아니 이게 말이 되는 얘기예요?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에게 우리가 대본을 쥐어 줄 테니까 당신은 연기만 잘하면 된다는 게 말이 되는 거예요? 제가 드라마 피디는 아니지만 연기자들하고 작업 많이 하잖아요. 이 발언은 배우들이 들고 일어서도 전혀 이상하지 않아요.”
그때, 나영식 피디의 휴대폰이 울렸다. 나 피디는 일어서며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윤여성 선생님. 이 시간에 어쩐 일이세요? 네? 정말이요?”
나영식 피디는 선대위원들을 힐끗 봤다.
“선생님, 저 선대위원님 몇 분하고 안 그래도 그 얘기하고 있었는데요, 선생님 목소리 다 들을 수 있게 해도 되겠죠? 잠시만요.”
나 피디는 스마트폰의 스피커 기능을 켰다.
“배우 윤여성 선생님이 그 연기자 발언 때문에 열불 난다고 전화 온 거예요.”
박종원 후보가 스마트폰에 대고 말했다.
“선생님, 저 박종원입니다. 안녕하세요.”
“어머 박종원 후보님, 저 팬이에요.”
“아이구 무슨 말씀을요, 여기 저희 선거 캠프예요. 황규익 작가도 계시고요.”
“선생님, 저 황규익이라고 합니다.”
“알아요 황규익 작가님. 반가워요.”
박종원 후보가 말했다.
“근데 열 많이 받으셨다고요?”
“아니 그 김종안 위원장인가가 무슨 우리 연기자를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후보는 연기만 잘하면 된다고요? 으이구, 대본만 주면 연기 한 대요? 뉴스 나오는 거 보니까 완전 발연기던데.”
으하하하하.
나 피디가 말했다.
“안 그래도 방금 그 얘기하고 있었거든요. 이건 무슨 연기자를 어떻게 보는 거냐, 배우를 뭐로 보는 거냐 이거죠. 어떻게 선생님, 주변 연기자분들이 무슨 움직임이 있나요?”
“내가 지시하면 애들이 쫙 움직일 거야. 성명서 하나 내려고.”
“아 네. 좋다고 봅니다. 여기 박종원 후보님도 응원하신대요.”
“네, 윤여성 선생님, 제가 힘닿는 데까지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
“그래요, 다들 고마워요. 나 피디, 그럼 윤식당4에서 보자고~”
툭.
그렇게 윤여성 배우의 전화는 끊겼고, 선대위원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했다.
“이야~ 배우들이 이 건으로 성명서 내면 파장이 좀 있겠는데요?”
“그렇죠? 배우들이 연기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하면 국민들은 윤정열 후보가 앞으로 하는 모든 행동이 연기로 보일 거잖아요. 그 연기가 진실성이 있는지 아닌지를 매의 눈으로 쳐다볼 거라고요. 기대되는데요?”
이렇게 선대위원들은 월요일 한나절 동안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 국민의심 사태에 관한 의견들을 나누었다.
먹은 것들을 정리하고 헤어질 준비를 하던 중에 황규익 작가가 말을 꺼냈다.
“가만, 근데 오늘 우리 같은 고급 인력들이 각자 홀려서 여기에 모였는데 국민의심 얘기, 윤정열 후보 얘기만 하니까 너무 열 받는데요? 뭐 다른 얘기도 좀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모두가 맞다는 표정 하며 멈췄다.
오상일 감독이 받았다.
“맞아요, 박 후보님도 다음 공약도 슬슬 발표하셔야 하는 거 아닐까요? 오늘 이정명 후보 쪽이 신박한 공약 얘기가 있더라고요.”
“그래요? 뭐죠?”
선대위원들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오상일 감독이 계속 말했다.
“탈모인들 있잖아요. 머리가 점점 빠져서 고민인 분들이요. 그분들이 이정명 후보에게 환호하고 난리가 났더라고요.”
정지무 대표가 이었다.
“저도 봤어요. 저도 다행히 머리 고민은 없는 쪽이라서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탈모약이라는 게 의료보험대상이 아닌가 보더라고요. 그걸 의료보험 영역으로 들여오겠다는 공약을 검토하겠다고 어제 논의했나 보더라고요.”
박종원 후보가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야~ 정말 신박하네요. 공감도 있고요. 저도 살짝 고민이 되는 분야이긴 했는데 그 생각까지는 못했네요. 탈모인들이 굉장히 많다고 알고 있는데, 이거 이정명 후보에게 한 방 먹었네요. 저도 공약들 더 세심하게 다듬어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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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일 화요일 오전 10시.
박종원 후보 캠프 사옥 1층.
박종원 후보의 두 번째 공약 발표가 시작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