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화. 박종원, 치킨대학 졸업식 참석하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2022년 새해가 밝았다.
1월 1일 박종원 후보는 유튜브 채널에서 국민에게 드리는 새해 인사를 발표했다.
"국민 여러분, 2022년 임인년 호랑이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저마다 원하시는 것들을 모두, 꼭 이루시기 바랍니다. 저도 더 나은 대한민국, 더 행복한 나라가 되는데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올해는 3월과 6월에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두 차례의 커다란 선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 함께 하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특히 재미있는 선거, 재미있는 정치, 짜증 내지 않고 비방하지 않고 웃을 수 있는 정치가 되는 데 있는 힘껏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기 바랍니다. 꼭 투표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식당 대선 후보로 뛰고 있는 박종원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
.
.
1월 3일 월요일 아침. 대통령 선거 D-65.
박종원 캠프 사옥. 박종원 후보는 박종원 작가를 불렀다.
'박 작가님, 새해가 밝았네요. 어떻게 해서 제 안에 들어오게 된 건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박 후보 앞에 나타난 노트북 모니터 창에 한글이 뜨기 시작했다.
- 네, 박종원 후보님도 올해는 정말 좋은 일들만 생기길 바랄게요. 제 불가사의한 상태는 일단 대선부터 끝내고 어찌해야 할지 생각해보기로 하고요.
'그러죠. 오늘이 벌써 65일밖에 안 남았죠? 대선에 집중할게요. 그나저나 해가 넘어가면서 대선 후보들 구도에 변화가 생겼네요. 어떻게 보세요, 작가님'
- 정말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확 와닿는 요즘이에요. 이정명 후보가 확실하게 1위로 올라섰네요. 윤정열 후보가 크게 내려앉았고요. 그리고 안철순 후보가 치고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이러다가 박 후보님을 제치기라도 할 기세인데요?
박종원 후보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죠. 역시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분들 중에 쉽게 볼 수 있는 분은 아무도 없어요. 안철순 후보하고 심상순 후보 3.5프로TV 영상 보셨죠?'
- 그럼요, 후보님이 보셨으니까 저도 자동으로 보게 되죠. 두 분 다 좋았고 지난번 영상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비교해 볼 수 있어서 참 좋더라고요. 근데 안철순 후보가 역시 과학 쪽은 기세 등등하시더라고요.
'맞아요. 저도 배운 게 많았어요. 아직 사람에게 오지 않은 바이러스가 그렇게 많이 있다는 것도 깜짝 놀랐고요.'
- 근데 안철순 후보의 한계는 그걸 아느냐고 진행자들한테 은근히 자랑했다는 거죠. 오죽하면 임프로가 '그게 중요합니까?' 하고 반문했잖아요. 안철순 후보는 그런 애티튜드가 취약점이에요.
'심 후보님 영상은 어떻게 보셨어요?'
- 솔직히 얘기하면, 좀 짠했습니다. 이 나라 진보의 운명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거 같아 더 그랬어요.
'저하고 비슷하게 느꼈네요. 전 그래도 안 후보님이든 심 후보님이든 계속 얘기하고 소통하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다고 봐요. 그런 점에서 대선 후보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토론이 좀 많이 열리면 좋겠는데, 왜 이렇게 법규에 얽매어 있는지 답답해요.'
그랬다.
3.5프로TV라는 한 유튜브 경제 전문 채널의 대선 후보 출연 영상은 많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었다.
대선 후보가 BTS도 아닌데, 이정명 후보의 경우 영상이 올라오고 불과 일주일 남짓 지났을 뿐인데 무려 500만 조회 수가 훌쩍 넘은 것이다.
안철순 후보와 심상순 후보가 촬영을 하게 된 것도 그 어마무시한 파급력을 피부로 느끼고 3.5프로TV 측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요청, 읍소, 항의 등등을 했으리라는 건 충분히 추측할 수 있다.
다만, 윤정열 후보의 경우는 이정명 후보의 영상과 비교 대상이 되어 버리는 면도 있었다.
이정명 윤정열 박종원 안철순 심상순 후보 외의 다른 후보들도 유무형의 압박을 하고 있다는 데 3.5프로TV 측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그들에게 맡겨야 할 것이다.
.
.
.
후폭풍일까.
국민의심 선대위에서는 월요일 아침부터 예상을 넘는 조치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영입 자체로 논란이 되어 온 신지영 수석부위원이 사퇴했다.
그녀는 사퇴의 변을 자신의 SNS에 쏟아냈는데, 이준식 당 대표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퍼부었다.
'당신이 그렇게 원한 것처럼 내가 사퇴하겠소, 그러니 당신도 물러나시오!'
또한 자신은 직위에서는 물러나지만 당을 위해 정권교체를 위한 활동은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국민의심의 선대위에서는 그녀에게 그조차도 하지 말라고 통보를 했다. 결국 그녀는 손절을 당한 것이다.
김종안 선대위원장은 얼마나 급했으면 급기야 이런 멘트까지 했다.
"내가 총괄선대위원장이라 생각하지 마세요. 난 비서실장 역할을 하겠습니다. 그러니 윤정열 후보는 연기나 잘하세요."
선거를 맨 앞에서 이끌고 있는 총대장이 자당의 후보에게 대본을 줄 테니 배우 역할이나 잘하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얘기를 한 것 자체보다는 내부적으로 할 만한 얘기를 이렇게 공개적으로 했다는 거다.
이런 일도 있었다.
월요일 오전, 윤정열 후보는 증권거래소를 찾았다. 새해 첫날 증권의 개장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윤 후보는 단상에 올라 축사를 하기 시작했고 이 모습은 TV에 그대로 생중계가 되었다.
그런데, 윤 후보가 축사를 하는 도중 화면에 속보 자막이 뜬 것이다.
- 국민의심 선대위, 대대적인 개편 -
과연 이런 중차대한 사실을 윤 후보가 알았을까 의심이 들게 했던 장면이었다.
그런데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건, 같은 축사 중계 중에 또 다른 속보 자막이 떴는데 이런 내용이었다.
- 윤정열 후보, 향후 일정 잠정 중단 -
버젓이 축사를 하는 후보로서의 일정을 소화 중이던 시간에 일정을 중단한다는 자막이 들어온 것이다.
윤 후보는 축사를 하며 그 자막을 봤을지 모르겠는데, 코미디라 아니할 수 없다.
여하튼 윤정열 후보 측은 새해 들어오자마자 격랑의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
.
.
그날 오후.
박종원 후보는 경기도에 있는 한 대학의 졸업식에 참여했다.
치킨대학이다.
치킨 전문 프랜차이즈 CCQ에서 세운 이른바 창업대학인데, 약 한 달간의 합숙 교육을 수료한 예비 가맹점주들이 졸업장을 받는 행사에 초대된 것이다.
위기의 자영업의 길에 들어선 이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마다 할 박종원 후보가 아니었다.
약 한 달 후, 설 연휴에 각자의 지역에서 가맹점 오픈을 앞둔 19명의 예비 점주들은 마지막 치킨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된 조리대 앞에 서 있었다.
지난 한 달간 수도 없이 만들어온 과정이었지만 누구 하나 긴장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졸업식의 진행은 실제 자신의 치킨점을 서울에서 운영하고 있는 개그맨 정찬운이 맡았다.
“지금부터, CCQ치킨대학의 제777기 졸업식을 거행하겠습니다. 그런데, 이 치킨대학은 들어오는 건 안 말리지만 나오는 건 맘대로 안 되죠. 마지막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데요, 바로 마지막 수업입니다. 예비 점주님들의 대학에서의 마지막 치킨 만들기가 있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스타트!”
꼬끼요~~~~
닭이 청아하게 우는 소리를 신호로 19명의 예비 점주들의 치킨 만들기가 시작됐다.
내외빈과 점주들의 가족들이 졸업식장에 들어오면서 주문한 메뉴들 중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19종류의 치킨 메뉴(실제 매장에서 판매되는 인기 메뉴)를 19명의 예비 점주들이 주어진 시간 내에 조리하고 서빙까지 해야 한다.
물론 평균 이상의 맛을 내야 최종 합격이고 졸업장을 수여받을 수 있다.
정찬운은 개그맨답게 예비 점주들을 웃기려 쉼 없이 드립을 쳤지만 치킨을 만드는 데 집중한 예비 점주들의 귀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박종원 후보만 크게 웃었다.
땡~~~ 조리 마감 5분 전입니다.
아무래도 장사를 해야 하니 예술성보다는 상업성이 우선이고, 주문과 동시에 조리에 들어가 15분 이내에 고객의 테이블 위에 세팅을 할 수 있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전국에 골고루 퍼져 있는 수백 곳의 가맹점에서 균일한 맛을 내게 하는 매뉴얼을 익히기 위해 끊임없는 반복교육을 해내야 했다.
세팅이 된 19개의 테이블에 19명이 만든 각기 다른 치킨들이 올려졌다.
15분이 지났다.
꼬끼오~~~~
“네, 이것으로 마지막 조리를 마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역시 한 달간의 스파르타 훈련이 맞나 보네요. 저도 그동안 이 대학의 교육을 소문으로만 들어왔는데 오늘 직접 제 두 눈으로 보니까 놀랍습니다. 단 한 사람의 탈락이 없었네요. 자, 그럼 내외빈과 가족 분들은 시식해 주
시면 되겠습니다!”
거리두기로 세팅되어 있는 테이블에 4인씩 앉은 내외빈들은 치킨들을 먹기 시작했다.
박종원 후보도 참지 못하고 테이블들을 기웃거리며 한 조각씩 맛을 봤다.
캬아~~
예비 점주들이 학교에서 만든 마지막 치킨들은 금세 동이 났다.
정찬운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자, 학장님, 우리 예비 점주들의 마지막 치킨 수업이 끝났는데요, 전부 지켜보셨죠? 어떻습니까? 혹시 졸업하지 못하시는 분이 있습니까?”
예비 점주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학장의 얼굴을 바라봤다. 어떤 점주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고 눈을 감은 이들도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학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은 제가 아니라 졸업식을 축하해주시기 위해 찾아오신 특별한 분의 평에 맡기겠습니다. 여러분, 식당 대선 후보죠, 박종원 후보입니다!”
짝짝짝짝짝.
박종원 후보는 놀란 표정으로 단상 앞에 섰다.
“아니 학장님, 이게 뭔 일이래요. 제가 어떻게 감히 졸업생 평가를. 저는 단지 예비 점주님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까 온 건데요.”
예비 점주들은 크게 손뼉 쳤다. 박종원 후보는 포기한 듯 다시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그러니까 여기 계신 19분의 예비 점주님들 중에서 조금 더 수업을 받으셔야 할 분들, 아니면 오늘 바로 졸업하셔야 할 분들을 정해 달라는 거죠? 알겠습니다. 제가 다 먹어봤습니다. 오늘 제777기 치킨대학 졸업식에서 졸업장을 받고 바로 점주가 되실 분들은…”
꿀꺽.
“오늘로 19명의 점주가 탄생했습니다!!!”
꺄아악!!!!!
“축하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진짜 고생 시작이라는 거, 다 아시죠?”
네에에에에~
박종원 후보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졸업장을 수여해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의 길을 선택했다는 건 누가 봐도 고생길이지만, 자신들의 모든 것을 걸고 제2의 인생을 걸었다는 점에서, 한 달간의 혹독한 훈련을 견뎌냈다는 점에서, 치킨대학에 들어오고 졸업장을 받은 19명의 예비 점주들은 칭찬받아 마땅했다.
자신이 그 길을 걸어온 사람이기에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다.
.
.
.
그렇게, 2022년 1월 3일, 격랑의 월요일이 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