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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작가 May 15. 2022

49화. 허경제 후보, 토론을 규탄하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자영업자 여러분, 박종원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 온 까닭은... 여러분들과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입니다. 삭발 투쟁을 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닙니다. 벌써 3년 차에 접어든 이 코로나 시국에, 확진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이 상황에서 과연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해결을 할 수 있는지 머리를 모으기 위해서입니다. 근데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은 제가 전문적으로 알 수 있는 영역은 아닙니다. 그래서 이재을 전문의도 함께 왔습니다. 어떻습니까? 얘기를 해보시겠습니까?”


  “코로나가 3년째 접어들었는데 정부는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겁니까? 왜 해결을 못하고 있습니까?”


  한 자영업자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이재을 의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여러분, 1월 24일 0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가 8,571명이 나왔습니다. 아마도 내일은 1만 2천, 3천 명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본도 6만 명, 7만 명이 넘었습니다. 미국은 영국은 수십만이 훌쩍 넘었습니다. 아직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코로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 한 명의 자영업자가 일어났다.


  “그럼 우리도 손 놓고 있자는 얘깁니까?”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여러분 같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분들이 큰 희생을 하고 있고, 여러분이 보시기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정부도 의료진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근데 또 만 명이 넘어가고, 2만, 3만이 될지도 모른다는데 그럼 또 우리만 희생하면 되는 겁니까?”


  이번에는 박종원 후보가 나섰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야 합니다. 3년 전에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만 해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계속 반복되면서 통계수치가 점점 쌓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코로나19를 이길 수 있을지 대안들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그게 바로 마스크로 대표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백신 접종입니다.”


  이번엔 시위를 주도한 집행부의 한 간부가 마이크를 잡았다.


  “하지만 2차, 3차 접종까지 한 사람들도 코로나에 감염이 되고, 신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언제까지나 우리 자영업자들만 목을 죄는 대책만 있어서 되겠느냐 하는 겁니다.”


  이재을 전문의가 받았다.


  “그래도,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과학적인 통계와 이번에 오미크론이 시작된 남아공 상황을 봐도, 그래도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대비책은 백신 접종입니다. 2차 접종을 하고도 이제는 3개월이 지나면 대비 효과가 훅 떨어집니다. 3개월 내에 3차 부스터 샷을 해야 효과를 할 수 있습니다.”


  “근데 3차를 맞은 사람도 오미크론에 걸리는 일이 굉장히 많은데요, 이거 믿을 수 있는 겁니까? 언론 보도를 봐도 3차, 4차 부스터 샷을 맞아도 오미크론을 못 막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이재을 전문의의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졌다.


  “여러분, 감염병 전문의로 제 이름을 걸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백신 무용론을 말하는 언론보도 믿지 마십시오. 특히 이른바 보수언론으로 얘기되는 매체들이 보도하는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는 기사들은 절대 보시면 안 됩니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씀하시는 겁니까?”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이재을 전문의가 계속 말했다.


  “여러분, 계속 말씀드리지만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가지 않는 것들을 빼놓고, 과학의 이름으로 할 수 있고, 또 해야 하는 건 백신 접종입니다. 특히 이제 델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우세종이 된 오미크론 변이는 중증도는 낮지만 전파력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러면 왜 3차, 더 나아가 4차까지도 맞아야 하는가. 중증도로 갈 수 있는 확률을 굉장히 낮춰주기 때문입니다. 어떤 백신이든 100% 효과가 있는 건 없습니다. 백신을 맞아도 감염되는 사람이 있는 건 당연합니다. 그래도 백신을 맞은 분과 안 맞은 분을 비교할 때는 안 맞은 분이 감염이 될 확률이 훨씬 더 높고, 감염이 될 경우, 중증도로 발전할 확률이 높은 쪽은 안 맞은 쪽입니다. 그러니 의사로서 제가 여러분에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백신은 맞아야 한다는 겁니다.”


  “백신은 그렇다 치고, 왜 자영업자들만 이렇게 못 살게 구는 겁니까? 저희 자영업만 틀어쥔다고 확진자가 줄어든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까?”


  박종원 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제 백신 접종을 해야 그나마 코로나에 대한 현 상황에서의 대비책이라는 점은 많은 분들이 납득했다고 봅니다. 그럼 이제 다음 문제는 바로 이겁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이렇게 추운 날에 이렇게 모여 삭발투쟁까지 해야만 하는 이유,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대책인데요, 식당이나 카페에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인원에 대한 제한, 그리고 영업시간에 대한 제한입니다. 현재 이 부분은 어떻게 되어 있죠?”


  “다음 달 6일까지는 사적 모임은 최대 6명이고 영업제한은 오후 9시입니다.”


  “그렇습니다. 문제는 과연 이렇게 조치를 하는 게 과연 확진자를 줄이게 하는데 효과적인 대책이냐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여러분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이렇게 시작된 토론 현장은 정부의 방역조치, 방역 패스의 효과에 대한 백가쟁명을 펼쳐놓기 시작했다.

.

.

.


  한편, 처음으로 이정명과 윤정열 사이의 양자토론이 개최되려던 움직임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안철순과 심상순 후보 쪽에서 법원에 제출안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법원의 생각은 이랬다.


  <<[알려드립니다] O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조금 전 안철순 후보와 국민이당이 지상파 방송 3사를 상대로 신청한 양자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O 주문 : 1. 채무자들은 채권자 안철순을 제외한 채 2022. 1. 30. 또는 2022. 1. 31. 예정된 채무자들 주관의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 방송토론회를 실시. 방송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소송비용은 채무자들이 부담한다. * 결정 이유 등은 추가로 알려드리겠습니다. 끝.>>


  안철순과 심상순 후보가 주장은 양대 토론은 거대 양당의 담합 등 불법적 행위이자 국민의 알 권리 침해라는 것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지상파 방송사들은 5인이 참석하는 합동토론회로 바꿔 제안을 했고, 제안서를 받아 든 여야 5당은 28일 실무협상 및 방송사와 협의에 착수하게 됐다.


  식당 박종원 후보 측에서는 황규익 작가가 실무 대표로 나서기로 했다.


  안철순 후보 국민이당은 입장문을 통해 “4자 TV토론을 즉시 추진할 것을 요청한 안철순 국민이당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여준 방송 3사 결정을 환영한다. 방송사에서 제안한 모든 날짜에 참여가 가능하며 가급적 빠른 날짜인 31일에 토론회가 열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지는 않았지만, 여론조사 3위 후보인 식당 박종원 후보에게도 많은 기자들의 문의가 왔고, 박종원 후보도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었다.


  유튜브 생중계로 얘기했다.


  “국민 여러분, 박종원입니다. 이번에 대선후보 다섯 명이 함께 하는 TV토론이 방송사에서 제안이 왔습니다. 저는 흔쾌하게 참여할 것을 국민 앞에 말씀드립니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 정이당 심상순 후보와 제가 생산적이고 의미 있고, 무엇보다 국민 여러분이 보기에 재미까지 있는 대선후보 TV토론이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해서, 최초로 대선후보 5명이 참여하는 지상파 TV토론의 개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다만, 몇몇 여론조사에서 정이당 심상순 후보보다 지지율이 높았던 허경제 후보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허 후보는 자신의 캠프가 있는 경기도 하늘천궁에서 기자회견을 마련했고,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가 되었다.


  몇몇 기자들이 자리에 앉아 대기 중이었고, 사회자의 멘트가 시작됐다.


  “기자 여러분, 허경제 후보님이 등장하고 계십니다. 모두 일어나서 예의를 갖춰주시기 바랍니다.”


  느닷없는 진행자의 발언에 기자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엉거주춤 일어났다.


  허경제 후보가 들어와 단상 앞에 섰다.


  “네, 착석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허경제 후보의 대 국민 입장문 발표가 있겠습니다.”


  허경제 후보는 착석해 있는 기자들을 찬찬히 둘러봤다.


  “기자 여러분, 잠시 제 눈을 바라보시겠습니다.”


  이번에도 갑작스러운 요청에 기자들은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고민했다.

  

  어떤 기자를 눈을 마주쳤고, 또 어떤 기자는 모니터에 무언가를 쓰는 동작을 취했다.


  허 후보는 기자들의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국민 여러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출마한 저 허경제는 오늘 결정이 됐다고 보도된 지상파 TV 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 강력한 규탄을 합니다. 이정명, 윤정열, 박종원, 안철순, 심상순 이렇게 5자만 참석하는 토론을 한다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심상순 후보는 저보다도 지지율이 떨어지는 여론조사 결과가 몇 차례나 나온 적이 있는 분입니다. 그런데 심 후보는 참석하고 저는 왜 참석하면 안 되는 겁니까. 이대로 5자 토론회가 끝까지 추진되는 경우, 저 허경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지할 것을 선언합니다. 우선 그 첫 번째 절차로, 법원에 5자 토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할 겁니다. 법원의 판사가 어떤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실지 기대하면서, 이상 기자회견을 마치겠습니다.”


  진행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럼, 허 후보님이 다음 일정이 있긴 하지만, 기자 여러분의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해주시겠습니다. 질문 있으신 기자님은 손을 들어주시면 허 후보님이 결정하시겠습니다.”


  손을 드는 기자들은 없었고, 잠시 후 한 기자의 손이 올라갔다.


  허 후보가 손을 든 기자를 봤다.


  “네, 거기 손 든 기자 질문하세요.”


  손을 든 기자는 자기를 가리키는지 고개를 돌려 확인한 후 손 든 기자가 자신밖에 없음을 확인했다.


  “네, 정중앙일보...”


  “일어나서 질문해주시기 바랍니다.”


  허 후보가 말했다.


  “아닙니다. 제가 말하면 바로 키보드를 쳐야 하니까, 그냥 앉아서 하시면 됩니다.”


  기자가 말했다.


  “네, 허경제 후보님은 그동안 대선에 출마하셨을 때 단 한 차례도 유력 후보 TV토론회에 참여하신 적은 없습니다. 이번에는 어떤 이유로 강력하게 규탄을 하시는 건지요?”


  허 후보가 기자의 눈을 쳐다봤고, 기자는 모니터로 시선을 떨구었다.


  “저는 여론조사를 믿지 않습니다. 제가 볼 땐 얼추 20% 정도 되지 않나 피부로 느끼곤 하는데, 이번에 제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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