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화. 대선 토론 다툼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저는 대부분의 여론조사를 전혀 믿지 않습니다. 제가 볼 땐 얼추 20% 정도 되지 않나 피부로 느끼곤 하는데, 이번에 제가 이렇게까지 하는 건 몇몇 조사에서는 제가 5.7%도 나왔고 5.5%가 나왔습니다. 이런 수치는 정이당 심상순 후보보다도 많이 나온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도 지금 5자 토론 얘기는 하면서 심상순 후보는 참여시켜주면서 저는 왜 안 그렇게 하지 못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기자가 물었다.
“그렇다면 허경제 후보는 6자가 참여하는 TV토론을 하자고 하시는 겁니까?”
허경제 후보가 기자의 눈을 바라봤다.
“아시다시피 현재의 대선 후보들은 다 예비 후보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신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 개최되는 토론회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생각 없습니다. 이정명 윤정열 후보가 양자 토론을 하든지, 셋이 하든지 저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성질 급한 기자가 손을 들었다.
“그렇다면 뭘 요구하시는 겁니까?”
“찬찬히 기다려보세요. 제 눈을 바라보기나 하세요. 다 말씀드릴 겁니다.”
기자는 얼른 노트북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양자 토론에 대해 안철순 후보와 심상순 후보가 낸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인용이 됐기 때문에 언급할 가치도 없게 됐지만, 혹여 양자 토론이 성사됐다 하더라도 저는 별 관심이 없습니다. 설혹 양자 토론에 저를 초대했다 하더라도 저는 응하지 않을 생각이었습니다.”
그 얘기에 기자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들리는가 싶었는데 크게 퍼지지 않게 하기 위해 참는 모습이 감지됐다.
어떤 기자는 볼펜으로 허벅지를 찔렀다.
허 후보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갔다.
“왜냐하면 윤정열 후보나 이정명 후보는 토론을 할 맛이 안 납니다. 두 후보는 뚜렷한 정책이 없고 심지어 제 공약들을 모방한 게 많이 보입니다. 어떤 후보를 떠올리면 그 후보의 정책이 떠올라야 하는데, 그 두 분은 저하고 토론을 할 대상도 안 됩니다. 허허허.”
허 후보답게 허허허 하며 웃었다.
“경선에서 탈락한 분들이지만 그나마 이나견 후보나 홍준펴 후보가 낫죠.”
“왜 그렇습니까?”
“그분들은 크게 오해의 소지가 없잖아요. 지금 이정명 후보나 윤정열 후보는 서로를 가정파괴
범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서로에 대한 정책 경쟁을 하지 않고 서로의 부인만 헐뜯고 있잖아요. 그건 여성을 비하하는 겁니다. 이런 분들하고 제가 꼭 토론을 해야 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죠.”
“그렇다면 토론에 참여하실 생각이 없다는 겁니까?”
허 후보는 기자들을 찬찬히 둘러봤다.
“그렇지만, 2월 15일부터 시작되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에 선관위 주최로 3회 이상의 TV토론이 있지 않습니까? 그 토론회에는 당연히 나가야죠. 하지만, 제가 문제 삼는 건 토론보다 이런 겁니다.”
허 후보는 단상을 주먹으로 내리쳤고, 기자들은 고개를 올렸다.
“왜 여론조사 대상에서까지 저를 제외하는 겁니까? 저는 이게 말이 안 된다고 보는 겁니다. 심상순 후보보다 제가 더 높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들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는 저를 아예 대상에서 빼버립니다.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그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중앙선관위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제가 알기로 여론조사 대상에 넣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건 여론조사 기관인 걸로 아는데요?”
허 후보가 허허허 웃었다.
“그렇습니다. 대선 후보로 뛰고 있는 제가 그 사실을 왜 모르겠습니까. 얼마 전에 저를 지지하는 어떤 분들이 참으로 죄송하고 고맙게도 선관위로 항의 방문을 가셨습니다. 왜 저를 여론조사 대상에서 제외시키는지 항의하려고요. 선관위는 자기네 소관이 아니라고 대답을 했죠. 그런데 저는 사실 여부를 떠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라는 게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기관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그렇다.
최근에 공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대부분의 조사는 지지하는 후보를 묻는 질문에서 허경제 후보를 ‘기타 후보’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극소수의 여론조사에서만 대상 후보로 포함했다.
여론조사라는 건 선거를 앞두고 민심의 흐름을 보여주고 각 캠프의 선거전략 구상이나 판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관심이 높다.
무엇보다 여론조사 결과로 나오는 각 후보들에 대한 수치는 국민들에게도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하다.
그렇기에 언제나 조사 대상에 포함이 되는 유력 정당의 후보들은 상관하지 않겠지만, 적지 않은 군소 후보들에게는 자신이 대상에 포함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다.
지지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없음을 선택하는 항목을 별도의 항목으로 넣지 않을 경우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는 규정이 있는 것도 이를 위한 조치다.
다만, 어떤 정당과 후보자를 여론조사에 넣어야 하는지와 관련한 규정은 없다.
선관위에서는 질문지 구성이 편향됐는지, 표본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등을 심의하지만 특정 후보자를 여론조사에 넣고 말고는 여론조사 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부분이어서 그 부분까지 심의하는 건 아니다.
허경제 후보를 여론조사 항목에서 제외한 것 자체는 법이나 여론조사 규정을 위반한 건 아니라는 얘기다.
공직선거법상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개최하는 토론의 후보 초청의 기준이 몇 가지 있는데 하나는 언론기관이 선거운동 개시일 전 한 달간 실시해 공표한 여론조사 결과의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인 후보자다.
여기서 언론기관의 범위는 지상파 방송사와 보도전문채널, 전국을 보급지역으로 하는 일간 신문사로 국한된다.
인터넷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등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이 기간 선관위 규칙에서 정한 언론기관의 여론조사에 허 후보가 1번이라도 포함될 경우 해당 여론조사의 결과를 집계해 평균 낸 지지율이 5%를 넘으면 중앙선관위 주최 토론회의 초청대상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허경제 후보가 가장 피 튀기며 주장하는 것은 여론조사 대상에 자기를 넣어달라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1% 이상의 지지율이 나오는 사람은 의무적으로 넣어줘야 합니다. 동의하십니까, 기자 양반들?”
기자들은 엉거주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좌우로 표 나게 돌리는 기자는 한 명도 없었다.
허 후보는 힘주어 계속 말했다.
“그런데 여론조사 방식도 문제입니다. 지금 1번이 누구고 2번이 누굽니까?”
갑자기 훅 들어온 질문에 기자들은 멈칫했지만 얘기하는 기자가 있었다.
“1번 이정명 후보, 2번 윤정열 후보 아닙니까?”
“그 순서, 누가 정한 겁니까?”
기자는 잠시 헷갈려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그거 의석수대로 정한 거 아닙니까?”
“지금 후보들이 기호를 부여받았습니까? 선관위에서 부여한 겁니까?”
생각해보니 그건 아니었다.
“그런데 왜 하나 같이 1번 이정명 2번 윤정열 3번 안철순 이러는 겁니까? 가물에 콩 나지만 저를 포함시킨 조사에서 저는 저 뒤에 9번, 10번인데 그러면 전화받는 분들이 끝까지 들을 수 있겠습니까?”
듣고 보니 일리 있는 지적 같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자는 걸까.
“추첨을 해야 합니다. 기호의 순서가 무슨 고정이 되어 있다는 게 말이 됩니까? 조사를 할 때마다 그 기관에서 대상 후보들을 놓고 추첨을 해야 합니다. 이정명 후보가 3번이 되기도 하고 안철순 후보가 1번이 되어야 공정한 조사가 되지 않겠습니까?”
기자들은 추첨제로 해야 한다는 논리에 대해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허 후보는 미소를 지으며 마이크를 힘껏 움켜쥐었다.
“아니면 윤번제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1번에 배정된 후보는 내일은 2번이 되고, 그 다음번 조사에서는 3번이 되면 누가 뭐라 합니까?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같은 군소 후보들은 매번 피해를 당하지 않겠습니까?”
2022년 1월 27일 현재,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도전장을 내고 활동 중인 예비 후보들은 전체 26명이다.
26일까지는 27명이었는데 27일 손학교 대표가 후보 사퇴 기자회견을 했다.
하지만, 여론조사에서 조사 대상에 포함되는 후보들은 이정명, 윤정열, 박종원, 안철순, 심상순 후보가 거의 붙박이이고 가끔 김동인 후보가 포함되는 정도인 것이다.
그러니 유권자들에게 20명 정도의 예비 후보들은 선택의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을 허경제 후보는 질타한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방치했고 여론조사기관은 마음대로 하고 있는 게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의 불공정한 현실입니다!”라며 사자후를 토했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었고, 현재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20여 일밖에 안 남았으니 남은 기간이라도 공식 여론조사에 포함되어 5%의 지지율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
.
.
1월 27일 목요일. D-41.
대법원에서 조국기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순 교수에 대한 판결이 나왔다.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 유죄라는 마침표를 찍었다.
대법원 판결에 관한 입장은 극명하게 갈렸다.
민지당은 무리한 결론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심은 정당한 판결이라는 입장이었다.
박종원 후보는 박종원 작가가 대화를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이 있겠죠?’
- 어느 정도는 영향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법 감정이 예전 같지 않아서 표로 실제로 어떻게 연결이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하긴, 제가 봐도 정경순 교수의 표창장 위조가 사실이라 하면, 김건휘 씨의 학력 경력 위변조는 더 어마어마한 범죄 아닌가요?’
- 지당하신 말씀이죠. 제가 국민들의 법 감정 말씀드린 게 바로 이 부분이에요. 국민들이 볼 때 양쪽이 보일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근데 대선후보 토론이 계속 난맥상이네요. 법원이 가처분 금지를 받아들였는데 국민의심이 계속 양자 토론을 하자고 한다면서요?“
그랬다.
국민의심은 방송사 주최 토론에 대해 하면 안 된다고 한 것이니 유튜브 중계로 양자 토론을 1월 31일 하자는 거고, 5자 토론은 나중에 하자고 했다.
초기에는 토론을 기피하는 이미지를 줘온 윤정열 후보 쪽에서는 이상하게 이정명 후보와의 토론만 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물론 윤정열 후보 쪽에서는 치고 올라오는 안철순 후보를 게임판에 포함시켜주기가 반갑지 않아서 그런 것이리라.
- 그러게요. 윤정열 후보 쪽에서는 이정명 후보 한 사람만 패는 게 선거전략에 유효하다고 생각한 거 같네요.
’저야 뭐 어떤 후보들하고 붙어도 상관없지만, 윤정열 후보 하는 전략이 은근히 기분 나쁘네요. 하하하. 뭐 그래도 공식 토론에서야 최소 3번은 만나겠지만요.‘
그렇게, 다시 주말을 향해 한 주가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