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킹메이커> 주연, 심야식당을 찾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결국 양자 토론은 무산됐다.
민지당과 국민의심은 1월 31일 저녁에 하는 것으로 예정하고 토론 방식을 놓고 협상했지만, 결국 합의하지 못했다.
양자 토론이 열리는 것에 강력하게 항의하며 철야 농성을 한 안철순 후보와 심상순 후보는 머쓱해하며 ‘사필귀정’을 외쳤다.
자료를 지참하느냐 여부가 관건이었다.
민지당에서는 대선 후보들이 토론을 하는데 무슨 자료를 보면서 하느냐, 평소의 실력을 그대로 보여주자는 입장이었고, 범죄 혐의에 관한 한 명확한 증거들을 보여주면서 토론을 해야 한다는 국민의심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박국민 민지당 의원 - 토론 날짜와 시간, 양자 토론을 5자 토론 전에 먼저 하는 것, 주제 없이 자유토론으로 한다는 것 등 국민의심에서 요구한 건 다 받아들였습니다. 단지 하나, 대선 후보들이 토론을 한다는 건 정책과 철학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 후보인지를 국민들이 보게 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 의미에서 자료 없이 토론하자고 한 것뿐입니다.
성일중 국민의심 의원 - 정책 관련 토론은 얼마든지 자료 없이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범죄 혐의에 관련한 주제는 그동안 이정명 후보가 하도 말을 바꾸고 거짓말을 해왔지 않습니까.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면서 토론을 해야 진전이 있지 않을까요.
박종원 후보는 캠프에서 선대위 황규익 작가, 박태영 의장과 함께 저녁 일정 등을 놓고 회의 중이었다.
하지만, 세 사람의 대화는 민지당과 국민의심의 양자 토론 무산에 대한 분석이 먼저였다.
박 후보는 협상이 결렬된 게 도저히 이해가지 않았다.
“이번에 양당 토론이 무산이 된 과정은 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어요. 자료 지참 여부가 그렇게 도저히 양보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것이었을까요? 그 얘기는 이정명 후보는 윤정열 후보가 자료를 가지고 나온다는 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는 거겠고요, 윤정열 후보는 자료 없이는 토론을 할 자신이 없다는 거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태영 의장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든 토론이나 협상을 하려면 먼저 정의를 내리고 나서 그다음 수순으로 가야 할 텐데요, 두 당이 생각하는 양자 토론의 정의가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지더라고요. 애초에 양자 토론에 더 적극적이었던 당은 국민의심이었어요. 뭘 노린 걸까요?”
황규익 작가가 진지한 표정을 했다.
“저도 국민의심이 굳이 양자 토론을 먼저 해야 5자 토론에 임하겠다고 한 게 이상하더라고요. 양자 토론은 이정명 후보만 상대하는 거고, 5자 토론은 박 후보는 물론이고 안철순 후보나 심상순 후보를 상대하는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 윤정열 후보는 일단 이정명 후보를 누르고 싶어 한 거예요. 왜 그랬을까요?”
박 후보가 받았다.
“검사 출신이니까? 이정명 후보를 피의자로 상정한다?”
두 사람은 함께 ‘빙고’를 내뱉었다.
“저도 그렇게 봅니다. 그동안 윤정열 후보가 토론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았잖아요. 근데 유독 이정명 후보하고 하는 양자 토론에는 달랐단 말이에요. 게다가 대정동 이슈 관련한 자료를 지참해야 한다는 거잖아요. 범죄 혐의라고 공개적으로 얘기했고요. 만약 자료 지참하자는 걸 이정명 후보 받지 않으면 진짜 무슨 불리한 게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줄 수 있을 거라는 계산 같습니다.”
황규익 작가의 생각에 박태영 의장이 의견을 보탰다.
“반면에 이정명 후보는 왜 끝까지 자료 없이 나와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걸까요? 윤정열 후보는 자료 없이는 토론도 못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부각할 생각이었겠죠.”
박종원 후보가 일어나서 창가 쪽으로 갔다. 팔짱을 낀 채 창밖을 봤다.
“이렇게 가정해볼까요. 이정명 후보가 자료 지참을 받아들였다면 양자 토론은 성사가 됐을까요? 혹은 윤정열 후보가 자료 미 지참을 받아들였다면 마찬가지로 성사됐을까요?”
박 후보의 가정대로 만약 자료 지참하는 양자 토론이 되었다면 어떤 그림이 펼쳐졌을까.
대정동 관련 토론을 하면서 윤정열 후보는 특정한 자료를 보여주면서 이정명 후보에게 대답을 해보라고 다그쳤을 것이고, 이정명 후보는 대응을 잘하거나 잘하지 못하거나 였을 것이다.
문제는 윤정열 후보가 어떤 자료를 들고 나올 것이냐 일 텐데, 아마도 이정명 후보는 그 점이 불안했을 것이다. 자료의 신빙성 여부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정명 후보가 볼 때 윤정열 후보가 제시하는 자료가 온전히 진실된 자료라고 어찌 믿을 수 있을 것인가.
지난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민의심 국회의원이 이정명 후보와 관련이 있다는 한 조폭의 편지와 사진을 보여주며 공격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편지와 사진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그런 걸 보면 이정명 후보의 판단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반대로 윤정열 후보가 그래, 자료 없이 토론합시다, 하고 나갔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아마도 이정명 후보의 현란한 말솜씨가 펼쳐졌을 거고 윤정열 후보는 몇 차례 당황해하는 장면이 연출됐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윤정열 후보 쪽에서 자료를 가져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고집한 걸 보면 양자 토론을 할 때 제시할 자료에 자신감이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결국, 자료 지참 여부는 자료의 진실성에 대해 서로 믿지 못한다는 걸 드러낸 것이다. 그러니 토론이 성사될 수 없었다.
“정말 쉽지 않네요. 양자 토론의 방식을 합의하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데, 2월 4일 예정인 5자 토론은 무난하게 열릴 수 있을까요?”
박 후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물론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하는 5자 토론은 아니니까 사전 협상 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진통은 있겠지요. 근데 이번에도 자료 지참 여부가 이슈가 될지 모르겠네요. 국민의심이 5자 토론에도 자료 지참하자고 나오면 박 후보님은 어쩌시겠어요?”
“방금 들어온 소식인데요, 이번엔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가 자료 없이 토론하자고 제안했다네요.”
“글쎄요, 저는 자료가 있어도 상관없고 없어도 상관없는데요. 제가 어떤 스탠스를 취하는 게 좋을까요?”
황규익 작가가 스마트폰을 켰다.
사무실 모니터에 유튜브가 떴고, 2017년 있었던 제19대 대통령 후보 토론회 장면이 나타났다.
“지난 대통령 선거 토론을 보면 되겠죠. jpbc에서 주관해서 한 토론인데요, 5명이니까 딱 5자 토론이네요. 지금 보시면 각 후보들이 아래쪽을 힐끗힐끗 보긴 하는데요, 부감 샷을 보면요... 무슨 자료라고 할 만한 건 보이진 않네요. 핵심적인 것들만 모아놓은 일종의 커닝 페이퍼 같아 보이는데요?”
박태영 의장도 모니터를 주시했다.
“저 정도면 자료를 지참했다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거 같네요. 아마도 다른 후보들은 메모를 하기 위해 A4 몇 장 정도 놓고 있는데 한 후보만 산처럼 자료를 쌓아놓고 토론한다면 좀 모양 빠지겠죠.”
“윤정열 후보도 국민의심 경선을 10여 차례나 했는데 자료 지참 논란은 없었잖아요. 이번에 이정명 후보하고 단 둘이 할 때만 그런 거 보면 뭔가 있어 보이긴 하네요.”
“커피 좀 내릴게요. 차근차근 얘기하시죠.”
박종원 후보가 드립 커피를 내릴 준비에 들어갔다.
황규익 작가의 눈에 박종원 후보는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천하태평인 그였다.
“근데 이따 심야식당에 그분들이 오신다는 게 진짜예요?”
박태영 의장도 “맞아, 저도 들었어요. 대~~~박입니다. 저도 이따 구석에 있어도 되겠죠?”
박 후보가 커피를 내리며 환하게 웃었다.
“그러게요, 혹시나 해서 연락을 드렸는데 흔쾌히 오시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막걸리를 필수로 준비해야겠어요. 영화만큼은 아니어도 그분들하고 얘기하려면 막걸리가 빠져선 안 되죠. 두 분도 영화는 보셨죠?”
영화 <킹메이커>를 말하는 거다.
월요일 저녁 예정된 박종원의 심야식당의 초대 손님으로 <킹메이커>의 주연 설경규와 이선견이 오기로 했다. 사전 스케줄이 있는 변성훈 감독은 끝나는 대로 합류하기로 했다.
지난번 VIP 시사회를 갔을 때 만난 이선견 배우가 박종원 후보에게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던 것이 이번에 주효했다.
이선견 배우와 박종원 후보의 인연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의 아줌마>라는 드라마를 앞두고 극 중 술집에 관한 자문을 박종원 후보가 한 것이다.
당시 드라마 촬영을 하며 박종원 후보와 배우들은 촬영을 마친 술집에서 자주 뭉쳤고, 이선견
배우는 박종원 후보와 사적인 얘기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어우 그럼요, 형님. 꼭 대선 후보로서가 아니라 저희 영화 홍보 때문에 나가는 거라니까요. 경규 형님도 종원 형님 전부터 되게 보고 싶어 하셨어요. 감독님도 오신다니까 꼭 봬요.”
“그래, 고마워 선견아.”
그렇게 해서 박종원의 심야식당에 톱스타 설경규와 이선견이 출연하기로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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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 박종원의 심야식당 스튜디오.
유튜브 생중계 불이 들어왔고, 주방에 박종원 후보가, 바 한쪽에는 황규익 작가와 박태영 의장이 두근거리는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박종원 후보가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봤다.
“박종원의 심야식당,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오늘은 예고해드린 대로... 가 아니죠. 오늘 아침에 갑작스럽게 결정이 돼서요, 예고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특별한 손님들이 오시기로 했습니다.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지금 6시 조금 넘었으니까 조금 있으면 오시겠네요.”
모니터에는 ‘누가 오시는데요?’ “우와~ 누굴까요?‘ 의 댓글들이 빠르게 올라왔다.
박종원 후보는 분주하게 음식 준비에 들어갔는데, 순간 황규익 작가와 박태영 의장의 한 톤 높은 소리가 들렸다.
”어? 오셨는데요?“
모니터에는 남자로 보이는 발이 보였고, 이윽고 스튜디오의 문이 열렸다.
”여기가... 무릎이 닿기도 전에... 둘이 먹다 한 사람 죽을지도 모른다는 박종원의 심야식당이 맞나요?“
배우 이선견이 활짝 웃고 있었다.
”사장님, 저도 왔습니다.“
이선견 뒤에서 배우 설경규가 나타났다.
박종원 후보가 환하게 웃으며 주방 안에서 주먹을 내밀었다. 이선견 배우와 설경규 배우가 주먹을 맞댔다. 황규익 작가와 박태영 의장은 손을 흔들고 꾸벅 인사를 했다.
”앉으세요, 편한 자리에.“
”지금 유튜브로 나가고 있는 거죠?“
”그럼요. 어느 자리에 앉으셔도 잘 잡히니까요 앉으시면 됩니다.“
이선견과 설경규가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았다.
”여러분, 깜짝 놀라셨죠? 설경규 배우하고 이선견 배우가 저희 심야식당을 찾아주셨습니다. 지금 두 분이 활약하고 있는 영화 <킹메이커>가 개봉 중입니다. 아직 안 보신 분 계시면 내일 꼭 보시기 바랍니다. 재미있습니다.“
”맞아요, 진짜 재미있어요.“
황 작가도 거들었다.
”자, 지금 영화 홍보로도 한창 바쁘실 두 분이 여기에 왜 오셨을까요...“
두 배우가 미소를 지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