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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작가 May 19. 2022

53화. 홍어삼합과 배우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당연히 영화 홍보하려고 온 거죠.”


  일동 웃음.


  “요즘 박종원 후보님 주변에 있으면 저절로 홍보된다는 소문이 있던데, 아닙니까?”


  설경규 배우가 너스레를 떨었다.


  “얘기 잘하셨어요, 우리 영화 <킹메이커>가 코로나 시국이라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왔습니다. 이따 감독님도 오실 거예요. 근데, 지금 이 자리가 박종원의 심야식당이라고 들었는데, 뭘 어떻게 하면 되는 거예요?”


  이선견 배우가 묻자 황규익 작가가 나섰다.


  “그냥 편하게 음식 드시면서 아무 말 대잔치 하시면 됩니다. 물론 박 후보님은 대선 얘기 주로 하실 테고, 두 배우님들은 영화 얘기하시면 되겠죠?”


  박태영 의장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근데 영화가 대선 얘기, 정치 얘기 아닌가요?”


  일동 웃음.


  그 와중에도 박종원 후보는 주방 안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본 이선견 배우가 고개를 들었다.


  “형님은 도대체 뭘 해주시려고 그렇게 바쁘세요?”


  황규익 작가가 아는 체했다.


  “제가 살짝 들었는데 영화하고 관련이 있는 메뉴를 준비하신다고 했어요.”


  설경규 배우가 침을 꼴깍하며 젓가락을 잡았다.


  “이야~ 어떤 음식이 나올지 정말 기대되는데요?”


  "가만, 영화에서 우리가 뭐 먹었더라."


  잠시 후, 박종원 후보가 접시 몇 개를 바 위에 올렸다.


  “자, 조촐하지만 드실 음식 나왔습니다. 황 작가님이 조금 도와주시겠어요?”


  황규익 작가가 익숙한 동작으로 큰 접시에서 개인용 접시로 음식들을 날랐다.


  메뉴는 홍어삼합과 막걸리였다. 영화에서 전라도를 지역 기반으로 하는 김운범이 자주 먹은 음식이다.


  설경규 배우가 눈이 동그래졌다.


  “이야~ 홍어삼합! 이거 다시 영화 촬영하는 거 같은데요? 잘 먹겠습니다.”


  이선견 배우도 자기 앞에 놓인 홍어를 황홀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사실 전 그동안 홍어 거의 안 먹었거든요. 아시잖아요, 홍어가 하드코어인 거. 근데 이번에 영화 촬영하면서 먹게 됐는데, 고비 하나 넘기니까 와우~ 이거, 죽이던데요? 이런 음식을 왜 그동안 선입견을 가졌을까 후회되더라고요.”


  설경규 배우의 시선이 박 후보 앞에 놓인 주전자로 향했다.


  "박 후보님, 그 주전자는 혹시...?"


  "역시 놓치지 않으시네요."


  박 후보가 주전자를 번쩍 들었다.


  “자, 이건 제가 집에서 담근 막걸리인데요, 맛 좀 보시겠어요?”


  두 배우는 화들짝 놀라며 서로 잔을 주전자 앞으로 대령했다.


  “집에서 직접 담근 막걸리라고요? 이거 영광입니다.”


  두 배우의 잔에 따르고, 박 후보는 황 작가와 박 의장의 잔에도 따랐고, 이선견 배우가 일어나 주전자를 잡고 박종원 후보의 잔에 막걸리를 따랐다.


  박 후보가 잔을 위로 들었고, 나머지 네 사람도 잔을 위로 들었다. 박 후보가 건배사를 시작했다.


  “자, 영화 <킹메이커>의 주연 설경규 배우와 이선견 배우가 심야식당을 찾아주셨습니다. 영화 얘기, 선거 얘기 편하게 하고요, 시청자 분들도 여기 두 배우님들께 묻고 싶은 거 있으면 댓글 올려주시면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대답해주시겠다는 약속을 받... 진 않았지만!”


  일동 웃음.


  “얼마든지 대답해주실 거로 믿고, 심야식당 진행하겠습니다. 자, 그럼 영화 <킹메이커>와!”


  “박종원 후보님을...”


  “잠깐만요!”


  문이 꽈당 열렸고, 허겁지겁 들어온 이가 있었으니, 바로 영화를 만든 감독 변성훈이었다.


  “헉헉헉, 그래도 건배는 같이 하셔야죠. 안녕하세요, <킹메이커> 감독 변성훈입니다.”


  박종원 후보가 재빠르게 주먹을 맞추고 자리로 안내했다.


  “변 감독님 일단 자리 잡으시고요 일단 건배부터 할까요?”


  박종원 후보, 황규익 작가, 박태영 의장, 설경규 배우, 이선견 배우와 변성훈 감독은 파이팅 넘치게 건배했다. 여섯 명은 모두가 원샷을 했고 자리에 앉았다. 박 후보가 주방 쪽에 섰다.


  “드디어 <킹메이커> 완전체가 모였네요. 변 감독님, 무지 바쁘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변 감독이 자리에 앉았다.


  “아닙니다. 무려 대선 후보께서 우리 영화 얘기 같이 하신다는데 당연히 와야죠. 근데 저희 영화 어떻게 보셨습니까?”


  “제가 살아오면서 영화를 그래도 꽤 봤는데요, <킹메이커>처럼 감정 이입하면서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김운범 후보였죠? 제가 김운범이라고 대입을 하니까 영화를 보는 내내 두근두근하더라고요.”


  “형님, 너무 감정 이입하신 거 아니에요?”


  이선균 배우가 장난을 쳤다.


  “저를 영입하실 생각 없으세요? 지금 3위잖아요. 저를 영입하면 제가 바로 1위로 만들 자신 있는데요?”


  “왜, 와이셔츠랑 고무신 돌리려고?”


  일동 웃음.


  영화 <킹메이커>는 1971년 대통령 선거에서 신민당의 40대 후보로 나선 김대중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다.


  무게중심이 더 가 있는 쪽은 킹메이커이자 그림자로 불리었던 실존 인물 엄창록이라는 사람인데, 이선견 배우가 연기했다.


  정의를 실현하려는 목표는 같은데 그 길로 가는 과정에 대한 생각이 달라 갈등을 만들어 낸다.


  변성훈 감독이 박종원 후보를 봤다.


  “박종원 후보님은 지금 뛰고 계시는 대선에서 김운범의 길을 걷고 계시나요, 서창대의 길을 걷고 계시나요?”


  모두가 박종원 후보에게 시선을 주었다.


  “저는 김운범의 길이 조금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제가 체질상 서창대가 하는 방식은 생각 자체를 못 할 거 같아요.”


  “그래서 형님이 1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거예요!”


  이선견 배우가 웃으며 말했다.


  “물론, 저도 연기를 하긴 했지만, 엄창록이라는 인물의 삶이 궁금하더라고요.”


  여섯 사람은 다시 막걸리를 채웠고 왁자지껄하게 건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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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지당 이정명 후보와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의 양자 토론이 무산됐지만, 민지당은 새로운꿈결 김동인 후보와의 양자 토론을 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2월 2일 수요일 저녁 6시 25분부터 95분간 진행하기로 했다. 방송사는 CBC인 걸로 보아 라디오 방송사이기에 가능할 터였다.


  윤정열 후보와 초반 협상 때 이슈였던 주제 관련해서는 경제, 정치, 외교안보 분야로 나눠서 하기로 했다.


  “새로운꿈결 김동인 후보님은 합리적인 분입니다. 윤정열 후보처럼 몽니를 부리지 않아 어렵지 않게 토론을 하기로 합의했습니다.”라고 민지당 대변인이 밝혔다.


  국민의심에서는 어떤 표정을 할까 궁금했지만, 김동인 후보가 화답했다.


  “저의 지지율은 솔직히 바닥을 치고 있는 군소 후보이지만,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민지당 이정명 후보 쪽에서 저와의 양자 토론을 합의해 준 것에 감사를 표합니다. 하지만 같은 대선 후보로서 이정명 후보와 치열하게 토론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펼쳐지는 첫 대선 후보 토론이고, 설 연휴가 끝나기 전에 이루어지기에 유권자들의 큰 관심을 가질 전망이다.


  아울러 5자 토론은 다음 날인 2월 3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5당은 합의했다.


  그날 펼쳐지는 그림이 토론 시점에서 34일 남겨놓은 대선의 향방을 가늠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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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박종원의 심야식당.


  황규익 작가가 세 명의 영화인에게 질문을 날렸다. 우선 가볍게 잽으로 타진했다.


  “지금 많은 분들이 지켜보고 계신데요, 전 영화배우 분들이나 감독님들에게 이게 궁금하더라고요. 할리우드 쪽 보면 선거가 다가오면 그들은 자신의 지지하는 후보라든가 정치적인 견해를 자유롭게 밝히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두 배우와 한 감독은 서로를 쳐다봤다. 누가 먼저 얘기를 할까 눈치를 보다가 변 감독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감독인 제가 먼저 얘기하는 게 낫겠죠. 전 이렇게 생각해요. 우리나라도 당연히 미국처럼 그런 분위기가 돼야 한다고요. 문제는 아직 우리나라는 여러 가지 이유로 그런 분위기가 조성이 덜 된 거 같은데요, 그래도 서서히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봅니다.”


이선견 배우가 입을 열었다.


  “저도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인데 정치에 대해, 선거에 대해 생각하는 바가 있죠. 근데 제 친한 선배 동료 배우 중에 정치적 입장을 명확하게 밝힌 분들이 있는데요, 아직도 그분들을 색안경 쓰고 보시는 분들이 많다는 거죠.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이선견 배우는 말을 마치고 설경규 배우를 바라봤다. 설 배우가 입을 열었다.


  “사실 이런 주제로 이렇게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게 아직 우리나라가 멀었다는 거겠죠. 근데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기생충>이 아카데미를 흔들고, 케이팝이니 케이드라마가 이렇게 세계를 뒤흔들 수 있게 된 건, 대한민국이 민주화됐기 때문입니다. 그게 참 크다고 봅니다. 최소한 영화를 만드는데 못할 얘기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엔 박태영 의장이 스트레이트를 뻗었다.


  “그래서 세 분은 이번 대선에서 어떤 후보를 지지합니까?”


  세 사람은 잠시 말이 없었다. 변 감독이 나섰다.


  “여기 두 배우님은 가만히 계시고요, 저는 말씀드릴 수 있어요. 저는 이번 대선에서 민지당 이정명 후보를 지지하고 있어요. 이유도 말씀드릴까요?”


  박종원 후보가 막걸리를 채웠다.


  “역시 변 감독님이네요. 아주 훌륭하십니다. 이정명 후보를 지지하신다는 그 의견을 저도 지지합니다.”


  박태영 의장도 잔을 들었다.


  “저도 전폭적으로 지지합니다.”


  이선견 배우와 설경규 배우도 잔을 들었다.


  “저도 감독님의 생각을 지지합니다.”


  “저는 3월 9일 대통령 선거의 결과가 나오면 어느 후보를 찍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이기는 쪽?”


  으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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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일 화요일. D-36. 설 날 당일.


  박종원 후보는 부인 소무진과 집의 거실에서 한복을 입고 절을 했다.


  “국민 여러분, 새해가 밝았습니다. 코로나19 3년 차에 많이 힘드시겠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오미크론만 잘 극복하면 연말 즈음이면 일상으로의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합니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우리 모두가 철저한 방역을 생활화하고, 백신 접종을 해야 할 것입니다. 저도 있는 힘껏 케이방역의 성공을 위해 뛰겠습니다. 올해는 3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6월에는 전국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선거입니다. 꼭 투표를 하셔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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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오후 서울아산병원 장례식당.


  박종원 후보가 검은 양복 차림으로 들어갔다. 카메라를 앞세운 기자들이 빈소 앞에 대기하다 박 후보를 보고 몰려갔다.


  “박종원 후보님, 어떻게 오신 겁니까?”


  박 후보는 기자들 앞에 멈췄다.


  “허준 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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