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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작가 May 20. 2022

54화. 대선후보 5자 토론 하루 전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허준 님은 같은 프로그램에서 뵌 적은 없지만, 같은 날 녹화를 할 때 자주 뵀습니다. 옆 스튜디오에서 녹화하다가 쉬러 나올 때면 항상 흡연실에 계시는 걸 봤거든요. 그럼 가서 좀 줄이시라고 말씀도 드렸고요. 그럴 때마다 자기는 건강은 이상 없다고 하셨는데... 그동안 말씀하시느라 많이 힘드셨을 테니까 이제 편히 쉬시기를 기원합니다.”


  허준 MC는 대표적인 국민 MC라 할 수 있는 분이다.


  1971년, 전설의 민영 방송사 TBC ‘7대 가수쇼’의 MC로 데뷔해 ‘가족예능관’이라는 KBC의 대표적인 오락 게임 프로그램만 26년이나 쉬지 않고 진행했다.


  “몇 대 몇!”을 외치며 출연자들과 시청자들을 쥐락펴락했던 진행 솜씨는 수많은 후배 진행자들의 롤 모델이었다.


  마지막으로 출연했던 프로그램은 작년 11월에 방송된 KBC '불후의 띵곡 - 전설의 명 MC 특집‘이었다.


  간암으로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주변에 전혀 알리지 않고 웃으며 살았다는 얘기에 많은 동료 선후배들이 가슴 아파했다.


  박종원 후보는 장례식장으로 조용히 들어가 조의금을 낸 다음 예를 갖추고 절을 한 후에 식사자리에 끼지 않고 그대로 나왔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이어졌지만, 답하지 않고 죄송하다는 인사와 함께 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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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일 0시 50분. D-35.


  박종원 캠프 사옥 3층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린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8차전에서 대한민국이 시리아를 2대 0으로 이겨 남은 경기의 승패와 상관없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결정지은 것이다.


  박종원 후보는 황규익 작가, 박태영 의장, 정지무 대표, 오상일 피디와 함께 밤 11시부터 함께 경기를 봤다.


  수비수 김진수가 첫 번째 골을 넣었고, 미드필더 권창훈이 호쾌한 중거리슛으로 두 번째 골을 넣었다.


  다섯 명은 서로 얼싸안으며 좋아했다.


  0시 50분, 종료 휘슬이 울렸고, 대한민국 축구는 또 한 번의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이야~ 지금까지 이렇게 경우의 수를 따지지 않고 월드컵 본선에 들어간 적이 있었나요?”


  황규익 작가가 감동에 젖은 표정으로 말했다.


  “정말 그러네요. 월드컵 본선에 들어가느냐 마느냐 놓고 다른 조 경기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가 늘 긴장하면서 체크했잖아요. 온 국민 확률 게임에 몰두했잖아요. 경우의 수 1안, 2안, 3안 하면서요.”


  정지무 대표도 감격한 건 마지막이었다.


  “저는 그동안 제가 경기를 보면 언제나 졌거든요. 그래서 이번에도 안 보려고 했는데... 제 징크스가 깨져서 더 좋네요.”


  오상일 피디도 의미 부여를 아낌없이 했다.


  박태영 의장도 평가에 가세했다.


  “이렇게 되면 대한민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건 10회 연속인데요, 이런 기록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몇 개나 될 거 같아요?”


  박종원 후보가 호기심 천국의 표정으로 손가락을 꼽으며 헤아리기 시작했다.


  “10회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에 나간 나라? 뭐 축구 강국들은 어지간하면 해당하지 않을까? 꼽아보자고요.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 유럽만 해도 벌써 5개국이고, 브라질 빼놓을 수 없고, 메시의 나라 아르헨티나 장난 아니죠. 아프리카도 축구 강국 많잖아요. 카메룬, 코트디부아르 같은 나라. 맞다, 호날두 포르투갈도 있겠고, 아시아는 일단 이란 들어가겠죠? 이렇게만 봐도 벌써 10개국 이상 아닐까요?”


  박태영 의장이 미소를 지었다.


  “대한민국이 올해 G7에 당당히 초대받은 거 기억하시죠? 월드컵 본선에 10회 연속 이상 진출한 나라는 이렇게 되는데요,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까지 5개 나라가 있고요, 그리고 이제 우리나라가 6번째입니다.”


  일동 경악.


  “우와! 대박! 우리나라가 6번째라고요?”


  “정말 대단하네요.”


  “박 후보님, 뭐라고 한 말씀 논평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 유튜브 중계되고 있습니다.”


  박종원 후보가 카메라를 쳐다봤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과 감독, 코치진 여러분, 박종원입니다. 경기 잘 봤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민족 최대 명절 설날에 너무도 큰 선물이 되었습니다. 일찌감치 월드컵 본선 진출을 결정해서 감사하고요,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앞으로 남은 두 경기도 좋은 모습 보여주시길 기대합니다. 단, 절대 부상당하시면 안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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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일 오전 7시. 박종원 후보 캠프 사옥 3층.


  축구 경기를 보느라 몇 시간 자지 못했지만, 박종원 후보의 아침은 박 작가와의 커피 타임을 거를 수 없었다.


  중요한 일전을 하루 앞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물론 누군가 본다면 박 후보 혼자 커피를 내리고 마시면서 혼잣말을 하는 이상한 모습일 터였다.


  여느 때처럼 박 후보의 앞쪽으로 노트북 모니터가 나타났다.


  - 드디어, 내일 첫 TV토론이네요.


  ’그러게요, 벌써 그렇게 됐네요. 그래도 토론에 대한 국민적 요청이 많아서 공식 선거운동 전에 열리게 됐어요.‘


  - 어떻게 준비하고 계세요?


  ’아무래도 제가 좀 부족한 정치 외교 분야 공부를 오늘도 열심히 해보려고요. 이따 저녁에 열릴 이정명 후보하고 김동인 후보 양자 토론도 주의 깊게 모니터 하려고요.‘


  - 네, 두 후보의 양자 토론에서는 대답도 대답이지만 상대 후보의 질문에 어떤 표정으로 답을 하느냐도 주의 깊게 보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래야겠죠. 박 작가님, 내일 5자 토론에서는 어떤 점을 제일 주의하면 될까요?‘


  - 박 후보님이 상대해야 하는 후보는 4명입니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 정이당 심상순 후보 그리고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죠. 네 분이 다 캐릭터가 확실하게 다르죠. 제가 볼 때 박 후보님에 대한 큰 공격은 안 들어올 겁니다. 오히려 서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할 것이고, 자기가 아닌 다른 후보 쪽으로 가는 걸 막으려 할 겁니다.


  ’그러면 저는 어떤 스탠스를 취하는 게 좋을까요?‘


  - 박 후보님은 현재 다섯 후보 중에서 딱 가운데 있습니다. 다만, 국정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느냐를 후보들이 물고 늘어질 텐데요, 그걸 잘 대처하시면 큰 문제없을 겁니다.


  ’오케이, 좋습니다. 모닝 티 타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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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6시 25분.


  CBC라디오 프로그램 <한편 승부>에서 최초의 대선 후보 토론이 시작됐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와 새로운꿈결 김동인 후보 간의 양자 토론이었다.


  이정명 후보와 윤정열 후보의 양자 토론이 무산되고 열린 양자 토론이기에 지상파 방송사 주관 TV토론은 아니었지만 유튜브로 얼마든지 시청할 수 있었다.


  시작되자마자 동시 접속자가 폭주했다.


  박재흥 앵커의 오프닝이 끝나고 광고가 나가는 동안 두 후보는 무척이나 화기애애했다. 댓글에도 ’분위기 좋아요‘, ’훈훈해요‘ 등의 글이 올라왔다.


  박재흥 앵커 - 자, 대선 후보 토론 이정명 후보와 김동인 후보 간의 토론 기대해봅니다. 먼저 모두 발언 들겠습니다. 사전에 진행된 추첨으로 순서를 결정했습니다. 먼저 이정명 후보 부탁할까요.


  이정명 - 요즘 대한민국이 위기라고 합니다. 위기를 이겨내는 게 실력입니다. 유능한 지도자가 되겠습니다.


  김동인 - 먼저 이러한 토론이 성사돼서 감사합니다. 네거티브를 지양하고 비전과 정책으로 토론하자고 제의했는데 이정명 후보님이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묻고 대답하겠습니다.


  박재흥 - 먼저 두 분에게 공통 질문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을까요? 자, 김동인 후보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김동인 - 3년째 지속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방역 패스의 효용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현실적인 대안을 빨리 만들었으면 합니다.


  이정명 -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 보상과 지원은 대대적인 추경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박재흥 - 자, 그럼 첫 번째 자유토론 들어가겠습니다. 경제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해주시면 됩니다.


  이후 두 사람의 토론은 불꽃 튀는 질문과 답이 이어졌고, 댓글에 가장 많이 언급된 문장은 이거였다. ’품격 있는 토론‘


  이정명 - 저는 대한민국이 빨리 저성장을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김동인 후보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동인 - 이정명 후보님은 무척 많은 공약을 발표하셨는데요, 재원은 어떻게 마련하실 건지요?


  이정명 - 저는 국가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동인 - 이정명 후보님은 부동산 대책에서 정부가 절대로 하면 안 되는 것이 있는데 뭐라고 생각하세요?


  이렇게 두 후보의 토론은 일자리, 정치, 외교 안보 등을 놓고 품격 있지만 소신과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치열하게 주장하고 설득하고자 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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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시각.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28명의 교수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현수막에는 '대선이 주술에 휘둘리고 있다!'라고 쓰여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강원동 교수가 외쳤다.


  "사이비 주술 정치 노름에 나라가 위태롭습니다. 국민들의 행복한 삶과 정신적 수준은 그에 상응하는 정치적 수준을 요구합니다. 그러한 힘을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로 하는 지금, 우리의 정치판이 주술에 휘둘리고 있어 통탄할 일입니다. 그래서 건강한 기독교 믿음을 가르치는 우리 교수들이 나섰습니다."


  여러 신학대학교에서 신학을 가르치는 교수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나온 것이다. 또 다른 교수가 앞으로 나와 성명서를 읽기 시작했다.


  "우리는 신학을 가르치는 이들로서, 2022년 3월 9일에 치러질 20대 대통령 선거에 즈음하여, 정치가와 종교인들이 주술에 휘둘리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직면하며 개탄스런 심정으로 우리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다."


  기자들이 앞에서 카메라를 돌렸고, 이 상황은 유튜브를 통해 중계되었다.


  "우리의 정치 구조는 왕정도 신정도 아니고 민주주의다. 여기서 요구되는 것은 공론의 장이고 스스로 생각하고 대화를 나누며 판단하는 맑은 정신의 힘, 이성이다. 그럼에도 주술에 예속된 채로 대선에 나가서 국정을 논하고 이끌겠다고 하는 이가 있으니 그대로 묵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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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CBC라디오 스튜디오. 동시 접속자 30만을 훌쩍 넘기며 진행된 이정명 후보와 김동인 후보의 양자 토론은 공통공약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데 합의하며 마쳤다.


  그렇게, 5명의 대선후보들이 처음으로 진검승부를 펼칠 TV토론이 하루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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