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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작가 May 21. 2022

55화. 지상파TV 대선후보토론 스타트!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2월 3일 목요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34일 남겨둔 날.


  다섯 명의 대선 후보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오후 6시까지 일체의 외부 일정을 잡지 않았다. 저녁 8시부터 시작하는 5자 TV토론 준비에 집중했다.


  박종원 후보도 아침 7시에 캠프 사옥에서 박종원 작가와의 모닝 티타임을 가지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8시부터 황규익 작가, 박태영 의장, 정영준 MC가 오기로 했기에 1시간 정도의 시간밖에 없었다.


  손가락을 까딱하여 박 작가를 콜 했다. 노트북이 모습을 드러냈고 펼쳐지며 하얀색 모니터가 나타났다. 키보드가 눌려지며 한글 자막이 쳐졌다.


  - 박 후보님, 컨디션은 어떠세요?


  ‘뭐 평소 하고 크게 다르진 않아요. 대선 TV토론이라는 게 처음으로 경험하는 거긴 하지만, 윤정열 후보도 마찬가지잖아요. 그래도 저야 임직원들하고 숱하게 미팅했고, 카메라 앞에 서는 거야 일상이니까 윤 후보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 그렇겠죠. 게다가 유머까지 장착하고 계시잖아요. 호감도도 높고요. 오늘 토론에서 눈에 띄는 실수만 하지 않으시면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대선 판도가 요동칠 겁니다.


  ‘그렇게 될까요? 저도 어디까지 나아가게 될지 저도 모르겠네요. 뭐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끝까지 가보죠.


  - 오늘 저도 잘 보겠습니다. 그럼.


  노트북이 닫히고 사라졌다.


  알 수 없는 기분에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던 박종원 후보는 뭔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져 눈을 뜨며 고개를 돌렸다.


  으악!!!


  황규익 작가와 박태영 의장, 정영준 MC가 나란히 서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어, 언제 오셨어요?”


  셋이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


  “벌써 연습하시나 봐요. 끝까지 가보겠다고 하는 말을 들었는데 각오가 완전히 느껴지던데요?”


  박 후보는 흠칫했지만, 노트북과 대화하는 모습을 본 건 아닌 것 같아 안심해하며 웃었다.


  “그럼요, 끝까지 가야죠. 특히 오늘 토론은 정말 끝까지 제대로 해보려고요.”


  박태영 의장이 주먹을 쥐었다.


  “그럼요. 저도 힘닿는 데까지 도와드릴게요.”


  검정 선글라스를 한 MC 정영준도 두 주먹을 쥐며 앞으로 내밀었다.


  저녁에 있을 대선후보 TV토론 스튜디오에는 한 후보에 세 명만 들어갈 수 있다.


  박종원 후보가 심혈을 기울여 도움을 청한 세 명이 이들이다. 황규익 작가에게는 토론을 할 때의 마인드를, 박태영 의장에게는 토론 이슈에서의 품격을, 정영준 MC에게는 토론 기술을 도움받았다.

 

  “그럼 한 번 해볼까요?”


  네 명은 반원의 형태로 자리를 잡고 섰다.


  정영준이 진행자의 역할을 맡아 토론 시뮬레이션에 들어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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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만 명을 돌파한 후, 2월 3일부터 새로운 검사 체계가 전국적으로 시행됐다.


  지금까지는 PCR 검사를 원하는 누구나 선별 진료소에 가면 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만 60세 이상의 어르신 혹은 밀접접촉자, 요양시설 근무자 등의 고위험군만 받을 수 있게 된다.


  검사를 원하는 사람은 전문가 앞에서 스스로 하는 신속항원검사를 받게 되고, 15분 후에 나오는 결과에서 양성이 나오는 사람만 PCR 검사를 받게 된다. 또한 동네병원들도 검사와 치료에 함께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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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 6시.

  박종원 후보와 황규익 작가, 박태영 의장, 정영준 MC는 함께 차를 타고 kbc 방송사로 향했다.


  차 안의 네 사람은 마치 소풍을 가는 것 같은 표정으로 룰루랄라 휘파람을 불었다. 운전대를 잡은 박태영 의장이 룸밀러로 보이는 박종원 후보를 힐끗 봤다.


  “박 후보님은 전혀 안 떠시네요. 무슨 야유회 가시는 거 같은 분위긴데요?”


  박 후보는 씨익 웃었다.


  “설마요. 솔직히 안 떨리는 건 아닌데요, 그냥 방송사에서 하는 전국 프랜차이즈 협회 미팅 가는 거라고 마인드 컨트롤하고 있어요. 전국 곳곳에서 짱짱한 식당 운영하고 있는 사장님들이 모이는 거죠. 이정명 후보는 경기도에서 구내식당으로 석권하신 분이고요, 윤정열 후보는 충청도에서 짜장면 짬뽕으로 일가를 이룬 분이고, 심상순 후보는 돼지갈비로 대박을 터트린 여사장님이고요, 안철순 후보는 프랑스 요리로 미슐랭 별 셋을 받은 식당 대표님이신 거죠.”


  황규익 작가가 물었다.


  “박 후보님은 어떤 식당 사장님으로 설정하신 거죠?”


  “저는 삼겹살과 쌈밥집이죠. 그거로 서울을 주름잡고 있는 CEO죠.”


  차 안은 웃음으로 가득했다.


  정영준 MC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했다.


  “그럼 오늘 협회 미팅의 안건은 뭐죠?”


  “대한민국의 대표 메뉴를 가리는 미팅이에요.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이 있는 거고요. 토론을 통해서 서로 내가 하는 식당이 최고다, 내가 만드는 메뉴가 최고다를 주장하고, 시민들이 투표를 통해서 대표 메뉴를 결정하는 거예요.”


  “그럼 후보님이 이기겠네요. 한국은 역시 삼겹살하고 쌈밥 아니겠습니까?”


  박 후보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죠. 저를 나락에서 일으켜 세운 메뉴기도 하고요. 쌈밥 하고 삼겹살이면 무서울 게 없죠! 제가 가서 구내식당, 짜장면, 돼지갈비, 프랑스 요리 다 물리치겠습니다!”


  웃고 떠드는 사이에 차는 kbc 방송사에 도착했고 본관 쪽 정문으로 들어갔다.


  박태영 의장이 눈을 크게 떴다.


  “우와~ 이게 뭐야~”


  대선 후보들이 공식적으로 최초로 하는 지상파 TV의 5자 토론이어서인지 입구에서부터 레드카펫이 깔려 있었고, 남녀 아나운서들이 맞이했다.


  kbc의 시사 프로그램 <정치할까요?>에서 토론이 시작되기까지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담고 있었다.


  박종원 후보는 차에서 바로 내리지 못하고 대기해야 했다. 큐! 싸인이 떨어져야 차 문을 열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거야?”


  다들 웃음 지으며 차 안에서 기다렸고, 잠시 후 조연출로 보이는 여성의 수신호에 따라 박 후보는 차 문을 열었다.


  남녀 아나운서로 보이는 이들이 박 후보 앞으로 다가왔다.


  “박종원 후보가 가장 먼저 도착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박 후보님.”


  “네, 안녕하세요. 박종원입니다. 지금 긴장감을 조금이라도 풀어주시려고 이렇게 준비하신 거죠?”


  남자 아나운서가 받았다.


  “역시 방송을 아시는 후보답네요. 박종원 후보님 오늘 가장 경계하는 후보가 누구일까요?”


  “모든 후보님들이 다 강력하신 분들이죠. 저는 겸손하게, 정치 신인다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자 아나운서가 길을 안내했다.


  “네, 계단으로 올라가시면 되겠습니다.”


  박종원 후보는 레드카펫을 밟고 계단을 올라갔다. 황규익 작가와 박태영 의장, 정영준 MC가 박 후보의 뒤를 따랐다.


  아나운서의 중계 멘트가 들려왔다.


  “네, 오늘 토론이 열리는 스튜디오 안에는 각 후보 별로 딱 세 명의 배석자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지금 보면 박종원 후보의 배석자 분들로 황규익 작가, 박태영 의장, 정영준 MC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쟁쟁하신 분들입니다.”


  “박종원 후보가 가장 먼저 스튜디오로 들어가셨고요, 이제 어떤 후보가 올까요. 네, 민지당 이정명 후보 도착하셨습니다. 뒤를 이어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도 모습을 나타내셨습니다. 이정명 후보는 여유가 있는 표정입니다. 윤정열 후보와는 양자 토론을 시도했으나 자료 지참 문제로 무산된 적 있습니다. 오늘 토론에서 아마도 가장 많은 대결 구도를 형성하지 않을까 하는 두 후보인데요.”


  “윤정열 후보는 오늘 자료를 들고 오셨을까 궁금해지는데요, 지금 손에 자료가 좀 들려 있나요?”


  남자 아나운서가 윤정열 후보에게 다가갔다.


  “윤정열 후보님, 오늘 자료는 가지고 들어가십니까? 가지고 들어가신다면 어느 정도의 자료죠?”


  윤정열 후보가 멈춰 섰다.


  “당연히 핵심 자료는 들고 들어갑니다. 그럼 토론에 입만 가지고 가겠습니까? 자료도 없이 토론을 한다는 사람은 같잖습니다.”


  윤 후보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이윽고 초록색 재킷을 입은 심상순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고, 회색 슈트 차림의 안철순 후보도 다가왔다.


  “네, 바로 심상순 후보와 안철순 후보가 들어오시고 계십니다. 두 후보님, 오늘 토론 파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심 후보는 목례를 하고 아나운서 앞을 지나갔고, 안 후보는 주먹을 쥐고 스쳐 지나갔다.


  “네, 이렇게 해서 오늘 대선 토론에 참여하는 다섯 분의 후보들이 모두 스튜디오로 들어갔습니다.”


  “지금 시간 7시 30분인데요, 이제 30분 후면 지상파 3사가 주관하는 대선후보 초청 TV토론이 개최되겠습니다. 네, 지금 말씀드리는 순간 오늘 토론의 진행을 맡은 정용관 교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교수님, 오늘 진행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실 건가요?”


  정용관 교수가 아나운서 앞에 멈췄다.


  “죄송합니다. 시간이 없어서요.” 하고 바로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아나운서가 스튜디오로 향했다.


  “네, 그럼 저희도 잠시 스튜디오로 들어가서 현장 분위기 전하겠습니다.”


  대선 토론이 이루어질 스튜디오는 긴장감이 돌고 있었다.


  반원형의 단상 5개가 세워져 있었고, 왼쪽부터 심상순 후보, 이정명 후보, 박종원 후보, 윤정열 후보, 안철순 후보가 서 있었다.


  맞은편에는 정용관 교수가 앉아 후보들에게 진행 사항에 대해 얘기했다.


  “자, 후보님들, 이 자리에 오시기까지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물론, 아직 34일이나 남았으니까 앞으로 하실 일들이 많으시겠지만, 오늘 토론은 국민 여러분에게 처음으로 다섯 분이 선보이는 자리니까 이점 한 가지만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간단하지만 몇 가지 룰이 있습니다. 룰만 잘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나머지는 알아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씀 하시면 되겠습니다. 또, 혹여 토론에 열중하신 나머지 룰에서 벗어나는 상황이 생기면 제가 개입을 할 테니까 꼭 따라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 그럼 잠시 숨 고르신 다음에 8시에 제가 코멘트를 하면 동시에 무대로 나오신 다음에 지금 서 계신 자리에 계시면 됩니다.”


  7시 50분. 약 9분 정도의 휴식이 주어졌다. 각 후보들은 무대 뒤의 간이 대기실로 내려갔다.


  박종원 후보는 그 자리에 서서 목을 축였고, 황규익 작가, 박태영 의장, 정영준 MC가 올라갔다.


  “자, 이제 다 됐네요. 마음 편하시죠?”


  “그럼요. 쌈밥이랑 삼겹살에 당할 자 없다니까요.”


  넷은 호쾌하게 웃었고, 스튜디오 안의 모든 스태프들이 놀라 쳐다봤다.


  “그럼, 마음껏 하세요. 저희는 그냥 구경 잘할게요”


  “알겠습니다.”


  마침내 오후 8시가 되었고, 타이틀이 모니터에 플레이됐고, 카메라가 스튜디오를 비추었다.


  정용관 앵커가 오프닝 멘트를 했다.


  “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이제 34일이 남았습니다. 오늘 지상파 3사 초청 대선후보들의 첫 TV토론이 시작됐습니다. 그럼, 다섯 분의 후보를 모시겠습니다.”


  음악과 함께 다섯 명의 대선 후보가 무대로 등장했다.


  이렇게 역사적인 첫 TV토론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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