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박종원, 대선후보 퀴즈대결을 제안하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지상파 TV 3사가 중계하는 첫 대선후보 토론, 외교안보를 주제로 한 토론이 계속됐다.
이정명 - 윤정열 후보님은 수도권 방어를 위해 사드를 추가로 배치하겠다고 그것도 7자로 발표하셨는데요, 과연 사드로 수도권 방어가 가능한가의 기술적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도대체 수도권 어디에 배치할 겁니까?
윤정열 - 에, 뭐 수도권 방어를 한다고 해서 꼭 수도권에 배치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충청도로 좀 내려도 되고요, 옆에 있는 강원도에 배치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심상순 -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충청도라뇨! 강원도라뇨! 지난번 사드 배치 때문에 온 국민이 갈라졌던 일은 생각하지 않습니까? 우리 경제가 막심한 타격받았던 거 모르세요?
안철순 - 정말입니다. 충청도민이나 강원도민은 우리 국민 아닌가요? 수도권 방어를 한다면서 어떻게 수도권을 뺄 수 있는 겁니까?
윤정열 - 좀 진정하시고요, 진정한 평화는 강한 안보에서 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경기도 평택처럼 군부대가 있는 부지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심상순 - 윤 후보님은 사드 추가 배치도 말이 안 되는 얘기지만 심지어 선제타격을 말씀하셨는데요, 현직 군인이 얘기했다고 해도 놀랄 사안인데 대통령 후보가 돼서 전쟁을 운운하고 국민 불안을 부추기는 발언은 자제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윤정열 - 국민 불안이 아니고, 평화를 위해서는 강한 안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겁니다. 또 제가 무슨 전쟁을 하려고 무조건 선제 타격을 한다는 게 아니라, 북쪽에서 심각한 징후가 포착이 되면 하겠다는 겁니다. 북쪽에서 먼저 쏘는 순간, 우리는 끝입니다.
이정명 - 저도 참 이해가 안 가는데요, 이를테면 전 주한미군 사령관 제이미 폭스가 이미 작년에 한반도 남쪽에 더 이상의 사드 추가 배치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더라고요, 알고 계십니까?
윤정열 - 그 사람이 그런 얘길 했습니까? 믿을 수가 없는데요? 또 전쟁이라는 건 격투기로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격투기가 무슨 한 군데만 칩니까? 얼굴도 치고 몸통도 치고 옆구리도 치고 로우 킥도 날리고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당연히 다각도로 대비를 해야 진정한 억제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철순 - 전쟁을 격투기로 비유하는 건 무슨 경우입니까? 그렇게 안 봤는데 너무 장난스러운 거 아닙니까? 이정명 후보에게 묻겠습니다. FX2 사업이 중단됐는데 알고 있습니까?
이정명 - 잘 알고 있습니다.
안철순 - 알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문대인 정부에서 경항모 쪽으로 예산을 몰아줘서 그렇게 된 거 아닙니까?
이정명 - 꼭 그렇다고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해군, 공군의 여러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네 후보 사이에서만 티키타카가 이어지자, 이번엔 정용관 진행자가 나섰다.
“네, 이번 주제토론도 어떻게 약속이나 한 것처럼 박종원 후보만 빼고 네 분이 토론을 하고 계시는데요, 각 후보님들은 시간 관리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안철순 - 박종원 후보님에게 묻겠습니다.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박종원 - 문대인 대통령이 G7 회담에 초청받아 다녀오실 정도로 대한민국의 국격과 위상은 비약적으로 커졌습니다. 그렇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문화역량의 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자유로운 문화의 힘은 계속 키워나가야 하고요, 과거 권위정부 시절에는 외교안보에서 소위 강대국들 눈치 보기에 급급해했는데요, 이제는 우리 국익을 우선한 외교안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용관 - 네, 다음은 두 번째 주도권 토론 들어가겠습니다. 일자리 창출 등을 포함한 경제 분야를 주제로 자유롭게 토론하시면 되겠습니다. 사전에 추첨을 통해 정한 대로 윤정열 후보가 주도권 가지시면 됩니다.
윤정열 - 이정명 후보에게 묻겠습니다. 막대한 재정 확대를 말씀하고 계시는데요, 재정 투자는 어디에 할 계획입니까?
이정명 - 대대적인 산업 전환을 해야 합니다. 인재 양성, 기초과학 투자, 규제 합리화 등입니다.
윤정열 - 이 후보님은 재벌 해체를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그래서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겠습니까?
이정명 - 오해가 있으셨군요. 제가 말씀드린 건 재벌 해체가 아니라 재벌 체제의 해체입니다. 건강한 경제 활성화를 막는 그러한 시스템을 해체하면 경제가 살아나고 많은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윤정열 - 안철순 후보님 말씀하시는 과학기술은 어디에 어떻게 투자를 하시겠다는 겁니까?
안철순 - 제55 공약에 잘 설명되어 있는데요, 초격차 기술을 통한 대대적인 투자를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심상순 후보가 주도권을 잡았다.
심상순 - 이정명 후보에게 묻겠습니다. 중대재해처벌법 관련해서 대기업 총수들에게 걱정할 거 없다는 말씀을 하셨던데요? 맞습니까?
이정명 - 맥락을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문제는 현재의 법도 준수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법만 잘 지키면 문제없을 거라고 한 취지입니다.
심상순 - 윤정열 후보에게 묻겠습니다. 최저임금제도 폐지하고 심지어 주 120시간 노동을 말씀하셨는데, 정말입니까?
윤정열 - 허허, 제 말의 취지는 그게 아닙니다. 게임업계 CEO를 만난 자리에서 주에 120시간도 불사하는 개발업자들이 있다고 말씀하셔서 고개 끄덕이면서 공감한 것뿐입니다. 최저임금제도 마찬가지 발언이었습니다. 말을 전한 거죠. 이번에는 이정명 후보가 주도권을 쥐었다.
이정명 - 윤정열 후보님, RE100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정열 - 네? 알이.. 뭐요?
이정명 - RE, 100입니다.
윤정열 - 알비백? 터미네이터요?
이정명 - 하하. 알이원헌드레드. 전력을 재생에너지 100%로 하자는 얘기입니다.
윤정열 - 네? 그게 가능한 얘깁니까?
박종원 - 이미 시행하고 있습니다. 애플이나 구글도 알이백 하고 있습니다.
이정명 - 그럼 EU택소노미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정열 - 네? 아니 이게 무슨 퀴즈 대회장입니까? 혼자만 알고 계시지 말고 좀 설명하면서 물어보셔야 예의가 있고 배려해주는 태도, 애티튜드가 아닙니까?
박종원 - 이야~ 그거 좋겠네요! 말 나온 김에 우리 대선후보들이 모여서 퀴즈대결을 하는 프로그램을 해보면 어떻겠습니까? 대선후보들이면 그래도 최소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가 있지 않을까요? 다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다시 박종원 후보의 돌출 진행 발언으로 전개된 사태에 네 명의 다른 후보들과 정용관 진행자가 살짝 멘붕이 왔다.
정용관 - 흠, 제가 이런 말씀까지 드릴 줄은 몰랐는데, 박종원 후보는 진행자가 아니라는 점 다시 한번 주지 시켜 드립니다. 물론 국민의심 경선 토론에서도 대선후보 토론회가 무슨 퀴즈 경연하는 곳이냐 하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도 진행자로서 냉철하게 생각해보면 왜 자꾸 이런 이슈가 불거지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긴 합니다. 대한민국의 대선후보는 우리 사회의 여러 이슈들 중에서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어야 하는 걸까.
다섯 명의 후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정용관 - 박종원 후보에게 묻겠습니다. 정말 말씀하신 퀴즈 프로그램이 생긴다면, 진행은 제가 하는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종원 - 콜.
정용관 - 자, 다섯 분의 대선 후보에게 묻겠습니다. 베테랑 방송인으로서 제가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겠습니다. 신박한 대선후보 퀴즈 프로그램을 일주일 내에 만들어 추진한다면 참여하시겠습니까?
다섯 명의 후보들이 서로를 쳐다봤다.
박종원 - 제가 아이디어를 냈으니까 전 당연히 참여합니다.
이정명 -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저도 참여하겠습니다.
안철수 - 퀴즈 하면 또 저 아니겠습니까? 선거도 퀴즈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심상순 - 저도 어디 가서 머리 좋다고 소문난 사람입니다. 참여하겠습니다.
윤정열 후보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네 명의 후보가 윤 후보를 일제히 응시했다.
정용관 - 윤정열 후보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윤정열 - 전화 찬스 써도 되겠습니까?
일동 웃음.
정용관 - 어차피 돌출 상황입니다. 전화 찬스 쓰셔도 됩니다. 30초 드리겠습니다.
윤정열 후보는 휴대폰을 꺼내 버튼을 눌렀다.
벨 소리가 울렸다. 음성이 들렸다. “지금 전화기가 꺼져 있어...”
윤 후보는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윤정열 - 당연히 저도 해야죠. 하겠습니다.
정용관 - 자, 모두가 지켜보셨습니다. 일주일 안으로, 적어도 공식 선거운동 기간 이전에는 대선 후보들이 참여하는 퀴즈 프로그램을 제작하겠습니다. 제작에 관해서는 방송사에 일임해주시는 것에 동의하시겠죠?
다섯 후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용관 - 그럼 토론을 속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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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좌충우돌 끝에 지상파 TV의 첫 번째 대선후보 토론이 목요일 밤에 끝났고, 다음 날인 2월 4일 금요일 시청률이 공개됐다.
3사 합해 무려 49%. 국민의 절반이 지켜봤다는 얘기다.
여기에 각 방송사의 유튜브 채널을 통한 동시 접속자가 100만 명을 훌쩍 넘었으니 그동안 얼마나 대선 후보들의 토론을 기다려왔는지 알 수 있었다.
이번 토론은 몇 가지 성과를 남겼으니, 공식 토론 외에 토론을 더 개최하기로 했다는 것, 대선후보들의 퀴즈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두 가지가 모두 박종원 후보의 긴급 제안으로 이루어졌기에, 향후 박종원 후보의 지지율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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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대선 운동을 가열 차게 전개한 주말을 지나 2월 7일 월요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딱 30일 남긴 날이 밝았고, 여론조사기관들의 결과가 발표됐다.
10곳의 여론조사기관의 결과들을 평균 내보면 다음과 같았다.
1위는 윤정열 23%, 2위 이정명 22%, 3위 박종원 21%, 4위 안철순 18%, 5위 심상순 4%.
3강 1중 1약 구도가 나타났다.
말하자면 삼분지천하 형국이라는 건데, 박종원 후보와 안철순 후보가 과연 단일화를 할 것인가, 만약 한다면 각각 어느 후보와 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오전 10시, 박종원 후보 캠프 사옥. 박 후보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