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이정명 후보, 박종원 후보에게 단일화 제안하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2월 7일 월요일 오전 10시. 박종원 캠프 사옥 1층.
박종원 후보는 황규익 작가와 함께 구석 자리에 앉아 우삼겹과 차돌박이를 구우며, 쌈을 싸며 향후 방향에 대해 얘기 중이었다.
그때, 주위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고, 여기저기 들려오는 두런두런 거리는 소리에 황 작가가 먼저 뭔가 싶어 고개를 돌렸는데, 입구에서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박 후보님!"
박 후보가 황 작가를 보자 옆을 보라는 게 아닌가.
“박종원 후보님, 식사 중이신가 보네요.”
박 후보가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이정명 후보가 서 있었다. 바로 옆에는 정찰 카피라이터가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박 후보는 깜짝 놀라 일어나 주먹을 내밀었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이정명 후보님이 아침부터 여기 웬일이십니까.”
순간 느낌이 싸해 황규익 작가와 정찰 카피를 번갈아 보니 두 사람이 눈치를 주며 배시시 웃고 있었다.
“뭐 이정명 후보님이 박 후보님을 꼭 좀 뵙고 싶다고 해서... 미리 언질은 안 해주셨으면 한다고 신신당부해서...”라며 황 작가가 둘러댔다.
정찰 카피도 박 후보 앞으로 나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박 후보님. 제가 황 작가님에게 연락드려서 꼭 좀 미팅을 성사했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혹여 언짢으신 건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여 실례가 됐다면 죄송합니다.”
이정명 후보가 거들었고 박 후보는 씨익 웃었다.
“에이~ 뭐 이정명 후보님도 깜짝 이벤트 좋아하시나 보네요. 괜찮습니다. 재미있잖아요. 대신 다음번엔 제가 한 번 부탁드릴 일 있으면 비밀 엄수 꼭 해주셔야 합니다.”
“그럼요. 꼭 그러겠습니다.”
정찰 카피가 연신 고개를 숙였고 박 후보는 괜찮다고 표시했다.
“이정명 후보님, 3층에 저희가 사무실로도 쓰면서 이런저런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올라가시겠습니까?”
이정명 후보가 테이블 위에 세팅되어 있는 우삼겹과 차돌박이를 바라봤다.
“우삼겹 좀 먹으면 안 될까요? 전 먹으면서 편하게 이런저런 말씀 나눠도 좋습니다.”
“아 예 그러시죠. 앉으시죠. 정 카피도 같이 앉으세요. 황 작가님이랑 저도 막 시작한 참입니다.”
네 사람이 자리에 앉았고, 그러고 나서야 기자로 보이는 몇몇이 다가와 카메라를 찍었고 질문을 던지려 했다.
이정명 후보가 일어났다.
“기자님들,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제가 오늘 이곳에 왔다는 거, 박종원 후보님을 만났다는 거 등등 얼마든지 기사를 내셔도 상관없는데요, 우선은 저희도 좀 편하게 식사할 수 있게 부탁합니다. 끝나고 나서 얼마든지 질문해 주시면 최대한 솔직하게 답변드리겠습니다.”
머쓱해진 몇몇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시민들만 보였다.
치이이익.
박 후보가 우삼겹과 차돌박이를 불판 위에 올렸다.
“이건 얇아서요, 붉은 기운만 가시면 드시면 됩니다.”
이 후보가 웃으며 젓가락으로 우삼겹을 집었다.
“감사합니다. 이젠 제가 먹을 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황 작가와 정 카피도 열심히 고기를 굽고 쌈을 쌌다.
“앞으로, 제대로, 나를 위해 이정명. 카피 죽이던데요?”
황 작가가 정 카피에게 말했다.
“맞아요. 정 카피님은 어떻게 매번 그렇게 기발하면서도 가슴을 탁 치게 만드는 걸 뽑아내는 거예요? 정말 대단하세요.”
이정명 후보가 말했고 정 카피가 부끄러운 듯 웃었다.
“뭐 그냥 엉덩이로 쓰는 겁니다. 오랜 시간 죽치고 앉아 있으면 뭐라도 나오더라고요.”
“처음 들었을 땐 살짝 이게 뭐지? 했는데, 자꾸 되뇌어보니까 좋더라고요. 특히 주변에서 잘 지었다고 해요. 제 대표 슬로건이었던 이정명은 합니다, 도 좋았긴 한데 좀 무서웠다고 나중에 고백들 하시더라고요. 하하하.”
“그랬군요. 저희 식당 슬로건은 밥은 먹고 다니냐?인데, 공감은 완전 백퍼인데 뭔가 임팩트가 좀 부족한 거 아니냐 하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바꿔볼까도 했는데 이제 뭐 한 달 남은 마당에 그거 바꾸는데 괜히 힘 빼지 말자고 결론 내렸죠.”
“아닙니다. 저는 좋게 들립니다. 밥은 먹고 다니냐, 어릴 적엔 무지하게 들었던 말이거든요.”
“그럼 민지당, 식당 슬로건은 다 좋은 거로 합의할까요?”
일동 웃음.
잠시, 고기 굽는 소리와 쌈 싸는 소리만 들렸다. 황 작가가 주변을 힐끗 보고 입을 열었다.
“정 카피, 근데 이 후보님이 우리 후보님은 왜 보자고 하신 거야?”
“아 예, 뭐 하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그렇겠죠. 가까운데 계시니까 직접 물어보세요.”
일동 웃음.
박종원 후보가 이정명 후보를 바라봤다.
“이 후보님, 최근에 나온 여론조사들 보니까 윤정열 후보님하고 이 후보님, 제가 1% 차이로 붙어 있더라고요. 무슨 삼국지 보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게요. 이번 토론에서 박 후보님이 신선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셨잖아요. 그게 참 좋았습니다.”
더 이상 잽을 날리며 간 볼 필요는 없었다. 박종원 후보가 먼저 직진을 했다.
“이 후보님, 혹시 저에게 단일화 논의하러 오신 건가요?”
직진에 관한 한 이정명 후보도 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네, 맞습니다. 저는 윤정열 후보가 대통령 되는 건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쉽지 않겠더라고요. 그러기 위해선 제가 가장 먼저 힘을 합쳐야 할 분은 박종원 후보님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박종원 후보의 답변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물론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이 후보님은 2등입니다. 제 생각엔 이 후보님이 먼저 윤정열 후보님을 이겨보시면 어떨까요? 그러면 저도 단일화에 관한 논의를 즉각 시작하겠습니다.”
이정명 후보는 빙그레 웃었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역시 제가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습니다. 그럼 계속 먹겠습니다.”
기자들은 약간 떨어진 곳에 앉아서 도대체 무슨 얘기를 나누는 건지 촉각을 곤두세웠지만, 고기 구워지는 소리와 웃음소리만 들릴 뿐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잠시 후, 네 사람은 식사가 끝났는지 일어났고, 그 틈을 놓칠 새라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이정명 후보가 손으로 제지하는 모양을 취했다.
“아, 아직 아닙니다. 식사를 했으니까 위에 올라가서 커피 한 잔 하기로 했습니다. 박 후보님이 직접 내려주신다는 데 안 먹을 수 없잖아요. 그럼.”
네 사람은 계단 위로 올라갔고 기자들은 머쓱해하며 다시 자리로 갔다.
잠시 후. 계단에서 이정명 후보, 박종원 후보, 정찰 카피라이터, 황규익 작가가 내려왔다.
기자들이 일어났고, 네 사람은 1층 밖으로 나갔다. 기자들이 따라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대기하던 기자들도 몰려와 네 사람을 에워쌌다.
“이정명 후보님이 박종원 후보님을 전격적으로 찾아와 급 만남이 성사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무슨 대화를 나누셨습니까?”
이정명 후보가 박종원 후보를 봤고, 기자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제가 박종원 후보님에게 단일화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기자들이 화들짝 놀랐다. 몇몇 기자는 주저앉아 노트북을 열었고 휴대폰을 열고 메모에 돌입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박 후보님, 이정명 후보의 제안을 받아들이셨습니까?”
박종원 후보는 예의 미소를 지었다.
“거절했습니다.”
기자들은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이정명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입니까?”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앞으로 30일 남겨두고 있는 대선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윤정열 후보님하고 심상순 후보, 안철순 후보님 쪽도 무슨 소통이 있을 수도 있고요. 이정명 후보님하고 저도 마찬가지라고 봐주시면 됩니다.”
“혹시 완주를 생각하고 계시는 겁니까?”
“완주에 관한 한 안철순 후보님에게 여쭤보는 게 먼저가 아닐까 합니다만, 어떤 선거든 출마를 하고 달리고 있는 후보에게 완주를 할 것이냐고 묻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정명 후보가 이어받았다.
“저는 박종원 후보님을 오래전부터 좋아했고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비록 거절당했지만, 제 실력을 더욱 키워서 박 후보님과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너무도 좋은 식사였고 커피 타임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언제든지 이곳에 와서 식사할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시간 되는 대로 이곳의 모든 메뉴를 먹어볼 생각입니다. 감사합니다.”
이정명 후보와 박종원 후보는 주먹을 맞추며 인사했고, 정찰 카피와 황규익 작가도 인사를 나누었다.
이정명 후보와 정찰 카피는 대기 중인 차에 올라타고 출발했고, 박종원 후보와 황규익 작가는 기자들에게 인사를 하고 사옥 안으로 들어갔다.
사옥 앞마당에는 기자들이 열심히 기사를 송고하고 있었다.
「이정명 후보, 박종원 후보에게 전격 단일화 제안」
「첫 단일화 제안, 무산됐지만 불씨 살아 있다?」
「이정명, 박종원에게 구애... 박의 외면」
「윤정열과 안철순의 단일화 향방은?」
.
.
.
2월 8일 화요일. D-29. 오전 11시 무렵.
여의도 kbc 방송사 본관 건물 앞. 익숙한 얼굴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kbc 방송사 안에서 나와 계단으로 내려왔고, 어떤 이들은 차를 타고 와서 내렸으며 또 어떤 이들은 다른 쪽에서 걸어왔다.
서로 아는 사이들은 웃음 지으며 수다를 떨었고 선후배들은 깍듯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잠시 후, 이른바 연예인 차가 계단 앞 광장에 섰고 문이 열렸는데 환호성이 터졌다.
배우 정우상과 개그맨 유자석이 내렸다.
어느새 100여 명이 모였다.
정우상이 상기된 표정으로 동료와 선후배들을 쳐다봤다.
"바쁘실 텐데 이렇게 모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저희는 민주주의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모였습니다. 이제 대통령 선거가 불과 29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우리 방송인들도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방송인들은 과연 어느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자 모인 걸까.
정우상 배우와 유자석 개그맨이 카메라 앞에 섰고 품에서 성명서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우리 방송문화예술인 375명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