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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작가 May 26. 2022

60화. 대선후보 퀴즈대결 예행연습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두 번째 대선후보 TV토론을 하루 앞둔 2월 10일 목요일 오전 10시.


  박종원 후보 캠프 사옥 3층 사무실. 박종원 후보와 황규익 작가가 귀한 손님을 맞이했다.


  "신자영 교수님, 정말 귀한 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번에 첫 번째 토론을 하도 정신없이 해서 두 번째는 어떻게 돌파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황규익 작가님이 교수님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토론 하루 전에 염치 불고하고 도움 요청드렸는데 흔쾌히 오신다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대선 후보님들 중에서 저한테 보자고 하신 분은 박종원 후보님이 처음이에요. 저야 언어학을 연구하는 교수로서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 또 관련 논문을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니까요, 이렇게 후보님 만나는 거 매우 바람직한 임상실험입니다."


  황규익 작가도 웃었다.


  "저도 오늘 공부 좀 해야겠습니다. 저도 주로 글로 먹고살지만 말해야 할 때도 참 많더라고요. 교수님, 이쪽으로 앉으시면 됩니다. 모니터 보시면서 말씀하시면 더 좋다고 하셨다고요. 여기 노트북에 자료 가져오신 거 연결하시면 모니터로 나옵니다."


  신자영 교수는 의자에 앉아 노트북에 USB를 꼽았다. 박종원 후보와 황규익 작가도 모니터를 향해 자리 잡았다.


  남인영 교수가 박 후보를 쳐다봤다.


  "박 후보님, 저번에 토론해보시니까 좀 어떠셨어요?"


  박 후보가 살짝 부끄러운 표정을 했다.


  "저도 그동안 수많은 방송을 했고 미팅도 하고 대화도 했는데요, 이야~ 대선후보 토론이라는 건 완전 신세계던데요?"


  일동 웃음.


  "그렇죠. 말이라는 걸 가르치고 있는 제가 그 자리에 있었다 해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전 이렇게 말만 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대선후보 토론의 경험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박 후보의 얘기는 계속됐다.


  "일단 시간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다는 게 진짜 스트레스더라고요. 저도 명색이 수다 떠는 거 정말 좋아하는 사람인데 30초 답변해야 하고 무슨 주도권 토론이라고 해서 난 대답만 해야 하고, 게다가 발언 총량이 정해져 있으니까 시간 조절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신자영 교수가 흥미롭게 쳐다봤다.


  ”혹시 어떤 점이 제일 힘들었어요?


  “하도 많아서... 글쎄요... 맞다, 제일 두려운 건 내가 모르는 질문을 하면 어떡하지? 내가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게 드러나는 답변을 하면 어쩌지? 하는 거였습니다."


  "그래도 잘하셨어요, 박 후보님은. 괜히 빈 말이 아니에요. 꽤 잘하셨어요."


  듣고만 있던 황 작가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신 교수를 바라봤다.


  "다른 후보들에 대해서도 좀 말씀해주시겠어요? 장단점이 있을 거 아니에요. 먼저 이정명 후보요."


  "이정명 후보가 말 잘하는 사람이라는 건 많이 아시잖아요. 오히려 이번 토론에서는 사이다 끼를 많이 감추셨더라고요. 아무래도 사납다, 무섭다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그러신 거 같더라고요."


  박종원 후보가 물었다.


  "이정명 후보 말하기의 단점은 뭡니까?"


  신자영 후보가 마우스를 움직였다.


  "이 장면 보실게요."


  신 교수가 클릭했고 모니터에는 지난 토론의 한 장면이 나타났다. 이정명 후보가 윤정열 후보에게 EU택소노미에 관해 얘기하는 단락이었다.


  짤로도 만들어져 화제가 되었는데, 윤정열 후보가 EU택소노미에 대해 모르면서 아는 척하려다 들통이 나는 장면이었다.

 

  박종원 후보가 그때의 장면이 떠올랐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솔직히 저 질문이 저한테 안 들어와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몰랐어요."


  황 작가가 놀렸다.


  ”이정명 후보도 사람 볼 줄 아시는 거죠. 하하하“


  박 후보가 황 작가를 노려봤고 황 작가는 갑자기 노트북을 들여다봤다.


  신자영 교수가 미소를 머금었다.


  "만약에 저 질문이 후보님한테 던져졌으면 어떻게 하셨을 거 같으세요?"


  황 작가가 나섰다.


  "지금 해보죠. 제가 질문해볼게요. 박종원 후보님, EU택소노미의 기준이 있지 않겠습니까?"


  "네? EU.. 택소노미요? 죄송하지만 제가 공부가 덜 됐습니다. 뭔지 설명해주시고 질문해주시면 어떨까요? 이렇게 할 거 같은데요. 창피해도 모르는 걸 어쩌겠어요. 괜히 아는 척했다가 나중에 망신당하는 거보단 낫잖아요."


  "정답이에요. 그렇게 하셔야 해요. 아무리 대선 후보라 해도 어떻게 모든 걸 알겠어요. 아는 게 좋긴 하겠지만 모르는 게 나올 때는 즉시 모른다고 하셔야 합니다."


  "그러면 저 장면에서 이정명 후보는 문제가 없는 건가요? 공격을 잘한 건가요?"


  "문제가 있죠. 상대방이 모를 때는 배려해주는 태도를 보여주는 게 좋습니다. 토론의 성패는 지식 이전에 태도에서 갈립니다."


  "그렇군요. 내가 모를 때는 모른다고 해라, 나는 아는데 상대방이 모를 때는 친절하게 알려줘라, 이거군요."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토론도 우아하게 해야 한다는 거네요.“


  ”우아하게! 좋네요. 맞습니다. 우아한 토론이 되어야 합니다.“


  황 작가가 물었다.


  "윤정열 후보는 너무 고개를 자주 숙이면서 자료만 보던데요, 그런 태도도 문제가 있는 거죠?"


  "당연하죠. 질문을 던졌으면 그다음 질문은 상대방의 답변에서 도출돼야 하거든요. 근데 상대방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는 건 다른 데서 다음 질문을 찾고 있다는 거죠. 매우 좋지 않은 자세입니다."


  박종원 후보가 크게 공감하는 표정을 했다.


  "교수님 말씀은, 토론을 할 때 제일 중요한 건 결국 자세나 태도라는 거네요. 물론 대통령 후보로서의 식견이 밑바탕은 되어야겠고요."


  "그렇습니다 박 후보님. 대선후보 토론은 무슨 신입사원 뽑는 게 아닙니다. CEO를 뽑는 겁니다. 완성형 인간을 뽑는 거죠. 저 사람은 원래 토론 잘 못하니까 조금만 잘해도 된다? 기대치가 워낙 낮으니까 의외로 선방했다? 이런 평가는 말도 안 되는 거죠."


  "잘 알겠습니다, 교수님. 정말 공부 많이 해야겠다는 거 다시 한번 절감합니다. 교수님, 전문가로서 저는 어떻게 보십니까?"


  신자영 교수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박종원 후보를 똑바로 바라봤다.


  "박종원 후보님은요..."

.

.

.


  각 후보들의 캠프에서도 하루 앞으로 다가온 토론 준비에 매달렸다.


  이정명 후보, 윤정열 후보, 안철순 후보, 심상순 후보는 첫 번째 토론에 대한 피드백을 듣고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더 부각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연습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허경제 후보는 토론에 참여하지 못함에 분해하며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선관위 규정에 의해 방영할 60초 광고 영상 촬영에 매진했다.


  경기도 파주 금촌역 인근의 한 웨딩홀에서 비밀리에 촬영에 임했다.

.

.

.


  저녁. 박종원 후보 캠프 사옥 1층이 왁자지껄 했다.


  13일 치러질 대선후보 퀴즈대회 준비를 위해 선대위원들이 시사상식 퀴즈를 내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오랜만에 적지 않은 선대위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황규익 작가, 빅데이터 전문가 송기령 대표, 건축가 유현중 교수, 물리학자 김삼육 교수, 방송인 최우기와 정영준, IT의 현인 박태영 의장, 스타 피디 나영식, 광고계 감독 정지무 대표와 오상일 피디가 참석했다.


  가운데 자리에 박종원 후보가 앉았고, 그를 둘러싸고 8명의 선대위원들이 자리했으며 최욱이와 정영준이 진행을 맡았다.


  단상 앞에는 작은 사각형의 통이 놓여 있었고, 정영준과 최욱이가 나왔다.


  정영준 - 정영준!


  최우기 - 최우기의!


  같이 - 매불퀴즈쇼!!!!


  황규익 - (벌떡 일어나며) 아니 지금 정영준 최우기의 매불쇼라고 하신 거예요? 지금 이 자리가 그런 자리가 아니잖아요!


  최우기 - 한 번 해봤어요! 대단히 고맙습니다. 저희 프로그램 홍보 좀 하려고요.


  일동 웃음.


  최우기 - 자, 다시 가겠습니다.


  정영준 - 정영준과!


  최우기 - 최우기가 함께 하는!


  같이 - 대선후보 퀴즈쇼! 예행연습!!!!


  일동 박수.


  최우기 - 네, 일요일이죠. 13일 밤에 사상 최초로 대선 후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상식 및 정책에 관한 퀴즈 대결을 벌이는 쇼가 있습니다. 근데 여러분 많이 공감하시겠지만, 우리 박종원 후보님이 살짝 불안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긴급히 우리 막강 선대위원들에게 공지를 돌렸습니다. 우리가 이런 때 도움이 안 되면 언제 도움되겠냐고요. 그래서 이렇게 모인 겁니다.


  정영준 - 그렇습니다. 선대위원들이 각각 한 문제씩 직접 뽑아오셨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최신에 있었던 이슈들 중에서 대선 후보라면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문제들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최우기 - 자, 그럼 먼저, 오로지 혼자 이 대결을 감내해야 하는 우리 박종원 후보의 각오를 들어보겠습니다.


  박종원 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박종원 - 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얼마나 미덥지 못했으면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쁘신 분들이 이렇게 일사불란하게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을까요. 그런 점에서 역시 저는 괜찮은 대선 후보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일동 웃음.


  박종원 - 토요일부터 모처로 끌려가서 24시간 자가 격리를 한다고 들었는데요, 일요일 퀴즈 무대에서 좋은 성적 거두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동 박수.


  최우기 - 자, 그럼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이빨 보이지 않습니다. 자, 그럼 박 후보님이 나오셔서 이 통 안으로 손을 넣어 뽑아주시면 됩니다. 이름이 적혀 있으니까요, 그분이 문제를 출제하시면 됩니다. 자, 나오세요.


  박종원 후보가 앞에 나와 공을 뽑았다. 이름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박종원 - 나영식.


  나영식 피디가 일어났다.


  나영식 - 바로 문제 내겠습니다. 환경 분야입니다.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는 소비자 권익확보와 환경보호를 위해 (    )을/를 강화하는 추세다! 뭡니까?


  여기저기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최우기 - 자, 박종원 후보님, 정답은요?


  박종원 - 수리권입니다.


  정영준 - (화들짝 놀라며) 정답입니다!


  일동 화들짝.


  최우기 - 대애애애박. 아니 이걸 맞히시네요. 전 전혀 모르겠는데요. 수리권이 뭡니까?


  박종원 - 수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건데요, 왜 전자제품 같은 거 몇 년 쓰다 보면 고장 나서 수리해볼까 하고 AS점포 가잖아요. 근데 수리비 용하고 새 거 사는 비용이 별로 차이가 안 나서 고민에 빠지죠.


  일동 맞아맞아.


  박종원 - 근데 소비자 권리 보호 측면에서 맞냐는 거죠. 거기에서 요즘 미국이나 EU에서 수리권을 법적으로 보완하고 있고 우리도 그런 움직임이 있죠.


  일동 놀람.


  정영준 - 대단합니다. 자, 한 번은 운일 수 있죠. 두 번째 공 뽑아주시겠습니까?


  박 후보가 나와 공을 뽑았다.


  박종원 - 유현중 교수님이시네요.


  유현중 교수가 일어났다.


  유현중 - 자, 문제 나갑니다. 국내 최장 (     )의 개통으로 보령 대천항에서 태안 영목항까지의 이동시간이 기존 1시간 30분에서 10분대로 단축됐다. 뭘까요?


  모두가 박 후보에게 집중했다.


  박종원 - (씨익 웃으며) 보령해저터널이죠.


  최우기 - 대애애애애박. 정답입니다.


  일동 탄성과 박수.


  문제가 계속 주어졌다.


  송기령 - 2021년 집값 상승과 세율 인상 등의 영향으로 주택분 (   ) 부과 대상자가 크게 늘어났다!


  정지무 - (    )은/는 행정명령을 통해 2021년 10월부터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모든 근로사업장에 그린 패스 제도를 적용시켰다!


  오상일 - (    )은/는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이 갖는 권리 중 하나로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 진술거부권 등에 대한 권리를 말한다!


  그렇게 대선후보 퀴즈대결 예행연습의 밤이 깊어갔고 주말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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