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기호 5번 박종원, 전 재산 내놓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2월 15일 월요일. 3월 9일 치러질 제20대 대통령선거의 공식 선거운동 첫날이 시작됐다.
오전 10시. 서울 명동 한복판. 사람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기호 5번 박종원! 기호 5번 박종원! 대통령 박종원! 대통령 박종원!”
명동 상가 사거리에 선거운동원과 시민들이 운집했다.
박종원 후보가 연단 위로 올랐다.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나왔다.
박종원 후보는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환호성이 더욱 거세게 일었고 박 후보는 운집한 시민들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그만하라는 포즈를 취했다.
일순 조용해졌고 그는 마이크를 잡았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박종원 대통령을 원하십니까!”
네~~~~~
“대통령 박종원을 원하십니까!”
네~~~~~
“밥은 먹고!”
“다니냐~~~~~!”
“그렇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잘 먹고 잘 살자는 겁니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 국민의심 운정열 후보, 정이당 심상순 후보,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가 내놓은 수십, 수백 개의 공약이 있습니다. 공약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냥 미소가 지어집니다.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그래, 이런 게 이루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것들이 현실이 되면 대한민국은 얼마나 좋은 나라가 될까, 하는 생각에 절로 춤을 추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답은 나와 있습니다. 그것도 무지 많이 나와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면 됩니다! 그냥 하면 됩니다! 그걸 제가 하겠습니다!”
다시 함성과 환호성이 나왔고 명동 거리를 뒤흔들었다.
“14조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50조도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니다, 50조 받고 100조는 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언제까지 말만 할 겁니까? 여야 협조가 안 된다고요? 내가 당선이 되면 한다고요? 그럼 당선 안 되면 안 한다는 얘깁니까? 다 좋습니다. 다 좋은 정책이고 대책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옳소~~~~~~!
“이 박종원은 3월 9일 선거를 하는 날까지 이 정신으로 국민 여러분에게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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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동시장 거리의 한산포차 앞 사거리. 수많은 사람들이 연단 앞에 모여 있었다.
박종원 후보의 두 번째 유세가 시작됐다.
“이곳 논현 영동시장에서 30년 전에 저는 시작했습니다. 밥장사를 시작했습니다. 먹는장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한 철부지였던 저를 이곳 시장 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어머니, 누님, 이모님들이 많이 챙겨주셨습니다.”
지켜보는 이들 중에 공감을 하는 표정들이 보였다.
“엉겁결에 시작한 식당이 좀 잘 된다고 목에 힘주고 다녔을 때도, 밥장사한다는 게 창피해서 딴 데 눈 돌렸다가 20억 가까이 빚지고 쫄딱 망해 다시 이 거리로 왔을 때도, 이곳 사람들은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셨습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어깨 두드려 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시 일어날 수 있었고 오늘의 제가 될 수 있었습니다.”
듣는 이들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박종원 후보는 계속해서 열변을 토했다.
“저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밥장사하는 사람입니다. 저의 뿌리는 식당입니다. 저의 본질은 자영업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먹는 거고 제가 제일 신나서 할 수 있는 건 손님들 맛있게 드시게 하는 겁니다. 제가 제일 즐겁게 하는 말은 ‘어서 오세요!’이고, 제일 듣고 신나는 말은 ‘맛있게 먹었습니다’입니다.“
모든 이들이 미소를 머금은 채 귀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여기 계시는 분들이 힘들어하십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자영업자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많은 노력하고 있다는 걸 잘 알지만, 여전히 부족하기만 합니다. 각 당의 후보들이 앞 다투어 공약을 내놓았지만 지금 당장이 아닙니다. 저 박종원! 지금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이 박종원 후보에게 초 집중했다.
”코로나19로 손실을 본 식당 사장님들에게 지금 당장 손실보상지원을 하기 위한 각 당과 후보들이 즉각 협의에 들어갈 것을 촉구합니다!”
우와~~~~
“그리고 저는! 제가 가용할 수 있는 재산을 출연해 조건 없는 지원을 하겠습니다! 국회와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는 별도로 제 여력이 허락되는 한도까지! 물론, 저 개인의 자산이 얼마나 많다고 모든 자영업자분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죄송하지만, 우선 저의 뿌리이자 본질인 식당 하시는 동료 선배 후배 사장님들에게 조금의 힘이나마 보태겠습니다!”
우와~~~~ 이게 무슨 일 이래~
기호 5번 박종원! 대통령 박종원! 밥은 먹고 다니냐! 기호 5번 박종원! 대통령 박종원!
공식 선거운동 첫날, 기호 5번 박종원 후보는 사재를 출연한 식당 자영업자에 대한 즉각적인 지원을 선언했고, 그 소식은 타 후보들의 출정식 등 공식 선거운동 첫날에 쏟아진 수많은 뉴스들을 압도했다.
「충격! 박종원 후보, 사재 털어 식당업자 즉각 지원 선언」
「기호 5번 박종원, 식당 자영업자에게 즉각 지원한다!」
「박종원 후보 보유주식 전량 매각 예정」
「박종원 후보,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박종원 후보, 재산 어디까지 남기나」
박종원 후보의 통 큰 선언과 실천 돌입에 시민들의 호평이 이어졌고, 식당으로의 후원금 문의가 빗발쳤다. 캠프 사옥에도 시민들의 방문이 이어졌고, 1층 식당이 왁자지껄했다.
한편, 당일 오후 4시 주식시장 마감과 동시에 ‘박종원 펀드‘가 오픈됐다.
이름은 ’박종원 식당펀드‘.
이 펀드는 먼저 진행이 된 이정명, 윤정열 펀드와 다른 점이 있었다. 두 후보의 펀드 모금의 이유가 막대한 대선 선거비용 충당이었다면, 식당펀드는 한 가지 목적이 더 있었다.
기존 펀드가 선거비용을 충당하고 선거 후에 예고한 이율을 붙여 돌려주는 것을 설계되었다면, 식당펀드는 선거가 끝난 다음 날인 3월 10일부터 달성되는 금액의 절반을 식당과 자영업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 형태로 돌려준다는 점이다.
선거비용과 자영업자에 대한 도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었다.
지난 9일 오픈된 이정명 펀드는 공모 1시간 49분 만에 목표액 350억 원을 달성했다.
14일 오픈된 윤정열 펀드는 공모 17분 만에 목표액 270억을 달성했고 서버를 연장 운영하여 53분 만에 500억 원을 모금했다.
박종원 식당펀드는 선착순 공모 16분 만에 300억을 달성했고, 45분 만에 목표 금액 500억을 모금했다.
결국 박종원 후보는 대선 선거 비용을 절반인 250억까지만 사용하고, 나머지 250억은 지역의 식당과 자영업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 형태로 돌려줄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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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대통령 선거를 22일 남겨둔 시점에서 제기된 단일화 이슈를 놓고 각 당간의 치열한 수 싸움이 시작되었다.
우선, 안철순 후보가 윤정열 후보에게 제안한 단일화의 내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안철순이 떨리는 톤으로 발표한 이런 구절이었다.
“… 반사 이익에만 기대서 정권교체를 한다면, 그전 정권에 비해 아무것도 바뀌지 않거나, 오히려 더 나빠질 가능성도 많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을 갖추지 못하면,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습니다. 세계의 흐름을 알지 못하면, 대한민국을 미래로 이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권교체를 하되, 대한민국을 미래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 유능하고 신뢰받을 수 있는 정권교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묻지마 정권교체가 아니라, 더 좋은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말씀드린 이유입니다.”
국민의심과 윤정열 후보가 줄기차게 얘기해온 정권교체 논리에 대한 완곡 하면서도 직진하는 반대 의견이다.
하지만, 월등한 지지율로 인한 자신감 때문인지, 안철순 후보의 선제적인 단일화 제안에 대한 국민의심의 반응은 조롱 일색이었다.
당 대표 이준식은 부처 손바닥에 있는 손오공 그림을 SNS에 올렸고, 안철순은 지구가 안철순을 중심으로 돈다고 생각한다는 이른바 ’안동설이 그렇지‘ 라는 발언을 방송에 나와 대놓고 하는 국민의심 최고위원이 있었다.
안철순 후보가 단일화 방식으로 제안한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는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었다.
한마디로 정권교체하려면 사퇴하고 자신들을 지지하라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민지당 이정명 후보가 대선 출정식에서 한 연설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 통합적인 정부를 운영하겠다, 새로운 정부는 이정명 정부라고도 부르지 않겠다는 표현을 격정적으로 했다.
마치 안철순 후보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 같기도 했다.
자신을 조롱하기나 하는 국민의심을 향해 매달리지 말고 자신과 힘을 합쳐 보는 게 어떻겠냐고. 자신도 비주류로 정치를 해오면서 설움을 많이 당해봤기에 제3 지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안철순 후보의 마음을 잘 안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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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11시 50분. 박종원 캠프 사옥 3층.
공식 선거운동 첫날 서울 곳곳을 돌고 온 박 후보는 집으로 가기 전에 오랜만에 박종원 작가와 커피 타임을 마련했다.
박 후보의 앞에 노트북이 나타났고 스르르 열렸다.
- 그동안 많이 바쁘셨죠. 오늘부터 3월 8일 자정까지야 더 바빠야겠지만요.
’오늘 하루는 지났으니까 이제 딱 3주 남았네요. 제 인생 아마 가장 드라마틱한 3주가 되겠네요. 제 삶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이 3주가 좌우하겠죠?‘
- 그렇겠죠. 오늘 선언하신 개인 재산 지원책, 감동적이었어요. 언제 그런 생각하신 거예요?
’신음하고 힘들어하는 분들 보면서 내가 뭘 할 수 있는지는 계속 생각했어요. 조금씩, 조금씩이요. 근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그거밖에는 없더라고요.‘
- 형수님한테 혼나시진 않으셨고요?
’하하, 오늘 전화 한 번 왔는데요, 안 받았어요.‘
웃음.
- 근데, 현실적으로 단일화 제안이 계속 있을 텐데요, 어떤 복안이 있으시죠? 지지율 막강 3위인데, 거대 양당에서 완주하게 놔두지 않겠죠.
’그러게요, 민지당에서도 왔고 국민의심에서도 왔어요. 일단 두 안 다 물리치긴 했지만요.‘
- 후보님은 이번 대선에서 진정으로 뭘 원하고 계신 거예요? 그게 뭐냐에 따라 단일화의 방향이 결정되겠죠?
’그렇겠죠.‘
박 후보는 생각에 잠기며 커피잔을 들었다.
박종원 후보에게도 손을 내밀었던 이정명 후보와 거대 야당에게 조롱과 협박을 당하고 있는 안철순 후보의 3주간의 행보는 과연 어떻게 될까.
기호 1번 이정명, 2번 윤정열, 3번 심상순, 4번 안철순, 5번 박종원의 다섯 후보가 과연 3월 9일 대선에 전부 다 들어가게 될지, 몇 명은 중도에 사퇴를 할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3주의 첫날이 저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