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화. 대한민국 빵빵 네트워크 추진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2월 16일 화요일 오전 10시. D-21.
박종원 캠프 1층. 기자회견이 마련됐다.
전날 전격 발표한 박종원 후보의 사재 출연을 통한 식당 자영업자 지원 선언에 기자들의 질문이 쇄도해 어쩔 수 없이 준비된 자리였다.
지금까지 했던 기자회견 중 가장 많은 취재진이 모였다. 선거운동원과 시민들, 유튜버들이 모였다.
어쩔 수 없이 1층 사옥 입구를 개방해 마당까지 사람들이 운집했다.
생중계되는 유튜브 채널에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동시 접속자가 3만여 명이 들어와 서로 댓글을 달며 놀고 있었다.
기다리는 취재진들의 표정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어제 박종원 후보 발표한 게 여론조사에 좀 잡히고 있나요?”
“아마 오늘 하는 여론조사에 잡히겠죠. 어느 정도 판세를 흔들지 모르겠네요.”
“근데 말만 그렇고 용두사미가 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오늘 기자회견을 요청한 거죠.”
기자는 기자대로 시민은 시민대로 삼삼오오 의견을 나누었는데, 선대위를 총괄하고 있는 황규익 작가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고 주변들을 정리하면서 마이크와 단상 등을 준비했다.
황 작가가 마이크를 잡았다.
"우와 이렇게 많이 오시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전 이틀 연속 깜놀이네요. 다 아시겠지만 요즘 오미크론으로 10만 확진자에 육박하고 있으니까 마스크, 발열 체크, 큐알 체크 꼭 해주시기 바랍니다."
최소한의 거리두기 차원으로 배치한 의자들이 점점 가까워져 거리두기가 무색한 풍경으로 자리를 잡았다.
"원래 이 시간에 충청도로 출발해야 했는데 워낙 기자회견 요청이 많아 급하게 준비했으니까요, 빨리 진행하겠습니다. 그럼, 식당 대선후보 기호 5번 박종원 후보를 모시겠습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고 2층에서 박종원 후보가 내려왔다.
시민들은 연호를 시작했다.
기호 5번 박종원! 대통령 박종원! 밥은 먹고 다니냐!
기자들은 연호하는 시민들의 모습을 카메라로 담느라 분주했다.
박종원 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수백 여 카메라들의 후레시가 터졌다.
"진짜 많이들 오셨네. 오늘 이 자리 안 만들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어제 자정이 넘어 집에 들어갔는데, 아내가 잠을 안 자고 기다리고 있더군요."
일동 웃음. 한 기자가 소리쳤다.
"소무진 씨가 뭐라고 하시던가요?"
“미리 상의는 하신 겁니까?”
“상의하지 않았습니다.”
일동 놀라움.
“뭐라고 하시던가요?”
"저를 로또 같은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일동 탄성.
"로또라고 하는 건 최고의 찬사 아닙니까?"
박 작가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한 번을 안 맞는다네요."
일동 포복절도.
"뭐 잠은 잘 잤고요, 오늘은 대전을 중심으로 충청도 쪽을 가야 합니다. 지금 왜 모이신 지는 잘 아니까요, 궁금하신 점 물어보시면 최대한 빨리 답하고 출발하겠습니다."
얘기가 끝나자마자 많은 기자들이 손을 들었다.
"잘 아시지 않나요? 제가 하는 기자회견이 특별히 짜인 게 있나요. 그냥 마구 물어보시면 됩니다."
이제는 목소리 큰 기자가 유리한 상황이 펼쳐졌다.
"박 후보님은 어제 전 재산으로 식당 자영업자 분들에게 즉각적으로 지원을 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은 변함이 없으십니까?"
"그렇습니다. 번복하면 큰 일 나죠. 다만, 방금 기자님 질문하시면서 ‘전 재산’이라고 하셨는데 ‘전 재산’이라는 건 100%라는 건데요, 그걸 전부 다 내놓으면 저하고 우리 가족은 굶어 죽지 않겠습니까?“
일동 웃음.
”그건 좀 양해해주시고요, 지금 정확하게 얼마 얼마라고 하는 액수를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대략 95%? 90%? 정도의 재산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일동 박수와 환호성.
기호 5번 박종원! 대통령 박종원! 밥은 먹고 다니냐!
박 후보는 마이크를 내려놓으려다 생각난 게 있었는지 다시 마이크를 입으로 가져갔다. 일순 조용해졌다.
"89%?"
일동 웃음.
이번엔 황 작가가 마이크를 잡았다.
"제가 박종원 캠프 선대위에서 나름 이인자라고 생각해왔는데, 어제 발표는 저도 전혀 몰랐습니다.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발표하셨기 때문에 제가 알기로 박 후보님 회사에서도 뒤집어졌었다는 후문을 들었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저도 동참하고 싶은데 저는 재산이 거의 없는지라... 박 후보의 선도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따르는 재계의 뜻깊은 동참이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또 궁금한 거 있습니까?"
기자들의 질문은 이어졌다.
"지원은 언제부터 어떻게 이루어집니까?"
황규익 작가가 마이크를 잡았다.
"오늘부터 박종원 후보의 회사 더본푸드 재무팀에서 박 후보님의 자산에 대한 실사에 즉각 착수했습니다. 동시에 총무팀을 필두로 거의 모든 직원들이 지원을 요청하는 전국 식당들의 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신청을 하신다고 바로 지원하는 건 아니고요, 체크 리스트에 의한 최소한의 체크 과정을 거칩니다. 그 과정을 통과하는 식당에 대해서는 즉각 지원을 합니다. 물론 그 과정이 무슨 며칠이 걸린다거나 한다는 건 아니고요, 당일 처리 원칙을 세우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 모든 과정은 저희 유튜브 채널과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됩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기자회견장을 가득 메웠다. 또 다른 기자가 손을 들었다.
"혹시 거짓이나 허위로 신청을 하는 식당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번엔 박 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렇기 때문에 방금 황 작가님이 설명하신 것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어느 정도 매출이 빠졌는지, 어떤 점이 가장 어려운지 등에 대해 최소한의 파악을 합니다. 그렇다고 무한정 파악만 할 순 없으니까 일단 지원을 합니다. 허위에 의한 신청을 하면 다른 식당이 피해를 입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밝혀질 것입니다. 아울러 저는 대한민국에서 식당을 운영하시는 사장님들을 믿습니다."
구석에 있던 기자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박종원 식당펀드 모금액의 절반도 식당 지원에 들어간다는 게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500억이 순식간에 모였는데요, 다시 한번 힘을 모아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면서요, 그중 절반인 250억은 어려운 식당 지원에 전액 사용할 겁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과정은 투명하게 밝힐 거고요, 의문이 있으면 언제든 의견 주시면 대처하겠습니다.”
박 후보가 황 작가를 쳐다봤고, 황 작가가 기자들 앞으로 나왔다.
"자, 이제 어느 정도 궁금증 풀리신 것으로 생각하고요, 수고하셨습니다. 그럼 이것으로 기자회견을 마치겠습니다."
기호 5번 박종원! 대통령 박종원! 밥은 먹고 다니냐!
어제와 마찬가지로 기사들이 쏟아졌다.
「박종원 후보, 식당 신청 시, 당일 지원 원칙」
「박종원 후보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실로 확인」
「박종원 식당펀드 모금액 중 250억도 식당 지원에 투입」
「중소기업 대표 박종원의 통 큰 정치, 대기업은 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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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충청도 지역에서 전개된 각 당의 선거 운동은 비교적 조용히 치러졌다.
전날 안철순 후보의 세종시 지역 유세버스 안에서 2명의 운동원이 숨진 채로 발견되어서다. 안철순 후보의 캠프가 발칵 뒤집어졌다.
선거운동을 위해 버스를 개조한 것이 발단이었다.
일반적으로 화물칸으로 사용하는 버스 아래 공간에 발전기를 임시로 설치했는데 버스가 정차해 있을 때도 발전기를 가동했다.
유독가스가 발생되어 버스 안으로 유입됐고 버스 안에서 자던 운동원들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되어 사망한 것이라 추정하였다.
그렇기에 적어도 충청도내에서 하는 선거운동 및 거리 유세는 음악을 틀지 않고 선거운동원들이 율동을 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정명 후보도 유정열 후보도 박종원 후보도 거리에서 유세를 하기 전에 고인이 된 운동원에 대한 묵념을 한 후 시작했다.
오후 2시. 대전광역시 도심.
일명 성심당 거리에 인파들로 가득했다.
성심당 안에서는 박종원 후보가 진열된 빵을 둘러보며 대표 및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저도 대전만 오면 여기 꼭 들르곤 했는데, 우와 이제는 성심당 거리가 돼버렸네요.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성심당 대표가 말했다.
"몇 가지 원칙만 지켰습니다. 좋은 빵 만들자, 대전 밖으로 섣불리 나가지 말자, 모든 이익을 대전에서 다시 쓰자, 라는 마음으로 달려왔죠."
"이거 해외까지 나간 제가 찔리는데요?"
일동 웃음.
"무슨 말씀을요. 박종원 후보님은 식당 하시는 분들의 자긍심을 높여주셨잖아요. 그래서 저도 지지하는 거고요. 지금까지 해 오셨던 것처럼 계속해나가시기 바랍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한 건, 박종원 빵은 안 만드셨잖아요.“
일동 웃음.
”어? 박종원 빵 한 번 만들어볼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접어야겠는데요?“
”너무 만만하게 보시는 거 아닌가요?“
”하하. 정말 생각도 안 해야겠네요. 대신에 대전 성심당 같은 빵집이 전국 곳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그렇게 될 수 있게 지원할 거고요, 안 되면 저희 회사가 있는 힘껏 추진해보겠습니다."
박 후보는 대표와 얘기를 나눈 후에 빵을 만드는 직원들과 일일이 주먹 인사를 했다.
"자, 그럼 이제 빵 좀 골라볼까요? 전 맨날 오면 튀김소보루하고 부추빵만 사곤 했는데 지금 보니까 못 보던 빵들이 무지 많이 생겼네요. 추천 좀 해주실래요"
잠시 후, 성심당의 문이 열리고 박종원 후보가 모습을 드러냈다.
기호 5번 박종원! 대통령 박종원! 밥은 먹고 다니냐!
계단 위의 박종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역시 대전 성심당에 오랜만에 와보니까 그 힘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심당 거리로 거듭난 현장을 보니까 실감이 납니다. 대전 성심당 빵집 같은 성공사례를 전국에 퍼지게 할 수 있게 빵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대전 성심당 거리를 시작으로, 군산 이성당, 목포 크롬방, 안동 맘모스베이커리 등 이름난 전국구 빵집들을 중심으로 빵빵네트워크를 구축하겠습니다. 전국 기초, 광역 도시에 빵집을 중심으로 하여 상권을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겠습니다!“
일동 환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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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충남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 앞.
차가 도착했고, 검은 정장의 박종원 후보, 황규익 작가가 도착했다. 전날 사망한 안철순 후보 운동원의 장례식장을 찾은 것.
두 사람은 안으로 들어갔다.
황망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는 안철순 후보가 보였다. 안 후보가 박 후보를 발견했고, 앞으로 다가왔다. 대기 중이던 기자들이 발견하고 모여들었다.
”아유 박 후보님 바쁘실 텐데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황 작가님도 오셨네요. 감사합니다.“
”얼마나 상심이 크십니까. 기운 내시기 바랍니다.“
”들어가시지요.“
박종원 후보, 황규익 작가가 조문을 하러 들어가는 순간, 뒤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또 한 사람이 다가오고 있었다.
박종원 작가가 엷게 미소를 지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