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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작가 Jun 01. 2022

66화. 박종원 후보, 납치되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뚜벅뚜벅 다가온 사람은 민지당 이정명 후보. 수행원도 없이 혼자 오는 것처럼 보였다.


  박종원 후보가 앞으로 나갔다.


  박종원 후보와 이정명 후보가 마주 보고 섰고, 취재 중이던 기자들이 조심스럽게 모여들었다.


  “이정명 후보님 오셨습니까. 혼자 오셨나 보네요.”


  이정명 후보가 고개를 숙였다.


  “네, 혼자 왔습니다. 왁자지껄하게 올 곳이 아니잖아요. 그나저나 조문은 하셨습니까?”


  “저도 도착한 지 얼마 안 됐습니다. 같이 하실까요?”


  기자들이 놀라 조문실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갔다.


  “그림이다!”


  이정명 후보와 박종원 후보가 나란히 조문석으로 들어갔다. 안철순 후보와 상주들이 일어섰다.


  이정명 후보가 국화를 놓았고, 박종원 후보는 향을 피웠다. 두 사람은 뒤로 물러나 나란히 선 후 고인에게 절을 했다.


  두 번의 절을 한 후 안철순 후보와 상주들과 맞절을 했다.


  “갑자기 황망한 일을 당해 얼마나 상심이 크십니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정명 후보가 위로를 전했고 안철순 후보가 고개를 숙였다.


  “바쁘실 텐데 여기까지 오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박 후보님도 감사합니다. 발인 마치면 제가 따로 인사 올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어서 빨리 선거 운동하셔야죠. 선거 끝나면 편하게 뵙죠.”


  “선거 전이든 후든 편하게 뵐 수만 있으면 좋을 텐데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가서 식사하시고 계시면 저도 들르겠습니다.”


  이정명 후보와 박종원 후보는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두 분은 안철순 후보님과 어떤 말씀을 하셨습니까?”


  “두 분은 서로 약속을 하시고 이렇게 모이신 겁니까?”


  박종원 후보가 기자들을 바라봤다.


  “기자님들, 지금 장소가 그런 걸 물을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정명 후보님하고 편하게 말씀 나누고 말씀드릴 게 있으면 소상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기자님들도 편하게 식사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정명 후보도 거들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기자님들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기자들은 겸연쩍은 표정 지으며 삼삼오오 물러나 자리 잡았다. 물론 이정명 후보와 박종원 후보의 마주 보는 투샷을 놓치지 않았다.


  육개장이 포함된 상차림이 차려졌다.


  “드시지요.”


  두 후보는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안철순 후보님이 운이 없으시네요. 유세버스 개조는 모든 캠프에서 선거 때마다 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저희도 버스를 점검하고 문제가 있는 개조를 한 버스는 사용금지 조치를 했습니다. 박 후보님도 점검 좀 해보셨습니까?”


  “저희는 버스를 아예 쓰고 있지 않아서 괜찮습니다. 비용을 최대한 절감해야 해서요, 제가 몸으로 뛰고 무엇보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SNS 중심의 영상으로 주로 하고 있습니다.”


  “역시 선견지명이 있으시군요. 저희도 영상에 주력은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있는 힘껏 뛰고 있고요. 그나저나, 안철순 후보님이 윤정열 후보에게 한 단일화 제안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박종원 후보가 생각에 잠겼다.


  “글쎄요, 제가 보기엔 진정성 있게 제안한 거 같은데, 국민의심 쪽에서 좀 무례해 보이더라고요. 제가 정치를 잘 몰라서 여쭤보는데요, 국민의심은 도대체 단일화에 대한 생각이 있는 걸까요?”


  이정명 후보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아마도 현재 1위를 하고 있으니까요, 자신감이 있어 보이네요. 안 후보님이 머리를 굽히고 들어오길 바라는 거겠죠.”


  “근데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확실하게 당선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을 텐데, 왜 그러는 걸까요.”


  “근데 저한테는 단일화를 제안했더라고요.”


  이정명 후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주변을 둘러봤다.


  기자들이 딱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아니, 윤정열 후보님이 직접 했나요?”


  “그건 아닙니다. 저희가 퀴즈 때문에 24시간 격리됐을 때 있잖아요. 그때 윤 후보님 쪽에서 보낸 분이 황규익 작가님을 찾아왔대요.”


  “그래요? 뭐하시는 분이었답니까?”


  “무슨 스님이라고 소개를 하더래요. 좀 독특했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요?”


  “명함을 준 게 아니라 보여만 주고 다시 가져가더래요.”


  “하하하. 독특하네요. 뭔가 코믹하기도 하고요. 이야~ 그러고 보면 박 후보님은 인기 만점이네요. 제가 단일화 말씀드렸지, 윤정열 후보 쪽에서 왔고요.”


  박종원 후보가 미소로 화답했다.


  “그야 뭐, 제가 잘나서 그런 거 아닐까요?”


  두 사람 웃음.


  기자들이 일순 쳐다봤고 두 사람은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바로 웃음을 그치며 마치 전혀 웃지 않은 것처럼 했다.


  이정명 후보와 박종원 후보는 테이블 아래에서 저마다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이정명 후보가 물었다.


  “그래서, 윤정열 후보 쪽에 답변은 주셨습니까?”


  “아니 명함을 그냥 가져갔는데 연락을 할까 싶다가도 연락을 할 수가 있어야 말이죠. 공개적으로 발표를 하고 할까 생각 안 해본 건 아닌데, 윤 후보 쪽에서도 밀사를 보낸 거니까 저도 일단 상도를 지키고 있습니다.”


  “두 분 무슨 밀담을 그렇게 정겹게 나누십니까. 저도 끼어도 되겠습니까?”


  안철순 후보가 따뜻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 후보와 박 후보가 동시에 일어섰다.


  “당연하죠. 이쪽으로 앉으시죠.”


  안철순 후보가 이정명 후보 옆에 앉았다.


  “식사는 좀 하셨습니까?”


  “네, 아까 조금 했습니다. 배는 고프지도 않고요.”


  “다시 한번 위로의 말씀 전하겠습니다. 내일 발인이죠?”


  “그렇습니다. 발인 마치고 나면 저도 다시 뛰어야죠.”


  이정명 후보가 박 후보의 눈치를 슬쩍 봤다.


  “박 후보님, 안 후보님에게 윤 후보 얘기해도 되겠습니까?”


  안 후보가 궁금증을 드러냈다.


  “박 후보님한테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윤정열 후보 쪽에서 박 후보님 쪽에 밀사를 보냈다네요. 단일화를 제안했다고 합니다.”


  안철순 후보가 깜짝 놀란 표정을 했다.


  “네? 윤 후보님이 박 후보님한테요? 저한테는 전혀 공식적인 반응이 없는데 이거 참... 그래서 뭐라고 답을 주셨습니까?”


  “어차피 밀사가 오신 거라서 저희도 피드백을 준다 해도 조심스럽게 해야 할 텐데 연락처도 주지 않고 갔더라고요.”


  안 후보가 크게 웃으려다 입을 막았다.


  이정명 후보가 안 후보를 쳐다봤다.


  “그나저나 안 후보님은 공개적으로 윤정열 후보 쪽에 단일화를 제안했는데 무슨 답이 왔습니까?”


  안철순 후보가 고개를 숙였다.


  “조롱밖에 온 게 없습니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이렇다 할 피드백이 없습니다. 토요일까지 공개적인 피드백이 없으면 일요일에 기자회견을 할 생각입니다. 더 이상 단일화에 대한 미련은 버리겠다고 대국민 발표를 할 생각입니다.”


  갑자기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보니 윤정열 후보가 선대위원들과 들어오고 있었다.


  안철순 후보가 일어나 맞이하러 갔다.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윤 후보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는 중이었다.


  “에,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셔서 선거운동도 멈추셨으니까 당연히 찾아뵙고 위로 말씀을 드려야 하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왔습니다.”


  “조문 후에 안철순 후보님과 말씀을 주고받으실 텐데요, 단일화 얘기도 하실 생각입니까?”


  윤 후보는 기분 안 좋은 표정을 했다.


  “장례식장에서 무슨 단일화를 얘기하겠습니까. 그런 얘기는 일절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럼.”


  윤 후보는 조문장으로 들어가 예를 표했다.


  잠시 후. 이정명 후보와 박종원 후보가 있는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안철순 후보와 윤정열 후보가 마주 앉았다.


  두 사람은 말없이 육개장을 떴다.


  기자들은 약간 떨어진 위치에서 두 후보를 관찰했다.


  안철순 후보가 고개를 들어 윤정열 후보를 바라봤다.


  “생각은 좀 해보셨습니까?”


  윤정열 후보가 고개를 들었다.


  “생각 중입니다.”


  두 사람은 다시 고개를 숙였고, 안 후보는 절편을 집었고 윤 후보는 편육을 집었다.


  잠시 후, 포털에는 이런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절편 vs. 편육, 동상이몽인가?」

  「안철수와 윤정열, 무슨 대화 나눴을까.」

  「안철순의 단일화 제안에 대해 윤정열 답을 했나」


  그렇게, 천안의 장례식장이라는 하나의 공간에 모인 대선 후보 4명의 밤이 깊어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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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5명의 후보들은 각자의 스케줄대로 운동에 매진했다.


  안철순 후보는 고인이 된 국민이당 논산‧계룡‧금산 지역선대위원장의 발인이 끝난 19일부터 다시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는 경상도와 전라도 중심으로 다니며 거리 유세에 집중했다.


  화제가 된 건 열정적으로 보여준 세리머니 동작들이었다.


  칭찬을 하는 쪽은 열정과 패기가 넘친다는 의견이었고, 비판을 하는 쪽은 ‘벌써 승리에 도취한 거냐’, ‘히딩크가 먼저 한 포즈 아니냐' 하는 의견이었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를 구석구석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정이당 심상순 후보는 주로 여성과 노동자들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


  식당 박종원 후보는 충청도의 성심당을 시작으로 전라도 군산, 목포, 경상도 지역의 유명한 먹자골목 중심으로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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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19일 토요일 밤 자정. D-18.


  박종원 후보는 경기도 지역 유세를 마치고 귀가 중이었다.


  편의점에 들러 파스를 사고 나와 홀로 집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박 후보의 집은 대로에서 들어간 골목 안 쪽에 있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골목으로 접어든 순간, 꽝! 박 후보의 뒷머리를 무언가가 가격했고 정신을 잃었다.


  그의 앞으로 검은색 봉고가 급하게 와서 섰고, 문이 열리자 후다닥 나온 세 명의 사람들이 그를 들어 차 안에 넣었다.


  문이 닫힌 차는 황급하게 그곳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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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0일 일요일 D-17. 오전 8시.


  박종원 후보의 캠프와 안철순 후보의 캠프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이 열렸다.


  박종원 후보 쪽은 황규익 작가가, 안철순 후보 캠프에서는 안철순 후보가 카메라 앞에 섰다.


  황규익 작가가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국민 여러분, 박종원 후보가 어제 자정 자택 앞에서 모습을 감췄습니다. 실종됐습니다. 정식으로 수사 의뢰를 했습니다.”


  안철순 후보도 마이크를 잡았다.


  “국민 여러분, 지난 일주일, 기다리고 지켜보았습니다. 더 이상의 무의미한 과정과 시간, 정리하겠습니다. 윤정열 후보와 저의 단일화는, 실종되었음을 선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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