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박종원 후보, TV토론에 올 것인가?
웹소설> 음식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2월 21일 월요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16일 남겨둔 오전 8시 30분 박종원 캠프 3층.
기자회견을 마친 황규익 작가와 선대위원들이 대책 회의를 하느라 캠프는 부산했다.
1층에서는 기자들이 몰려들어 정신없었고, 시민들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캠프 안을 들여다봤다.
황규익 작가 - 소무진 씨 말로는 박종원 후보가 집 앞이라고 연락이 온 다음 소식이 없었답니다.
송기령 대표 - 현장에 CC-TV는 없었답니까?
황규익 작가 -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이 된 건지 그 지역에만 CC-TV가 없었다네요. 다행히 경찰에서 발 빠르게 현장을 감식한 결과에 의하면 쓰러진 흔적하고 예사롭지 않은 스키드 마크가 있어서 누군가에 의한 납치 같은 범행이 저질러진 거로 추정하고 있다네요.
정지무 대표 - 도대체 누가 납치를 한 걸까요?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건가요?
오상일 피디 - 설마 다른 후보 쪽에서 그런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어느 후보 쪽에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걸까요?
황규익 작가 - 경찰에서 백방으로 수사 중이라니까 좀 기다려보죠. 그럼, 저는 1층으로 가서 기자들에게 현 상황을 브리핑하겠습니다.
잠시 후 1층. 황규익 작가가 기자들 앞에 섰다.
“박종원 후보의 행방은 나왔습니까? 밝혀진 사항들이 있습니까?”
황규익 작가가 마이크를 잡았다.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입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어제 자정 가까운 시각, 박종원 후보 자택 앞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들에 의해 납치가 된 것 같다는 겁니다.”
“네? 납치요???”
기자들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누군가는 휴대폰을 걸고 누군가는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렸다.
「속보, 식당 박종원 후보, 괴한에게 납치!」
「단독, 박종원 후보, 납치 유력」
「속보, 기호 5번 박종원, 과연 누가 납치?」
문제는 과연 누가 박종원 후보를 납치했느냐이다.
지상파 및 종편의 생방송 시사 프로그램들은 아이템을 박종원 후보의 납치 이슈로 긴급 편성했다.
패널들은 나름대로의 분석을 이어갔다.
“안정적으로 3위를 유지하고 있는 박종원 후보가 납치됐다는 건 정치적 노림수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박종원 후보에게 불상사가 생겨 대선에 정상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게 될 경우, 어느 진영이 가장 많은 득을 볼까요?”
“제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박종원 후보는 최근에 두 진영에게 단일화 제안을 받았다고 합니다.”
일동 놀람.
“네? 어디 어디에서 제안을 했다고 합니까?”
패널은 주저하다가 마이크를 잡았다.
“취재원을 밝힐 수는 없지만 저도 들은 것만 말씀드린다면, 민지당 이정명 후보가 단일화 제안을 했는데요, 사실 이건 공개적인 행보였기에 오히려 농담 아니었냐고 했을 정도였죠. 근데 윤정열 후보 쪽에서도 단일화 타진을 했다고 합니다.”
일동 놀람.
“윤 후보가 직접 했다고 합니까?”
“아닙니다. 특정할 수 없는 밀사가 은밀하게 박종원 후보 캠프를 다녀갔다고 합니다.”
진행자가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이번 납치 의혹 사태는 과연 어떤 진영과 가장 깊은 관련이 있을까요?”
보수적인 발언을 주로 하는 패널이 답을 했다.
“평소 박종원 후보가 어떤 진영하고 친밀감을 표시했는지 혹은 각을 조금이라도 세웠는지 봐야 합니다.”
“제가 알기로 박종원 후보는 이정명 후보나 안철순 후보 쪽 보다는 윤정열 후보 쪽과 각을 세운 편입니다.”
“그나저나 오늘 저녁 8시에 중앙선관위가 주관하는 첫 번째 TV토론이 예정되어 있는데요, 박종원 후보는 참석하지 못하게 되는 걸까요?”
이러한 논조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자칭 타칭 시사평론가들의 갑론을박이 채널들을 넘나들며 이어졌고, 경찰청에서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청장이 카메라 앞에 섰다.
“경찰청장입니다. 식당 대선후보 박종원 씨의 실종 신고를 조사 중인데 현재 상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제 자정 즈음 자택 앞에서 괴한에 의해 납치된 것이 유력해 보입니다. 현장에는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지만, 100미터 인근에서 정체가 의심되는 차량의 행적이 포착되어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납치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입니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16일밖에 남겨두지 않은 엄중한 시기를 고려하여, 진상 및 해결을 위해 거의 모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 여러분에게 말씀드립니다. 이상입니다.”
기자들이 손을 들었다.
“박종원 후보가 납치를 당했다면 누가, 어떤 세력이 저질렀는지도 수사 중입니까?”
“그 점에 관해서는 최고의 수사진들이 꾸려져 다각도로 수사 중입니다. 윤곽이 드러나면 소상하게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녁에 있을 토론 준비에 한창인 각 당의 대선 후보들도 신속하게 입장을 발표했다.
윤정열 후보 - 에, 어떻게 대선 후보에게 그런 끔찍한 일이 발생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이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법이 바로 세워지는 대한민국을 건설하겠습니다.
이정명 후보 -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며칠 전에도 안철순 후보 선대위원장 장례식장에서 같이 조문하고 대화 나눴는데요, 안타깝습니다. 범인이 누군지, 어떤 세력인지 현재로서는 모르겠지만 하루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안철순 후보 -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저도 힘든 일 이제 겨우 마무리하고 기운 차리고 선거운동에 나섰는데, 박종원 후보님에게 이런 끔찍한 일이 생기다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아무쪼록 빨리 진상이 규명되고 박 후보님에게 별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심상순 후보 - 지금 세상에 이게 말이 되나요? 대선 후보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요. 하루빨리 무사히 돌아오시기 기원합니다.
허경제 후보도 그의 하늘궁에서 논평을 발표했다.
허경제 후보 - 이런, 대명천지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정말 이 나라에 도둑놈들이 많습니다. 박종원 후보님, 무사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애들을 좀 풀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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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윤정열 후보 측과 안철순 후보 쪽은 단일화 이슈로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기 직전까지 치닫는 상황이었다.
안철순 후보가 먼저 윤정열 후보에게 공개적으로 단일화 이슈를 부상시켰다.
그래,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당신 하고 나의 생각이 동일하니, 나하고 당신하고 일단 단일화를 하자, 그럼 남는 건 우리 두 사람 중 어떻게 한 명의 후보로 결정할 것인지 그 방식을 정해야 하는데 과연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를 할 것인지 대화해보자, 크게 고민할 것 없이 지난번 서울시장 때 전례가 있으니 그 방식으로 이번에도 하면 심플하지 않겠어?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피드백을 줘야 할 윤정열 후보는 이렇다 할 언급이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국민의심 이준식 당 대표와 소속 의원들 중심으로 입장들이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국민의심 측에서 나온 대부분의 입장 표명들이 진지하기보다는 조롱에 가까웠다는 점이다.
그중에 최고의 조롱은 이준식 당 대표가 지상파 채널의 생방송 중에 한 발언이었다.
발단은 안철순 후보가 영결식장에서 한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선거운동을 잘하겠다고 했던 발언이었다.
어찌 보면 갑작스러운 비극적 상황을 경험한 후보가 했던 발언이니만큼 그냥 지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이준식 당 대표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어떻게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선거운동을 한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가네요. 그분은 불시에 돌아가셨는데 유지를 어떻게 받들 수 있는 건지, 혹시 국민이당에서는 선거운동을 하려면 유서라도 작성해야 하는 건가요?”라고 한 것이다.
이준식 대표의 발언은 일파만파 폭풍 비난을 받았다.
이건 누가 봐도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금도를 깼다. 금수만도 못한 발언이었다. 보수의 새 바람을 불러온 젊은 정치인이 어떻게 그런 패륜적인 발언을 할 수 있느냐, 등 각계각층에서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준식 대표는 자신의 프레임을 고수하고 있었다. 자신의 발언이 그렇게까지 비난을 할 만한 것이냐는 자세였다.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 안철순 후보가 빡쳤는지 결국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했던 단일화 제안한 것을 철회한다고 밝힌 것이다.
큰맘 먹고 공개적으로 제안을 했는데 일주일 동안 어떻게 그렇게 대답이 없을 수 있는가, 또한 후보인 내가 직접 제안을 했으면 그쪽에서도 후보가 나와 가타부타 말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불평을 토로했다.
모두가 비웃었던 마이 웨이를 선언한 것이다.
비록 안철순 후보의 지지율이 아직까지 두 자리 수가 안 된다 해도 1%, 2%가 소중한 국민의심으로서는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마음은 내심 불안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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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넘기며 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 여론조사를 했고 월요일 아침 결과들이 나왔다. 대표적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여론사회연구소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박종원 후보 30.1%, 윤정열 후보 28.2%, 이정명 후보 27.3%, 안철순 후보 5.8%, 심상순 후보 2.7%가 나왔다.
군소 후보들 중에서는 허경제 후보가 1.7%, 김동인 후보는 0.4%가 나왔다.
오차 범위 내의 근소한 차이이긴 하지만 식당 박종원 후보가 처음으로 1위를 기록했다.
언론과 전문가들의 분석은 얼마 전 박종원 후보가 전격 선언했던 사재를 털어 식당 자영업자에게 지원하는 것이 지지율 1위를 가능하게 했다고 했다는 것이다.
윤정열 후보와 안철순 후보의 단일화 파기가 이번 여론조사에 반영된 건 아니지만, 안철순 후보가 단일화 파기를 선언한 후에 지지율 추이가 어떻게 요동칠 것인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실종이 된 박종원 후보는 도대체 어디로 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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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7시 50분. MBS 스튜디오. 선관위가 주관하는 첫 번째 TV토론이 임박했다.
진행은 박경초 아나운서가 맡았다.
왼쪽부터 기호 1번 이정명, 기호 4번 안철순, 기호 3번 심상순 후보가 섰고, 기호 5번 박종원 후보는 비어 있었고, 맨 오른쪽에 기호 2번 윤정열 후보가 한창 메모를 하고 있었다.
8시 정각. 경쾌한 음악이 나왔고 박경초 아나운서가 오프닝 멘트를 했다.
박경초 - 중앙선관위가 주관하고 MBS, KBC, SBC 방송사가 주최하는 첫 번째 대선후보 TV토론 경제 분야, 지금 시작합니다!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