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화. 박 후보 없는 TV토론, 과연?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2월 21일 저녁, 중앙선관위 주관 첫 TV토론 현장.
박경초 아나운서의 오프닝 코멘트가 끝나자마자 이정명 후보가 손을 들어 발언 신청을 했다.
생방송이 시작됐는데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에 박경초 아나운서는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대처했다.
“네, 지금 이정명 후보님이 발언을 신청하신 것 같은데요, 우리 국민들은 새 대통령에게 과연 어떤 것들을 바라는지 거리로 나가 들어봤는데요, 잠시 보시겠습니다.”
모니터에서 영상이 플레이됐고, 박경초 아나운서는 이정명 후보에게 한 두 걸음 다가가며 물었다.
“이정명 후보님, 생방송 시작했는데 갑자기 손을 드셔서 당황스러웠는데요, 어쩐 일이십니까?”
이정명 후보가 빈자리를 가리켰다.
“박종원 후보는 상관없이, 무슨 안내 멘트 같은 거도 없이 이렇게 그냥 시작해도 되는 겁니까?”
윤정열 후보가 몸을 내밀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어차피 많은 국민들이 박종원 후보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고 있지 않습니까?”
박 아나운서가 대답했다.
“이 후보님이 무슨 얘기 하시는 건지는 충분히 알겠는데요, 굳이 설명을 하는 것도 이상하다는 게 제작진의 최종 의견이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자, 영상 끝나기 10초 전입니다. 후보님들, 자리 잡아주시면 되겠습니다.”
박경초 아나운서가 다시 진행자 석으로 돌아와 옷매무새 등을 점검했다.
영상이 끝났고 모니터에는 스튜디오가 보였다가 이내 박경초 아나운서 원샷이 되었다.
박 아나 - 네, 국민들은 새로 당선되는 대통령에게 이런 것들을 바라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공식 TV토론으로 경제 분야로 주제를 한정한 토론입니다. 그래서 국민들에게도 경제
분야 이슈 중심으로 들어봤죠. 그럼, 첫 번째 주제 토론 들어가겠습니다. 사회자 공통 질문이 나가는데요, 각 후보는 1분 내로 답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질문은 이겁니다!
모니터에 질문이 떴다.
Q. 코로나19 경제 위기의 대응 방안은?
박 아나 - 코로나19 경제 위기죠, 대통령이 되시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이정명 -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게 국가의 의무입니다.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많은 부분을 대신 책임졌습니다. 손실에 대한 전면적인 보상이 필요합니다. 긴급 재정 명령권을 발동하겠습니다.
안철순 - 국가재정을 늘려야 하지만 재정건전성도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코로나19는 한 번 오고 마는 게 아닙니다. 역대 대통령 때마다 있었습니다. 그러니 코로나19 특별회계를 해야 합니다.
심상순 - 거대 양당은 국민들에게 각자도생만 부추겨 왔습니다. 확장 재정을 해야 하고 무엇보다 부유층은 고통을 분담해야 합니다. 또한 저는 그린경제를 시행할 겁니다.
윤정열 - 에, 국가는 빈곤층을 보호해야 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본 자영업자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손실분에 대해 피해를 보상해야 합니다.
박 아나 - 네, 답변 감사합니다. 이번엔 같은 주제로 시간 총량제 토론에 들어가겠습니다. 1분 안으로 발언하셔야 합니다. 손을 들어 발언 신청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이정명 - 윤정열 후보에게 묻겠습니다. 국민의심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신속한 지원에 반대하는 겁니까? 지금 추경도 난항을 겪고 있잖아요. 발목만 잡지 말아야 하는데 어떤 의견입니까?
윤정열 - 나는 작년 9월부터 50조 얘기를 줄기차게 했습니다. 근데 여당에서는 겨우 14조 보내고 합의하자고 하는데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심상순 - 두 분이 서로 무슨 호가 경쟁하는 겁니까?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보상은 헌법적 권리입니다. 오늘 17조를 통과시키고 누더기 손실보상법은 빨리 개정합시다.
안철순 - 코로나19는 일회적인 게 아닙니다. 5년 주기로 오고 있습니다. 또 온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점을 얘기해야 합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정명 후보님?
이정명 - 동감합니다. 주기적인 팬데믹에 대비해야 합니다. 국가의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다른 나라는 15%를 지원했는데 우리는 5%밖에 안 했습니다. 더 해야 합니다.
심상순 - 지난 코로나19 2년간 소상공인의 부채가 240조입니다. 이자만이라도 탕감해야 합니다. 그에 비해 4대 금융지주회사들은 14조 이익을 봤습니다. 이거 문제 아닙니까?
윤정열 - 이정명 후보는 선거 이후에 코로나에 대한 대응을 바꾸겠다고 합니다. 그 얘기는 결국 현 정부의 방역정책이 실패했다고 인정하는 겁니까?
이정명 -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제 생각은...
윤정열 - 이정명 후보님은 얘기 들어봐야 쓸데없는 얘길 하니까 필요 없습니다.
이정명 -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질문을 했으면 대답할 기회를 주셔야죠!
윤정열 - 들을 필요 없습니다.
심상순 - 두 분 더 이상 공방 할 거 없습니다. 손실보상은 그냥 헌법대로 집행하면 됩니다. 윤정열 후보에게 묻습니다. 중소기업이 무척 힘든데요, 납품단가 물가연동제 법제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윤정열 - 에, 미국에서도 하고 있으니까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순 - 윤 후보님께 저는 기본을 묻고 싶습니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올리고 있고, 우리 정부는 확장 재정을 하고 있는데 이건 그야말로 엇박자입니다. 왜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에만 생겼다고 보십니까?
윤정열 - 코로나 손실 보상은 국가의 의무라서 불가피합니다. 에, 국민이 피해 안 보게 해야 합니다.
안철순 - 윤 후보님은 대답이 핀트를 못 잡고 있네요.
이정명 - 아까 윤 후보님 질문에 답할 기회를 안 줬는데 지금 하겠습니다. 문대인 정부의 방역 성과를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윤 후보님은 마스크를 잘 안 쓰시던데요. 신천지도 압수수색 안 했잖아요. 이런 걸 보면 윤 후보님이야말로 국가 방역에 비협조적인데, 문제 있는 거 아닌가요?
윤정열 - 이정명 후보님은 말이 자꾸 바뀌네요. 이러니까 믿기가 어려운 거 아닙니까.
박 아나 - 자, 이제 두 번째 주제토론 들어가겠습니다. 먼저 공통질문 보여주시죠.
모니터에 질문이 나타났다.
Q. 차기 정부의 중점 경제 정책 방향과 목표는?
박 아나 - 안철순 후보부터 말씀하시면 됩니다.
안철순 - 경제성장과 일자리는 민간에서 만들고 정부는 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윤정열 - 지금은 초저성장 시대입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디지털 데이터 경제를 키워야 합니다.
박 아나 - 자, 같은 주제로 시간 총량제 토론 이어 갑니다.
안철순 - 윤정열 후보에게 묻습니다. 디지털 데이터 경제를 말씀하셨는데 그게 뭡니까?
윤정열 - 에, 디지털 데이터의 속도를 빠르게 해야 합니다. 또한 AI 알고리즘이 중요합니다.
안철순 - 그건 다 하드웨어에 관한 건데요?
윤정열 - 소프트웨어 기술이 필요합니다.
안철순 - 그럼 정부의 데이터 개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정열 - 보안이 필요한 것도 있고 개방이 필요한 것도 있지 않겠습니까?
안철순 후보,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그때였다.
누군가의 마이크를 통하지 않은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정부의 데이터 같은 공공데이터는 개방해야 합니다!”
소리 나는 쪽을 보니 박종원 후보가 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일동 놀람과 동시에 탄성.
박 아나 - 박종원 후보가 오셨습니다! 별일 없으셨던 건가요? 아, 생방송 중이니까 토론 계속하겠습니다.
박종원 후보는 씨익 웃으며 비어 있던 자신의 자리로 가서 섰다.
박종원 -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의 문제 중 하나는 공공데이터 개방률이 지극히 낮다는 겁니다. 공공데이터를 자유롭게 볼 수 있어야 민간에서 창의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정명 - 저도 박 후보님의 공공데이터 개방에 대한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기회가 되면 깊이 있는 대화 해보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보고 싶었습니다, 박종원 후보님.
심상순 - 공공데이터 개방도 중요하지만요, 이정명 후보님은 일전에 재벌 총수를 만난 자리에서 파이를 키우겠다고 했는데 그거 어디서 많이 듣던 전형적인 낙수 경제론 아닌가요?
이정명 - 그렇지 않습니다. 저의 계획을 자세히 안 보셨네요. 저는 좌도 아니고 우도 아니고 우리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은 다 가져와야 한다는 주의입니다.
심상순 - 윤정열 후보에게 묻겠습니다. 주식 양도세 폐지가 공약이던데요, 혹시 주식 양도세가 왜 도입이 된 건지 아십니까?
윤정열 - 에, 글쎄요, 좀 가르쳐주시겠어요?
심상순 - 이자용 회장 편법 증여 이슈 때문에 그런 거 아닙니까?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는 건 움직일 수 없는 원칙입니다.
윤정열 - 그래도 양도세가 있으면 주식시장이 왜곡됩니다. 개미 투자자에게 치명타입니다.
박종원 - 그렇게 주식시장에서 개미 투자자 보호에 관심 많으신 분이 왜 부인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별말씀이 없으신지 모르겠습니다.
윤정열 - 어디 다녀오시더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 아내는 주식거래를 한 거지 주가조작을 한 게 아닙니다.
이정명 - 도이치모터스 주식거래를 공개하신 후에 5월 이후에는 거래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보도된 거 보셨죠? 정말 거래 안 했습니까? 또 정말 손해만 봤습니까?
윤정열 - 주식거래인데 당연히 거래는 했지요. 또 당연히 손해도 보고 벌기도 하고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이정명 - 민주주의의 위기는 경제 위기를 불러옵니다. 윤 후보님은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 혹시 보셨습니까?
윤정열 - 봤습니다.
이정명 - 무슨 내용입니까?
윤정열 -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하는 내용 아닙니까?
박종원 - 브라질에서 법이 파괴되는 이야기를 리얼하게 다루고 있지 않습니까. 우리 문화가 지금 세계에서 케이 문화로 통하는 것도 민주주의가 꽃을 피웠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정열 - 이정명 후보는 경기도지사 때 법인카드 불법적으로 쓴 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정명 - 이런 얘기가 나왔다죠? 내가 가진 카드면 윤정열은 죽어.
윤정열 - 허허허허.
박 아나 - 자, 이것으로 시간 총량제 토론을 마치고요 이제 주도권 토론에 들어가겠습니다. 다섯 분에게 각 9분씩 주어지고요, 2명 이상에게 반드시 질문해야 하고, 질문을 하셨으면 상대방에게 30초는 보장해야 합니다. 먼저 심상순 후보가 주도하시면 됩니다.
심상순 후보의 주도권 토론을 시작으로 경제 분야로 한정한 첫 공식 TV토론이 계속됐다.
심상순 후보는 이정명 후보에게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 공격했고, 이정명 후보는 실용성으로 반격했다.
윤정열 후보에게는 30억 집에 사는데 종부세 92만 원이 정말 폭탄이냐 물었다.
윤 후보는 퇴직 후 집만 한 채 있는 사람들을 얘기하며 방어했다.
두 사람은 서로 ‘허위 사실 유포하네’ ‘말 함부로 하시네’ 하며 감정을 섞기도 했다.
역시 가장 공방이 격했던 건 이정명 후보와 윤정열 후보였다.
윤 후보는 이 후보에게 국채 발행을 더 해도 된다는 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이 후보는 대정동 당사자들의 녹취록을 근거로 윤 후보를 공격했다.
그리고, 윤정열 후보와 안철순 후보, 이정명 후보 사이에 격론을 벌인 주제는 기축통화국 이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