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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작가 Jun 04. 2022

69화. 박 후보, 설탕세 제안하다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선관위 주관 첫 번째 공식 대선후보 TV토론 경제 분야가 계속 이어졌다.


  전날 실종됐던 박종원 후보가 토론 중에 갑자기 등장하는 돌발 상황이 일어나긴 했지만, 박경초 아나운서의 노련한 진행으로 방송은 매끄럽게 흘러갔다.


  선거가 2주밖에 안 남아서인지, 각 후보들의 격론이 지난 토론에 비해 많아졌다.


  안철순 후보는 자신이 먼저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사실상 거절과 무관심, 조롱을 받은 탓인지 유난히 윤정열 후보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자신이 던진 질문에 하는 윤정열 후보의 답변에 대해 ‘핀트를 잡지 못하고 있다’거나 ‘딴 얘기 하신다’ 공격했다.


  심지어는 윤정열 후보의 이어진 대답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장면도 포착됐다.


  심상순 후보도 윤정열 후보가 살고 있는 30억에 해당하는 집을 거론했고, 종부세를 얼마 냈냐는 질문에 윤 후보가 정확히 답을 하지 못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물론 윤정열 후보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심상순 후보의 말에 ‘거 말 함부로 하시네’라며 썩소를 날렸다.


  당연히 가장 날 선 공방을 벌인 후보는 이정명 후보와 윤정열 후보였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대정동 부동산 의혹을 공격했고 이정명 후보는 윤 후보 부인의 주가 조작 의혹을 소재로 공격했다.


  이정명 - 부인은 70억 자산가인데 그게 어떻게 가능했죠?


  윤정열 - 원래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정명 - 국민의심에서 그렇게 줄기차게 주장하고 몰아붙였던 대정동 그분이 조 아무개 대법관이라는 게 확인이 됐습니다. 근데 왜 그렇게 이정명이라고 하신 겁니까? 사과할 생각 있습니까?


  윤정열 - 전혀 사과할 생각 없습니다. 대정동 부동산의 설계자는 이정명 후보니까요. 저는 범죄자가 얘기하는 건 관심이 없습니다. 3천500억을 투자해서 8천억 원을 이익 보게 한 설계가 범죄 아닌가요?


  이정명 - 자본금과 투자금을 구분도 못하십니까? 투자금이 1조 3천억 원입니다. 범죄 집단에게 이익을 준 사람이 문제입니까, 피해를 준 사람이 문제입니까? 윤정열 후보의 아버님 집을 팔았잖아요.


  윤정열 - 저한테 문제가 있었다면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정명 - 공공개발을 한 지자체장은 제가 처음입니다.


  그동안의 토론에서는 대정동 부동산 의혹 관련해서는 윤정열 후보가 이정명 후보를 주로 공격하고 이 후보는 방어를 해왔다면, 이 날의 토론에서는 이정명 후보도 강력하게 공격을 했다.


  패널도 준비해 와 ‘내가 가진 카드면 윤정열은 죽어!’라는 녹취록의 대사를 읽으며 강하게 공격을 했다.


  반면 안철순 후보에 대해서는 공격보다는 우호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정명 - 안철순 후보에게 묻겠습니다. 정치가 불안하면 경제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저는 정치 체제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통합 정부를 만드는 게 좋다는 생각인데 의견이 어떠십니까?


  안철순 - 저는 옛날부터 다당제 정치가 소신입니다. 거대 양당의 기득권 정치는 더 이상 효력을 다 했습니다.


  이정명 - 그렇습니다. 저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습니다. 안 후보님이 언제가 강조하시는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지지율이 한참 떨어지는 안철순 후보 입장에서는 이정명 후보에게 비판이라는 날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안철순 - 이정명 후보님의 포퓰리즘식의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기본주택 공약은 100조가 들어간다고 저희는 계산을 했습니다. 국토 보유세를 5배를 올리겠다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스럽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정명 - 국토 보유세 같은 경우는 한 번에 올리겠다는 게 아니라 실효세율을 올리는 게 장기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입니다. 자동차세만 해도 2%인데 부동산세는 0.17%밖에 안 된다는 건 문제 아니겠습니까?


  안철순 - 탄소세도 말씀하셨습니다. 1년에 법인세가 70조인데, 탄소세까지 부과하면 추가로 64조나 늘어납니다. 거기에 국토 보유세도 늘어나고요. 잘 사는 사람들이 돈을 내니까 다른 국민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 같은데 문제는 조세의 전가라는 게 있습니다.


  이정명 - 전체가 다 그런 건 아닙니다. 보유 부담은 늘리고 거래는 낮추자는 게 어느 정도의 국민적 합의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탄소세는 유럽의 경우 이미 5만 원 정도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이정명 후보와 안철순 후보는 기축통화국과 비기축통화국에서 부채 비율을 어느 정도까지 하는 게 용인될 수 있느냐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윤정열 후보와도 국채 발행 비율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박종원 후보는 설탕세 도입에 관한 이슈를 꺼냈다.


  박종원 - 최근 세계 각국이 자국민의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 예방을 목적으로 설탕세를 공통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윤정열 후보는 혹시 이런 사항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윤정열 - 설탕... 세요? 설탕에 세금을 부과한다고요? 글쎄, 박종원 후보님이 설탕에 대해서는 전문가니까 설명 좀 해주시죠.


  박종원 - 세계보건기구 WHO가 2016년 가당 음료에 설탕세 부과를 권장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저도 이 사안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이라는 거 인정하는데요, 우리나라도 설탕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윤정열 후보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정열 - 가당 음료에 설탕세를 부과한다고요? 무슨 가당치도 않은 정책 아닙니까?


  박종원 - 아니 그 가당이 아닙니다. 설탕이 들어갔다는 의미입니다.


  윤정열 - 제가 그 뜻을 몰라서 그랬겠습니까? 우리 방송에 먹방이 이렇게 넘쳐나는 건 박종원 후보의 책임이 있는 거 아닙니까? 에, 계속 말씀해보세요.


  박종원 - 설탕세는 건강한 사회환경을 만들고 건강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주요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다른 후보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정명 - 슈가 택스가 유럽에서 도입됐다는 소식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도 정책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데 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박 후보님 말씀 들어보니까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는 사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이 알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심상순 - 근데 박 후보님이 방송인으로 한창 활동하셨을 때 닉네임이 슈가맨 아니었습니까? 설탕세를 말하기 전에 먼저 국민에게 사과를 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박종원 - 제가 초기에 요리 방송을 할 때 설탕을 많이 얘기했습니다. 당시 생각은 요리를 너무 어려운 거로 보지 말자, 쉽게 할 수 있다, 누구나 음식을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라는 의미에서 다른 요리사 분들에 비해 설탕을 많이 썼습니다. 그런 점에서 장단점이 있었다는 건 저도 인정합니다. 혹여 저로 인해 설탕을 과다하게 사용하고 계신 분이 있으시다면 정중히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도 설탕세 도입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이고요, 공약으로도 다듬고 있습니다.


  윤정열 - 근데 설탕세는 어떤 거에 부과하자는 겁니까?


  박종원 - 설탕이나 감미료 등 모든 당류를 첨가한 식품과 음료에 부과하자는 겁니다.


  이렇게 대선후보 TV토론 경제 분야가 격론을 하며 마무리되었다.


  박 아나 - 수고하셨습니다.


  토론이 끝나고 나서 5명의 후보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기자들의 백 브리핑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일정을 이유로 윤정열 후보는 먼저 자리를 떴다.


  가장 관심이 집중된 후보는 박종원이었다.


  이정명, 안철순, 심상순, 박종원 후보가 활짝 웃으며 손을 잡았지만 사진 몇 컷을 찍은 후에 거의 모든 질문은 박종원 후보에게 집중됐다.


  “박종원 후보님, 어젯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납치를 당했다고 경찰청에서도 발표했었습니다. 맞습니까?”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저지른 겁니까?”


  다른 세 후보도 박종원 후보를 쳐다봤다. 박종원 후보는 웃기만 했다.


  “납치를 당했던 게 맞습니까?”


  “그런데, 어떻게 풀려날 수 있었습니까?”


  박 후보가 입을 열었다.


  “많이 궁금하시겠지만, 지금은 이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어젯밤 집 앞에서 납치를 당했던 건 맞습니다.”


  모두들 깜짝 놀랐다.


  “도대체 누가 그런 겁니까?”


  “어디로 끌려간 겁니까?”


  “어떻게 나올 수 있게 된 겁니까?”


  “탈출한 겁니까, 풀어준 겁니까?”


  박종원 후보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러분도 많이 답답하시고 궁금하시겠지만, 팩트는 이겁니다. 저는 납치를 당했었고 그들은 저를 풀어주었습니다. 더 자세한 건 저도 정리를 해봐야겠습니다. 반드시 빠른 시일 안에 여러분에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시죠.”


  이번에는 안철순 후보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안철순 후보님, 단일화 제안을 철회하셨는데요, 윤정열 후보와의 단일화는 완전히 물 건너 간 겁니까?”


  “끝까지 완주하실 겁니까?”


  “이번 선거는 절대 철수하지 않으실 겁니까?”


  안철순 후보가 미소를 지었다.


  “너무하십니다. 제가 그럼 이번에도 철수하기를 바라는 겁니까? 보셨다시피, 저는 일주일을 기다렸습니다. 후보인 제가 공개적으로 제안을 했으면, 최소한의 상도의가 있다면, 윤정열 후보가 나서서 논의하자고 하든지, 논의하지 않겠다고 하든지 무슨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당 대표라는 분이 조롱만 하면 저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겁니까. 많이 기다렸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이상의 단일화는 없습니다. 가고 싶은 곳은 전북 완주입니다. 물론 정치는 생물이고 사람이 하는 거니까 100% 라고까지는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단일화는 99% 물 건너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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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3일 수요일, 대통령 선거를 딱 14일 남겨둔 날.


  28일까지 하는 재외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투표가 시작됐다. 모두 115개 나라, 210개 투표소에서 실시됐다.


  약 22만 명이 투표를 하기에 모든 후보들도 재외동포청을 설립하겠다는 공약을 내거는 등 그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했다.


  한편, 단일화는 없음을 선언한 안철순 후보에 대해 국민의심 측은 꺼진 불씨를 살리려고 노력하는 움직임이 포착됐고, 주말에는 윤정열 후보가 직접 안철순 후보를 만나 담판을 지을 예정이라는 보도가 떴고, 안철순 후보가 일축하는 등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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