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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작가 Jun 05. 2022

70화. 박종원 X파일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2월 24일, D-13.


  러시아가 기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글로벌 주가는 물론 대한민국의 주식시장도 급락했다.


  오전 8시. 박종원 캠프 사옥 3층.


  박 후보는 오랜만에 박종원 작가를 불렀다. 노트북이 스르르 나타났고 모니터가 열렸다.


  - 오랜만입니다. 박 후보님. 몸은 괜찮으신 거죠?


  ‘네, 괜찮아요. 박 작가님이야말로 별일 없으신 거죠?’


  - 그럼요. 저야 박 후보님하고 한 몸에 있으니까요. 도대체 어떤 진영에서 박 후보님한테 강한 메시지를 주려고 한 걸까요?


  ‘뭐 나름 짐작 가는 데는 있는데요, 그 친구들도 참 이해가 안 가는 게 좀 쉽게 말하면 좋았을 텐데 어렵게 말하나 모르겠어요. 할 말이 있으면 그냥 연락하고 찾아와서 하면 되잖아요. 근데 왜 괜히 주목을 끌 일을 했는지...’


  - 아무래도 그들도 조심하는 거 아닐까요? 나중에라도 진상이 드러나면 그들이 타격을 받을 게 빤하니까요. 철저히 자신들의 정체를 숨겨야겠죠. 도대체 어디를 갔던 거예요?


  ‘눈을 가리고 어디론가로 데려갔고 가린 걸 풀어줬을 때는 하얀 공간에 모니터만 있었죠.’


  - 설마 TV 시청하라는 건 아니었겠죠?


  ‘그러면 좋았게요?  모니터가 켜졌고 영상이 나왔는데 난 처음에 무슨 도서관인 줄 알았어요. 책꽂이 하고 서랍들이 빼곡하게 있더라고요. 온갖 서류들이 꽂혀 있고요.


  - 뭘 보여주던가요?


  ’누군지는 도저히 알 수 없는데 온 몸을 가린 사람이 들어와 책꽂이 한 곳에 서더니 무슨 서류봉투 하나를 꺼내더라고요. 안으로 손을 넣어 무슨 문건 같은 걸 꺼냈어요. 근데 제목이... 흐흐, 박종원 X파일이더라고요. 옆에 USB가 부착되어 있었고요.‘


  - 우와... 박종원 X파일이요? 그런 게 진짜 있다는 거네요.


  ’그야 난 모르죠. 누군지 모르겠지만 나에 대한 온갖 비리를 캤다는 거고 긁어모았다는 거겠죠.


  - 박 후보님이 그렇게 X파일을 만들 만큼 뭐가 있다는 거예요?


  ‘뭐 작정하고 털면 뭐라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사업도 나름 오래 했고 방송활동도 꽤 했으니까 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겠죠. 저로 인해 피해를 당한 분들도 당연히 있겠고요. 뭐 그럴 수 있다고 봐요.’


  - 혹시, 그 파일 보셨나요?


  ‘보여줘야 보겠죠. 모니터로만 보여줬어요. 저도 무지 보고 싶었는데 안 보여주더라고요.’


  - 그다음은 어떻게 된 거예요?


  ‘그 공간에서 마취 성분의 뭔가가 나왔나 봐요. 눈 떠보니까 토론하는 방송사 앞에 있더라고요. 수면 내시경 안 당한 게 다행이죠.’


  정리해보면 이렇다.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는 세력이 박종원 후보를 납치한 다음 그에게 ’박종원 X파일‘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보여준 다음에 풀어줬다는 거다.


  그들이 박 후보에게 원하는 건 무엇일까.


  확실한 건 현재 1위까지 치고 올라온 박종원 후보가 지금의 기세로 대선가도를 달려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 세력이 있다는 얘기다.


  도대체 어떤 행동을 원하는 걸까.


  그들은 과연 어떤 세력일까. 박종원 작가가 물었다.


  - 후보님에게 단일화 제안을 했던 진영은 딱 두 군데잖아요. 민지당하고 국민의심이요. 그 둘 중 한 곳일까요?


  ’글쎄요. 제가 본 영상을 보면 엄청난 정보 수집 능력이 있는 진영일 텐데요, 현 정부가 그럴 것 같진 않고 국가 기관이라면 검찰이나 국정원이 유력하겠지만 그런 느낌은 아니었어요.


  - 이정명 후보 쪽에서 그럴 거 같진 않고, 윤정열 후보 쪽은 밀사를 보냈으니까 뭔가 냄새가 나는 거 같긴 한데... 가만, 혹시 후보님이 중도 사퇴를 하거나 단일화에 응하게 되면 누가 제일 큰 이익을 얻는 거죠?


  ‘그야 제가 손을 잡는 쪽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이정명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 그쪽이 이득이겠고 윤정열 후보와 단일화를 하게 되면 그쪽이 좋아하겠죠. 제가 인기가 좀 많잖아요. 안철순 후보는 왜 저한테 손을 안 내밀고 있나 모르겠어요.


  - 납치 후유증은 전혀 없네요. 그나저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결국 침공했네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 작가님은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 지 아세요?‘


  - 알죠. 코미디언 출신이잖아요. 그래서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무척 화제였죠. 근데 전쟁이 나다니, 뭔가 좀 허탈한데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현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다. 1978년 생으로 40대 대통령인데, 2019년 그가 당선이 되었을 때 크게 화제가 된 이유는 코미디언 출신이라 서다.


  우크라이나의 정치판이 워낙 부패가 심했기에 그의 대통령 당선은 기대를 한 몸에 모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강대국에 둘러싸인 나라에서 그의 외교 대처 능력이 국민을 위기상황으로 내몰리게 했다.


  갈팡질팡하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며 한 나라의 대통령이 얼마나 중요한 자리인지 새삼 느끼게 한다.


  -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정말 무겁네요. 이제 불과 13일만 있으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바뀌는 거잖아요. 후보님은 지금 어떤 생각 많이 하세요?


  ’ 하루하루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많은 생각이 들어요. 거리에 대선 후보들 포스터가 쫘악 게시되어 있잖아요. 모든 분들이 다 자기야말로 이 나라를 이끌어야 하는 적임자라고 주장하고 있죠. 3억 원짜리 포스터죠.‘


  3월 9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15명의 남성과 여성이 출사표를 던졌다.


  1번 이정명, 2번 윤정열, 3번 심상순, 4번 안철순, 5번 박종원, 6번 오준호, 7번 허경제, 8번 이백윤, 9번 옥은호, 10번 김동인, 11번 김경재, 12번 조원진, 13번 김재연, 14번 이경희, 15번 김민찬.


  이 사람들이 하겠다는 것을 하나로 엮으면 대략 이렇다.


  위기에 강하고 유능하게 경제를 풀어가며, 내일을 바꾸게 되는데 주 4일제로 일하고 과학 강국이 되고 밥을 제대로 먹고 재미있게 살 수 있으며 기본소득도 받을 수 있고 돈 걱정하지 않게 되며 사회주의라도 좋다는 생각이 들고 기회가 있는 나라가 되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이 되며 부정부패는 있을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땀이 빛나는 세상이 되고 오직 경제 오직 통일이 되고 국민을 보호하는 나라가 될 수 있는 것이니, 이 얼마나 좋은 세상이란 말인가!

 

  - 박 후보님, 표정만 봐도 요즘 얼마나 생각이 많으신 지가 딱 보이네요.


  ’고민 계속해보려고요. 박 작가님, 오늘 또 열심히 뛰어야지요. 여기까지 얘기할게요.‘


  모니터가 꺼지고 노트북이 닫힘과 동시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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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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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조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국회 본의를 통과하면서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지원하는 2차 방역지원금이 1개 업체 당 300만 원씩 지급되기 시작했다.


  신청을 한 당일 지급이 되어 비록 만족할 수는 없는 금액이지만 그래도 단비가 되었다는 반응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스피디하게 지급이 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혀를 내두르게 했다. 오후 6시까지 신청할 경우 당일에 요청한 계좌로 지원금이 입금됐다.


  물론 300만 원의 방역지원금에 대해서도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는 선거 유세의 소재로 활용했다.


  “이 정부가 선거가 코앞이라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300만 원씩 나눠주고 있는데 이건 매표 행위 아닙니까?”


  민지당이 볼 때는 황당한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같이 합의를 해서 추경을 통과했기에 300만 원 지원이 가능해진 건데, 그걸 매표 행위라고 비판하는 논리에 수긍할 수 없었다.


  윤정열 후보는 박종원 후보에게도 날을 세웠다.


  “박종원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설탕세를 도입하겠다고 했습니다. 무슨 달달한 걸 우리 국민이 드시는 게 그렇게 못마땅하다는 겁니까? 또 재산이 얼마나 많으면 자기 재산으로 자영업자를 지원하고 있는데요, 이거야말로 진짜배기 포퓰리즘 아닙니까? 누가 돈이 없어서 그렇게 하지 않는 줄 아십니까?”


  이 소식을 들은 박종원 후보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경기도 지역을 돌며 유세를 할 때 윤정열 후보를 공격했다.


  “제가 식당 사장님들에게 조금이나마 지원을 하고 있는 건 결코 돈 자랑을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잘난 척하려고 그러는 게 아닙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받은 사랑의 일부라도 돌려드리는 것일 뿐입니다. 여러분이 고통받고 있다는 걸 온 국민이 아는데, 정부는 정부대로, 정치인은 법과 정책으로 도움을 드리면 됩니다. 거기에 사랑받은 누군가가, 조금은 자금의 여력이 있는 누군가가 피해를 입은 분들에게 지원하는 게 무슨 포퓰리즘이란 말입니까? 만약 제가 하고 있는 게 포퓰리즘이라면, 저는 기꺼이 포퓰리스트가 되겠습니다!”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 강원도 지역을 다니는 안철순 후보도 윤정열 후보를 주로 공격했다.


  “국민의심에서는 저를 사퇴시키려고 당 대표가 직접 작업을 했습니다. 이게 공당의 대표가 할 수 있는 행동입니까? 저는 결코 사퇴하지 않습니다. 완주하겠습니다!”


  일동 박수.


  “저에게 사퇴를 하라는 둥, 좋은 자리를 보장한다는 둥 하는 건 더 이상 하지 말고, 떳떳하다면 여론조사를 통해 정정당당하게 임하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와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 간의 단일화 이슈는 대선의 흐름을 일거에 요동치게 하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2월 27일 일요일은 선거를 딱 10일 남겨 놓는 날인데, 그날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이유가 있다.


  유권자들이 자신의 표심을 표현하는 투표용지가 인쇄가 되는 날이다.


  이 얘기는 인쇄를 하기 전에 단일화를 하면 이름이 인쇄되는 걸 피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혹여 27일까지 단일화를 하지 못하게 되면 모든 후보의 이름과 번호가 새겨지게 된다.


  물론 3월 9일 선거 당일 전에라도 단일화를 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인쇄된 투표용지에 ’사퇴‘라고 표시가 될 뿐이기에 자칫 무효표를 양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주말이 윤정열 후보와 안철순 후보가 과연 단일화를 하느냐 여부를 놓고 중대한 분수령이 되는 것이다.


  윤정열 후보가 주말에 안철순 후보를 만나 담판을 지을 예정이라는 기사들이 나왔다. 안철순 후보는 그런 약속은 되어 있지 않다며 일축했다.


  그렇게, 대선 시계는 주말을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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