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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주 작가 Jun 06. 2022

71화. 단일화, 결렬!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2월 25일 금요일 저녁 8시. 중앙선관위가 주관하고 지상파 TV가 제작하는 대선후보 TV토론 두 번째 무대가 펼쳐졌다.


  주제는 지난번의 '경제'에 이어 ‘정치’ 분야였다.


  민지당 이정명 후보, 국민이당 안철순 후보, 정이당 심상순 후보가 짝을 이뤄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를 공격하는 모양새가 자주 연출됐다.


  선거구제 개편과 다당제 등의 이슈에 세 후보가 뜻을 함께 했고 윤정열 후보는 공감하는 면이 없진 않지만 선거를 앞두고 이런 주장을 한다는 건 쇼가 아닌가 하는 주장을 제기했다.


  당연히 이정명 후보와 윤정열 후보는 이번에도 물러설 수 없는 불꽃을 수 차례 튀겼고, 단일화 논의가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을 의미하는지 윤정열 후보와 안철순 후보도 여러 차례 대립했다.


  특히 안철순 후보의 질문에 윤정열 후보가 하는 답변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이 토론이 끝난 후 큰 화제를 자아냈다.


  3월 2일 수요일 잡혀 있는 '사회' 분야를 주제로 하는 TV토론은 국민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각인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에 각 후보 측은 만반의 준비에 들어갔다.


  2월 26일 토요일, 대한민국 지성계의 큰 별 이어령 선생님이 별세했다.


  이정명 후보는 서울대학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고인의 넋을 빌었고, 박종원 후보도 찾아가 조문을 했다.


  박종원 후보가 조문을 마치고 나오자 대기 중이던 기자들이 몰렸다.


  “박 후보님은 이어령 선생님과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까?”


  “개인적인 만남은 없지만, 이어령 선생님이 쓰신 책은 자주 봤습니다. 특히 아무래도 저는 음식 관련해서 많은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었거든요. 찾아뵙는 게 예의라고 생각해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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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8일은 후보들의 이름이 들어가는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날이기에, 표면적인 마지노선인 2월 27일에는 과연 윤정열 후보와 안철순 후보 사이에 단일화가 이루어질지 관심이 집중되었다.


  대통령 선거를 딱 열흘 남겨놓은 일요일의 오후 1시.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원래 오전 9시 경북 영주 유세를 시작으로 경상북도 지역을 순회하며 유세를 할 예정이었는데, 오전 일정을 취소하고 기자회견을 결정했다는 건 그만큼 다급했다는 뜻이리라.


  두말할 것도 없이 단일화 이슈다.


  기자회견 시점도 오전에 하는 게 아닌 오후 1시로 잡았다는 건 그만큼 논의하고 정리할 사안들이 많았다는 걸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단일화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공개할 것인가를 놓고 많은 의견 교환이 있었으리라.


  국민의심을 출입하는 많은 기자들이 모였고, 오후 1시를 약간 넘긴 시간, 윤정열 후보가 들어와 단상 앞에 섰다.


  품 안에서 A4 용지를 꺼냈다. 마스크를 벗었다. 마이크를 입 가까이에 댔다.


  “에, 저는 지금 이 시간까지 정권 교체를 위해 진실한 마음으로 단일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국민이당의 최고위급 인사와 통화도 했고 안철순 후보에게 전화 통화를 시도했고 문자도 보냈습니다.”


  정권교체를 반드시 해야 하기 때문에 안철순 후보와 단일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지금까지도 진정성을 갖고 노력해왔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말에 공감하는 이들이 과연 어느 정도나 될까.


  언론에 나오지 않는 그들끼리의 물밑 대화는 알 수 없지만, 국민들이 보는 언론 혹은 SNS 상에는 단일화가 필요 없다거나, 안철순 후보를 조롱하는 발언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정성을 의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안철순 후보의 공개적인 단일화 논의 제안에 대해 윤정열 후보의 공개적인 발언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얘기를 계속 들어본다.


  “양당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대리인들이 협상을 계속해왔습니다. 어제도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만나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마침내 최종 합의를 도출해냈고, 양당의 후보들에게 보고가 됐습니다. 이제는 저하고 안철순 후보 간의 회동 일정에 관한 조율만 남은 상황이었습니다.”


  누구인지는 아직 밝히진 않았지만, 적어도 국민의심에서는 전권을 위임받은 협상 담당자가 있었고, 국민이당도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담당자가 나와 자주 만나 협의를 했다는 얘기다.


  기자회견 전 날인 2월 26일 토요일 오후에도 2시에서 4시까지 만나 협의를 했고 마침내 양자 간에 합의도 도출했기에 이제 남은 건 자신과 안철순 후보가 언제 어떻게 만나느냐만 남았다는 거다.


  그런데!


  “어제저녁에 그동안 완주 의사를 표명해온 안철순 후보 측에서 완주 철회를 할 수 있는 명분을 더 제공해달라고 요청해 왔습니다. 나는 그래서 안 후보의 자택을 방문해서 정중한 태도를 보여드리겠다고 했는데 답이 없었습니다. 들려온 건 안 후보가 목포로 출발했다는 얘기였습니다.”


  도대체 어떤 점들이 합의가 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전권을 위임받은 대리인들이 협의를 잘해서 마침내 합의를 했다는 건데, 안철수 후보가 자신이 완주를 철회할 수 있는 명분을 줘야 하지 않겠냐는 피드백을 줬다는 건데, 이 말을 사실이라고 전제한다면 안철수 후보가 그 합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거다.


  국민이당 대리인은 완전한 전권을 위임받은 대표가 아니었다 해석할 수도 있다.


  윤정열 후보의 그간의 과정에 대한 얘기 계속 들어본다.


  “전권을 받은 양쪽 대리인들은 오늘 새벽 0시 40분부터 4시까지 만나 협의를 계속했습니다. 후보들의 회동을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했습니다. 안 후보 측에서 오늘 제가 오전에 회견을 열어 안 후보에게 회동을 공개 제안해달라는 요청을 했고 저는 수락했습니다. 그래서 양측 대리인이 오늘 아침 7시까지 회동 여부를 포함한 시간과 장소를 결정해서 통보해주기로 협의했습니다. 그런데 아침 9시에 단일화는 결렬됐다는 통보를 최종적으로 받았습니다.”


  새벽까지도 만나 협의를 계속했고 공개적으로 안 후보에게 만날 것을 제안해달라는 요청까지 왔다는 건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오전 9시에 안 후보 측에서 단일화 논의는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결렬 통보를 최종 받았다는 얘기다.


  그리고 4시간 후에 윤정열 후보가 기자들 앞에 선 것이다.


  이런 궁금증이 든다.


  윤정열 후보가 그렇게 단일화에 진지했다면, 왜 그동안 공개적으로 화답하지 않은 걸까.


  그는 이렇게 얘기한다.


  “내가 그동안 단일화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동안 어떻게 논의가 진행해왔는지 말씀을 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시간과 장소를 정해준다면 지방으로 가다가도 언제든지 차를 돌리겠습니다. 안철순 후보의 화답을 기다리겠습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


  안철순 후보가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 중 하나가, 후보인 자신이 공개적으로 제안을 했으면 윤정열 후보도 공개적으로 가타부타를 말해야 한다는 거였는데, 윤 후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철순 후보는 단일화 결렬을 통보한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들이 물었다.


  “안철순 후보 측에서는 무슨 이유로 단일화 결렬을 통보한 거라고 합니까?”


  윤정열 후보는 고개를 흔들었다.


  “결렬의 이유는 저희도 알 수 없습니다. 그쪽에서도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던 사안을 묻는 기자가 있었다.


  “말씀하신 전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은 누구였습니까?”


  과연 공개를 할지 귀추가 주목됐지만 윤정열 후보는 감추지 않았다.


  “우리 당에서는 장자원 의원이고요, 국민이당은 이태균 의원입니다.”


  여기서 그의 이름을 듣게 될 줄이야.


  이른바 한창 시끄러웠던 이른바 윤핵관으로 거론됐던 사람 아니던가.


  그동안 국민의심 선대본부에서 직위도 없기에 출근도 하지 않는다던 그가 윤정열 후보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국민의심 대리인으로 활동한 것이다.


  이 점이 과연 국민의심 쪽에 도움이 되는 카드일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개운하진 않다.


  양측 전권 대리인이 전 날 합의를 했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윤정열 후보는 기자회견 때문에 오전에 잡혀 있던 경북 영주 등의 유세는 취소했지만, 오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양해를 구하고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이 소식은 같은 시각 전남 일대를 돌며 유세 일정을 소화하는 안철순 후보에게도 이내 전해졌다.


  윤정열 후보의 기자회견을 본 참모진이 안철순 후보에게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전했다.


  “뭐 예상대로네요. 유세 일정까지 취소하면서 무슨 기자회견을 하나 했더니 예상을 한 치도 안 벗어나네요.”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나온 안철순 후보에게 기자들이 몰려갔다.


  “안철순 후보님, 윤정열 후보 기자회견 보셨습니까?”


  “윤정열 후보가 그간의 논의 과정을 공개했는데요, 맞습니까?”


  안 후보가 온화한 표정으로 멈춰 섰다.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서는 보고 받았습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춰서 일방적으로 까발렸더라고요. 그쪽에서 먼저 협의를 한다는 것에 대해 비밀유지를 하자고 했는데, 이렇게 먼저 공개를 했네요. 역시 그런 집단이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 다시 한번 했습니다.”


  기자가 물었다.


  “전권을 위임한 대리인을 통해 협의를 했다고 했는데요?”


  안철순 후보는 또 한숨을 내쉬었다.


  “글쎄요, 전권 대사, 뭐 이런 개념이 저희들은 없습니다. 무슨 협의를 한다고 하면, 후보인 저를 대신해서 나가 상대방하고 최선을 다해 협의를 하는 거겠고요, 과정마다 수시로 저하고 상의를 하면서 진행하는 게 상식 아니겠습니까?”


  기자가 또 물었다.


  “윤정열 후보는 단일화 논의가 결렬이 된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철순 후보는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이거야말로 전형적인 책임 떠넘기기입니다. 본질은 저를 끝까지 무시했다는 겁니다.”


  안철순 후보의 푸념과 분노는 충분히 이해할 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윤정열 후보의 지지자들이 안철순 후보의 휴대폰으로 보낸 문자 폭탄만 3만 여 개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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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서로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윤정열 후보, 단일화는 끝났다는 안철순 후보의 일요일이 끝났고, 투표용지가 인쇄되는 월요일 아침이 밝아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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