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영주 작가 Jun 07. 2022

72화. 안철순, 박종원 후보의 비밀 회동

웹소설> 식당천재 박종원 대선 출마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9일 남겨놓은 2월의 마지막 날이 밝아 왔다.


  모두 15명의 이름이 들어간 투표용지가 이미 전날부터 인쇄되기 시작했다. 전국 각 지역 선관위의 계획에 따라 며칠에 걸쳐 진행된다.


  대한민국이라는 커다란 배를 내가 이끌겠노라고 나선 선장들 중에 과연 어떤 이름 옆에 가장 많은 표시가 새겨질까.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는 2월 28일 아침 7시.


  박종원 후보는 박종원 작가를 호출한다. 노트북이 열리고 나타난 모니터에 한글이 나타났다.


  - 이제 역사에 이름을 올리셨네요, 후보님.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내가 잘 가고 있나? 국민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생각이 많이 들죠.’


  - 윤정열 후보하고 안철순 후보의 단일화는 이제 끝난 거 같은데요, 박 후보님에게는 압박 안 들어오나요?


  ‘황규익 작가님이 그래서 무지 바쁘죠. 윤정열 후보 쪽도 만나고 있고, 이정명 후보 쪽도 만나고 있잖아요. 이쪽 만나고 오면 이런 거 같고 저쪽 만나고 오면 그런 거 같고. 무지 헷갈려하고 계시죠.’


  - 아직까지는 단일화에 대한 생각은 안 하고 계시는 거죠?


  ‘그럼요. 안철순 후보가 윤정열 후보에게 단일화 제안한 적 있잖아요.


  - 아마, 2월 13일이었죠? 그런데요?


  ’그 전날 저하고 단 둘이 만났어요.‘


  - 네? 안 후보랑 단 둘이서 만났다고요? 그럼 2월 12일이라는 건데, 그날은 대선후보 퀴즈대결 때문에 저녁에 격리 들어간 날인데...


  2월 12일 토요일 오후 3시 무렵, 박종원 후보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


  【박종원 후보님, 안철순입니다. 단 둘이 뵀으면 합니다.】


  안철순 후보에게서 온 문자였다. 박 후보는 놀랐지만, 이내 문자를 보냈다.


  〖깜짝 놀랐습니다. 안 후보님.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러시지요. 몇 시 어디에서 뵈면 될까요?〗


  【박 후보님 캠프에서 가까운 OOO로 14길 35에 박 후보님 빡다방이 있고 지하에 랩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저는 아무도 모르게 변장하고 그쪽으로 갈까 합니다. 후보님만 그쪽에서 중요한 분 만나야 할 일 있다는 식으로 어레인지만 잘 부탁합니다. 어려운 거 아니겠죠?】


  박 후보는 깜짝 놀라기도 했고 웃기기도 했다.


  〖안 후보님, 참 재미있으시네요. 그런 생각은 또 언제 하셨대요? 물론 어려운 일 아닙니다. 그럼, 3시 20분에 거기에서 만나면 될까요?〗


  문자를 보내고 1초가 지났을까. 답 문자가 왔다.


  【넵.】


  그날은 저녁에 격리생활을 하러 가야 하는 일정이었기에 마침 그 시간에는 모든 일정을 마쳤을 때였다.


  안철순 후보도 마찬가지였기에 그랬으리라.


  박종원 후보는 특별히 보고를 해야 할 사람도 캠프에는 없었다.


  마음 가볍게 자신의 브랜드 빡다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는 길에 알아보거나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지만, 빡다방으로 향하는 길이었기에 그 누구도 이상하다고 생각한 이는 없었다.


  빡다방 앞. 박종원 후보는 주변을 슬쩍 본 후 안으로 들어갔다. 박 후보를 본 모든 직원과 손님들이 놀랐지만 박 후보는 손사래를 쳤다.


  “잘 있었어?”


  일동 크게 대답.


  “혹시 나 찾아온 분 없었어요?”


  한 직원이 손가락으로 구석을 가리켰다.


  박 후보가 본 그곳엔 모자를 푹 눌러쓰고 트레이닝복을 위아래로 차려입은 중년 남이 앉아 있었다.


  풋!


  박 후보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눌러 담으며 다가갔다.


  “일찍 왔네!”


  중년 남이 고개를 돌렸다.


  “어, 조, 종원이 왔구나. 진짜 오랜만입니다.”


  박 후보는 안 후보를 끌며 지하로 내려가는 문의 버튼을 황급히 눌렀다.


  “어, 내 긴히 할 말 있으니까 일루 들어가자고.”


  두 사람은 지하에 있는 랩으로 내려갔다.


  랩 실을 둘러보는 안철순 후보를 보며 박 후보는 참고 있던 웃음을 터뜨렸다.


  안 후보가 그런 박 후보를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지금 웃으시는 겁니까? 저인지 전혀 모르겠지요?”


  “글쎄요. 어쨌든 잘 오셨습니다. 앉으시죠. 제가 빨리 커피 만들겠습니다.”


  박종원 후보는 커피머신을 만지기 시작했다.


  “이야~ 여기가 빡다방의 R&D 핵심 시설이군요. 이곳에서 박 후보님의 커피가 탄생한 거네요.”


  “네, 그렇습니다. 자, 커피 드시죠. 지금이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 원두는 제가 골랐습니다.”


  박 후보가 안 후보에게 커피를 주었고, 안 후보는 커피를 마셨다.


  “근데, 무슨 일로 이렇게 저를 은밀하게 보자고 하신 겁니까? 굉장히 중차대한 일이라는 거겠죠?”


  “그렇습니다. 제가 이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희 참모들하고만 논의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박 후보님의 생각을 들어보려고 왔습니다.”


  박 후보가 의아한 표정을 했다.


  “근데, 저한테만 이런 자리를 요청하신 건지요?”


  “그렇습니다. 제가 하는 고민은 민지당 이정명 후보하고 상의할 수 없고, 국민의심 윤정열 후보 하고는 더더욱 상의할 수 없는 겁니다. 정이당 심상순 후보님이야 솔직히 큰 관심은 없고요. 이렇게 말하는 거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물론입니다. 이해합니다. 근데, 어떤 고민인 거죠? 혹시... 단일화입니까?”


  안철순 후보가 박종원 후보를 강렬하게 쳐다봤다.


  “역시, 박 후보님이시네요. 제 고민을 바로 알아차리시다니. 맞습니다.”


  “윤정열 후보 쪽 하고 단일화 논의는 시작하셨습니까?”


  “윤정열 후보의 의중을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그쪽에서 저와의 단일화에 진정성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박 후보님도 아시겠지만, 이준식 당 대표님이 하는 발언들을 보면 저하고 단일화를 하겠다는 태도가 아니지 않습니까!”


  박종원 후보가 커피를 마셨다.


  “그쪽 하고 현재 논의하고 있지는 않은 건가요?”


  안철순 후보가 한숨을 쉬었다.


  “윤핵관이라고 한창 말 많았잖아요. 그중 한 분하고 우리 쪽 사람하고 가끔 만나서 협의를 하고는 있습니다. 근데 뭐 진전은 별로 없네요.”


  “그럼, 오늘 제 의견을 구하고자 하는 건 어떤 사안인 거죠?”


  “이제 사흘만 있으면 공식 선거운동 시작이잖아요. 그래서 아무래도 윤정열 후보와의 단일화 이슈에 대해서 제가 먼저 입장을 발표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해서요.”


  “입장이라 하면 어떤...?”


  “현 대선 구도에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건 윤정열 후보 쪽이나 저희 쪽이나 마찬가집니다. 근데 이정명 후보 쪽이 윤정열 후보에게 뒤지는 조사도 꽤 있었지만 이기는 경우도 적지 않았잖아요. 그러니까 윤정열 후보 쪽에서는 아무래도 저하고 단일화를 하는 게 안전하다고 생각하죠.”


  박종원 후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겠죠. 저한테도 단일화 관련 논의하자고 왔었거든요.”


  안 후보가 눈을 크게 떴다.


  “그렇습니까? 뭐라고 하셨어요?”


  “밀사라고 하는 분이 은밀하게 와서 얘기를 하고 갔는데요, 연락처를 안 남겨서 저희도 뭐라고 피드백을 주지 못했습니다.”


  안 후보가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아무튼 저희 하고는 윤정열 후보 측하고 논의는 하고 있는데 계속 이렇게 지지부진할 순 없으니까 이쯤에서 제가 먼저 나서는 게 어떨까 싶어서요.”


  “그럼, 어떤 입장으로 밝히실 생각이신가요?”


  “제가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하려고 합니다. 윤정열 후보 쪽에 단일화를 제안하는 거죠.”


  “문제는 단일화를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 아닌가요? 그건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안 후보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제가 오늘 위험을 무릅쓰고 박 후보님을 뵙자고 한 겁니다. 공개적으로 단일화에 대한 논의를 하자고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단일화 결정 방식까지 제안을 해야 논의가 진전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방식은 생각해보셨습니까?”


  “생각은 많이 해봤는데 어떻게 하자고 제안을 해야 할지 아직 결정을 못 내렸습니다. 혹시 좋은 생각 없으십니까? 박 후보님도 조만간 단일화 이슈에 직면할 가능성이 많잖아요.”


  박 후보가 생각에 잠겼다.


  “안 후보님은 단일화 이슈의 중심에 선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죠. 명색이 단일화 전문가이긴 합니다. 근데 이번엔 쉽지 않네요.”


  “혹시, 지난번 서울시장 때 단일화 방식은 어떻게 했죠?”


  안 후보의 표정이 밝아졌다.


  “여론조사로 했죠. 문구 협의도 어렵지 않게 합의를 했습니다. 물론 제가 졌지만요.”


  박 후보가 눈에 힘을 주고 안 후보를 바라봤다.


  “안 후보님, 제 생각엔 무슨 새로운 거 생각할 게 아니라, 좋은 전례가 있지 않겠습니까. 서울시 후보 단일화를 했던 방식으로 하자고 제안하시면 어떻겠습니까? 그때 당도 국민의심이었지 않습니까? 딱인 거 같은데요. 다만, 그때는 안 후보님이 졌던 방식이었다는 게 좀 걸리긴 하시겠지만...”


  안 후보가 벌떡 일어나 주먹을 쥐었다.


  “아닙니다. 저는 관계없습니다. 서울시 때 했던 여론조사 방식으로 한다면 저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때 해본 거니까 국민의심에서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이겠는데요?”


  “괜찮습니까?”


  안 후보가 웃으며 박 후보의 손을 잡았다.


  “이야~ 제가 오늘 박 후보님을 찾아온 보람이 있네요. 고맙습니다, 박 후보님. 당장 가서 문구 작업에 들어가야겠습니다. 공식 선거운동 들어가기 전에 공개 제안해야겠네요.”


  박 후보도 같이 웃었다.


  “잘 됐네요, 안 후보님. 저도 앞으로 단일화 이슈가 불거질 때 많은 참고가 되었습니다. 저도 많은 도움 되었습니다.”


  하지만, 안철순 후보가 공개적으로 기자회견을 하는 방식으로 된 것은 아니었다.


  퀴즈대결을 위한 24시간 격리생활에 들어가야 하는 일정이 잡혀 있었기에, 안철순 후보는 박종원 후보와의 만남을 마친 후에, 그날 오후 8시 반포 세빛둥둥섬으로 가기 전에 캠프 스튜디오에서 서둘러 녹화를 했고, 격리 들어간 다음 날 오전에 공개한 것이다.


  그렇게 안 후보의 윤정열 후보를 향한 단일화 및 방식에 대한 제안이 공개되었다.


  그리고 2월 27일 일요일 오전, 결국 두 후보 사이의 단일화는 결렬되었다.


  박종원 후보가 박종원 작가에게 말했다.


  ’근데, 윤정열 후보 쪽에서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잖아요. 그건 어떤 뜻일까요?‘


  - 아마도, 자신들의 지지자들을 향한 메시지가 아닌가 싶어요. 단일화에 대한 불씨가 살아 있다고 해야 이정명 후보 지지자들에게 압박 효과를 주기도 하고요.


  ’그렇군요. 오늘로 투표용지에 후보들 이름은 다 들어갔지만, 3월 8일 자정 전까지는 저도 단일화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죠.‘


  - 맞습니다. 선거 당일까지, 또 선거 이후에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됩니다. 힘내세요, 박 후보님.


  ’알겠습니다. 파이팅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